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두려움 떨치고 돌아온 '피겨여왕' 김연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7.09 1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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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은 절대 믿는다…여왕의 성공적인 귀환을~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피겨여왕'의 선택은 역시 피겨였다. 김연아가 2014년 소치올림픽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한 뒤,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부담도 크지만 후배들과 한국피겨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남았다고 판단한 것. 당장 올림픽 출전권부터 확보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세계 피겨역사를 새로 쓴 여왕의 귀환에 전 세계 피겨팬들은 벌써부터 가슴 설레고 있다.

김연아는 지난 2일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 2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김연아는 "성적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선수생활을 지속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면서 현역 복귀 의사를 밝혔다. 이어 "2014년 소치에서 현역 은퇴하겠다"며 "어릴 때 종착역은 밴쿠버였지만 소치로 연장했고 그곳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소치올림픽에서
아름다운 끝맺음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이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연아는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하면서 IOC 선수위원에 관심과 꿈을 키웠다"면서 "소치올림픽에서의 현역 은퇴는 새로운 꿈과 도전을 위한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다. 소치올림픽에서 18년 선수생활의 아름다운 끝맺음을 하겠다"고 전했다.

팬들의 관심과 기대에 대한 속마음도 꺼냈다. 김연아는 "2010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이후 선수로서 어떤 목표를 찾기 어려웠고, 반대로 국민과 팬들의 관심과 애정은 더 커졌다"면서 "그런 관심과 애정이 오히려 더 큰 부담으로 느껴졌고 하루만이라도 거기서 벗어나고 싶었던 게 소망이었다"고 말했다.

선수로의 복귀를 생각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어린 후배 선수들로부터 자극과 동기부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연아는 "밴쿠버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새 출발하겠다. 팬 여러분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국가대표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소치에 후배들과 함께 출전하고 싶다"고 응원을 기대했다.

김연아가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소치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해야 한다.

김연아는 가장 먼저 내년 1월에 개최되는 전국남녀피겨종합선수권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야 한다. 내년 3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리는 2013세계피겨선수권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서다.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 대회에서 종합순위 24위안에 들어야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다.

은퇴 후 IOC 선수위원 도전할 것…새로운 목표
팬들의 관심과 애정 큰 부담 "벗어나고 싶었다"

여기에 세계선수권 이전에 열리는 국제대회 중 한 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 28.00점, 프리스케이팅 48.00점을 넘어야 한다. 세계 15위권에 해당하는 점수다.

김연아는 지난해 4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 대회 이후 2011-2012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여자피겨스케이팅에서 그를 넘어설만한 마땅한 적수가 보이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종합선수권 1위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소치에 후배들과 함께 출전하고 싶다는 김연아의 바람이다. 세계선수권에서 10위 이내의 성적을 내야하는 것. 10위 안에 들면 한국에 올림픽 출전권이 2장 주어진다. 우승이나 준우승의 경우 출전권은 3장이 주어진다.

최근 여자피겨계의 수준이 떨어져 김연아가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은 높다. 2011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를 끝으로 김연아가 피겨계에서 물러난 후 200점을 넘은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자인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는 189.94점에 머물렀고 일본의 아사다 마오도 지난 시즌 최고점수는 184.19점에 불과했다. 떠오르는 신예 콤비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러시아)와 레오노바(러시아) 역시 각각 182.89점과 180.45점에 머물렀다.

반면에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점수인 228.56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토리노 세계선수권에서는 190.79점이다. 마지막 경기였던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194.50점이었다.

세계 피겨계 수준 하향
좋은 성적 가능성 높다

김연아가 본격적인 실전 준비에 들어간다면 언제든 우승권을 노릴 수 있는 기량이 있는 톱 클래스 선수인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외신들도 김연아의 성공적인 복귀를 점쳤다. 미국 <유니버셜 스포츠>는 지난 3일 메인 홈페이지에 "여왕은 왕좌를 탈환할 준비가 돼 있다"며 "김연아는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아이스쇼와 홍보대사로 활동을 펼쳐왔다"고 복귀 소식을 전했다.

역시 미국의 <이그재미너>는 지난 2일 "여자 피겨선수 중 가장 강했던 김연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다시 한 번 빛낼 준비에 들어간다"며 "김연아가 소치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일본 <아사히 TV>는 나가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시미즈 히로야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연아가 올림픽에 출전하면 대회 수준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피겨전문 사이트 '아이스 네트워크'에서 열린 김연아의 복귀 성공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는 곧바로 정상에 오를 것이라는 응답이 50%, 적응기간을 거치면 정상을 탈환할 것이라는 응답이 30%로 80%의 팬들이 여왕의 화려한 귀환을 확신하고 있다.

1990년 9월 경기도 군포에서 2녀 중 차녀로 태어난 김연아는 7살이 되던 해인 지난 1996년 고모의 낡은 스케이트를 신고 처음으로 피겨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6가지 점프 기술 중 악셀을 제외한 5가지 트리플 점프를 소화하며 '천재 피겨소녀'로 주위의 주목을 받아온 김연아는 타고난 천재성에다가 '연습벌레'이기까지 했다. 김연아를 지도했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연습할 때 '이제 좀 그만하자'고 말려야 할 정도로 연습벌레다. 만족을 모른다"고 말할 정도였다.

어릴 적부터 계속된 부상은 김연아를 더욱 힘들게 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곤 했다. 특히 중학 시절 인대가 늘어나 점프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땐 은퇴까지 고려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천재 피겨소녀의 노력은 차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4년 9월 ISU 주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지난 2005년 11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세계 진출 첫 금메달을 목에 걸며 '김연아 시대'가 왔음을 세계에 알렸다.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두 차례 우승한 김연아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에 이어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정상까지 차지, 4개 대회를 연속 우승하며 세계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다.

그러나 시니어 무대에 진출한 김연아는 2006~2007 시즌에 시련을 맛봐야만 했다. 2006-2007 시즌 허리부상과 스케이트 부츠 문제가 겹치면서 은퇴까지 고려했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2006년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진통제 투혼을 발휘, 아픈 허리를 이끌고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를 11.68점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 화려하게 부활했다.

시련은 이제 그만
역사는 계속 된다

이어 2007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 3위, 그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대회 2연패를 일궈냈다. 이후 2008년 3월 세계선수권에서 2회 연속 동메달을 따내며 '국민영웅'으로 부상한 김연아는 4대륙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했고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후 김연아는 유니세프의 국제친선대사로 임명되어 공익홍보영상과 뉴욕 유엔본부의 기념행사에 참가했다.

<TIME>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과 미국 여성 스포츠 재단의 '올해의 스포츠 우먼'으로 선정되어 2010을 빛낸 유명인사들과 함께 시상식에 참가하기도 했다. 미주동포후원재단에서 한국인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떨친 공로를 인정받아 새미 리 박사와 함께 '자랑스런 한국인상'을 수상했고 김연아의 LA방문을 축하하기 위해 미국 LA시가 8월7일을 김연아의 날로 제정하고 LA명예시민증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다.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단짝 호흡을 자랑했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결별했다. 코치와 계약이 끝나면 새로운 코치진을 찾는 것은 피겨계에서 흔한 일이지만 헤어지는 과정에서 볼썽사나운 진실공방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국민들과 팬들은 김연아를 '스승을 배반한 제자'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선수생활 하느라 학교에 제대로 다니지 않는다'는 비판도 감수해야했고 2011년 12월1일 종편 개국을 맞아 건넨 축하인사로 인해 '국민여동생 김연아가 종편 앵커로 나섰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이외에도 경기에 출전해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인터넷 상에는 '훈련 안 하고 TV에만 나오더니 그럴 줄 알았다' '하라는 훈련은 안 하고 광고만 찍냐? CF선수냐'는 댓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구슬땀 흘리며 훈련하는 후배들 보며 자극
여왕 복귀에 외신들 반색 화려한 귀환 확신

2011년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일반 대학생(고려대)으로 돌아와 교생실습을 마친 김연아에게 대학교수가 태클을 건 일도 발생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5월2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연아 선수가) 교생실습을 성실하게 간 것은 아니고요, 교생실습을 한 번 갔다고 쇼를 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한 거겠죠"라고 발언했다. 김연아가 대학교에서 학생으로서 본분을 다하지 않으면서 대학생으로 취할 수 있는 이득은 쏙쏙 가져가고 있다는 것.

황 교수의 이 발언은 김연아가 대학생활과 교생실습에 스포츠스타의 특혜를 받고 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5월25일 같은 프로그램 전화인터뷰를 통해 김연아 관계자의 반대 증언이 나왔지만 논란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황 교수의 발언으로 선수의 명예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김연아 측은 5월30일 황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지만 곧 고소를 취하했다. "일이 생각보다 너무 커졌고 계속 논란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김연아의 뜻이 반영됐다.

이후 한국중독정신의학회는 김연아의 맥주광고 출연이 청소년의 음주문화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맥주 광고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김연아가 1년 가까이 선수생활을 접고 휴식을 취한 대가였다. 이 때문에 지난 2일 열린 김연아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연아가 선수생활 은퇴를 선언할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금메달도 목에 걸어봤고, 지금까지의 기록만으로도 피겨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김연아가 부담감을 안고 현역생활을 연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의 예측 깬
현역선수 연장

하지만 정작 당사자 김연아는 현역선수 연장을 선포했다. 훈련량을 2배 이상으로 늘리겠다면서 지옥훈련도 불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잘 해야겠다는 생각은 버렸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다. 김연아가 종착역으로 선택한 소치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새 출발을 할 수 있을지, IOC 선수위원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연아 프로필>

생년월일 : 1990년 9월5일
직업 피겨 : 피겨스케이트 선수
키 : 164cm
코치 : 피터 오피가드(Peter Oppegard)
안무가 : 데이빗 윌슨(David Wilson)
소속사 : 올댓스포츠
가족 : 아버지, 어머니,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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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