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없는’ 스타들의 강연료 시세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6.24 11:11:32
  • 호수 12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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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1분당 17만원짜리 ‘금마이크’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1분당 17만원을 버는 일이 있다면 사람들이 믿을 수 있을까. 최근 방송인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가 공개되자 국민의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일요시사>가 스타강사의 강연료에 대해 알아봤다. 
 

▲ 강연 중인 방송인 김제동씨

최근 방송인 김제동의 강연료가 공개되면서 고액 강의료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5일 김제동은 대전 대덕구청이 주최하는 1시간30분 강연에 강사로 초청돼 1550만원의 강연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들에게 1550만원이란 금액은 상당히 큰 액수다. 김제동은 평소 서민을 위한 연예인으로 이미지를 구축했기에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실제로 과거 김제동은 “판사의 망치질과 목수의 망치질이 동등한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등 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방송인이었다.

유명인이라…
희소성 때문?

대덕구의회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대덕구는 재정자립도 16%대의 열악한 재정 상태로 자체수입으로는 대덕구청 공무원 월급도 겨우 주는 실정인데 두 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1550만원을 주며 강사를 초청하는 것은 구민 정서와 동떨어지며 비상식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후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과거에도 김제동은 고액의 강연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무소속 이언주 의원실과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실의 조사 결과, 김제동에게 가장 먼저 ‘고액 강연료’를 지급한 지자체는 충남 논산이었다. 2012년부터 거의 해마다 타운홀 미팅 행사를 개최해온 황명선 논산시장은 2014년과 2017년 두 번에 걸쳐 김제동씨를 초빙해 각각 1000만원과 1620만원의 강연료를 지급했다. 


2014년 7월17일 충남 건양대 문화콘서트홀서 열린 김제동 초청 강연, 2017년 9월20일 연무읍 육군훈련소 연무관서 열린 참여민주주의 실현 2017 타운홀 미팅 강연의 주제는 둘 다 ‘사람이 사람에게’였다.

서울 강동구는 2016년 9월 강동아트센터서 김제동 초청 강연회를 열고 1200만원의 강연료를 지급했다. 이날 강연 주제 역시 ‘사람이 사람에게’로, 김제동이 논산에서 했던 강연과 동일했다.

서울 도봉구는 2017년 10월 구민회관서 김제동 초청 강연회를 열고 1500만원의 강연료를 지급했다. 이날 2시간 동안 진행된 강연 주제도 ‘사람이 사람에게’로, 앞서 김제동이 논산과 강동구서 했던 주제와 동일했다.

김제동 최소 1000만…탁현민도 1500만
공기관 초청해 고액 강연 ‘혈세를 펑펑’

서울 동작구는 2017년 12월18일 숭실대학교 한경직기념관서 ‘인문과 문화축제’를 개최하며 김제동에게 1시간40분짜리 강연을 맡겼다. 이날 오후 6시부터 7시40분까지 ‘잘가요 2017’을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진행한 김제동은 동작구로부터 1500만원의 강연료를 받았다. 

충남 아산시는 2017년 4월29일 ‘성웅 아산 이순신’ 축제와 2017년 11월16일 ‘아산 보육교직원 한마음대회’에 김제동씨를 강사로 불러 각각 1500만원과 1200만원의 강연료를 지급했다.

경기도 김포시는 2017년 11월30일 1시간30분짜리 강연에 1300만원의 강연료를 김제동에게 지급했고, 경북 예천군은 2018년 11월23일 역시 1시간30분짜리 강연에 1500만원의 강연료를 김제동에게 지급했다. 이들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한 강연료는 모두 시 예산서 충당됐다.
 

▲ 개그맨 김미화씨

제주도는 2017년 12월19일 문예회관 대극장서 ‘김제동이 풀어내는 지방분권 초청강연’을 열고 김제동에게 1500만원의 강연료를 도비로 지급했다. 이날 강연 주제는 앞서 김제동이 서울 강동·도봉구, 충남 논산 등지에서 가졌던 강연과 동일했다.

경남 양산시는 2018년 6월15일 양산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서 ‘김제동과 행복한 만남’이라는 북 콘서트를 열고 김제동에게 1500만원을 지급했다. 이 강연료는 한국지역난방공사 양산지사의 후원금으로 충당됐다.

김제동에 이어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도 그에 준하는 1500만원을 받는다고 스스로 밝혔다. 탁 자문위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가능하면 사양합니다만 꼭 필요하다고 하면 학교는 100만원, 지자체나 단체는 300만원, 기업은 1500만원 균일가입니다”라고 게시했다. 

김미화
기 살어~

20일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실은 전남 곡성군, 충남 공주·논산시, 광주시 동구·북구 등 5개 자치단체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실시한 교양강좌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최대 강연료는 770만원인걸로 나타났다. 그 주인공은 개그맨 김미화. 그는 충남 공주시가 개설한 ‘공주시민대학’서 지난 3월12일 ‘웃픈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강성태는 ‘공부의 신이 말하는 학업 성취실천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해 700만원의 강연료를 받았다. 이외에도 방송인 왕종근·최민준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 대표 385만원, 장경동 목사·개그맨 이용식·이경희 ‘이경희한의원’ 원장 363만원, 유현준 홍익대학교 교수 330만원 , 김병후 정신건강의학전문의 원장 297만원,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한명기 명지대학교 교수 294만8000원으로 조사됐다.

최근 2년간 열린 전남 곡성군 리더스 아카데미 강연서도 김미화가 배우 겸 아나운서 오영실과 함께 550만원으로 강연료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손숙 전 문화부장관이 500만원으로 2위, 소설가 김홍신 작가가 450만원을 받았다. 

이외에도 김봉곤 청학동 훈장 380만원,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교수 370만원, 김태원 구글 글로벌 비즈니스 상무 350만원 이철환 작가 330만원, 탤런트 김성환·황교익 맛칼럼니스트·류종형 사상심리연구소 소장 300만원, 이요셉 한국웃음연구소 소장 250만원, 이만기 인제대학교 교수·임진모 음악평론가·윤항기 목사 200만원, 김연수 푸드테라피협회 회장 160만원, 태원준 여행작가·양국진 전문강사 100만원으로 파악됐다. 

100만원부터 
2000만원 까지

2018년~2019년 충남 논산서 진행한 논산시민아카데미에서는 조승연 작가가 495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가수 박지헌이 3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한비야 여행작가·임지호 요리연구가·김창옥 ‘김창옥 아카데미’ 대표·신병주 건국대학교 사학과 교수·김태원 상무 우석훈 경제학자·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이지성 작가 280만원, 서경덕 교수 220만원, 장재연 아주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 100만원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와 올해 광주시 북구 희망아카데미 강연서도 김미화가 600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교 학과장 420만원, 박정자 연극인 340만원, 함익병 피부과원장 250만원, 이인철 변호사 230만원, 김남순 미래희망 가정경제 연구소장 120만원, 김용택 시인 100만원, 한상덕 경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80만원을 강연료로 받았다. 
 

▲ 김미경 강사 ⓒ경기도문화의전당

같은 기간 광주 동구 아카데미서 14명의 강사가 특강을 진행했다. 개그맨 박지선이 350만원으로 가장 많이 받았고 김미화·이용식·이혜정 요리연구가·서민 단국대학교 교수·김병후 정신과의원이 315만원으로 책정됐다. 뒤이어 박애리 명창이 300만원, 김형석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 120만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1000만원의 강연료를 받았다.   


이희선 한국스타강사연합회 사무총장은 “김제동씨의 강연료가 비싸게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놀랍지도 않다. 김미경 강사, 유시민 작가 등 인지도가 있는 톱스타 강사들은 최소 1000만원이 넘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이름만 말하면 알법한 스타들은 2000만원을 넘어가기도 한다. 김제동씨의 강연 경험과 이름값을 고려해볼 때 1550만원이란 금액은 적정수준이지만 지자체나 청소년 행사 같은 경우는 더 저렴하게 책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해서 돈 버는구나~
직원 6명 동원해 자료수집도

최근 업계서 인기가 많은 강사들은 김미경 강사, 김창옥 대표, 장경동 목사, 권투선수 홍수환씨 등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선 몸값 책정을 강사가 아닌 스타로 봐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한다. 이 사무국장은 “유명한 스타 강사의 경우 강연료를 전부 챙기지도 못한다. 김제동씨와 마찬가지로 직원 5~6명을 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강연을 준비할 때 직원들이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김제동도 방송서 직원들을 지칭해 “6명의 식구가 있단 말이에요. 같이 살아야죠”고 밝힌 바 있다.  

연예인들에 대한 강연료와 출연료도 시장 논리에 따라 급이 정해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연 시장에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통하기 때문에 스타 강사들은 수많은 강연 제의에 취사선택하는 게 현실이다. 스타강사의 강연료는 부르는 게 값이지만, 강연료를 따지기보다는 명분이 있는 강연을 선호하기도 한다. 국가 및 기부 행사 등 강연료가 적더라도 홍보에 효과적인 행사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의원 및 장관급은 1시간 기준 최소 80만원 이상으로 측정되며 공기업 같은 경우는 무료로 강연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스타강사연합회 관계자는 “과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이 처음 시행될 때도 강연료가 전체적으로 내려간 적이 있다. 이번 고액 강연료 논란으로 인해 또 다시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강연시장이 위축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강의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문 강사들이다. 강연 시장도 연예계와 유사해 상위 0.1%만 고액의 강연료를 받을 뿐, 대중들에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분들이 정말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수 들은 대학교축제서 2~3곡만 부르면 3000~5000만원의 수익을 얻는다. 이와 비교하면 김제동씨의 1550만원은 결코 비싸지 않은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가격 낮추면
욕먹는다고?

이번 강의료 논란에 대해 법륜 스님은 “이 문제는 그가 속해있는 연예인 그룹서 많이 받는지 판단해야 한다. 김제동씨가 300만원, 500만원 받고 강연을 한다고 하면 정말 다양한 곳에서 섭외가 온다. 김제동씨보다 인기가 없는 연예인들은 강연할 기회도 사라진다. 강연료는 혼자 정하는 게 아니라 주최측 형편에 맞게 금액이 형성된다. 혼자서만 마음대로 가격을 낮추면 덤핑에 해당돼 욕을 먹게 된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속 기사>대학축제 섭외료 천차만별 
S급 가수 3000만원?

대학축제 라인업은 20대들이 좋아하는 가수를 단번에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축제의 제왕은 단연 ‘싸이’다. 그는 지난 5월 한달간 광운대학교, 경희대학교 등 5개 대학축제 무대에 등장했다. 볼빨간사춘기, 레드벨벳 등 여성 가수들이 4개 대학 무대에 섰고, 최근 군 복무를 마친 래퍼 빈지노, 학교폭력 논란으로 곤혹을 치른 잔나비 등이 3개 대학 축제 무대에 올랐다.

대형 콘서트급 축제 무대를 만드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S급 가수는 3000만원 이상, A급 아이돌 그룹은 2500만원 안팎 정도가 든다”며 “무대 설치비도 2000만원 정도가 들어 비용이 보통 1억원 이상 든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방대 추가비용 500만원

지방대의 경우 이동거리와 동선으로 인해 가수 당 섭외비가 500만원 정도 더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예인 섭외는 각 대학 학생회가 담당하고 비용은 대학서 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결국 학생들의 등록금이 사용되는 셈이다. 수도권 한 대학 학생회 관계자는 “축제 라인업이 좋아야 ‘학생회가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에 최소한 작년 수준보다 떨어지면 안 된다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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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