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유통업계’ 한가위 반전카드

굳게 닫힌 지갑을 열어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대형마트 3사가 추석 대목을 맞이했다. 이들은 실적 부진을 타개하고자 고삐를 단단히 쥐고 있다. 이번 명절은 평소보다 이른 데다 짧기까지 하다. 게다가 여름휴가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 유통업계는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 흠플러스 매장 풍경 ⓒ홈플러스

유통업계는 최근 ‘위기’라는 꼬리표와 함께 한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빅3’가 대표적이다. 유통업계 전통 강호들은 날개가 한풀 꺾인 형국이다. 배경은 소비 패턴의 변화였다.

아 옛날이여∼
줄줄이 적자

전통적으로 대형마트들은 오프라인 시장서 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온라인과 모바일의 문을 두드렸다. 굳이 집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클릭과 터치 몇 번으로 제품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 역시 나쁘지 않다. 대형마트가 삐걱거릴 동안 쿠팡과 위메프, 티몬 등 소셜커머스는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의 ‘2019년 7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현실을 여실 없이 드러냈다. 산자부는 7월 동향을 한마디로 ‘온라인 맑음, 오프라인 흐림’이라고 봤다.

산자부 자료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하락했다. 특히 대형마트는 13.3%라는 두 자릿수 감소를 보였다. 산자부는 ‘가전과 문화 매출 감소’를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온라인 판매는 증가했다.


배경은 가전·전자, 서비스 부문의 성장이었다. 대형마트 하락 원인 중 하나가 가전 매출 감소였다. 확연한 대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오프라인은 전체적으로 하락세다. 대형마트 외에 백화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각각 4.0%, 2.7% 하락했다. 백화점은 의류 부문의 감소 영향이 컸다. 다만 편의점은 간편식 매출의 증가로 2.4% 성장했다.

소비 변화로 온오프라인 격차 확대
대형마트 부진 ‘빅3’ 나란히 적자

온라인 판매중개 역시 온라인 판매와 함께 성장했다. 온라인 판매중개의 성장은 무려 10.8%. 산자부는 그 연유를 ‘배송 서비스 강화 등에 따른 식품군 매출의 증가’라고 분석했다. 온라인 판매중개는 G마켓과 쿠팡 등을 일컫는다. 이들은 온라인 판매업자들을 위해 중개 플랫폼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하나 같이 기를 펴지 못했다.

이마트는 이번 2분기에 적자를 봤다. ‘이마트 적자’는 1993년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로 지금까지 적자를 내본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심지어 이마트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굳건했다. 이마트의 견고한 아성에 금이 간 것이다.
 

▲ 이마트 매장 풍경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출액은 증가했다. 이마트의 2분기 매출액은 4조6000억원. 전년대비 5916억원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매출원가와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가 매출액을 넘어섰다. 매출원가는 3조4100억원, 판관비는 1조200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했을 때 각각 5200억원, 1600억원 증가했다.


이마트 자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마트의 SSG닷컴과 이마트24도 영업손실을 냈다. SSG닷컴은 이마트의 ‘e커머스 브랜드’로 113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이마트24 역시 지난해 396억의 적자를 냈다. 이마트24는 이마트가 지난 4년간 27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한 곳이다. 이마트는 1인 가구 증가를 눈여겨 본 뒤, 자사 편의점 육성에 집중했다. 이마트는 2014년 150억원, 2017년 799억원, 지난해 1099억원 등을 지원했으나 적자의 굴레를 벗어나진 못했다.

명절 특수 
만반 준비

롯데마트 역시 적자 행진을 보였는데 2분기 영업손실은 340억원이었다. 롯데마트 역시 매출은 1조5950억원으로 늘었지만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롯데마트는 2분기 때 국내서만 5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해외 등지서 160억원의 이익을 창출했다. 적자는 3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전년도 영업손실 270억원에 비해 적자 폭은 늘었다.

홈플러스는 비상장사로 분기 실적을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실적 악화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대형마트 빅3는 추석 대목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마트 등은 이번 명절을 기점으로 실적 부진서 벗어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들은 먼저 조기 대금 지급에 나섰다. 명절 기간 협력업체들의 자금 소요(상여금과 임금, 원자재 대금 등)가 많아지는 만큼 자금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1000여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1330억원의 대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역시 350여개 협력사에 175억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했다. 정산은 오는 15일이지만 이를 5일 앞당겨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10일)에 지급을 마칠 예정이다.

롯데그룹 역시 전방위적인 조기 지급에 나섰다. 롯데마트 뿐만 아니라 롯데백화점,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등 36개사가 참여한다. 대금 지급은 오는 10일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이번 대금 지급으로 약 1만3000개의 중소 협력사가 혜택을 볼 전망이다.

단점은 보완
강점 차별화

롯데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납품대금을 조기 지급해왔다.

홈플러스 역시 중소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조기 지급을 시작했다. 규모는 800억원으로 약 2900여개의 중소 협력사가 혜택을 볼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지급일보다 20여일 정도 앞당겨 추석 연휴 전(10일)에 모두 지급할 방침이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협력회사와의 동반성장 차원서 자체적으로 금융비용을 투자해 상품 대금을 명절 전에 미리 지급하기로 했다”며 “중소 협력회사들이 자금 부담을 덜고 추석 영업을 준비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롯데마트

대형마트 3사는 배송 전략 수립에도 여념이 없다. 추석은 그야 말로 ‘배송 전쟁’이다. 제품이 전국 각지서 오고 가면서 물량이 밀리곤 한다. 이 과정서 제품에 이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나 추석이 9월 초인 만큼 대형마트들은 늦더위에 대비할 전망이다.

이마트는 지난 28일부터 오는 10일까지 냉장·냉동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이마트는 오는 2일부터 9일까지는 이른바 ‘콜드 체인 시스템’을 가동, 배송 제품에 차질이 없도록 집중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22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집중 배송에 나선다. 롯데마트는 생산지 센터서 품질 검사·포장·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맡을 예정이다. 선물세트의 품질과 선도 유지를 위해서다. 센터에는 전문 인력들이 상주, 제품을 꼼꼼히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각양각색 전략 발길 다시 잡을까
도약 위한 한판승부…치열한 경쟁

홈플러스는 때 아닌 복병을 만났다. 홈플러스 안성 물류센터는 ‘노노갈등’으로 1주일간 정상 운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인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화물차 기사들 간의 갈등이었다. 다행히 한국노총 소속 화물차 기사들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물류센터는 궤도에 올라탔다. 다만 추석 전 물류센터 가동 중단으로 사측과 납품 농가 등이 손해를 봤다.

이마트 등은 추석선물세트를 추석 2주 전부터 일제히 출시, 명절 대목을 잡기 위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대형마트 간 경쟁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이마트는 지난 31일부터 선물세트 본판매를 시작했다. 기간은 오는 13일까지다. 이마트는 늦더위를 염두, 냉장 한우를 중심으로 제품 구성에 나섰다. 이마트는 젊은 층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에어프라이기 요리가 가능한 굴비 등을 내놨다. 에어프라이기는 기존 가정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제품이다. 간편함을 추구하는 젊은 층과 함께 에어프라이기 구비에 적극적인 1∼2인 가구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중으로 해석된다.
 

▲ 이마트

롯데마트는 정육과 과일에 집중한다. 롯데마트는 친환경과 합리적 가격을 내세우며 명절 특수를 정조준했다. 롯데마트는 자체 운영 중인 ‘황금당도’ 브랜드를 통해 과일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기존 추석 선물 풍속도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고급화해 내놓은 것이다.

다양하고
저렴하게

홈플러스는 지난 29일부터 선물세트 출시를 개시했다. 홈플러스는 오는 14일까지 판매를 지속한다. 홈플러스는 건강기능 식품에 비중을 뒀다. 또한 김영란법 선물 한도인 5만원 이하 상품, 10만원 이하 농축산물 비중도 늘렸다. 선물을 주고받는 데 부담을 덜어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추석 이후마트 3사 전략은? 

이마트는 난관을 타개할 방책으로 ‘초저가’ 전략을 지속할 전망이다. 이마트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1탄에 이어 2탄을 선보였다.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1탄은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불렀다. 이마트는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내놨으며 대상 품목도 30종서 70종으로 확대했다.

대표적으로 물티슈와 치약, 칫솔, 의류건조기 등이다. 이마트는 추후에도 제품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점쳐진다.

롯데마트는 ‘신선 제품 강화’ 전략을 내세웠다. 롯데마트는 지난 22일부터 ‘대한민국 산지 뚝심’이라는 이름의 전국 농축산물 우수산지 생산자 상품을 내놨다. 대형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인 신선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는 “지역의 우수한 농수축산물을 지속 발굴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의 경쟁력을 확보해 현재 당면한 위기들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홈플러스는 ‘물류’에 방점을 맞출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점포에 온라인 물류기능을 추가, ‘점포 풀필먼트센터’를 구축 중이다.

홈플러스는 인천과 경기도 안양에 풀필먼트센터 1호점과 2호점, 경기도 수원시에 3호점을 내놨다. 기존 점포를 이용해 시공비를 절약하고, 온라인 물류 기능을 한층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1월 아시아 최초 EMD(유럽 최대 유통연합)에 가입한 바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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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