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대담>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20대 국회를 묻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9.09 09:36:54
  • 호수 12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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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국회? “끝까지 일하겠습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그간의 안부를 묻는 뜻깊은 시간이다. 추석이 있는 9월은 ‘국회의 달’이기도 하다. 지난 2일부터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시작됐다. 과연 역대 최악이라는 20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을 실시했다. 내년 총선을 이끌 사령탑을 뽑는 중요한 선거였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 경선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당내서 비주류에 가깝다는 평을 들어왔던 그였기에 압도적인 표차는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친문(친 문재인)·비문(비 문재인)을 넘어 당내 통합을 강조한 점이 주요했다는 평가다. 이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서 당내 강력한 통합을 외침과 동시에 꼬여있는 정국은 민생을 명분으로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가 걸어온 지난 3개월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폭력사태 직후 취임한 그는 어수선한 정국을 수습하는 중책을 안았다. 이후에는 ‘2019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이라는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산을 넘었더니 일본의 경제보복이라는 파도가 밀려왔다.

이런 가운데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지난 2일 시작됐다. 각종 민생·경제 법안과 일본 수출규제 대응 법안 등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과연 민주당과 이 원내대표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내년 총선에 뛰어들 수 있을까. <일요시사>는 그 대답을 듣기 위해 이 원내대표와 대담을 가졌다.

다음은 이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원내대표 취임 후 처음 맞는 추석입니다. 추석 연휴 때 계획하고 있는 일정은?
▲국민들께서 가족과 명절을 보내듯, 저도 추석은 가족과 함께 보낼 생각입니다. 지난 2일 정기국회가 시작됐으니, 내년도 예산안이나 민생법안 등 여러 현안에 대해 구상을 하는 시간도 가질 계획입니다. 

- 취임 100일 기자회견서 민주당의 과반 이상 승리를 예상하셨습니다.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뜻으로 말씀드렸습니다. 민주당이 소통이나 단결하는 측면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보다 상대적으로 괜찮고, 내년 총선까지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고 기본을 잘하면 그런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민생’ ‘혁신’ ‘단결’ 이 세 가지 기본을 잘 해나가려고 합니다.

-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약 3개월 만에 다시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우선 국회 안에서 여야가 치열한 토론 및 협의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반복되는 장외투쟁을 국민들이 좋게 보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장외집회서 지역감정 발언을 하고,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로 세를 결집하려는 시도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 20대 국회 법안이 70% 이상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8월17일 기준). 이처럼 계류 중인 법안이 많은 이유는 무엇이라 진단하시는지?
▲국민들에게 송구스러운 일입니다. 패스트트랙과 한국당의 추경 볼모잡기 등으로 국회가 제대로 열리는 날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2일 개회한 정기국회에선 민생과 경제 법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고, 야당의 협력도 이 자리서 요청드립니다.

- 이대로 20대 국회가 끝난다면 역대 최악의 무노동 국회라는 오명을 안게 됩니다. 제1당 원내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것이라 생각되는데...
▲말씀대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20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일하는 국회’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21대 총선서 과반 이상 예상해

-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 처리하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은지.
▲내년도 예산안은 민생과 경제, 그리고 본격화하는 한일 경제전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 대비한다는 큰 방향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 같은 방향성에 대해 야당도 큰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정시한 내 처리를 위해 야당과도 이런 부분을 잘 설득하고 협의하겠습니다.


- 말씀해주신 것처럼 한국인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둘러싸고 촉발된 한일 갈등이 장기전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라 예상하시는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결국 시행됐습니다. 한일 경제전이 현재는 수면 아래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본의 추가적인 조치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지금이라도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철회하고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 아베정권이 외교문제를 경제로 끌어들이는 이유가 무엇이라 판단하나요?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산업서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알고 역사문제를 경제보복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본 언론 일각서조차 이런 부분을 지적하고 아베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을 아베정권도 되돌아봐야 할 대목입니다.

-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맞대응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우리나라 역시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배제하는 조치를 취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이하 지소미아)을 종료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내릴만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독립으로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재·부품·장비산업에 대한 정부 대책과 함께 국회 차원의 ‘한일 경제전 입법지원추진단’ 활동으로 국내 기업들에게 입법,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당 차원 불매운동? “계획 없어”
‘평화경제’로 8000만 시장 구축
“일본이 먼저 손 내밀어야!”

- 보수정당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를 두고 총선을 겨냥한 국내용 외교라고 주장합니다.
▲현 시점서 문정부의 성과를 판단하기 이르지만, 촛불정신으로 세워진 문정부는 우리 사회 곳곳을 한 단계 더 민주주의로 나아가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동북아 평화를 위한 외교서도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과거 이명박, 박근혜정부와 비교하면 적대적인 관계서 평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은 우리 국민들도 공감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민주당이 주도하는 불매운동을 향후 실행할 계획이 있는지?
▲불매운동은 순수하게 민간 차원서 진행하는 것으로, 민주당 차원서 불매운동에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민간이 해야 할 불매운동을 당 차원서 실행할 계획은 없습니다.

-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의 성과는?
▲말씀하신 특위는 지소미아 파기 전후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서 한국을 배제했을 경우를 염두에 두고 활동했습니다. 특위는 원내에 한일 경제전 입법지원추진단을 두어 이번 일본의 경제침략에 따른 여파를 분석하는 동시에 일본 수입에 의존해온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촉진과 각 상임위별 입법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부터 시작된 20대 정기국회서 소재·부품·장비 산업특별법이 핵심 법안으로, 여야 합의를 통해 원만하게 통과되길 기대합니다.
 

- 민주당 내 일본 관련 특위가 너무 많고, 활동 범위가 중복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당은 이번 일본 경제침략에 대해 중차대함을 느끼고 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당 전체가 사태의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최재성 의원의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는 일본 여론에 대응함과 동시에 현황 파악에 중점을 두고, 정세균 의원의 ‘소재·부품·장비·인력 발전 특위’는 기업들의 어려움을 듣고 피해 대책 등 정책 사안에 집중하는 특위입니다.

원내의 ‘한일경제전 예산입법지원단’은 법·제도·예산 지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제침략에 의해 구성된 특위기에 일정부분 공통점이 있을 수 있으나, 각각의 특위마다 저마다의 역할과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소미아 파기…내릴만한 결정

- 일본의 경제보복은 북한과의 ‘평화경제’의 필요성을 불러오는 계기가 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광복 74주년 행사서 이를 강조한 바 있는데요. 평화경제 구축의 의미와 필요성을 말씀해주신다면?
▲문정부의 평화경제는 대통령이 말씀하셨다시피 ‘한반도의 운명을 바꾸는 일’ 입니다. 8000만 단일 시장 구축을 위해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남에서 북으로 이어지는 철도 개설을 주축으로 동북아와 유럽을 잇는 경제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북의 평화체제가 전제돼야 합니다. 

평화를 통한 안보의 확증은 남북한 유관산업의 활성화와 외국인 주식투자의 긍정적 평가로 나타날 것입니다. 당장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같은 경제 침략에 장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평화경제 구축이 필연적입니다. 당정 간 협력을 통해 평화경제 실현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 추석을 맞은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요시사>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입니다. 추석을 맞아 가족과 함께하시는 분들도, 혹여 그렇지 못하시는 분들도 모두 편안하고 즐거운 추석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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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