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라이벌' 신동빈 vs 정용진 '유통대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7.09 14:14:07
  • 댓글 0개

롯데가 나서면 신세계도 나서고 정용진이 하면 신동빈도 한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유통업계 영토 확장을 놓고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하이마트 인수를 놓고 시작된 전쟁이 전자랜드로까지 전장을 넓혔고 해외시장 공략에 대해서도 서로 차별화된 정책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닮은 듯 다른 이 둘의 신경전은 이들이 그룹 경영전반에 손을 뻗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어져 왔다. 백화점과 할인점, 아울렛 사업까지 유통가 숙명의 라이벌 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의 닮은 듯 다른 행보를 조명해 봤다.

먼저 웃은 쪽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었다.

롯데는 하이마트와 전자랜드가 매물로 나온 이후 줄곧 인수 유력후보로 꼽힐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신세계그룹은 불확실한 태도를 보이다가 하이마트 인수에 롯데가 유력후보로 꼽히자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롯데는 전자랜드를 포기하고 하이마트에 올인했다. 신세계는 하이마트 대신 전자랜드를 택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인수에 최소 1조20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보이는 하이마트를 롯데에 내주고 신세계가 전자랜드를 인수함으로써 롯데를 견제하겠다는 전략이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이마트 품은 롯데
대형마트 2위 꿰차나?

이런 상황에서 하이마트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선정되면서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가 무산되는 모습을 보이자마자 신세계는 전자랜드 인수를 포기했다. 롯데 견제의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하이마트 우선협장대상자로 선정된 MBK파트너스가 실사기간 연장을 포기하고 입찰 때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을 써냈던 롯데쇼핑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부터 발생했다.

신세계가 뒤통수를 맞은 것. 자연스럽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자존심싸움에서 졌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롯데 신 회장이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인 후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해 일각에서는 인수전략에서도 신세계 정 부회장이 밀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신 회장은 롯데백화점 평촌점에서 사장단 회의를 갖고 "지난 몇 년간 롯데는 국내외의 대형 인수합병(M&A)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지만 지금은 극도로 불안한 경제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라며 "하반기에는 어떤 상황이 닥칠지 예상할 수 없는 만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양사 모두가 인수를 포기한다면 상관없지만 하이마트가 신 회장의 품에 안길 경우 정 부회장의 이마에는 주름이 늘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의 영토가 대폭 증가하면서 업계 1위인 이마트의 자리를 위협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는 롯데백화점 31개, 롯데마트 96개, 롯데슈퍼 431개 등 약 55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하이마트 314개를 합하면 860여개를 운영하게 된다.

'뜨거운 감자' 하이마트, 롯데 품으로…날개 단 신동빈 
발등에 불 떨어진 정용진 전자랜드 인수 적극 나서나?


반면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 10개, 이마트 139개, 신세계에브리데이 106개 등 300개가 채 되지 않는다.

하이마트 매출과 롯데마트 매출을 합치면 12조원 규모로 신세계 이마트에 이어 대형마트 부문 2위인 홈플러스 (약 9조원)를 제치고 단숨에 대형마트 2위 자리를 꿰찬다.

롯데는 하이마트 일부 매장을 디지털파크와 같은 체험형 매장으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2018년까지 전자제품 전문점 사업을 연간 10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설명이다. 그룹의 유통사업 부문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가 확정되면 신세계도 다시 M&A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가 애초 목적인 롯데 견제를 위해 전자랜드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것.

신세계는 전자랜드 우선인수협상자로 선정된 지난 5월부터 한달 가량 실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기존에 책정된 2800억원의 인수대금에 대한 가격협상 과정에서 협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관계자는 "전자랜드 인수는 롯데와 전혀 관련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시장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당장 전자랜드 인수를 다시 추진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세계 "전자랜드 인수
재추진 계획 없다"

신세계로서는 가전 부문에서 롯데보다 열세에 놓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신 회장과 정 부회장은 백화점과 할인점 사업에서 오래 전부터 1, 2위를 다퉈온 터라 유통업계 숙명의 라이벌로 인식되고 있다.

1995년 일본 도쿄도에서 신격호 전 롯데그룹 회장 차남으로 태어난 신 회장은 1977년 아오야마가쿠인 대학을 졸업하고 1980년 콜롬비아 대학 대학원을 수료했다. 1981년 4월부터 1988까지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일했고 1988년 4월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했다. 한국 롯데에는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취임하면서 발을 들여놓았다. 1995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을 거쳐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에 오르면서 신격호 전 회장에 이어 사실상 후계자리를 굳혔다. 2004년 정책본부장을 겸임하면서 케이피케이칼, 한화마트, 우리홈쇼핑, 대한화재, 마크로(중국·인도네시아), 럭키파이(중국), 길리안(벨기에), 타이탄(말레이시아) 등을 인수하면서 롯데그룹의 덩치를 키워왔다. 그룹 회장에는 지난해 2월 취임했다.

정 부회장은 1968년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과 이명희 신세계 회장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경복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1년 다니다 미국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귀국한 그는 한국후지쯔 유통사업부에서 1년간 근무하고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해 1997년 기획조정실 상무로 승진, 2000년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거쳤다.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시기는 2006년 경영지원실 부회장을 맡으면서였다. 2009년 신세계 총괄 대표이사로 승진한 그는 2010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1995년 탤런트 고현정과 결혼해 1남1녀를 두었지만 2003년 11월 이혼, 2011년 5월 플루티스트 겸 대학강사 한지희씨와 재혼했다.

1955년생인 신 회장과 1968년생인 정 부회장은 13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차이가 나지만 그 둘 사이의 경쟁의식은 상당하다.


두 사람의 첫 번째 전쟁은 중국 내 할인점 사업이었다. 지난 2007년 정 부회장이 중국 내 이마트 매장을 10개까지 늘리자 신 회장은 네덜란드계 할인점인 마크로의 중국 내 점포 8개를 모두 인수하면서 맞섰다. 신 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09년 중국 마트인 타임스 65개 매장을 인수했다. 이로써 중국 내 할인점 다툼에서는 롯데가 우세한 고지에 섰지만 정 부회장이 매제인 문성욱 신세계 L&C 부사장에게 이마트 중국본부전략경영총괄을 맡기고 중국 27개 매장 중 7개를 처분하는 등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어 당장 승자를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서로 다른 삶
닮은 듯 다른 경영

2차전은 파주에서 열렸다. 2006년 말 신세계는 파주 8만2500m²(2만5000평)의 부지를 두고 장기 임대 계약을 맺어 아울렛 사업 추진에 나섰다가 땅값 등 협상이 여의치 않자 2008년 초 롯데가 이 땅을 소유한 부동산 개발업체와 장기 임차 계약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협상에 진전도가 보이지 않았고 해당 부동산 개발업체는 2009년 3월 신세계에 매입을 제의했다. 결국 부지는 신세계로 넘어갔다.

당시 정 부회장은 "롯데는 좋은 회사이다. 의사결정 시스템에서 신세계에 밀린다고 본다. 우리는 의사결정에서 우왕좌왕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신세계는 해당 부지에 첼시프리미엄 아울렛을 개장했다. 신 회장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신세계 아울렛 인근 파주출판단지 2단계 사업지의 부지에 지난해 12월 롯데프리미엄 아울렛을 냈다. 두 아울렛은 불과 5.8km 떨어져 있다.

세 번째 전장은 베트남 시장이었다. 베트남에는 신 회장이 좀 더 일찍 진출했다. 신 회장은 지난 2008년 12월 베트남 경제수도인 호찌민에 롯데마트 1호점을 개점한데 이어 지난 2010년 7월 호찌민에 2호점을 열었다. 또 오는 2013년에는 남부 빈즈엉 성에 3호점 오픈을 예정 중이고 중부 다남과 냐짱, 수도 하노이, 중부 다낭과 훼 등에 차례로 개점한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그간 베트남을 직접 찾아 대상 부지 등을 점검하면서 관계자들을 독려해왔다. 현지 고위 인사들에게 매장 확대를 위한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동남아권 진출의 교두보로 베트남을 선택한 것이다.


정 부회장은 중국에서의 적자를 베트남에서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0년 12월에는 베트남을 방문해 대형유통매장을 둘러보고 현지 건축자재 생산업체인 선하그룹 관계자들과 합작 가능성 등을 타진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고 지난해 7월 건설·물류·은행업을 하는 U&I그룹과 파트너십 조인트 벤처 계약을 체결하고 '글로벌 이마트' 프로젝트를 재가동했다.

유통업계 왕좌 다툼…승패 알 수 없는 안갯속 형국
아울렛·복합쇼핑몰·온라인쇼핑 "네가 하면 나도 한다"

올해 말까지 하노이에서 이마트 1호점을 개점하고 점차 중부와 남부로 내려가면서 다점포화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부회장은 중국에서의 실패 때문에 신 회장에 비해 조심스러운 행보다.

두 사람 다 여러 차례 베트남을 방문해 사측의 해외 유통업 진출에 직접 손을 보태고 있다.

2010년 초에는 '대형마트 가격할인 경쟁'이 두 사람의 경쟁에 불을 지폈다. 신세계 이마트가 1월7일 12개 생필품 가격 인하를 선언하자 롯데마트는 일주일 뒤 "이마트가 신문에 가격을 내리겠다고 광고한 상품에 대해서는 단돈 10원이라도 더 싸게 판매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이마트보다 조금씩 낮은 가격을 제시했고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경쟁업체의 가격인하는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발끈했다. 할인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내부 논의와 납품업체들과의 협의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순간적 대응차원에서 내놓은 가격이 과연 얼마나 유지 될 수 있느냐는 주장이었다.

국내 백화점 시장을 둘러싼 두 사람의 전쟁도 볼만하다.

롯데가 2003년 영플라자를 시작으로 2005년 3월 명품관인 에비뉴엘을 서울 명동에 오픈하자 신세계는 2005년 8월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을 열고 2007년 2월 명품관을 오픈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2009년 초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롯데백화점과 불과 5m 떨어진 거리에 신세계백화점이 오픈하면서 또 한 번 격돌이 일어났다. 세계 최대 규모인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개장 이후 3개월 만에 매출 1600억원을 기록하면서 롯데의 부산지역 독주체계를 막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9월부터는 신세계가 약 9개월간의 리뉴얼을 마치고 영등포점을 재개장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까지 오픈하면서 경인로를 사이에 두고 롯데백화점과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향후 두 그룹 신성장동력을 대형 복합쇼핑몰로 잡은 것에서도 경쟁이 예상된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 문을 연 롯데몰 김포공항점에 이어 2013년 수원역과 2015년 송도 국제도시에 복합쇼핑몰을 잇따라 오픈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vs 신세계백화점
롯데마트 vs 신세계이마트

정 부회장도 뒤쳐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복합쇼핑몰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지난 4월 경기 북부 최대 복합쇼핑센터인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을 오픈했다. 또한 2015년 오픈 예정인 하남·대전·동대구·인천 청라지구 등의 복합쇼핑몰도 본격 추진 중이다.

신 회장과 정 부회장의 경쟁은 온라인 쇼핑몰 사업으로도 이어졌다.

신 회장은 최근 롯데마트몰을 리뉴얼하며 매출을 2015년까지 4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 부회장도 2015년까지 온라인 쇼핑몰 매출 2조원을 달성해 국내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선언하면서 맞불작전을 펼쳤다.

이처럼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신세계이마트와 롯데마트, 신 회장과 정 부회장 간의 유통전쟁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두 기업 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유통업계 왕좌를 놓고 다투는 대결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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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