<특집 인터뷰>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숙원과 쓴소리

“나는 언제나 민심에만 찬성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기득권과 지역주의의 낡은 정치를 타파해야 ‘민심 그대로의 국회’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에게 선거제 개혁은 오래된 숙원이다. 그에게 선거제 개혁의 필요성과 정의당의 앞날에 대해 물었다.
 

▲ 심상정 정의당 대표

지난 8월 국회에선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정안이 진통 끝에 의결돼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대 총선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했다면 정의당은 8석을 더 얻을 수 있었다. 선거제 개정이 내년 총선 전 통과되면 정의당에게 진보정당으로 약진할 수 있는 큰 발판이 마련되는 셈이다. 다음은 심 대표와의 일문일답.

-선거제 개혁의 필요성을 당에서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 선거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1987년 이후 32년 동안 바뀌지 않고 있는 소선거구 승자 독식 선거제도는 국회의 협치를 불가능하게 하고 사회통합과 민생개혁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비례대표 의석수는 소선거구 제도와 비례대표 선거를 같이 하는 나라들 가운데 최하위 수준입니다.(비례의석 비율 15.7%, 지역구:비례의석 비율 5.38:1) 비례대표 수를 늘리려면 지역구 국회의원 수를 줄이거나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하는데 어느 쪽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나요?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해답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원화된 민의와 지역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유일한 선거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 정치가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체제서 다당제 구도로 전환돼야 하고요. 현 국회의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 구조에선 빈익빈부익부, 특정 지역 소외 현상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7월 한국당이 정개특위위원장 자리를 요구 했습니다.
 ▲한국당이 심상정 위원장 교체를 강력하게 요구한 것은 정개특위 차원의 의결을 저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정개특위위원장 교체는 국회의 운영 관례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죠.

“방향 잃은 대한민국
가야할 길 제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내려 놓으셨습니다.
▲30년 숙원과제인 선거제 개혁을 이루는 데 무엇이 가장 바람직한가를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했습니다. 홍영표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정개특위위원장으로 선임됐는데 홍 의원이 선거제도 개혁 협상과 의결을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한국당의 정략적 발상에 의해 위원장 자리서 해고(?)당했지만 대승적 견지 차원서 물러났죠.

-한국당과 여야 4당의 이견 차가 극심한 상황입니다.
▲선거제가 정개특위서 통과됐으니 이제 90일간의 법사위 및 본회의 처리만 남았습니다. 한국당 포함 여야 5당이 충분히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 거죠. 국회서 의지만 가진다면 얼마든지 선거법 처리는 가능한 기한이라 보고요. 당리당략을 내려놓고 국익과 민심을 제1의 원칙으로 협상한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봅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이 국회법을 무시하고 강행해 통과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입니다. 스스로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고 불법폭력으로 소위 동물국회를 만든 당사자가 한국당입니다. 패스트트랙은 국회법에 있는 합법적 입법 절차고요. 현재 국회선진화법 위법 고소·고발건과 관련해 민주당과 정의당은 모두 출석해 조사를 받았는데 한국당 의원들만 경찰 출석을 거부하며 치외법권 지대에 있습니다.
 

-조국 청문회와 연계시켜 선거제 개혁을 맞바꿨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8월 말 정개특위의 적법한 의결을 날치기라고 매도하거나 그런 터무니없는 견강부회를 중지해야 합니다. 정개특위 의결을 조국 정국과 맞물리게 한 당사자는 한국당이고요. 만약 정개특위가 한국당에 의해 8월 말로 연장되지 않았다면 6월 말 당시 정개특위장이었던 심상정에 의해 의결이 끝났을 사안입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견강부회는 정치개혁을 열망하는 국민 뜻에 부합하려는 여야4당의 의지를 폄훼하는 것일 뿐입니다.

-한국당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국당이 향후 3개월 동안 선거제 개혁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라고요. 지난해 12월15일 여야5당 원내대표 회담을 통해 합의한 6대 협력 원칙을 스스로 부정하지 말기 바랍니다. 향후 정치협상 과정서 여야4당 합의안과 다르다 하더라도 5당 합의로 처리돼야 하고요.

-내년 총선서 정의당의 약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히셨습니다.
▲정의당 내엔 훌륭한 ‘저평가 우량주들’이 아주 많습니다. 능력과 경험을 겸비한 탁월한 인물이 많고요. 내년 총선서 국민들로부터 정의당의 ‘저평가 우량주’를 당당히 평가받겠습니다. 지역구 승리를 위해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할 것입니다. 9월 초에 발족하는 ‘그린뉴딜경제위원회’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과감한 국가투자로 대한민국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진보의 성장 전략과 한국형 경제성장 전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민생경제 살릴 수 있는
중장기 해법·대안 준비”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포부도 밝히셨습니다.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 민생을 책임지는 정당으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저와 정의당은 민생경제를 살릴 수 있는 중장기적인 해법과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해왔습니다. 한국당과 정부, 여당조차 방향을 잃은 대한민국 경제의 가야할 길을 제시할 것입니다.

-내년 총선서 정의당의 목표는?
▲2016년도 총선은 정의당의 생존을 위한 선거였습니다. 2017년 대선은 정의당의 비전과 정체성을 뚜렷이 하는 선거였고요. 2020 총선은 정의당이 군소정당 시대를 마감하고 유력 정당으로 도약하는 선거가 될 것입니다. 20대 국회 정의당 초선 의원 5명 전원을 재선시키겠습니다. 내년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진보 집권의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21대 총선, 특별한 의미가 있으신지요?
▲21대 총선은 한국당의 부활이냐, 정의당의 약진이냐 판가름 나게 될 선거가 될 것입니다. 21대의 투표 민심은 ‘촛불개혁’입니다. 한국당의 부활을 막고, 뒷걸음질 치는 더불어민주당을 견인해 촛불시민이 원하는 개혁을 추진할 수 있게 드라이브 거는 정당이 정의당이라는 것을 알려나가겠습니다.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국회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대화와 타협의 의회주의 정신은 실종되고, 지역주의 선거와 혐오를 부추기는 기득권 양당 체제의 적대적 공존에 의한 편 가르기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국회서 지체된 개혁 과제들이 뜨겁게 논의되고 결실을 맺을 때 국민 신뢰를 얻는 국회로 발전될 것입니다. 20대 국회가 여야 간 정쟁과 대립만 뜨거운 국회로 끝나지 않도록 저와 정의당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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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