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동굴여행 ③무주머루와인동굴

술이 익어가는 서늘한 동굴

▲ 적상산 중턱에 자리한 무주머루와인동굴

우리나라도 와인 생산국이다. 야생 포도인 머루와 오미자, 오디 등을 이용해 특별한 와인을 만든다. 무주 농가에서 국내 머루 생산량의 약 60%를 재배하고, 머루 농가와 머루와인 업체가 협력해 맛깔스러운 와인을 빚는다. 머루와인은 적상산 중턱(450m)에 자리한 무주머루와인동굴에서 만난다. 더위를 피하고 머루와인도 맛볼 수 있어 여름철 여행지로 제격이다. 머루와인과 사과와인 6종을 무료로 시음하는데, 조금씩 다른 맛이 오묘하다. 동굴에 오래 있으면 몸이 으슬으슬하다. 이때 머루와인 족욕을 하면 몸이 따뜻해지고 피로가 스르르 풀린다.
 

▲ 무주 남쪽을 지키는 적상산. 오른쪽으로 첩첩 산이 펼쳐진다.

통영대전고속도로를 타고 금산을 지나면 앞쪽으로 웅장한 산이 나타난다. 무주가 가까웠다는 걸 알리는 적상산이다. 무주의 수호산인 적상산은 사면이 절벽으로 둘러싸여 험악하게 보인다. 붉은색 바위 지대가 마치 산이 붉은 치마를 입은 것 같다고 적상(赤裳)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한국 100대 명산에 든다. 적상산 중턱에 무주머루와인동굴이 자리한다.
 

▲ 와인 잔과 머루로 꾸민 무주머루와인동굴 입구의 상징물

평균온도 13~14℃

무주 시내에 들어와 적상산 품에 난 도로를 따라 10분쯤 구불구불 오르면 무주머루와인동굴 주차장에 닿는다. 여기에 동굴이 생긴 건 무주양수발전소를 만들면서 터널을 뚫었기 때문이다. 작업용 터널이 2007년에 무주머루와인동굴로 새롭게 태어났다. 동굴 길이가 총 579m인데 그중 290m를 사용하고 있다. 무주머루와인동굴 입장료는 2000원(시음장 무료 이용·음료 1잔 포함, 와인 족욕 별도), 이용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30분이다(월요일·명절 당일 휴관, 성수기는 월요일 정상 운영).
 

▲ 머루 정령이 입을 벌리고 있는 무주머루와인동굴 입구

동굴 입구에 입을 크게 벌리고 선 머루 장승 부부의 표정이 해학적이다. 장승 뒤에 도깨비처럼 생긴 머루 정령이 입을 쩍 벌리고 있는데, 여기가 동굴 입구다. 동굴에 들어서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바람은 차가워지고 슬슬 땀이 식는다. 동굴 안 평균온도는 13~14℃. 여름철 밖의 기온이 대개 30℃가 넘으니 무려 15℃ 이상 낮은 셈이다.
 

▲ 머루에 대한 정보가 있는 안내문

동굴에서는 먼저 머루에 관한 안내문을 만난다. 야생 포도인 머루는 포도보다 맛과 향이 진해 와인을 빚기에 적합하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홋카이도(北海道)산 와인도 머루로 만든다고 한다. 무주는 국내 최대 머루 산지로, 머루 농가 110여 가구와 5개 머루와인 업체가 손잡고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벽에 붙은 안내문을 읽어보면 ‘왜 머루로 와인을 만들까?’라는 궁금증이 가시고, ‘맛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에 입맛을 다시게 된다.
 

▲ 동화 속 세상처럼 알록달록 꾸민 무주머루와인동굴 내부

이후는 동화 속 세상처럼 아기자기하다. 머루 줄기와 열매를 색색의 조명으로 치장한 포토 존이 나오고, 그리스신화 주인공이 와인을 따르는 재미난 트릭 아트, 화려한 빛 터널 등이 이어진다.

와인 병 모양 조형물에는 “우리는 흔히 와인 하면 외국산 수입 와인만을 떠올립니다. 그들에 비해 땅도 작고, 인구도 적지만 그들과 어깨를 견주어 우리의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것을 소중히 여길 때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Made in Korea가 되지 않을까요? 이제부터 무주머루와인이 만들어갑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우리 와인을 만드는 당당함이 느껴져서 좋다. 와인 선진국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이런 동굴이 있었다면 와인 명소가 됐을 것이다.
 

▲ 머루와인과 사과와인을 무료로 맛보는 시음장

이윽고 시음장에 도착하자 직원이 반기며 시음을 권한다. 현재 시판되는 머루와인은 덕유양조의 ‘무주구천동머루와인(MEORUWINE)’, 무주군산림조합의 ‘루시올뱅(LUCIOLE VIN)’, 샤또무주의 ‘샤또무주(CHATEAU MUJU)’, 산들벗의 ‘마지끄무주(MAGIQUE MUJU)’, 칠연양조의 ‘붉은진주(RED PEARL)’ 등이다. 반딧불사과와인영농법인의 사과와인 ‘애플린(Apple lean)’도 있다.
 

▲ 무주에서 생산하는 머루와인 5종과 사과와인

시음장에서는 5가지 머루와인과 사과와인을 맛볼 수 있다. 먼저 직원이 권한 루시올뱅을 마셨다. 첫맛은 신맛이 강하고 뒷맛이 살짝 달콤했다. 무주구천동머루와인은 신맛과 단맛이 조화로웠다. 사또무주는 달콤한 맛이 느껴졌다. 나머지 와인도 제각각 맛이 달랐다. 전체적으로 와인 맛이 생각보다 훌륭했다. 괜찮은 머루와인이 여러 종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시음장 직원에게 “어느 와인이 가장 반응이 좋은가요?” 하고 물어보니, 입맛이 각양각색이라 특정 와인이 몰표를 받진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은 시음장에서 맛을 비교해보고 입맛에 맞는 와인을 고른다. 여기서 구입하면 할인 혜택도 있다.
 

▲ 족욕장에서 머루와인 족욕을 즐기는 사람들

시음장 옆에 족욕장이 보인다. 동굴에 오래 있으면 몸이 으슬으슬하게 마련이다. 이런 때 족욕이 제격. 뜨거운 물에 머루와인을 넣자 좋은 향기가 솔솔 올라온다. 발을 담그니 몸이 스르르 풀리면서 조금씩 따뜻해진다. 여독이 한 방에 풀리는 기분이다(이용료 3000원).
 

▲ 무주양수발전소의 발전설비 위에 만들어진 적상산전망대

머루와인 족욕까지 마쳤다면 동굴에서 나와 적상산의 명소를 둘러보자. 동굴 앞에서 산정으로 이어진 도로는 한동안 갈지자를 그리고, 적상터널을 통과하면 느닷없이 호수가 나타난다. 무주양수발전소의 상부 저수지인 적상호다. 무주양수발전소는 상부 저수지에서 산 아래 하부 저수지로 물을 떨어뜨려 전기를 생산한다.
적상호 북쪽 끝자락에 적상산전망대가 있다.


더위 피하고 머루와인도 시음
족욕과 함께 피로가 사르르

거대한 굴뚝처럼 생긴 전망대는 무주양수발전소의 발전설비인 조압수조다. 발전기가 갑자기 멈췄을 때 수로 압력이 급상승하는 걸 완화해주는 설비라고 한다. 건물 3~4층 높이 전망대 꼭대기에 오르면 시야가 넓게 열린다. 전망대를 한 바퀴 돌면서 무주의 산하를 감상할 수 있다. 북쪽으로 산이 첩첩 둘러싸인 가운데 무주 시내가 자리 잡았고, 남쪽으로는 무주덕유산리조트 스키장이 보인다.
 

▲ 안렴대로 가는 숲길이 호젓하다.
▲ 덕유산의 장쾌한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안렴대

적상산전망대가 무주양수발전소 덕분에 생긴 인공 전망대라면, 적상산 8부 능선에 자리한 안렴대는 천혜의 전망대다. 안국사주차장에 도착하면 ‘안렴대 500m’ 안내판이 있다. 호젓한 숲길을 따라 10분쯤 가면 마당바위 같은 너른 바위 지대인 안렴대가 나타난다. 바위 아래는 천길만길 벼랑이다. <한국지명총람>에 따르면, 고려 말 거란이 침입했을 때 삼도 안렴사가 이곳 바위 아래 굴에 숨어서 유래한 지명이라고 한다. 안렴대의 자랑은 장쾌한 조망이다. 남쪽으로 향적봉에서 남덕유산까지 이어지는 덕유산 주 능선이 장쾌하고, 맑은 날에는 서쪽으로 진안 마이산이 보인다.
 

▲ 안국사 천불전. 부처의 미소가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한다.

안렴대에서 되돌아오면 안국사 경내로 들어선다. 안국사는 1277년(고려 충렬왕 3) 월인이 창건했다는 설과 조선 태조 때 무학대사가 적상산성을 쌓고 절을 지었다는 설이 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는 승병이 주둔했다고 한다. 1995년 적상산에 무주양수발전소가 생기자, 안국사가 자리한 지역이 수몰 지구로 편입되어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천불전에 들어서니 제각각 다르고 또 비슷한 부처의 미소가 재미있다.

적상산에서 내려와 무주 시내의 무주문화원으로 간다. 건물 3층에 김환태문학관과 최북미술관이 있다. 김환태문학관에 들어서자 나비 무리 그림 가운데 이어령 평론가가 쓴 ‘김환태의 문학 정신’이란 글이 있다. 나비 그림은 김환태가 쓴 글의 유명한 구절 “나는 상징의 화원에 노는 한 마리 나비이고자 한다”에서 따온 것이다. 
 

▲ 김환태문학관과 최북미술관의 세련된 외관

적상산전망대

김환태는 일제강점기에 순수문학의 이론 체계를 정립한 무주 출신 문학평론가다. 1943년 귀향해서 이듬해 세상을 뜰 때까지 무주에 살았다. 최북미술관은 무주 출신 화가 최북을 기리는 미술관이다. 이곳에서는 ‘조어도’ ‘풍설야귀인도’ 등 대표작을 관람할 수 있고, 조선 후기 회화의 흐름도 살펴볼 수 있다. 무주가 낳은 문화 예술인과 만나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무주머루와인동굴→적상산전망대→안렴대→안국사→김환태문학관&최북미술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무주머루와인동굴→적상산전망대→안렴대→안국사→적상산사고
둘째 날: 김환태문학관&최북미술관→무주반디랜드→태권도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무주관광 https://tour.muju.go.kr/tour
- 무주머루와인동굴 http://tour.muju.go.kr/cave/index.do 

문의 전화
- 무주군청 문화관광과 063)320-2545
- 무주머루와인동굴 063)322-4720
- 덕유산국립공원적상분소 063)322-4174
- 안국사 063)322-6162
- 김환태문학관&최북미술관 063)320-5636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무주,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5회(07:40~14:35)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무주공용버스터미널에서 무주머루와인동굴까지 택시(약 8000원) 이용.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무주공용버스터미널 063)322-2245

자가운전
통영대전고속도로 무주 IC→무주로→싸리재터널→괴목로→산성로→무주머루와인동굴

숙박 정보
- 무주반디랜드(통나무집): 설천면 무설로, 063)320-5666, http://tour.muju.go.kr/bandiland/index.do
- 무주덕유산리조트: 설천면 만선로, 063)320-7000, www.mdysresort.com
- 무주스키텔: 설천면 만선로, 010-5576-2830, www.mujuskitel.co.kr
- 무주이리스모텔: 무주읍 한풍루로, 063)324-3400

식당 정보
- 금강식당(매운탕·어죽): 무주읍 단천로, 063)322-0979, http://금강식당.com
- 섬마을(매운탕·어죽): 무주읍 내도로, 063)322-2799 
- 별미가든(산채정식): 설천면 구천동로, 063)322-3123

주변 볼거리
적상산사고, 무주반디랜드, 태권도원 등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