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도…’ 돈 챙긴 오너들 막전막후

직원들 보너스 못 줘도 오너 일가 배당은 팍팍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주가 하락과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권 행사, 기업의 막대한 현금 보유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등이 맞물리며 배당이 매년 확대되는 추세지만 '대주주 배불리기'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토니모리가 ‘실적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업황 악화와 연결 자회사의 부진이 겹치면서 적자규모가 더 커졌다. 다만 이런 상황서도 배당규모는 전년보다 확대돼 이목을 끌고 있다.  

회사 어려워도
주머니는 두둑

토니모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66.06% 감소한 5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8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03%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78억원의 적자를 기록, 전년 대비 41.75%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34억원에 달했다.

다만 같은 기간 매출액은 4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토니모리는 2017년 적자로 전환한 뒤, 실적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장품 로드숍 시장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연결 자회사의 부진과 각종 비용 부담까지 늘어나며 수익 감소로 이어졌다. 4분기의 경우 중국사업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인한 재고자산 처리를 위한 1회성 원가 반영과 자회사인 메가코스 초기 가동에 따른 원가상승, 판매관리비 증가로 인해 적자규모가 커진 것으로 평가됐다.


실적악화에도 배당은 확대됐다. 토니모리는 이사회를 통해 지난해 회계연도에 대한 결산배당으로 주당 100원을 현금배당하기로 했다. 하지만 오너가(家) 배당 잔치 논란에 휩싸이자 지난 12일 배당 관련 내용을 정정했다. 새롭게 수정된 내용은 전 주주 대상이던 주식 배당금을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제외)를 제외하고 차등 배당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년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규모다. 토니모리는 지난해의 경우, 주당 50원을 소액주주만을 대상으로 차등 배당했다.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대해서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당시 토니모리는 “주주우선 경영 이념과 영업적자를 감안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토니모리의 지분 66.13%는 배해동 회장(32.12%)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4명이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에 대한 배당만 이뤄지면서 총 배당금은 2억9116만원으로 책정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 주주를 대상으로 배당이 진행된다. 여기에 주당배당금도 늘어나면서 배당규모가 대폭 불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도 올해는 두둑한 현금을 챙기게 됐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소유 지분율로 계산할 경우 배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 4명은 이번 배당으로 11억6647만원을 챙길 전망이다. 이 가운데 배 회장은 5억6647만원의 배당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토니모리, 배당 대상 변경의 이유는?
국순당, 상폐 위기에도 배당에만 혈안

토니모리는 2006년 설립된 화장품 제조 및 판매사로 2015년 7월10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백세주’로 유명한 국내 대표 전통주 전문기업 국순당의 배중호 대표가 ‘자기 배불리기’ 행보를 보여 세간의 빈축을 사고 있다.


국순당은 2015년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백세주 자진회수를 결정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고 후속작 부진, 업황 악화 등 영향으로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이다. 지난달 21일자로 공시한 ‘내부결산시점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사유발생’ 서류서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은 526억7900만원, 영업손실 27억5100만원, 순이익 151억7100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순당의 영업손실은 최근 4년 연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 실제로 2015년 83억500만원, 2016년 54억5600만원, 2017년 35억8400만원, 그리고 지난해까지 잇따라 영업손실을 내왔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에 한국거래소는 최근 국순당에 대해 관리종목으로 지정할 우려가 있다며 외부감사를 거쳐 올해 실적이 확정되면 거래소는 국순당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을 전한 바 있다.

국순당은 올해도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면 코스닥 상장 규정 38조 2항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심사를 통해 개선기간을 부여받거나 상장폐지로 지정돼 매매정리 후 공식적으로 증시서 퇴출된다.

또 국순당은 이날 현금·현물배당 결정 공시도 함께 냈다. 국순당은 결산배당으로 주당 26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시가배당률은 6.18%, 배당금 총액은 45억8377만8160원이다. 배당 기준일은 지난해 12월31일이다.

투자보다…
연구비도 줄어

지난해 9월30일 기준으로 배 대표는 국순당 지분 36.59%(653만3744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배 대표의 아들인 배상민 상무 4.06%(72만4220주), 딸 은경씨가 1.33%(23만8110주)를 보유 중이다.

이번 현금배당을 통해 배 대표는 16억6800만원 상당을 배당 명목으로 챙기게 됐고 배 상무와 은경씨도 각각 1억8800만원, 690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영업손실이 이어지면서 회사는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지만, 정작 배 대표는 실적을 고려하지 않고 배당금만 올리고 있다는 점.

국순당은 2017년 1주당 17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50원의 배당을 책정했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 배 대표의 보수도 인상됐다. 2015년과 2016년 8억1000만원 수준이던 연봉은 2017년 10억3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8%나 뛰었다.

공기청정기와 가습기 등 생활가전 전문기업인 위닉스도 배당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10년간 순이익의 절반가량을 배당한 것.
 

반면 연구개발(R&D) 투자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고 있어 미래성장동력 확보보다는 오너 일가의 주머니 채우기를 우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위닉스는 오너일가인 윤희종 회장과 윤철민 사장이 각각 30.5%, 19.6% 등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배당액의 절반이 오너 일가 주머니로 들어가는 구조다. 

지난달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위닉스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314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161억원을 배당했다. 윤 회장이 10년 동안 받은 배당금 총액은 59억1000만원이다.

윤 사장은 2014년부터 26억3000만원을 받았다. 윤 회장과 윤 사장 부자가 10년 동안 위닉스서 배당받은 금액을 합치면 총 85억4000만원이다. 최근 2년 사이 받은 배당금만 54억원에 달한다. 10년간 받은 배당금의 63%가 최근 2년 동안 받은 것이다. 

위닉스가 배당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다. 당시 11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는데 26.6%인 30억원을 배당했다. 주당배당금은 200원으로 최대 4배 뛰었다. 

지난해에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중간배당(주당 200원)도 실시했고 연말에도 주당 200원을 배당했다. 연간 기준으로 주당배당금은 400원이고 배당성향은 38.9%로 크게 높아졌다.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16%)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대대적 정정
그래도 강행


위닉스 관계자는 “2018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배당이 확대됐다”며 “영업상황이나 이익을 고려해 배당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위닉스는 2016년 139억원의 순적자가 났음에도 주당 5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전년도에 171억원 적자를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배당에 나선 것이다. 2011년에도 62억원 적자를 냈지만 주당 50원씩 6억원 이상을 배당했다. 

공교롭게도 위닉스가 배당에 활발히 나선 시기부터 연구개발비는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2013년과 2014년 42억원대로 고점을 찍었고 2015년 40억원, 2016년에는 36억원이 됐다. 

2017년 연구개발비는 38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매출 대비 비중은 하락했다. 2015년 매출 대비 2.1%였던 연구개발비 비중은 2016년 1.7%, 2017년 1.5%로 매년 떨어졌다. 지난해는 1∼9월 동안 1.2%로 더 낮아졌다.

세아그룹도 오너 일가의 배당을 대폭 늘려 빈축을 사고 있다. 회사는 기울어도 오너 일가의 부를 늘리면 그만이라는 식의 족벌경영 폐해가 곳곳서 드러나고 있는 것.

지난 1월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세아홀딩스는 지난해 매출 5조1766억원, 영업이익 1543억원, 당기순이익 98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7년에 비해 8.0%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각각 43.8%, 53.4% 줄었다.

위닉스, 배당은 늘고 투자는 매년 감소
세아그룹, 실적 정정? 배당금은 챙긴다

철강사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세아홀딩스의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이다.

세아홀딩스는 자회사의 결산 과정서 일회성 요인이 발생했다면서 지난달 19일 지난해 실적을 대대적으로 정정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은 물론 자산총계와 부채총계, 자본총계, 자본총계 대비 자본금 비율까지 모두 8개 항목을 수정했다.

정정공시로 세아홀딩스의 지난해 영업실적 부진은 더욱 심해졌다. 세아홀딩스의 정정공시를 보면 지난해 매출은 5조1767억원으로 0.01% 증가에 그친 것으로 수정됐지만, 영업이익은 당초 공시 대비 23.9%가 감소한 1175억원으로 정정됐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33% 줄어든 659억원이 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세아홀딩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8% 신장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7.2% 줄었고 순이익은 전년 대비 68.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아홀딩스 측은 “매출 또는 손익구조 30%(대규모 법인 15%) 이상 변경 공시 규정에 따라 실적을 공시했지만 자회사의 결산 과정서 일회성 요인이 추가되면서 정정공시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세아홀딩스는 이 같은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배당금을 전년보다 25% 늘린 99억9775만원으로 확정했다. 배당규모는 실적 정정이 이뤄진 이후에도 수정되지 않아 오너 일가는 당초 결정대로 배당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세아홀딩스는 배당금의 대부분은 지분이 많은 오너 일가 차지가 된다. 최대주주인 3세 이태성 대표를 비롯해 오너 일가가 79.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가 35.12%의 지분을, 이 대표의 어머니 박의숙 세아네트웍스 회장이 10.6%, 작은아버지인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이 12.66%, 사촌인 이주성 세아제강 부사장이 17.9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결산배당을 통해 오너 일가에 돌아가는 배당금은 79억8320만원에 달한다.

동전 양면 같은…
긍정적인 면도?

한 업계 전문가는 “지나친 배당은 기업경영을 위축시킬 수도 있지만 적절한 배당은 주가상승 등 오히려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이처럼 동전의 양면 같은 게 배당정책인 만큼 회사는 정치·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고 일관된 자세로 주주들에게 경영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