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③완도 소안도

항일의 땅, 해방의 섬

▲ 일제강점기에 소안도 주민의 모금으로 세운 사립소안학교는 민족의식을 일깨우고 항일 정신을 가르쳤다. 사진은 복원된 사립소안학교에서 종을 치는 소안항일운동기념사업회장.

소안도는 아름다운 저항정신이 깃든 섬이다. 암울하고 참담한 일제강점기를 꿋꿋이 버텨냈다. 1년 내내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휘날리는 것도 소안도의 자랑이다.

소안도에 가려면 완도 화흥포여객선터미널에서 소안항까지 하루 10~12회 운항하는 여객선을 이용해야 한다. 차량을 실을 수 있는 여객선 3척이 운항하는데, 소안도의 항일정신을 기리려는 듯 이름이 대한호·민국호·만세호다. 어느 여객선을 타도 소안도의 자부심이 절로 느껴진다. 화흥포를 출발한 여객선은 노화도 동천항을 거쳐 1시간 만에 소안도 소안항에 닿는다. 선착장에 내리면 가장 먼저 ‘항일의 땅, 해방의 섬 소안도’ 푯돌을 만난다. 가슴이 뭉클하다.

소안항일운동기념관

소안도는 어떻게 항일의 땅, 해방의 섬이 되었을까? 먼저 소안항일운동기념관으로 가자. 소안항에서 출발해 소안면 소재지를 지나면 소안항일운동기념관이 지척이다. 가는 길에 태극기가 유난히 많다. 소안도는 일제에 저항한 정신을 드높이기 위해 태극기의 섬으로 거듭났다. 소안도 주민 1300여명의 집과 도로 곳곳에 태극기를 게양한 것이다. 태극기 게양은 대한민국국기법에 따른 규정이 있다. 아무 때나 게양할 수 없기에 완도군은 소안도에서 365일 태극기를 게양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연중 펄럭이는 태극기가 무려 1500여기. 소안도가 태극기의 섬이 된 것은 이 때문이다. 태극기의 의미를 되새겨볼 일이다.
 

▲ 소안항일운동기념탑 전경

소안도는 예부터 달목도라 했다. 초승달처럼 허리가 잘록해서 붙은 이름이다. 소안도는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데, 본래 남쪽과 북쪽에 각각 2개의 섬이었다. 파도가 실어온 퇴적물 덕분에 사주로 연결됐다. 소안항일운동기념관은 이 사주에 있어 동서로 바다가 훤히 보인다. 기념관이 위치한 곳은 일제강점기에 소안도 주민의 모금으로 세운 사립소안학교가 있던 자리라 의미도 깊다. 기념관과 함께 소안항일운동기념탑, 복원된 사립소안학교가 있다.
소안항일운동기념관은 일제강점기에 소안도 주민의 끈질긴 저항정신을 그대로 녹여낸 곳이다. 기념관은 영상실과 전시실로 나뉜다. 영상실에서는 소안도의 항일운동 역사를 자세히 소개한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전국 항일운동 지도가 보인다. 소안도는 함경도 북청, 부산 동래와 함께 항일운동의 ‘3대 성지’로 불린다. 세 지역은 지속적이고 다양한 항일운동을 펼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 소안항일운동기념관에 전시된 당사도등대 습격 사건 디오라마

소안도에서는 평화적 시위와 무력항쟁, 교육운동과 노농운동, 비밀결사와 법정투쟁, 섬 주민의 자발적인 학교 설립 등 일제강점기 내내 다양한 항일운동이 전개됐다. 당사도등대 습격 사건을 비롯해 ‘전면 토지소유권 반환 청구 소송’, 사립소안학교 설립 등이 대표적이다. 완도 본섬에서 한참 떨어진 데다 인구가 6000여명밖에 안 되는 섬에서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유공자가 20명, 기록에 남은 독립운동가가 89명에 이르는 사실로도 항일운동의 성지가 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 복원된 사립소안학교

전시관에서는 진(盡·온 힘을 다하다), 인(人·사람이 희망이다), 사(事·행동하는 양심, 역사가 되다), 대(待·힘을 모아 막아내다), 천(天·하늘이 내린 천직을 받들다), 명(命·힘을 보태 강해지다)을 테마로 항일운동 이야기를 소개한다. 전시관 중심에 소안도 항일운동의 시발점이 된 당사도등대 습격 사건의 디오라마가 있고, 천장은 다양한 태극기로 수놓아져 있다. 사립소안학교에서 사용한 교과서, 1920~1930년대 신문 지면을 장식한 소안도 기사, 독립운동가의 형사판결 원본 등 당시의 유물과 기록도 전시된다.
 

▲ 가슴 뭉클한 ‘항일의 땅 해방의 섬 소안도’ 푯돌

당사도등대 습격 사건은 소안도 항일운동의 시작점이다. 1909년 일본은 본국을 향해 먼 바다로 나가는 상선을 돕기 위해 당사도에 등대를 세웠다. 소안도 출신 동학군 이준화를 비롯한 5명은 일본 선박의 남해 항로를 방해하기 위해 거친 해안 절벽을 기어올라 일본인 등대원 4명을 죽이고, 등대를 파괴했다. 당사도등대가 생긴 지 불과 2개월 만이다. 당시 불빛을 밝히던 등명기를 파괴하려 했지만, 너무 단단해 바다에 빠뜨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등대 주변에는 당사도등대 습격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항일전적비와 광복 후 파괴된 등대원추모비 일부가 역사의 증인처럼 오롯이 서 있다.
 

▲ 복원된 사립소안학교 내 작은도서관에서 소안도를 배경으로 한 동화책을 들어 보이는 어린이

전면 토지소유권 반환 청구 소송도 같은 해 시작됐다. 소안도는 왕실에 세금을 내는 궁납전이었는데, 1905년 친일 매국노 이기용이 토지를 사유화하자 소송을 벌였다. 일본과 조선 왕실을 상대하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지만, 13년의 법정투쟁 끝에 승리를 거뒀다. 소송 승리의 기쁨은 학교 설립으로 이어졌다. 소안도 주민이 자발적으로 모금 활동을 벌여 1만원이 넘는 돈을 모금했다. 당시 소 한 마리 값이 70원인 점을 생각하면 꽤 큰 액수다. 사립소안학교에서 ‘사립’을 강조하는 이유는 마을 주민이 스스로 세웠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사립소안학교에는 일장기가 없었고, 민족의식을 일깨우며 항일정신을 가르쳤다. 노화도를 비롯한 주변 섬뿐 아니라 해남과 제주에서도 학생들이 찾아와 성황을 이뤘다.
 

▲ 천연기념물 339호로 지정된 완도 미라리 상록수림 전경

1년 내내 태극기 휘날리는 ‘태극기의 섬’
일제강점기 내내 다양한 항일운동 전개

하지만 사립소안학교는 일제에 ‘항일운동의 배후’로 지목돼 1927년 강제 폐교된다. 소안도 주민은 격렬히 항거했고, 학교를 다시 열기 위해 탄원서를 돌리기도 했다. 이 일로 소안도 주민 6000여명 가운데 800명이 불령선인(불온하고 불량한 조선사람)이 돼 일제의 감시와 통제를 받으며 고초를 겪었다. 이후에도 주민들은 수의위친계, 배달청년회, 살자회 등 항일 비밀결사를 만들어 조직적인 저항운동을 벌였다. 감옥으로 끌려간 이웃을 생각하며 한겨울에도 이불을 덮지 않고 잤다는 일화가 있다.
 

▲ 물치기미전망대에서 본 풍경

소안도 항일운동의 중심에는 송내호 선생이 있다. 사립소안학교의 전신인 사립중화학원을 설립해 교육에 힘썼고, 이후 사립소안학교를 세우는 데 앞장섰다. 1919년 경성(서울)에서 3·1운동이 일어나고 불과 2주 뒤, 완도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비밀결사 수의위친계를 조직했으며 배달청년회, 소안노농대성회, 살자회 등에 참여해 항일운동에 앞장섰다. 하지만 그는 배달청년회 사건으로 수감돼 이듬해인 1928년 세상을 떠났다.
사립소안학교는 지난 2003년 복원돼 평생학습원과 작은도서관으로 운영 중이다. 작은도서관은 시간 내서 들러볼 만하다. 아늑한 공간에 동화책, 소설책 등이 빼곡하다. 소안도를 배경으로 한 동화책 <노래를 품은 섬 소안도>를 읽어보기 바란다. 월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 주먹만 한 몽돌이 깔린 진산해변

이제 소안도를 한 바퀴 둘러보자. 소안항일운동기념관 앞으로 난 길은 소안도 남쪽 맹선리, 진산리, 소진리, 부상리, 미라리를 거쳐 원점으로 돌아오는 도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록수림과 몽돌 해변, 제주 한라산과 망망대해가 펼쳐지는 전망대 등 진경을 볼 수 있다.
맹선리로 방향을 돌리면 가장 먼저 완도 맹선리 상록수림(천연기념물 340호)을 만날 수 있다. 해풍을 막아주는 방풍림과 물고기를 불러 모으는 어부림 구실을 하는 숲이다. 붉가시나무, 후박나무 등 상록수가 빽빽하다. 당사도등대 습격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구한말, 소안도 주민이 무단으로 들어와 살던 일본인 거주지를 불태운 사건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맹선리를 지나면 소안도 남쪽 해안 절벽을 따라 고갯길이 이어진다. 고갯마루에 물치기미전망대가 있다. 당사도와 그 너머로 추자도가 보이고, 맑은 날은 제주도의 한라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당사도 왼쪽 끄트머리에 역사적 사건이 벌어진 당사도등대가 보인다.
 

▲ 완도 미라리 상록수림의 거대한 해송

고갯마루를 내려가면 진산리다. 주먹만 한 몽돌이 깔린 진산해변은 둥글게 호를 그리는데, 잔잔한 가운데 몽돌을 파고드는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간질인다. 진산리에서 부상리 마을을 지나 한 굽이 올라서면 잘 알려지지 않은 전망대가 나온다. 바로 해맞이일출공원으로 드라마 촬영지이기도 하다. 숲길을 따라 200m 정도 가면 해안 절벽 꼭대기에 닿는다. 서쪽으로 대모도와 청산도, 완도의 끝 섬 여서도가 나란하고, 남쪽은 사수도 너머로 제주도가 가깝다. 벤치에 앉아 너른 바다와 섬을 바라보며 쉬기 좋다. 절벽 아래에는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가 은신한 해안 동굴도 있다.
한적한 도로를 따라 내려오면 미라리가 지척이다. 몽돌이 예쁜 미라해변과 완도 미라리 상록수림(천연기념물 339호)이 한데 어울려 있다. 미라리 상록수림은 해송이 가장 많고, 생달나무와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특히 숲에서 해변으로 나가는 길목에 있는 거대한 해송과 2그루와 바다가 그림 같다.
 

▲ 보길도윤선도원림 동천석실에서 본 부용동

보길도 여행

소안도에서 완도로 갈 때 경유하는 노화도는 다리 하나로 보길도와 이어진다. 완도로 돌아가기 전 노화도 동천항에 내리면 보길도 여행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보길도는 고산 윤선도가 병자호란 때 인조가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은둔의 삶을 찾아 제주도로 가다 운명적으로 만난 섬이다. 윤선도가 이곳에서 지낸 흔적은 보길도윤선도원림(명승 34호)에 고스란히 남았다. 흐르는 물을 끌어들여 만든 연못에 세연정을 지어 풍류를 즐겼고, 곡수당에서는 〈어부사시사〉처럼 주옥같은 작품을 탄생시켰고, 동천석실에서는 낙서재를 바라보며 유유자적 다도를 즐겼다. 85세에 화려한 삶을 마감한 고산이 기거한 낙서재까지 그의 혼이 배지 않은 곳이 없다. 특히 10분 정도 산행해야 하는 동천석실은 꼭 가보자. 그곳에서 연꽃을 닮은 부용동의 아름다운 자태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소안항일운동기념관→소안도 일주(완도 맹선리 상록수림-물치기미전망대-진산해변-해맞이일출공원-완도 미라리 상록수림)→가학산 등산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소안항일운동기념관→소안도 일주(완도 맹선리 상록수림-물치기미전망대-진산해변-해맞이일출공원-완도 미라리 상록수림)→가학산 등산
둘째 날: 보길도윤선도원림(곡수당과 낙서재-동천석실)→예송갯돌해변→우암송시열글씐바위→완도수목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완도문화관광 www.wando.go.kr/tour
- 소안항일운동기념관 http://bizjhp.cafe24.com

문의 전화
- 완도군청 관광정책과 061)550-5412
- 완도군관광안내소 061)550-5151~3
- 소안항일운동기념관 061)552-0516
- 보길면관광안내소 061)553-5177
- 보길도윤선도원림 061)553-5632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완도,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4회(08:10~17:20) 운행, 약 5시간 소요. 완도공용버스터미널에서 화흥포여객선터미널까지 셔틀버스로 이동.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완도공용버스터미널 061)552-1500
여객선: 완도-소안도, 화흥포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10~12회(06:50~17:20) 운항, 1시간 소요(노화도 동천항 경유). 
*문의: 화흥포여객선터미널 061)555-1010 소안도여객선터미널 061)553-8177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 서호학산 IC→지방도819호선 13.4km 직진, 학산교차로에서 강진 방면 국도2호선→월산교차로에서 완도 방면 국도13호선→완도대교 건너 원동교차로에서 군외 방면 국도77호선으로 좌회전, 8.5km 직진→청해포구촬영장 끼고 우회전, 510m 이동→청해진서로로 우회전, 약 1.9km 직진→화흥포길로 우회전→화흥포여객선터미널→소안도여객선터미널→소안로 따라 2.6km 직진→소안항일운동기념관

숙박 정보 
- 미라펜션: 소안면 소안로, 061)552-4711, http://061-552-4711.kti114.net
- 소안그린펜션: 소안면 소안로, 010-8070-1259, https://cafe.naver.com/soannhgreen
- 동남펜션: 소안면 소안로232번길, 010-3607-7938, http://동남펜션.com
- 미소펜션: 소안면 소안로538번길, 061)555-3667, http://soanmiso.com 
- 블랙스톤펜션: 보길면 예송로, 061)554-1009, http://blackstonepension.co.kr 
- 해그림펜션: 보길면 보길동로, 010-9194-6254, www.haegrim.co.kr 
- 전라남도완도자연휴양림: 완도읍 대야일구1길, 061)550-3570, http://forest.jeonnam.go.kr
- 두바이모텔: 완도읍 해변공원로, 061)553-0688
- 무릉도원한옥집: 군외면 청해진로, 061)552-4779, https://0615524779.modoo.at

식당 정보
- 소안도맛집(백반): 소안면 소안로, 061)555-9966
- 작은섬식당(백반): 소안면 소안로, 061)552-7088
- 바다를담은면(바다를담은해조비빔밥): 군외면 초평길, 061)555-9988, https://badam.modoo.at
- 은혜기사식당(백반정식): 완도읍 개포로130번길, 061) 552-2774

주변 볼거리
청해포구촬영장, 완도수목원, 완도타워와 완도모노레일, 장도청해진장보고유적, 청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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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