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연일 뉴스에서 흉흉한 소식이 들려온다. 각종 범죄가 만연하고 사람이 사람을 적대시하는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는 이미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어 버렸다. 특히 인신매매, 납치라는 무시무시한 단어가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이와 관련한 괴담까지 퍼지고 있다. 그 수법도 진화해 최근에는 차량을 이용한 단순 납치는 줄어든 반면, 경찰가장납치, 취업알선납치 등 지능형 납치가 늘어나는 추세다. 사람이 사람을 이용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세상.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한 신종 납치수법들을 들여다봤다.
최근 인터넷상에는 신종 납치수법에 관한 글과 ‘납치괴담’ 등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버스에서 괜히 시비를 걸어 따라 내리게 만든 뒤 뒤따라오는 봉고차에 납치하는 인신매매, 택시기사로 위장해서 약이 든 음료수나 껌을 건넨 뒤 납치하는 인신매매 등 그 수법도 천차만별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것은 ‘고통 감내 능력 임상실험 지원자 모집’이라는 구인광고 인신매매다. 25세 이상 성인남자 1명을 모집한다는 알바 광고를 올린 신일의과대학교. 알바급료는 무려 오천만원이다.
납치될까 ‘덜덜’
괴담의 실체는…
상세 모집요강에는 “건강한 체격의 25세 이상 남성을 찾습니다. 실험 전 신체검사와 약간의 심리테스트를 거치며 기간은 약 5개월. 실험 중 2일에 한 번씩 1~28단계까지의 고통을 느끼시게 되는데 중도 포기 가능합니다. 종종 의식을 잃는 경우가 있지만 숙련된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고 신체적 후유증은 전혀 없습니다”라고 게재돼 있다.
그러나 실제 신일의과대학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한 네티즌은 “방학시즌을 맞아 25세 이상인 대학생, 복학생들을 잡아들여 새우잡이 어선에 보내거나 살인 후 장기적출하려는 모양이다”라면서 “게다가 실험이 고통 감내 실험이니 고의로 의식을 잃게 폭행하면서 하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의식을 잃는 경우가 있고, 그때를 대비해 의료진이 대기한다고 밝혔다. 방학이고 경제도 어려워 방학 때 알바를 구하려는 사람들 많은 세상인데 다들 조심해야 겠다”고 당부했다.
괴담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친절을 가장한 인신매매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아이를 이용한 범죄가 발생했다는 글이 올라와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사례글 게시자 A씨에 따르면 그는 서울 광장에서 귀가하던 중 샛길에서 5~6살 정도 돼 보이는 남자아이와 마주쳤다. 아이는 고기집 근처에서 잃어버린 아빠를 찾아달라며 A씨를 어두컴컴한 골목 앞으로 데려갔다.
아이의 손을 잡고 고기집 근처에 도착했을 때, 한쪽 골목에서 덩치가 큰 2명의 남성이 “왔다”라고 외치며 A씨에게 걸어왔다. 살아야겠단 생각에 소리를 지르며 무작정 뛴 A씨는 그들로부터 벗어나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아무도 믿지 마라” 충격적인 납치의 갖가지 유형
오천만원짜리 알바 구인광고?친절 가장한 납치 등
지난해에는 노인에게 범죄를 당할 뻔 했다는 B씨의 이야기가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왔다. B씨는 경기 안양시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도중 한 노인이 “안양역 가려면 몇 번 버스를 타야 되냐”고 물어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길을 가르쳐 드리자 노인은 동문서답을 하며 갑자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고 느낌이 이상했던 B씨는 자리를 빠져나와 급하게 택시를 잡아탔다. 이후 B씨는 창밖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B씨는 “다리를 절뚝거리던 노인이 뛰어오고 있었다”며 “이제 노인이 길을 물어 와도 대답을 못해줄 것 같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그 밖에 집에 가기위해 택시를 탔다는 C씨도 “택시 기사가 권하는 은단껌을 먹은 뒤 어느 순간 몸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어 택시에서 뛰어내렸다”면서 “택시는 가지 않고 계속 나를 주시했고, 모범택시를 잡아 상황을 모면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아까 탄 택시의 번호판이 하얀색이었다”는 글을 올려 삽시간에 퍼졌다.
이외에도 상품을 싸게 판다며 가게로 유도하는 납치, 무료쿠폰을 주며 공짜심리를 이용한 납치, 자신이 경찰임을 가장해 휴대폰으로 위치를 묻고 조사에 도움을 달라며 접근하는 납치, 택시합승 납치, 몸매가 너무 좋다며 쇼핑몰 모델을 권하는 납치 등 다양한 괴담들이 온라인상에 존재한다.
지능형으로
진화하는 수법
가끔 실제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8월에는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 제작진 사칭 주의보를 내리기도 했다.
이는 경남 창원에서 <런닝맨> 제작진을 사칭해 여중?고생을 차에 태우는 등 납치와 관련된 일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역에서 <런닝맨 아이돌 특집(경남 창원)>이라는 문구와 함께 <런닝맨>과 지디&탑의 로고가 있는 종이가 부착된 차량이 발견되기도 했다.
제작진은 공식 홈페이지에 “최근 지방에서 <런닝맨> 촬영을 사칭하는 집단이 출몰하고 있다. <런닝맨>은 현재까지 창원에서 촬영한 적이 없으며 현재로서는 창원에서 촬영할 계획도 없다”라고 공지하며 사건 수습에 열을 올렸다.
<런닝맨>의 멤버로 출연중인 개리 역시 “창원지역 <런닝맨>촬영은 없다. 얘기 들어보니 촬영 관계자처럼 행세하며 소녀들을 차에 태우고…암튼 창원지역 여러분들은 착오 없으시길 바라며 주변에도 일러주시길 바란다. 그 지역 경찰에게 연락이 올 정도니 조심하시길. 그리고 꼭 신고하시길”이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지난 4월에는 ‘취직시켜 주겠다’며 노숙인 등을 유인해 감금하고 이들의 명의로 불법대출을 받는 등 사기행각을 벌인 ‘노숙인 인신매매’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취업과 숙식 제공을 미끼로 노숙인들을 유혹한 뒤 고시원이나 여인숙 등에 불법 감금시키고, 노숙인들 명의로 통장을 개설해 수백만원씩을 대출받았다.
지난 2008년에는 가출소녀 18명을 유인해 1인당 400만원씩을 받고 중소도시 티켓다방에 팔아넘긴 인신매매단과 이들을 감금하고 빚을 안겨 성노예 생활을 시켜온 다방업주 등 21명이 경찰에 적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예방하려면
어떻게?
그렇다면 실제사례든 괴담이든, 납치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선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일단 납치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예고 없이 발생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예방법이 정해져 있진 않지만 실생활 속에서 지킬 수 있는 방법들은 있다.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를 빙자한 납치 같은 경우 우선 제대로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정확히 자신이 어떤 곳에서 어떤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며 믿을 만한 곳인지 확실히 확인해야 한다. 특히 하는 일에 비해 아르바이트 급여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경우는 반드시 의심이 필요하다.
택시 탈 때 번호판도 꼭 확인해야 한다. 영업용택시는 노란번호판으로만 등록허가가 되어있으며, 개인택시나 법인택시 상관없이 번호판이 ‘아’, ‘바’, ‘사’, ‘자’ 중 하나여야만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 외의 택시는 불법으로 개조된 것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 도움을 줄 때는 신중해야 한다. 어린아이, 장애인, 노인들을 이용한 납치괴담과 사례들이 늘고 있는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되 외진 곳으로 가는 것은 주의하고 경계해야 한다.
특히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무거운 짐을 부탁하는 경우 주위에 있는 자신보다 더 도움이 될 만한 성인남자에게 그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서운 납치 사례들, 어떻게 하면 예방 할 수 있을까?
각박한 사회 속 커가는 불신 “불행한 삶 초래할 수도”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이나 SNS상에 떠도는 신종 납치수법과 관련해 사실무근인 이야기들이 많다”면서 “악성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난 괜찮을 거야’ ‘남들 이야기인데’ ‘방법들이야 뻔하지’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사전에 주의하고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괴담’이긴 하지만 ‘무조건 조심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모르는 이가 도움을 청해 와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의심부터 하는 ‘불신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에 씁쓸하다”고 말했다.
주부 김은심(38)씨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무거운 짐을 들고 계시면 들어서 옮겨 드려야하고, 누군가 어려움에 처하면 도와주어야 한다고 배우고 또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우리들이 이제는 우리 아이에게 어떻게 하라고 가르쳐야할지, 아니 내 자신조차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고민에 휩싸였다”면서 “울고 있는 아이가 인신매매를 위한 미끼이고, 할머니까지 동원해서 인신매매를 한다니 연약한 사람을 이용해 이루어지는 인신매매 괴담과 사례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냐”고 씁쓸한 속내를 털어놨다.
불신 사회
깊어지는 ‘한숨’
이와 관련 헝가리 출신 사회학자인 <우리는 왜 공포에 빠지는가> 저자 프랭크 푸레디는 “낯선 사람에게 차를 태워주는 히치하이크는 이타적인 행동이 아닌 범죄의 전조로 이해 된다”면서 “공포가 우리 주변 곳곳에서 일상화한 이유는 ‘인간불신’에 있다”고 설명했다.
불신 회복에 대한 해법으로 프랭크는 “위험에 대한 경고만으로는 공포를 확대재생산 할 뿐이다”라면서 “사람은 해답이지 문제가 아니다. 공포에 대한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나 깨나 불조심’이라는 표어가 ‘자나 깨나 사람조심’으로 변해가는 현실. 이런 사회적 불신과 불안은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남는다. 내 안전을 위해 낯선 사람은 일단 경계하고 아이들에게는 “누구도 믿지 말라”고 가르쳐야 하는 삭막한 사회가 될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