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라이벌' 신동빈 vs 정용진 '유통대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7.09 14: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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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나서면 신세계도 나서고 정용진이 하면 신동빈도 한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유통업계 영토 확장을 놓고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하이마트 인수를 놓고 시작된 전쟁이 전자랜드로까지 전장을 넓혔고 해외시장 공략에 대해서도 서로 차별화된 정책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닮은 듯 다른 이 둘의 신경전은 이들이 그룹 경영전반에 손을 뻗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어져 왔다. 백화점과 할인점, 아울렛 사업까지 유통가 숙명의 라이벌 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의 닮은 듯 다른 행보를 조명해 봤다.

먼저 웃은 쪽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었다.

롯데는 하이마트와 전자랜드가 매물로 나온 이후 줄곧 인수 유력후보로 꼽힐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신세계그룹은 불확실한 태도를 보이다가 하이마트 인수에 롯데가 유력후보로 꼽히자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롯데는 전자랜드를 포기하고 하이마트에 올인했다. 신세계는 하이마트 대신 전자랜드를 택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인수에 최소 1조20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보이는 하이마트를 롯데에 내주고 신세계가 전자랜드를 인수함으로써 롯데를 견제하겠다는 전략이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이마트 품은 롯데
대형마트 2위 꿰차나?

이런 상황에서 하이마트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선정되면서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가 무산되는 모습을 보이자마자 신세계는 전자랜드 인수를 포기했다. 롯데 견제의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하이마트 우선협장대상자로 선정된 MBK파트너스가 실사기간 연장을 포기하고 입찰 때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을 써냈던 롯데쇼핑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부터 발생했다.

신세계가 뒤통수를 맞은 것. 자연스럽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자존심싸움에서 졌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롯데 신 회장이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인 후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해 일각에서는 인수전략에서도 신세계 정 부회장이 밀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신 회장은 롯데백화점 평촌점에서 사장단 회의를 갖고 "지난 몇 년간 롯데는 국내외의 대형 인수합병(M&A)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지만 지금은 극도로 불안한 경제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라며 "하반기에는 어떤 상황이 닥칠지 예상할 수 없는 만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양사 모두가 인수를 포기한다면 상관없지만 하이마트가 신 회장의 품에 안길 경우 정 부회장의 이마에는 주름이 늘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의 영토가 대폭 증가하면서 업계 1위인 이마트의 자리를 위협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는 롯데백화점 31개, 롯데마트 96개, 롯데슈퍼 431개 등 약 55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하이마트 314개를 합하면 860여개를 운영하게 된다.

'뜨거운 감자' 하이마트, 롯데 품으로…날개 단 신동빈 
발등에 불 떨어진 정용진 전자랜드 인수 적극 나서나?


반면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 10개, 이마트 139개, 신세계에브리데이 106개 등 300개가 채 되지 않는다.

하이마트 매출과 롯데마트 매출을 합치면 12조원 규모로 신세계 이마트에 이어 대형마트 부문 2위인 홈플러스 (약 9조원)를 제치고 단숨에 대형마트 2위 자리를 꿰찬다.

롯데는 하이마트 일부 매장을 디지털파크와 같은 체험형 매장으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2018년까지 전자제품 전문점 사업을 연간 10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설명이다. 그룹의 유통사업 부문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가 확정되면 신세계도 다시 M&A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가 애초 목적인 롯데 견제를 위해 전자랜드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것.

신세계는 전자랜드 우선인수협상자로 선정된 지난 5월부터 한달 가량 실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기존에 책정된 2800억원의 인수대금에 대한 가격협상 과정에서 협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관계자는 "전자랜드 인수는 롯데와 전혀 관련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시장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당장 전자랜드 인수를 다시 추진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세계 "전자랜드 인수
재추진 계획 없다"

신세계로서는 가전 부문에서 롯데보다 열세에 놓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신 회장과 정 부회장은 백화점과 할인점 사업에서 오래 전부터 1, 2위를 다퉈온 터라 유통업계 숙명의 라이벌로 인식되고 있다.

1995년 일본 도쿄도에서 신격호 전 롯데그룹 회장 차남으로 태어난 신 회장은 1977년 아오야마가쿠인 대학을 졸업하고 1980년 콜롬비아 대학 대학원을 수료했다. 1981년 4월부터 1988까지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일했고 1988년 4월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했다. 한국 롯데에는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취임하면서 발을 들여놓았다. 1995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을 거쳐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에 오르면서 신격호 전 회장에 이어 사실상 후계자리를 굳혔다. 2004년 정책본부장을 겸임하면서 케이피케이칼, 한화마트, 우리홈쇼핑, 대한화재, 마크로(중국·인도네시아), 럭키파이(중국), 길리안(벨기에), 타이탄(말레이시아) 등을 인수하면서 롯데그룹의 덩치를 키워왔다. 그룹 회장에는 지난해 2월 취임했다.

정 부회장은 1968년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과 이명희 신세계 회장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경복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1년 다니다 미국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귀국한 그는 한국후지쯔 유통사업부에서 1년간 근무하고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해 1997년 기획조정실 상무로 승진, 2000년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거쳤다.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시기는 2006년 경영지원실 부회장을 맡으면서였다. 2009년 신세계 총괄 대표이사로 승진한 그는 2010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1995년 탤런트 고현정과 결혼해 1남1녀를 두었지만 2003년 11월 이혼, 2011년 5월 플루티스트 겸 대학강사 한지희씨와 재혼했다.

1955년생인 신 회장과 1968년생인 정 부회장은 13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차이가 나지만 그 둘 사이의 경쟁의식은 상당하다.


두 사람의 첫 번째 전쟁은 중국 내 할인점 사업이었다. 지난 2007년 정 부회장이 중국 내 이마트 매장을 10개까지 늘리자 신 회장은 네덜란드계 할인점인 마크로의 중국 내 점포 8개를 모두 인수하면서 맞섰다. 신 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09년 중국 마트인 타임스 65개 매장을 인수했다. 이로써 중국 내 할인점 다툼에서는 롯데가 우세한 고지에 섰지만 정 부회장이 매제인 문성욱 신세계 L&C 부사장에게 이마트 중국본부전략경영총괄을 맡기고 중국 27개 매장 중 7개를 처분하는 등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어 당장 승자를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서로 다른 삶
닮은 듯 다른 경영

2차전은 파주에서 열렸다. 2006년 말 신세계는 파주 8만2500m²(2만5000평)의 부지를 두고 장기 임대 계약을 맺어 아울렛 사업 추진에 나섰다가 땅값 등 협상이 여의치 않자 2008년 초 롯데가 이 땅을 소유한 부동산 개발업체와 장기 임차 계약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협상에 진전도가 보이지 않았고 해당 부동산 개발업체는 2009년 3월 신세계에 매입을 제의했다. 결국 부지는 신세계로 넘어갔다.

당시 정 부회장은 "롯데는 좋은 회사이다. 의사결정 시스템에서 신세계에 밀린다고 본다. 우리는 의사결정에서 우왕좌왕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신세계는 해당 부지에 첼시프리미엄 아울렛을 개장했다. 신 회장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신세계 아울렛 인근 파주출판단지 2단계 사업지의 부지에 지난해 12월 롯데프리미엄 아울렛을 냈다. 두 아울렛은 불과 5.8km 떨어져 있다.

세 번째 전장은 베트남 시장이었다. 베트남에는 신 회장이 좀 더 일찍 진출했다. 신 회장은 지난 2008년 12월 베트남 경제수도인 호찌민에 롯데마트 1호점을 개점한데 이어 지난 2010년 7월 호찌민에 2호점을 열었다. 또 오는 2013년에는 남부 빈즈엉 성에 3호점 오픈을 예정 중이고 중부 다남과 냐짱, 수도 하노이, 중부 다낭과 훼 등에 차례로 개점한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그간 베트남을 직접 찾아 대상 부지 등을 점검하면서 관계자들을 독려해왔다. 현지 고위 인사들에게 매장 확대를 위한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동남아권 진출의 교두보로 베트남을 선택한 것이다.


정 부회장은 중국에서의 적자를 베트남에서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0년 12월에는 베트남을 방문해 대형유통매장을 둘러보고 현지 건축자재 생산업체인 선하그룹 관계자들과 합작 가능성 등을 타진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고 지난해 7월 건설·물류·은행업을 하는 U&I그룹과 파트너십 조인트 벤처 계약을 체결하고 '글로벌 이마트' 프로젝트를 재가동했다.

유통업계 왕좌 다툼…승패 알 수 없는 안갯속 형국
아울렛·복합쇼핑몰·온라인쇼핑 "네가 하면 나도 한다"

올해 말까지 하노이에서 이마트 1호점을 개점하고 점차 중부와 남부로 내려가면서 다점포화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부회장은 중국에서의 실패 때문에 신 회장에 비해 조심스러운 행보다.

두 사람 다 여러 차례 베트남을 방문해 사측의 해외 유통업 진출에 직접 손을 보태고 있다.

2010년 초에는 '대형마트 가격할인 경쟁'이 두 사람의 경쟁에 불을 지폈다. 신세계 이마트가 1월7일 12개 생필품 가격 인하를 선언하자 롯데마트는 일주일 뒤 "이마트가 신문에 가격을 내리겠다고 광고한 상품에 대해서는 단돈 10원이라도 더 싸게 판매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이마트보다 조금씩 낮은 가격을 제시했고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경쟁업체의 가격인하는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발끈했다. 할인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내부 논의와 납품업체들과의 협의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순간적 대응차원에서 내놓은 가격이 과연 얼마나 유지 될 수 있느냐는 주장이었다.

국내 백화점 시장을 둘러싼 두 사람의 전쟁도 볼만하다.

롯데가 2003년 영플라자를 시작으로 2005년 3월 명품관인 에비뉴엘을 서울 명동에 오픈하자 신세계는 2005년 8월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을 열고 2007년 2월 명품관을 오픈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2009년 초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롯데백화점과 불과 5m 떨어진 거리에 신세계백화점이 오픈하면서 또 한 번 격돌이 일어났다. 세계 최대 규모인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개장 이후 3개월 만에 매출 1600억원을 기록하면서 롯데의 부산지역 독주체계를 막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9월부터는 신세계가 약 9개월간의 리뉴얼을 마치고 영등포점을 재개장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까지 오픈하면서 경인로를 사이에 두고 롯데백화점과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향후 두 그룹 신성장동력을 대형 복합쇼핑몰로 잡은 것에서도 경쟁이 예상된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 문을 연 롯데몰 김포공항점에 이어 2013년 수원역과 2015년 송도 국제도시에 복합쇼핑몰을 잇따라 오픈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vs 신세계백화점
롯데마트 vs 신세계이마트

정 부회장도 뒤쳐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복합쇼핑몰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지난 4월 경기 북부 최대 복합쇼핑센터인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을 오픈했다. 또한 2015년 오픈 예정인 하남·대전·동대구·인천 청라지구 등의 복합쇼핑몰도 본격 추진 중이다.

신 회장과 정 부회장의 경쟁은 온라인 쇼핑몰 사업으로도 이어졌다.

신 회장은 최근 롯데마트몰을 리뉴얼하며 매출을 2015년까지 4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 부회장도 2015년까지 온라인 쇼핑몰 매출 2조원을 달성해 국내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선언하면서 맞불작전을 펼쳤다.

이처럼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신세계이마트와 롯데마트, 신 회장과 정 부회장 간의 유통전쟁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두 기업 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유통업계 왕좌를 놓고 다투는 대결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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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