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금호·한진 3세’ 박세창-조원태 평행이론

아버지 잘 만나…다 차려진 밥상 ‘덥석’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비슷한 삶을 살았다. 그래서인지 두 가문의 장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인생마저 묘하게 묘하게 겹친다. 이렇듯 두 가문의 오버랩되는 운명 때문에 세간에서는 ‘평행이론설’도 회자되고 있다.
 

▲ 조현태 대한항공 회장과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경영일선서 물러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얼마 전 별세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두 사람 모두 운수업을 한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았고, 칠순이 넘은 나이까지 그룹의 수장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4형제라는 점도 일치한다. 그리고 자의반, 타의 반으로 경영권을 내려놓게 된 것까지 닮았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도 닮은 꼴

그래서인지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인생도 묘하게 오버랩된다. 일찌감치 후계가 결정된 터라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한 두 사람의 행보는 매우 흡사했다. 두 사람은 2000년대 초반 아버지 회사에 입사했고, 20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알짜 계열사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적잖은 업적을 냈고 재계의 평가도 비슷하다. 심지어 하루 차로 퇴진한 아버지 때문에 갑작스레 경영 전면에 나서야 했던 예상치 못한 운명까지 서로를 닮았다.

두 사람은 일찍이 후계자로 지목됐다. 박 사장은 금호가의 계열분리 과정서, 조 회장은 한진가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미래 항공업계를 이끌 3세 경영인으로 낙점됐다.


단지 ‘장남’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두 사람은 올해 각각 입사 17, 16년 차로 금호가와 한진가의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했다. 성장과 위기를 거듭한 회사서의 경영 수업은 그 자체만으로 탄탄한 기반이다.

박 사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연거푸 인수하며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라섰던 시기를 몸소 경험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 규모는 26조원으로 1946년 택시 회사로 시작한 이래 가장 성장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영광의 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회사는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사들인 값을 치러야 했다. 계속 쌓여가는 빚에 인수한 회사를 도로 내놔야 하는 상황이 초래됐고, 그룹의 양대 핵심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워크아웃까지 몰아갔다. 재계 순위 7위를 찍은 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회사는 산산조각 났다.

박 사장은 입사 8년 만에 회사의 극단을 모두 경험했다.

조 회장은 그나마 형편이 좀 나았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외형 확장에 힘쓰던 한진그룹이 2000년대 들어서며 내실 경영에 중점을 둠으로써 사세 확장에 따른 리스크는 크게 경험하지 않았다.

일찍이 후계자로…입사 후 행보 판박이
흥망성쇠 모두 경험…자체로 경영 수업

하지만 한진해운의 파산은 뼈아픈 교훈으로 남아있다. 한진해운은 세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국내 유일의 선사였다. 2008년 리먼사태 여파로 운임료가 호황기의 절반으로 떨어지는 등 해운업 불황이 시작됐고, 용선료로 인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한진해운은 10년간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 결과 한진해운은 지난 2017년 창립 40년 만에 간판을 내렸고 ‘수송보국’을 이루겠다던 할아버지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꿈도 꺾였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사장에 오른지 불과 한 달 만의 일이였다.

회사의 흥망을 두루 경험한 덕에 두 사람은 경영 전반의 이해도와 대처 능력에 있어 남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박 사장은 사장 취임 2개월 만에 그룹 내 정보기술(IT) 계열사 아시아나IDT를 상장시킨 데에 후한 점수를 받았다. 아시아나IDT는 상장 추진 때 만 해도 공모가(1만5000원)가 희망공모가(1만9330~2만4100원)를 크게 밑돌고 공모 주식수까지 줄여야 하는 굴욕을 맛봤다.
 

상장 철회의 기로에 몰렸지만 박 사장은 이를 강행했고 결국 아시아나IDT는 안정적으로 국내 증시에 입성했다. 지난해 11월 상장 이후 줄곧 상승세를 이어가며, 현재는 아시아나항공의 자금난에 적잖은 보탬이 되고 있다. 아시아나IDT는 올 초 아시아나항공에 5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조 회장의 경영 감각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2009년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 시절 “글로벌 금융위기를 탈피하자”며 선보인 역발상 전략은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조 회장은 당시 국내 여행객 수요 감소에 맞춰 미국과 아시아서 출발해 인천공항을 거쳐 제3국으로 가는 환승 수요를 공략했다. 그 결과 세계 항공사들이 대부분 적자를 내는 와중에 대한항공은 13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아버지 업고…
경영 감각 합격

조 회장이 대한항공 총괄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에는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이 1조1208억원에 달해, 창사 이래 최대였던 2010년 1조2357억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델타항공과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JV) 협정 체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업적은 아버지의 후광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입사 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는데 오너 일가의 후광 효과로만 해석됐을 뿐 그들의 온전한 경영능력으로 평가받진 못했다.

다만 조직 문화를 이끌어가는 데 있어선 아들이 아버지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40대 젊은 경영인답게 변화와 소통에 대한 거부감이 덜 하다는 게 장점이다. 권위와 카리스마로 대변되는 두 아버지와는 대조적이다.

박 사장은 아시아나IDT 사장 취임 당시 취임사를 생략하는 대신 직원들에게 일일이 이메일을 보냈다.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소통의 창구를 열어놓은 것이다. 근무복장도 자율화시켰다. 이는 현재 그룹 전체로 확대되는 추세다.

앞서 그룹 전략경영본부에 재직할 당시에는 그룹의 문화 개선을 위해 직원들을 상대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룹 내 분위기가 다소 유연해진 데는 박 사장의 공이 컸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조 회장 역시 격식이나 의전을 배제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수습사원 수료식이나 현장직원들을 격려하는 자리인 ‘엑셀런스 시상식’에도 빠짐없이 참석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임직원들과의 스킨십을 더욱 늘리는 등 가족들의 오명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다.

조 회장은 올 초 신년사서도 임직원과의 소통을 중점에 뒀다. 조 회장은 “임직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겠다”며 “성과에 대해서 정당하게 보상하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두 사람은 최근 혹독한 데뷔전을 치르고 있다. 부친의 뒤를 이어 그룹을 경영하게 됐지만 굵직한 현안과 고민들이 쌓여 있어 부담이 큰 상태다. 

혹독한 신고식
“갈 길 멀었다”

조 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노리는 KCGI 등으로부터 대한항공을 지켜야 한다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박 사장은 정든 아시아나항공을 떠나보내고 그룹을 재건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처지다.

지난 13일 재계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두고 행동주의 펀드와 정면 승부를 벌이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장 KCGI가 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을 15.98%까지 확보한 게 조 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선친인 고 조양호 전 회장이 갑작스레 별세하며 지분 정리 작업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진칼 지분은 조양호 전 회장이 17.84%를 보유, 조 회장(2.34%)·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조현민 한진칼 전무(2.30%)가 각각 3% 미만의 지분을 들고 있다. 

‘물컵 갑질’로 지탄을 받은 조현민 전무를 1년2개월여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시킨 것도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한 조 회장의 결단이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자칫 형제간 다툼 등이 일어날 경우 KCGI에 승기를 뺏길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조 전무는 꾸준히 그룹 경영 복귀 의사를 내비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부터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등 그룹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이에 따른 후폭풍 역시 조 회장이 감당해야 한다는 평가다.

조 전무의 때이른 경영 복귀 소식에 업계·소비자들은 연이어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대한항공 노조와 조종사 노조, 진에어 노조 등도 잇달아 성명을 내고 그의 복귀에 우려를 표명했다. 진에어의 경우 국적이 미국인 조 전무가 등기이사로 올라가 있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상태다. 고객들 역시 조 전무의 복귀에 쓴소리를 건네고 있다. 

업적은 아직 글쎄∼경영능력 의문?
혹독한 데뷔전…굵직한 현안들 산적

조 회장은 상속세 재원 마련이라는 현실적인 고민도 안고 있다. 조양호 전 회장이 남긴 주식의 상속세는 약 2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진칼, 대한항공, 한진 등 주요 계열사의 상속일 전후 각 2개월의 주식 평균 종가를 집계한 결과다. 

박 사장은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대한항공과 국내 항공업계를 양분하던 아시아나항공을 다른 기업에 넘겨야 하는 처지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 9월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인 아시아나IDT 대표로 자리를 옮기며 본격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혔다. 그간 그룹서 큰 그림만 그려온 터라 핵심 계열사에서 성과를 내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전 회장이 지난 3월 경영서 완전히 손을 뗀 만큼 향후 그룹의 재건 작업은 박 사장이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사장은 박 전 회장과 함께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의 지분 50.7%를 보유하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서 자신의 경영 성과를 다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은 박 사장의 숙제다. 아시아나항공이 ‘통매각’될 경우 박 사장은 금호고속 또는 금호산업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운수·건설업과 인연을 맺은 적이 없는 만큼 새로운 데뷔 무대를 치러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박 사장은 2002년 아시아나항공 차장으로 입사해 금호타이어, 금호아시아나그룹 등에서 일해왔다.  

업계에서는 박 사장이 이를 계기로 경영 수업을 다시 받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금호고속·산업 등에서 바로 사장 역할을 수행하기 쉽지 않은 만큼 건설·운수업에 대한 공부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빨랐나?
빨리 성과 내야…

재계 한 관계자는 “3세 경영인인 조원태 회장과 박세창 사장 모두 그동안 뚜렷한 경영 성과를 내거나 이름을 날리지는 못했다”며 “조 회장은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등 정신이 없지만, 박 사장은 일단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마무리한 뒤 움직일 수 있어 시간이 있다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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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