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백운비의 천기누설 아베의 앞날 대예측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9.09 09:33:37
  • 호수 12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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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을 타고 났다고? “슬슬 꺾이다 내년 곤두박질”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천운을 갖고 태어났다는 아베 총리. 그의 운세가 서서히 기울고 있다. 아베의 한국 때리기가 생각보다 성과를 보지 못했으며,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일요시사>는 백 원장에게 그의 운세를 물었다.

▲ 아베 일본 총리

“치산가기(治産可起)해 욱일승천(旭日昇天)했지만, 올해 말부터 운세가 서서히 기울 것이다.” 백 원장은 아베 총리의 2019년 운세에 대해 “모든 게 뜻대로 되고 소원을 이루니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였지만, 2020년부터는 운이 좋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경제보복 후 
운세 기울어 

아베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의 운을 타고났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성패는 운에 달려 있는 것이지 노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백 원장은 “아베는 겹치기 운이 있다. 보통 사람은 운이 하나밖에 없다. 하지만 아베에겐 운이 두 개 있다. 한 쪽 운이 나빠도 다른 한 쪽의 운이 이를 상쇄하며 승승장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베는 일본의 제90·96·97·98대 총리를 지내며 역사상 최장수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다. 보수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내에서도 강경 보수파로 꼽히는 그는 2006년 9월, 고이즈미 총재의 임기 만료로 치러진 자민당 경선서 총재로 선출됐다. 총재 선출 6일 만에 일본 총리에 취임,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최연소 총리(당시 52세)이자 1945년 이후 태어난 첫 총리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7년 7월 참의원 선거서 야당에 참패한 것은 물론 미국 하원이 ‘일본군 위안부 비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자 취임 1년 만에 조기 퇴진하는 불운을 겪었다. 여기에 자민당은 2009년 총선서 1955년 당 결성 이후 처음으로 패하고 제2당으로 밀려났다.


아베는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로 다시 당선됐으며, 일본의 우경화 바람 속에 2016년 12월 진행된 총선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다. 2018년 9월 치러진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서 압승하면서 3연임에 성공했으며, 2021년 9월까지 총리직을 수행하게 됐다. 특히 오는 11월이 되면 역대 최장수의 총리 기록을 세우게 된다.

유력 정치가문서 태어난 ‘금수저’
4번이나…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

백 원장은 “아베는 어려서부터 금수저로 태어났고, 황금 팔자로 나타난다”며 “그동안 운이 좋았기 때문에 잘못될 일이 없고, 업적도 많이 남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는 정치 명문가 집안서 태어났다. 1954년 아베 신타로와 기시 요코의 둘째 아들이다. 외할아버지는 자민당 체제를 확립한 쇼와의 요괴 기시 노부스케, 외종조부는 기시의 친동생이자 7년이 넘는 장기집권에 비핵 3원칙으로 유명한 사토 에이사쿠다.

할아버지인 아베 간도 중의원을 지냈고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는 외무장관을 지내다가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됐다.
 

아베는 2차 집권 기간 일명 ‘아베노믹스’를 내세우며 일본 경제 불황의 탈출구를 마련했다. 일본의 디플레이션(통화량의 축소에 따라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 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물가 안정 목표를 설정한 다음, 일본은행법 개정도 염두에 두고 양적 완화 조치를 강구해 계속되고 있는 디플레이션서 탈출하기 위한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이 정책으로 일본 증시에 활력이 붙고 일본 대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증가 등의 효과를 거뒀다. 아베노믹스의 성공은 그의 장기집권의 발판이 됐다. 


비슷한 시기 아베는 도교 올림픽까지 유치했다. 2013년 9월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서 열린 제125차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 총회서 도쿄가 2020년 하계 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최지로 결정됐다.

연이은 실책
사면초가 꼴

아베는 재집권 이후 도쿄 올림픽 유치위원회 최고 고문으로서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이나 국제 회의 때마다 도쿄 올림픽 유치를 호소했다. 이어 2013년 3월 일본을 방문한 IOC 평가위원회와의 공식 환영 행사서 연설을 하고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아베의 경제적 성과와 더불어 정치적(개헌 추진과 군비 증강), 외교적(강력한 친미, 친서방) 정책이 국민들의 큰 지지를 받아왔다. 그의 친 미국-친 EU 노선과 반중, 반북 정책이 일본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중국의 위협을 강조하고 G7을 포함한 서방 국가를  등에 엎고 일본은 해군력과 공군력을 급속도로 키우고 있는 중이다. 

일본이 미국에 안보를 전적으로 의지해왔던 노선을 폐기하고, 중국, 러시아, 북한 등 반 서방 세계 국가들에 대한 억지력과 공격력을 키우는 대규모 군비 증강 정책이 아베 총리 기간 내내 이뤄지고 있다. 

아베는 권력형 부패 스캔들로 절체절명의 위기까지 몰렸지만, 이를 돌파하고 3연임을 할 정도로 운도 따랐다. 
 

일명 ‘모리토모 학원 비리 사건’이다. 아베가 자신의 측근이 운영하는 모리토모 학원에 국유지를 헐값에 넘겼으며, 이 과정서 국가 고위 공무원들이 공문서를 직접 조작한 사실이 2017년 3월 일본 언론을 통해 폭로됐다. 일본 검찰은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했지만, 그 동안 굳건했던 아베 내각의 최대 위기를 불러올 뻔한 스캔들이었다. 

이 같은 부정부패 스캔들에도 그는 지난해 3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백 원장은 아베의 운세가 서서히 기울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 원장은 “현재 아베가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데, 운이 꺾이는 전초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아베는 연이은 외교 실책으로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판결에 보복이라는 명분으로 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라는 초강수를 띄웠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이번 수출규제로 일본 기업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한국 기업이 만든 반도체가 미국의 애플은 물론이고 일본 대표 기업인 소니나 파나소닉에도 들어가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본의 경제 보복에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전 세계 IT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황금기 
누렸지만…

아베의 경제 보복에 한국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맞서고 있으며 일본은 불매 운동에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석 달째로 이제는 일본 제품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당장 수치로도 드러나는데 일본차 등록은 1년 전의 절반도 안 된다.  


일본차 렉서스 ES300h는 불매운동이 시작됐던 7월 만해도 수입차 시장 3위였다. 하지만 판매량이 38%나 떨어지면서 지난달에는 10위로 밀려났다. 도요타, 혼다 등 다른 일본차 브랜드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지난달 등록한 일본차도 1년 전에 비해 절반 넘게 줄었다. 한 달 만에 감소폭이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일본 맥주도 외면받고 있다. 지난달 수입액이 1년 전보다 97% 넘게 줄었다. 전체서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 된다. 지난해에는 넷 중 하나는 일본맥주였다. 여름 휴가철에도 일본 관광 거부운동은 계속 됐다.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비행기 이용객도 10만명 넘게 감소했다. 휴가지로 인기가 많았던 오키나와행 승객도 1년 전에 비해 62.6%가 줄었다.

아베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도 종료됐다. 군사전문가들은 지소미아 종료는 일본 안보에 타격을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소미아가 필요한 것은 한국보다 일본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다층 유·무인 정찰기와 다목적 위성 등을 통해 북한 정보를 중첩해 수집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 주로 정찰위성을 통해 북한 정보를 수집할 뿐이다. 한국군은 조만간 정찰위성 다수를 운용할 계획이다. 그사이 미군 정보자산도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일본의 정보 제공은 한국에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일본이 한국이 수집한 중첩된 정보가 필요하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였지만
2020년부터 운이 좋지 못하다”


아베는 후쿠시마가 안전하다면서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내년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공급하겠다고 밝혀 국제 사회의 비난도 받고 있다. 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일본이 후쿠시마 제1 원전에 쌓여있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톤 이상을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주장해 국제사회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아베는 정치서도 운이 따라주고 있지 않다. 일본 참의원 선거서 사실상 패배함으로서 아베의 목표인 ‘전쟁가능국가’로 가는 길에 제동이 걸렸다. 그 과정서 한국에 수출규제 조치로 역시 국내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잘못된 선택이다,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세계 경제에 나쁜 영향 준다, 당장 철회하라’는 것이 세계 유수 언론들의 논조가 됐다.
 

일본 유력 일간지 <마이니치신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통상국가의 이익을 손상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일본이 중시해온 자유무역의 원칙을 왜곡했다고 꼬집었다. <아사히신문>은 ‘보복을 즉시 철회하라’ 제목의 사설을 통해 같은 논조를 피력했다.

일본 사회서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지식인 70여명이 ‘과연 한국이 일본의 적이냐?’ ‘일본 수출규제는 적국에 대한 행위와 같은 것이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할 수 없다’ 등 아베를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자민당의 원로도 아베의 결정에 대해 쓴소리를 내놨다. 고가 모코토 전 자민당 간사장은 “전쟁 말기와 같은 정치의 빈곤이다. 현실 정치를 보면 아베 주변서 다양한 의견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스스로 
 자멸할 것”

백 원장은 아베의 운세가 2020년부터 꺾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아베는 오랫동안 운칠기삼으로 황금기를 누렸지만, 2020년부터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운이 좋을 때는 나쁜 결정을 해도 좋은 결과를 얻지만, 운이 나쁠 때는 아무리 좋은 결정을 해도 결과가 좋지 않은 법”이라고 말했다. 


<cmp@ilyosisa.co.kr> 

 

▲ 백운비 백운비역리원장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역학에 대한 그의 학문적인 깊이를 알 수 있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그는 역학을 만나기 전 사법을 전공하는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역학을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에 대한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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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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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