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교묘한 신종 납치수법 천태만상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7.06 16: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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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나 깨나 사람 조심 “친절한 사람도 다시보자”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연일 뉴스에서 흉흉한 소식이 들려온다. 각종 범죄가 만연하고 사람이 사람을 적대시하는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는 이미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어 버렸다. 특히 인신매매, 납치라는 무시무시한 단어가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이와 관련한 괴담까지 퍼지고 있다. 그 수법도 진화해 최근에는 차량을 이용한 단순 납치는 줄어든 반면, 경찰가장납치, 취업알선납치 등 지능형 납치가 늘어나는 추세다. 사람이 사람을 이용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세상.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한 신종 납치수법들을 들여다봤다. 

최근 인터넷상에는 신종 납치수법에 관한 글과 ‘납치괴담’ 등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버스에서 괜히 시비를 걸어 따라 내리게 만든 뒤 뒤따라오는 봉고차에 납치하는 인신매매, 택시기사로 위장해서 약이 든 음료수나 껌을 건넨 뒤 납치하는 인신매매 등 그 수법도 천차만별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것은 ‘고통 감내 능력 임상실험 지원자 모집’이라는 구인광고 인신매매다. 25세 이상 성인남자 1명을 모집한다는 알바 광고를 올린 신일의과대학교. 알바급료는 무려 오천만원이다. 

납치될까 ‘덜덜’
괴담의 실체는…

상세 모집요강에는 “건강한 체격의 25세 이상 남성을 찾습니다. 실험 전 신체검사와 약간의 심리테스트를 거치며 기간은 약 5개월. 실험 중 2일에 한 번씩 1~28단계까지의 고통을 느끼시게 되는데 중도 포기 가능합니다. 종종 의식을 잃는 경우가 있지만 숙련된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고 신체적 후유증은 전혀 없습니다”라고 게재돼 있다.

그러나 실제 신일의과대학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한 네티즌은 “방학시즌을 맞아 25세 이상인 대학생, 복학생들을 잡아들여 새우잡이 어선에 보내거나 살인 후 장기적출하려는 모양이다”라면서 “게다가 실험이 고통 감내 실험이니 고의로 의식을 잃게 폭행하면서 하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의식을 잃는 경우가 있고, 그때를 대비해 의료진이 대기한다고 밝혔다. 방학이고 경제도 어려워 방학 때 알바를 구하려는 사람들 많은 세상인데 다들 조심해야 겠다”고 당부했다.

괴담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친절을 가장한 인신매매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아이를 이용한 범죄가 발생했다는 글이 올라와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사례글 게시자 A씨에 따르면 그는 서울 광장에서 귀가하던 중 샛길에서 5~6살 정도 돼 보이는 남자아이와 마주쳤다. 아이는 고기집 근처에서 잃어버린 아빠를 찾아달라며 A씨를 어두컴컴한 골목 앞으로 데려갔다.

아이의 손을 잡고 고기집 근처에 도착했을 때, 한쪽 골목에서 덩치가 큰 2명의 남성이 “왔다”라고 외치며 A씨에게 걸어왔다. 살아야겠단 생각에 소리를 지르며 무작정 뛴 A씨는 그들로부터 벗어나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아무도 믿지 마라” 충격적인 납치의 갖가지 유형
오천만원짜리 알바 구인광고?친절 가장한 납치 등

지난해에는 노인에게 범죄를 당할 뻔 했다는 B씨의 이야기가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왔다. B씨는 경기 안양시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도중 한 노인이 “안양역 가려면 몇 번 버스를 타야 되냐”고 물어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길을 가르쳐 드리자 노인은 동문서답을 하며 갑자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고 느낌이 이상했던 B씨는 자리를 빠져나와 급하게 택시를 잡아탔다. 이후 B씨는 창밖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B씨는 “다리를 절뚝거리던 노인이 뛰어오고 있었다”며 “이제 노인이 길을 물어 와도 대답을 못해줄 것 같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그 밖에 집에 가기위해 택시를 탔다는 C씨도 “택시 기사가 권하는 은단껌을 먹은 뒤 어느 순간 몸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어 택시에서 뛰어내렸다”면서 “택시는 가지 않고 계속 나를 주시했고, 모범택시를 잡아 상황을 모면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아까 탄 택시의 번호판이 하얀색이었다”는 글을 올려 삽시간에 퍼졌다.

이외에도 상품을 싸게 판다며 가게로 유도하는 납치, 무료쿠폰을 주며 공짜심리를 이용한 납치, 자신이 경찰임을 가장해 휴대폰으로 위치를 묻고 조사에 도움을 달라며 접근하는 납치, 택시합승 납치, 몸매가 너무 좋다며 쇼핑몰 모델을 권하는 납치 등 다양한 괴담들이 온라인상에 존재한다.

지능형으로
진화하는 수법

가끔 실제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8월에는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 제작진 사칭 주의보를 내리기도 했다.

이는 경남 창원에서 <런닝맨> 제작진을 사칭해 여중?고생을 차에 태우는 등 납치와 관련된 일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역에서 <런닝맨 아이돌 특집(경남 창원)>이라는 문구와 함께 <런닝맨>과 지디&탑의 로고가 있는 종이가 부착된 차량이 발견되기도 했다.

제작진은 공식 홈페이지에 “최근 지방에서 <런닝맨> 촬영을 사칭하는 집단이 출몰하고 있다. <런닝맨>은 현재까지 창원에서 촬영한 적이 없으며 현재로서는 창원에서 촬영할 계획도 없다”라고 공지하며 사건 수습에 열을 올렸다.

<런닝맨>의 멤버로 출연중인 개리 역시 “창원지역 <런닝맨>촬영은 없다. 얘기 들어보니 촬영 관계자처럼 행세하며 소녀들을 차에 태우고…암튼 창원지역 여러분들은 착오 없으시길 바라며 주변에도 일러주시길 바란다. 그 지역 경찰에게 연락이 올 정도니 조심하시길. 그리고 꼭 신고하시길”이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지난 4월에는 ‘취직시켜 주겠다’며 노숙인 등을 유인해 감금하고 이들의 명의로 불법대출을 받는 등 사기행각을 벌인 ‘노숙인 인신매매’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취업과 숙식 제공을 미끼로 노숙인들을 유혹한 뒤 고시원이나 여인숙 등에 불법 감금시키고, 노숙인들 명의로 통장을 개설해 수백만원씩을 대출받았다.

지난 2008년에는 가출소녀 18명을 유인해 1인당 400만원씩을 받고 중소도시 티켓다방에 팔아넘긴 인신매매단과 이들을 감금하고 빚을 안겨 성노예 생활을 시켜온 다방업주 등 21명이 경찰에 적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예방하려면
어떻게?

그렇다면 실제사례든 괴담이든, 납치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선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일단 납치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예고 없이 발생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예방법이 정해져 있진 않지만 실생활 속에서 지킬 수 있는 방법들은 있다.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를 빙자한 납치 같은 경우 우선 제대로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정확히 자신이 어떤 곳에서 어떤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며 믿을 만한 곳인지 확실히 확인해야 한다. 특히 하는 일에 비해 아르바이트 급여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경우는 반드시 의심이 필요하다.

 

택시 탈 때 번호판도 꼭 확인해야 한다. 영업용택시는 노란번호판으로만 등록허가가 되어있으며, 개인택시나 법인택시 상관없이 번호판이 ‘아’, ‘바’, ‘사’, ‘자’ 중 하나여야만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 외의 택시는 불법으로 개조된 것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 도움을 줄 때는 신중해야 한다. 어린아이, 장애인, 노인들을 이용한 납치괴담과 사례들이 늘고 있는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되 외진 곳으로 가는 것은 주의하고 경계해야 한다.

특히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무거운 짐을 부탁하는 경우 주위에 있는 자신보다 더 도움이 될 만한 성인남자에게 그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서운 납치 사례들, 어떻게 하면 예방 할 수 있을까?
각박한 사회 속 커가는 불신 “불행한 삶 초래할 수도”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이나 SNS상에 떠도는 신종 납치수법과 관련해 사실무근인 이야기들이 많다”면서 “악성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난 괜찮을 거야’ ‘남들 이야기인데’ ‘방법들이야 뻔하지’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사전에 주의하고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괴담’이긴 하지만 ‘무조건 조심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모르는 이가 도움을 청해 와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의심부터 하는 ‘불신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에 씁쓸하다”고 말했다.

주부 김은심(38)씨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무거운 짐을 들고 계시면 들어서 옮겨 드려야하고, 누군가 어려움에 처하면 도와주어야 한다고 배우고 또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우리들이 이제는 우리 아이에게 어떻게 하라고 가르쳐야할지, 아니 내 자신조차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고민에 휩싸였다”면서 “울고 있는 아이가 인신매매를 위한 미끼이고, 할머니까지 동원해서 인신매매를 한다니 연약한 사람을 이용해 이루어지는 인신매매 괴담과 사례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냐”고 씁쓸한 속내를 털어놨다. 

불신 사회
깊어지는 ‘한숨’

이와 관련 헝가리 출신 사회학자인 <우리는 왜 공포에 빠지는가> 저자 프랭크 푸레디는 “낯선 사람에게 차를 태워주는 히치하이크는 이타적인 행동이 아닌 범죄의 전조로 이해 된다”면서 “공포가 우리 주변 곳곳에서 일상화한 이유는 ‘인간불신’에 있다”고 설명했다.

불신 회복에 대한 해법으로 프랭크는 “위험에 대한 경고만으로는 공포를 확대재생산 할 뿐이다”라면서 “사람은 해답이지 문제가 아니다. 공포에 대한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나 깨나 불조심’이라는 표어가 ‘자나 깨나 사람조심’으로 변해가는 현실. 이런 사회적 불신과 불안은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남는다. 내 안전을 위해 낯선 사람은 일단 경계하고 아이들에게는 “누구도 믿지 말라”고 가르쳐야 하는 삭막한 사회가 될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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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