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희그룹 애지중지 ‘장남 회사’ 실체

뭉칫돈 차곡차곡 ‘어디에 쓰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동희그룹 2세 개인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000억원. 5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매출은 모두 내부거래서 나왔다. 이 회사는 2700억원의 잉여금도 비축해두고 있다. 그룹 2세, 개인회사, 일감 몰아주기, 잉여금(자본). ‘경영 승계’를 설명하는 모든 키워드가 이 회사에 있다.
 

동희그룹은 자동차부품 제조·판매 회사다. 창업주는 이동호 회장. 오늘날 동희홀딩스의 옛 사명은 동희산업이었다. 동희산업은 2006년 12월 사명을 동희엔지니어링으로 변경했다. 동희엔지니어링은 자동차부품 제조부문을 물적분할, 동희산업을 설립했다. 이후 동희엔지니어링은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2008년 동희엔지니어링은 사명을 디에이치홀딩스로 교체했다. 같은 날 동희오토모티브를 흡수합병했다. 2014년 디에이치홀딩스는 사명을 동희홀딩스로 변경했다.

자동차부품
제조·판매

동희홀딩스에는 14개의 종속회사가 있다. 국내에는 4개의 회사가 있다. ▲동희정공 ▲동희산업 ▲동희 ▲동희오토 등이다. 동희홀딩스는 동희오토(45%)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 중이다. 동희정공과 동희산업, 그리고 동희는 자동차부품 제조를 담당하고 있다. 동희오토는 자동차 제조사다.

나머지 10개의 회사는 해외 각지에 있다. 이들의 소재지는 중국과 미국, 러시아를 비롯해 슬로바키아, 체코, 터키, 멕시코 등으로 다양하다. 중국에 3곳, 미국에 2곳의 회사가 있다. 이 외에는 모두 1곳씩 설립돼있다.

중국에는 ▲동희기차배건 ▲강소동희기차배건 ▲천진동희기차배건 등이 있는데 모두 유한회사다. 미국에는 ▲Donghee America Inc. ▲Donghee Alabama LLC(동희 알라바마)가 있다. ▲Donghee Rus LLC(동희 러시아) ▲Donghee Slovakia s.r.o(동희 슬로바키아) ▲Donghee Czech s.r.o(동희 체코) ▲Donghee Otomotiv San.Tic.Ltd(동희 터키) ▲Donghee Mexico S. de R.L. de C.V.(동희 멕시코) 등이 있다.


동희홀딩스는 이들의 지분을 모두 100% 갖고 있다. 미국의 Donghee America Inc.(지주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은 모두 자동차부품 제조를 맡고 있다.

동희홀딩스는 이 회장 부자의 회사다. 이 회장은 동희홀딩스의 대표이사고, 동희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이 회장(49%)과 동희하이테크(51%)다. 동희하이테크는 이 회장 장남의 개인회사다. 장남은 동희하이테크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그는 이태희 동희하이테크 대표이사다.

눈길이 가는 건 동희하이테크의 내부거래 비중. 동희하이테크의 매출액 전체가 내부거래서 비롯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익은 고스란히 이 사장에게 넘어간다. 동희하이테크의 매출액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가장 비중이 낮을 때가 87%였고, 가장 높을 때는 무려 99%였다.

아들 지분 100% 보유
특정 자회사에 일감 

동희하이테크의 최근 5년간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94.80%(2191억원/2311억원), 2015년 92.23%(2181억원/2365억원), 2016년 87.53%(2139억원/2444억원), 2017년 87.25%(2018억원/2313억원), 2018년 99.74%(1996억원/2002억원)이었다.

내부거래 매출 중 눈에 띠는 특수 관계인은 ▲동희 슬로바키아▲동희 체코▲동희 터키 등 해외 회사다.

동희하이테크는 슬로바키아와 체코, 터키서의 매출이 꽤 높았다. 2014년 슬로바키아는 879억원, 체코는 436억원, 터키는 211억원이었다. 이후 2015년(723억원·598억원·251억원), 2016년(749억원·608억원·252억원), 2017년(695억원·612억원·233억원), 2018년(614억원·711억원·225억원) 등이었다. 2018년에는 체코에서의 매출액이 슬로바키아를 넘어섰다.


동희하이테크의 내부거래 매출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2014년 69.71%(1527억원/2191억원), 2015년 72.13%(1573억원/2181억원), 2016년 75.33%(1611억원/2139억원), 2017년 76.38%(1541억원/2018억원), 2018년 77.70%(1551억원/1996억원)이다.

동희하이테크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항상 ‘플러스’였다. 2014년 289억원의 영업이익, 2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어 2015년(268억원·251억원), 2016년(252억원·293억원), 2017년(192억원·101억원), 2018년(350억원·194억원) 등이었다.

동희하이테크는 상당한 이익잉여금을 ‘쟁여놓고’ 있다. 지난해 잉여금만 2704억원이다. 잉여금은 매년 쌓이고 있다. 2014년 1861억원에서 2113억원(2015년), 2407억원(2016년), 2509억원(2017년), 2704억원(2018년)으로 증가세다.

동희하이테크는 사실상 내부거래로 성장한 회사다. 동희그룹 2세의 개인회사기도 하다. 후계자의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성장시키고, 벌어들인 수익으로 ‘승계 비용’을 대체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중에
승계 비용으로?

이 사장은 지난해 4월10일 ‘한국-슬로바키아 정상회담’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서 키스카 슬로바키아 대통령과 만났다. 양국 정상은 1시간 정도 회담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전 세계서 1인당 자동차 생산량이 가장 많은 슬로바키아서 우리 기업들이 일익을 담당하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정상회담 이후 공식 오찬에 등장했다. 당시 이 자리에는 이 사장과 손경식 CJ그룹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박한우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임영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김철영 미래나노텍 대표이사,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회장 등 기업인 10명이 참여했다.

몇몇 관계사들의 내부거래 비중도 지나치기 어렵다. 동희홀딩스의 종속회사 동희정공의 내부거래 규모는 줄어들고 있는 편이다. 다만 그 비중은 낮다고 보기 어렵다.

동희정공의 최근 5년간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59.05%(1351억원/2288억원), 2015년 53.63%(1124억원/2097억원), 2016년 45.00%(959억원/2132억원), 2017년 40.35%(751억원/1862억원), 2018년 40.85%(824억원/2017억원)이었다.

동희정공의 내부거래 매출서 ▲동희산업 ▲동희 ▲동희하이테크는 지속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모두 이 회장 부자의 100% 지배 아래 있는 곳이다.

동희산업과 동희·동희하이테크는 2014년 각각 409억원, 168억원, 293억원의 매출을 올려줬다. 이어 2015년(244억원·99억원·254억원), 2016년(94억원·113억원·244억원), 2017년(169억원·105억원·261억원), 2018년(184억원·197억원·260억원) 등이었다.

세 회사가 전체 내부거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2014년 64.47%(871억원/1351억원), 2015년 53.15%(597억원/1124억원), 2016년 47.19%(452억원/959억원), 2017년 71.34%(536억원/751억원), 2018년 77.87%(641억원/824억원)이었다.


회계법인
주의 강조

한편 동희정공의 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 ‘원지’는 2018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주의’를 강조했다. 회계법인은 “이용자는 다음 사항들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특수 관계인과의 거래’를 지목했다.

회계법인은 “회사는 제품 등의 일부를 특수 관계인을 통해 매출하고 있다”며 매출액과 매입액, 채권 잔액과 채무 잔액, 차입금 상환 정도를 명시했다.

동희정공의 당기 채권 잔액은 171억원으로 전기(113억원)보다 올랐다. 당기 채무 잔액의 경우 353억원으로 전기(233억원)에 비해 증가했다. 동희정공은 특수 관계인으로부터 당기 161억원을 빌렸고, 145억원을 상환했다. 각각 전기(90억원·31억원)와 비교했을 때 70억원 이상을 더 빌리고, 110억원 정도를 갚은 것이다.
 

회계법인은 2014년 감사보고서부터 꾸준히 특수 관계인과의 매출과 매입, 채권잔액과 채무잔액, 차입금 등을 강조사항으로 언급했다.

2015년 감사보고서에서는 강조 사항이 하나 더 늘었다.


회계법인은 “당기 회계연도 중기계장치 등에 대한 감가상각방법을 정률법서 정액법으로 변경했다”며 “회계변경 효과로 감가상각비는 종전의 방법에 비해 72억원 감소했고, 당기순이익과 이익잉여금은 72억원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동희정공은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연이어 겪고 있다. 동희정공은 153억원의 영업손실과 1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2015년(203억원·197억원), 2016년(107억원·124억원), 2017년(139억원·141억원), 2018년(153억원·101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동희홀딩스의 또 다른 종속회사인 동희의 내부거래도 상당하다. 동희 역시 이 회장 부자의 완전한 지배를 받고 있다.

내부거래로 매출 99%
매년 100억 단위로 증가

동희의 최근 5년간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87.46%(1349억원/1543억원), 2015년 75.84%(1309억원/1726억원), 2016년 83.06%(1341억원/1614억원), 2017년 69.27%(974억원/1406억원), 2018년 73.40%(871억원/1186억원)이다. 5년 평균 내부거래 규모는 1000억원을 상회한다.

동희의 내부거래 매출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특수 관계인은 중국 소재의 ▲동희기차배건 ▲강소동희기차배건으로 두 회사 모두 동희홀딩스의 100% 지배를 받는다.

동희기차배건과 강소동희기차배건은 2014년부터 각각 521억원과 274억원의 매출을 올려줬다. 이어 2015년(510억원·306억원), 2016년(332억원·472억원), 2017년(347억원·216억원), 2018년(211억원·162억원)이었다.

이들이 동희 내부거래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58.97%(796억원/1349억원), 2015년 62.43%(817억원/1309억원), 2016년 60.06%(805억원/1341억원), 2017년 57.92%(564억원/974억원), 2018년 42.91%(373억원/871억원)이었다. 평균적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동희는 2014년 2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5년 142억원의 영업이익, 153억원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16년(147억원·161억원), 2017년(52억원·24억원), 2018년(5억원·24억원)등이었다.

회계법인은 앞서 동희정공의 경우처럼 감사보고서에 ‘주의’를 적시했다. 회계법인은 2014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회사는 상품 등을 특수 관계인을 통해 매출하고 있다”며 당기 내부거래 매출액과 채권 잔액, 매입액과 채무 잔액 등을 밝혔다.

동희는 당기 내부거래 매출액이 1349억원으로 전기(1142억원)보다 늘었다. 당기 채권 잔액은 399억원으로 전기(279억원)보다 많았다. 매입액은 567억원, 전기(562억원)와 대동소이했다. 채무잔액은 83억원으로 전기(90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특수 관계자
거래 비중↑

회계법인은 동희의 2014년 이후 모든 감사보고서에서 ‘주의’를 강조했다. 2014년과 같이 내부거래 매출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2016년 감사보고서부터는 차입금 내용도 포함됐다. 동희의 2015년 감사보고서엔 동희정공과 마찬가지로 ‘회계변경’의 내용이 담겨있다. 회계법인은 “당 회계연도 중기계장치 등에 대한 감가상각방법을 정률법서 정액법으로 변경했다”며 “회계변경의 효과로 감가상각비는 종전의 방법보다 36억원 감소했고, 당기순이익과 이익잉여금은 36억원 증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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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