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라이벌' 신동빈 vs 정용진 '유통대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7.09 14: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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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나서면 신세계도 나서고 정용진이 하면 신동빈도 한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유통업계 영토 확장을 놓고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하이마트 인수를 놓고 시작된 전쟁이 전자랜드로까지 전장을 넓혔고 해외시장 공략에 대해서도 서로 차별화된 정책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닮은 듯 다른 이 둘의 신경전은 이들이 그룹 경영전반에 손을 뻗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어져 왔다. 백화점과 할인점, 아울렛 사업까지 유통가 숙명의 라이벌 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의 닮은 듯 다른 행보를 조명해 봤다.

먼저 웃은 쪽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었다.

롯데는 하이마트와 전자랜드가 매물로 나온 이후 줄곧 인수 유력후보로 꼽힐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신세계그룹은 불확실한 태도를 보이다가 하이마트 인수에 롯데가 유력후보로 꼽히자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롯데는 전자랜드를 포기하고 하이마트에 올인했다. 신세계는 하이마트 대신 전자랜드를 택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인수에 최소 1조20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보이는 하이마트를 롯데에 내주고 신세계가 전자랜드를 인수함으로써 롯데를 견제하겠다는 전략이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이마트 품은 롯데
대형마트 2위 꿰차나?

이런 상황에서 하이마트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선정되면서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가 무산되는 모습을 보이자마자 신세계는 전자랜드 인수를 포기했다. 롯데 견제의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하이마트 우선협장대상자로 선정된 MBK파트너스가 실사기간 연장을 포기하고 입찰 때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을 써냈던 롯데쇼핑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부터 발생했다.

신세계가 뒤통수를 맞은 것. 자연스럽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자존심싸움에서 졌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롯데 신 회장이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인 후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해 일각에서는 인수전략에서도 신세계 정 부회장이 밀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신 회장은 롯데백화점 평촌점에서 사장단 회의를 갖고 "지난 몇 년간 롯데는 국내외의 대형 인수합병(M&A)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지만 지금은 극도로 불안한 경제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라며 "하반기에는 어떤 상황이 닥칠지 예상할 수 없는 만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양사 모두가 인수를 포기한다면 상관없지만 하이마트가 신 회장의 품에 안길 경우 정 부회장의 이마에는 주름이 늘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의 영토가 대폭 증가하면서 업계 1위인 이마트의 자리를 위협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는 롯데백화점 31개, 롯데마트 96개, 롯데슈퍼 431개 등 약 55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하이마트 314개를 합하면 860여개를 운영하게 된다.

'뜨거운 감자' 하이마트, 롯데 품으로…날개 단 신동빈 
발등에 불 떨어진 정용진 전자랜드 인수 적극 나서나?


반면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 10개, 이마트 139개, 신세계에브리데이 106개 등 300개가 채 되지 않는다.

하이마트 매출과 롯데마트 매출을 합치면 12조원 규모로 신세계 이마트에 이어 대형마트 부문 2위인 홈플러스 (약 9조원)를 제치고 단숨에 대형마트 2위 자리를 꿰찬다.

롯데는 하이마트 일부 매장을 디지털파크와 같은 체험형 매장으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2018년까지 전자제품 전문점 사업을 연간 10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설명이다. 그룹의 유통사업 부문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가 확정되면 신세계도 다시 M&A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가 애초 목적인 롯데 견제를 위해 전자랜드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것.

신세계는 전자랜드 우선인수협상자로 선정된 지난 5월부터 한달 가량 실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기존에 책정된 2800억원의 인수대금에 대한 가격협상 과정에서 협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관계자는 "전자랜드 인수는 롯데와 전혀 관련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시장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당장 전자랜드 인수를 다시 추진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세계 "전자랜드 인수
재추진 계획 없다"

신세계로서는 가전 부문에서 롯데보다 열세에 놓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신 회장과 정 부회장은 백화점과 할인점 사업에서 오래 전부터 1, 2위를 다퉈온 터라 유통업계 숙명의 라이벌로 인식되고 있다.

1995년 일본 도쿄도에서 신격호 전 롯데그룹 회장 차남으로 태어난 신 회장은 1977년 아오야마가쿠인 대학을 졸업하고 1980년 콜롬비아 대학 대학원을 수료했다. 1981년 4월부터 1988까지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일했고 1988년 4월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했다. 한국 롯데에는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취임하면서 발을 들여놓았다. 1995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을 거쳐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에 오르면서 신격호 전 회장에 이어 사실상 후계자리를 굳혔다. 2004년 정책본부장을 겸임하면서 케이피케이칼, 한화마트, 우리홈쇼핑, 대한화재, 마크로(중국·인도네시아), 럭키파이(중국), 길리안(벨기에), 타이탄(말레이시아) 등을 인수하면서 롯데그룹의 덩치를 키워왔다. 그룹 회장에는 지난해 2월 취임했다.

정 부회장은 1968년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과 이명희 신세계 회장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경복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1년 다니다 미국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귀국한 그는 한국후지쯔 유통사업부에서 1년간 근무하고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해 1997년 기획조정실 상무로 승진, 2000년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거쳤다.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시기는 2006년 경영지원실 부회장을 맡으면서였다. 2009년 신세계 총괄 대표이사로 승진한 그는 2010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1995년 탤런트 고현정과 결혼해 1남1녀를 두었지만 2003년 11월 이혼, 2011년 5월 플루티스트 겸 대학강사 한지희씨와 재혼했다.

1955년생인 신 회장과 1968년생인 정 부회장은 13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차이가 나지만 그 둘 사이의 경쟁의식은 상당하다.


두 사람의 첫 번째 전쟁은 중국 내 할인점 사업이었다. 지난 2007년 정 부회장이 중국 내 이마트 매장을 10개까지 늘리자 신 회장은 네덜란드계 할인점인 마크로의 중국 내 점포 8개를 모두 인수하면서 맞섰다. 신 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09년 중국 마트인 타임스 65개 매장을 인수했다. 이로써 중국 내 할인점 다툼에서는 롯데가 우세한 고지에 섰지만 정 부회장이 매제인 문성욱 신세계 L&C 부사장에게 이마트 중국본부전략경영총괄을 맡기고 중국 27개 매장 중 7개를 처분하는 등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어 당장 승자를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서로 다른 삶
닮은 듯 다른 경영

2차전은 파주에서 열렸다. 2006년 말 신세계는 파주 8만2500m²(2만5000평)의 부지를 두고 장기 임대 계약을 맺어 아울렛 사업 추진에 나섰다가 땅값 등 협상이 여의치 않자 2008년 초 롯데가 이 땅을 소유한 부동산 개발업체와 장기 임차 계약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협상에 진전도가 보이지 않았고 해당 부동산 개발업체는 2009년 3월 신세계에 매입을 제의했다. 결국 부지는 신세계로 넘어갔다.

당시 정 부회장은 "롯데는 좋은 회사이다. 의사결정 시스템에서 신세계에 밀린다고 본다. 우리는 의사결정에서 우왕좌왕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신세계는 해당 부지에 첼시프리미엄 아울렛을 개장했다. 신 회장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신세계 아울렛 인근 파주출판단지 2단계 사업지의 부지에 지난해 12월 롯데프리미엄 아울렛을 냈다. 두 아울렛은 불과 5.8km 떨어져 있다.

세 번째 전장은 베트남 시장이었다. 베트남에는 신 회장이 좀 더 일찍 진출했다. 신 회장은 지난 2008년 12월 베트남 경제수도인 호찌민에 롯데마트 1호점을 개점한데 이어 지난 2010년 7월 호찌민에 2호점을 열었다. 또 오는 2013년에는 남부 빈즈엉 성에 3호점 오픈을 예정 중이고 중부 다남과 냐짱, 수도 하노이, 중부 다낭과 훼 등에 차례로 개점한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그간 베트남을 직접 찾아 대상 부지 등을 점검하면서 관계자들을 독려해왔다. 현지 고위 인사들에게 매장 확대를 위한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동남아권 진출의 교두보로 베트남을 선택한 것이다.


정 부회장은 중국에서의 적자를 베트남에서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0년 12월에는 베트남을 방문해 대형유통매장을 둘러보고 현지 건축자재 생산업체인 선하그룹 관계자들과 합작 가능성 등을 타진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고 지난해 7월 건설·물류·은행업을 하는 U&I그룹과 파트너십 조인트 벤처 계약을 체결하고 '글로벌 이마트' 프로젝트를 재가동했다.

유통업계 왕좌 다툼…승패 알 수 없는 안갯속 형국
아울렛·복합쇼핑몰·온라인쇼핑 "네가 하면 나도 한다"

올해 말까지 하노이에서 이마트 1호점을 개점하고 점차 중부와 남부로 내려가면서 다점포화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부회장은 중국에서의 실패 때문에 신 회장에 비해 조심스러운 행보다.

두 사람 다 여러 차례 베트남을 방문해 사측의 해외 유통업 진출에 직접 손을 보태고 있다.

2010년 초에는 '대형마트 가격할인 경쟁'이 두 사람의 경쟁에 불을 지폈다. 신세계 이마트가 1월7일 12개 생필품 가격 인하를 선언하자 롯데마트는 일주일 뒤 "이마트가 신문에 가격을 내리겠다고 광고한 상품에 대해서는 단돈 10원이라도 더 싸게 판매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이마트보다 조금씩 낮은 가격을 제시했고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경쟁업체의 가격인하는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발끈했다. 할인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내부 논의와 납품업체들과의 협의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순간적 대응차원에서 내놓은 가격이 과연 얼마나 유지 될 수 있느냐는 주장이었다.

국내 백화점 시장을 둘러싼 두 사람의 전쟁도 볼만하다.

롯데가 2003년 영플라자를 시작으로 2005년 3월 명품관인 에비뉴엘을 서울 명동에 오픈하자 신세계는 2005년 8월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을 열고 2007년 2월 명품관을 오픈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2009년 초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롯데백화점과 불과 5m 떨어진 거리에 신세계백화점이 오픈하면서 또 한 번 격돌이 일어났다. 세계 최대 규모인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개장 이후 3개월 만에 매출 1600억원을 기록하면서 롯데의 부산지역 독주체계를 막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9월부터는 신세계가 약 9개월간의 리뉴얼을 마치고 영등포점을 재개장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까지 오픈하면서 경인로를 사이에 두고 롯데백화점과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향후 두 그룹 신성장동력을 대형 복합쇼핑몰로 잡은 것에서도 경쟁이 예상된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 문을 연 롯데몰 김포공항점에 이어 2013년 수원역과 2015년 송도 국제도시에 복합쇼핑몰을 잇따라 오픈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vs 신세계백화점
롯데마트 vs 신세계이마트

정 부회장도 뒤쳐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복합쇼핑몰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지난 4월 경기 북부 최대 복합쇼핑센터인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을 오픈했다. 또한 2015년 오픈 예정인 하남·대전·동대구·인천 청라지구 등의 복합쇼핑몰도 본격 추진 중이다.

신 회장과 정 부회장의 경쟁은 온라인 쇼핑몰 사업으로도 이어졌다.

신 회장은 최근 롯데마트몰을 리뉴얼하며 매출을 2015년까지 4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 부회장도 2015년까지 온라인 쇼핑몰 매출 2조원을 달성해 국내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선언하면서 맞불작전을 펼쳤다.

이처럼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신세계이마트와 롯데마트, 신 회장과 정 부회장 간의 유통전쟁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두 기업 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유통업계 왕좌를 놓고 다투는 대결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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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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