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부터 구독’ 지금은 유튜브 시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5.20 10:56:53
  • 호수 12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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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먹방’, 어른은 ‘벗방’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유튜브의 고공행진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유튜브는 신문, TV, 라디오 등 기존 미디어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지난해 조사한 초등학생 장래희망 조사결과 ‘유튜버’는 5위에 올랐다. 정치인, 연예인 등을 비롯해 각종 기관서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요시사>가 유튜브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봤다.
 

▲ 강남스타일 ⓒ유튜브

유튜브의 탄생은 불과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튜브 창업자는 2005년 2월 페이팔서 근무했던 체드 헐리, 스티브 첸, 자웨드 카림이다. 이들 셋은 “자유로운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취지로 유튜브를 탄생시켰다. 유튜브의 뜻은 ‘모든 사람들의 TV’라는 의미다. 

1년 만에 
점유율 껑충

같은 해 4월24일 ‘Me at the zoo'라는 제목으로 한 남성이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동물원 앞에서 코끼리의 코를 칭찬하는 18초짜리 영상을 업로드하는데 이 영상이 바로 유튜브 최초의 영상이다.

2006년 10월 구글은 적자였던 유튜브를 인수하는 모험를 감행했다. 직원 67명의 유튜브를 16억5000만달러(한화 1조9811억9000만원)에 인수한 것. 2년 뒤인 2008년 유튜브는 영국, 프랑스, 호주, 일본 등에 이어 19번째로 한국에 상륙했다.

한국에 들어온 유튜브는 국내 동영상 시장에 큰 위협이 됐다. 2007년까지 업계 2위를 유지했던 엠엔캐스트는 2009년 4월 서비스를 중단했고, 이어 1년 뒤인 2010년 4월엔 네이버 비디오 서비스도 중단했다. 경쟁사였던 동영상 공유서비스가 주춤하는 사이 유튜브는 ‘글로벌 플랫폼’이란 타이틀을 거머쥐고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008년 당시에만 해도 판도라TV, 다음 TV팟 등 국내 동영상 플랫폼은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 실명인증을 하지 않으면 동영상에 댓글을 달 수가 없다. 이에 사용자들이 실명인증이 필요없는 유튜브에 몰리면서, 이듬해 유튜브의 국내 동영상 시장 점유율은 30%까지 성장했다. 불과 2%에 불과했던 유튜브의 점유율이 폭발적으로 뛴 것이다.

앞서 2006년 9월 채널을 개설한 ‘기타신동’ 정성하씨가 올린 연주 동영상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씨의 아버지는 매주 두세 개씩 아들의 영상을 올렸는데, 이 채널은 2011년을 기준으로 구독자가 33만명에 이르고 조회 수가 2억200만건을 넘겼다. 정씨가 연주한 ‘All you need is love’의 존 레논의 부인 오노오쿄가 감사하다는 댓글을 달았다는 일화도 있다. 정씨가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연주 콘텐츠만 1100여곡이 넘으며 구독자도 570만명을 거느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제 어디서나 영상 시청
싸이·BTS 등 월드스타로

유튜브는 2010년 3월부터 지금까지 국내 동영상 공유 서비스 부문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유튜브가 시장진입을 늦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배경엔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점이 꼽힌다. 망 사용료란 인터넷 기업이 통신사 망을 통해 동영상 등 콘텐츠를 전송한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매년 네이버는 700억, 카카오는 300억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느라 글로벌 IT업체와 기울어진 운동장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사업자는 국내서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도 우월한 협상력을 내세워 망 사용료를 피해갔다.
 

▲ 유명 유튜버 대도서관

자주 보는 콘텐츠를 이용자와 가까운 위치에 저장하는 ‘캐시서버’ 구축 비용도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전가해왔다.


구글은 유튜브의 고화질 영상으로 국내 동영상 트래픽 점유율이 86%에 달하지만 단 한 푼의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제한 없이 고화질 영상을 제공한다. 국내 업체가 고화질 영상을 제공하려면 막대한 망 사용료를 내야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유튜브가 국내에 들어오기 전인 2006년 이용자들이 직접 영상을 올리는 ‘네이버 비디오’를 서비스하며, 다양한 콘텐츠 기반으로 성장을 해오다 망 사용료 부담에 2010년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용자들이 고화질의 영상을 올리면 콘텐츠의 질을 올라가지만 트래픽도 같이 올라가면서 수익성이 점차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화질로
간편하게

결국 동영상 전쟁서 네이버가 패배하고 유튜브가 승리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에 날개를 단 것은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 상승곡선에 따라 맞물렸다고 분석한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스마트폰 보급률이 2011년 27.0% 2012년 57.5%를 기록하며 국민 가운데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게 된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통해 고화질 영상을 시간,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간편하게 재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음악이나 동영상을 다운로드 방식이 아닌 재생을 하는 스트리밍 형태로 소지 트렌드가 바뀌면서 유튜브 시장은 점점 커졌다. 특히 한국은 빠른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는 IT강국으로 스트리밍 산업의 발전 또한 유난히 빨랐다.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짧은 시간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낵컬처에 유튜브가 잘 맞아 떨어졌다.

지난 2012년 가수 싸이는 유튜브를 통해 월드스타로 도약했다.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이 공개된 지 불과 52일 만에 조회 수 대박을 터뜨리는가 하면 유튜브 뮤직비디오 사상 최단기간에 1억뷰를 돌파하기도 했다. 기세를 탄 강남스타일은 빌보드 싱글차트서 7주 연속 2위, 유튜브 조회수 32억뷰를 넘어서며 기네스북까지 오르며 싸이를 월드스타로서 인기를 누리게 됐다. 
 

이에 대해 영국 BBC와 미국 음악전문지 <빌보드 매거진> 등은 “유튜브의 절대 강자로 거듭났다”는 등의 찬사를 쏟아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이어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조회수 2억9000만뷰), 제니의 ‘솔로’(3억뷰) 등 아이돌그룹이 유튜브를 통해 국위선양을 했다.

얼마나 버나
수억원 훌쩍

아이들 그룹 뿐 아니라 핑크퐁의 동요 컨텐츠 '아기상어(Baby Shark)'는 26억뷰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아기 상어는 올해 초 빌보드 32위에 진입한 바 있다.

유튜브는 기성 가수들을 해외로 보내고 새로운 스타를 키워냈다. 밀레니엄 세대는 TV의 정제된 방송 스타일에 식상함을 느끼고 유튜브에 열광했다. 일반인들은 스마트폰 하나만으로도 영상을 업로드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음악을 비롯해 게임, 먹방 등 다양한 콘텐츠로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유튜버들의 인기르 가늠하는 척도는 구독자 수다. 예를 들어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시청한다면 재생횟수가 1회가 되고, 유튜브의 계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싸이 계정의 ‘구독’ 버튼을 누르면 싸이의 구독자수는 1명이 된다. 구독자가 되면 구독한 계정에서 영상이 업로드 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알림이 오게 된다.  


미국의 유튜브 분석 사이트인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한국 유튜브 채널 중 광고수익 1위 채널은 아동 채널인 ‘보람튜브 토이리뷰’로 월 160만달러(약 19억원)로 추정됐다. 2위 업체 역시 보람튜브와 같은 계열의 ‘보람튜브 브이로그’로 150만 달러(17억8000만 원)로 추산됐다.

보람튜브 운영업체는 매달 최소 37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셈으로, 매출이 연 370억원이 넘는 중소기업 수준이다. 

보람튜브를 비롯해 어썸하은(구독자 350만)은 11세 소녀가 음악에 맞춰 댄스를 추고, 서은이야기(구독자 340만)는 5세 서은이가 놀이 공간 체험, 장난감·간식 리뷰를 한다. 

대기업 사장보다 잘 버는 파워 유튜버
‘기타 신동’ 정성하 33만명으로 스타트

음식을 먹는 방송도 인기가 많다. 광주 농촌 출싱의 형제가 먹방을 하는 떵깨떵(구독자 330만)은 순박하고 친근한 방송으로 인기를 구사하고 있다. 먹방인 만큼 언어가 필요 없어 동남아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사람이 한국음식을 먹으면서 평가를 하는 ‘영국남자 조쉬(구독자 310만)’도 주목 받는 유튜브 중 하나다. 음식 리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한국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소개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조쉬는 유튜브 인기에 힘입어 채널A의 새 예능 <영국남자>에 출연해 한국 문화를 소개할 예정이다. 지난 19일 첫방송이 편성됐다.  
 

▲ 유튜버 순위

게임, 독서 등 다양한 컨텐츠를 보여주는 보겸TV(320만)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도티TV(252만)는 마인크래프트 등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게임을 주로 다룬다. 초등학생들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유튜버 도티는 유튜브 채널 운영 외에도 방송출연, 강연 등을 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게임전문 유튜버로는 ‘방송계의 유재석’이라고 평가받는 대도서관(180만)이 있다. 대도서관은 지난해 10월, 한 방송에 출연해 “1년 수입이 17억원 정도 된다”고 밝혀 누리꾼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2013년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를 시작해 지금까지 다양한 방송에도 출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랜선라이프-크레이터가 사는법>서 진행자로 나서며 유튜버를 소개하는 역할도 했다. 

장벽 낮지만
콘텐츠 중요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서 “유튜브 진입 장벽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 성공한다고 보긴 어렵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이어 “파워 유튜버들은 자신만의 콘텐츠를 자생적으로 만들어가며 성장해서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유한국당 유튜브 지령
1인 1편 영상 제작하라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내년 4월 총선을 대비해 소속 의원 전원에게 유튜브 활동을 하도록 지시했다. 기성 언론 환경서 불리하다는 판단을 한 한국당은 당의 주력 스피커를 유튜브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3일 한국당 홍보국은 소속 의원실에 공문을 보내 “2020년 총선을 겨냥한 차별화된 홍보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친숙한 이미지로 당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며 유튜브 영상 제작 콘테스트 개최 소식도 전했다. 

한국당은 의원 114명에게 ‘유튜브 계정을 개설하고 1인 1편 이상의 영상을 제작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했다. 이달 말까지 의원이 직접 출연하거나 제작에 참여한 영상을 의원 개별 유튜브 계정에 올린 뒤 당에 증빙자료를 제출하라는 내용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국민이 TV 프로그램보다 유튜브 방송을 더 많이 보는 상황”이라며 “의원들이 마중물 역할을 해서 전 당원이 유튜브를 정책홍보 등에 활용토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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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