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김상훈·박진희·한정현 그룹전

낯섦과 익숙함 사이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여러 작가들이 모여 진행하는 그룹전의 성패는 조화서 갈린다.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을 얼마나 조화롭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전시회의 질이 달라진다. 소피스 갤러리는 김상훈·박진희·한정현 작가의 작품을 한 데 모았다. 세 작가는 익숙한 매체를 사용해 낯선 상황을 연출, ‘낯선 익숙함을 표현했다.
 

▲ Han Junghyun, Versatile Twist, 2018, FRP, steel, 234x70x195.8(h)cm(detail)

서울 역삼동 소재의 소피스 갤러리가 지난 13일, 오프닝 리셉션을 시작으로 세 작가의 그룹전을 개최했다. 세련된 감각의 아트 퍼니처로 주목받아온 김상훈과 한정현 그리고 레고블록과 직물을 이용한 뜨개질로 벽에 걸린 회화와 유사한 형태의 오브제를 만들어내는 박진희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서로 다른 작품

미술은 일상으로, 디자인은 기능성을 수반하는 시각적 오브제로 교차하면서 동시대의 미술과 디자인은 멀고도 가까운 사이로 이합집산하는 경향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비단 미술과 디자인이라는 멀고도 가까운 장르뿐만 아니라 연관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던 장르 간의 경계와 벽이 허물어져가는 동시대의 맥락서 진행된다.

세 작가의 작품들은 디자인과 미술 그리고 회화와 오브제의 경계를 넘나드는 오브제로서 자리하며 독창적인 질감을 드러내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소피스 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낯설어 보이는 광경이지만 알고 보면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매체를 사용한 작품들을 통해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훈의 작품은 마치 페인팅을 캔버스 밖으로 옮겨놓은 듯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거친 인상과는 달리 메모리 폼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시각적 특성과는 상이한 촉각성을 지닌다.


국내외 주목받은 세 작가
가깝고도 먼 장르의 조합

작품의 표면은 추상표현주의서의 물감을 흩뿌리는 드리핑 기법이나 색면처럼 자유롭고 유연한 효과를 추구하지만, 독특하게도 그 결과물은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가구로 나타난다. 전형성서 탈피함과 동시에 가구의 실용성이라는 본질과 예술성을 모두 확보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크랜브룩 아카데미 석사과정을 졸업한 김상훈은 Design Miami, Design Miami Basel, ICFF New York, iSaloni Milan, 100% Design London, Neocon Chicago, Maison & Objet 등 해외 굴지의 디자인 아트페어에 지속적으로 작품을 출품해왔다. 2010년에는 I.D Annual Design Review Winner of ICFF Studio 등 유명 디자인 어워즈에서 수상 및 선정됐고 기업과 활발한 협업을 통해 국내외서 주목받았다.
 

▲ Park Jinhee, Inner Fragment Series -Invisible Time(fragile), 2015, hand-knitting fabric and LEGO bricks on wood, 133x123cm

한정현은 가구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인 나무로 제작한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주된 특징은 가구 본연의 촉각성과 물성, 기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재료의 특성을 바탕으로 비틀림과 꺾임, 끼워 맞춤 등의 기법을 다양하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서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느낌이 강조된다.

누에고치를 모티브로 한 커피 테이블이나 유려한 곡선으로 이어지는 기다란 벤치 등을 살펴보면 대칭과 비대칭의 경계를 넘나든다. 유려한 직선과 곡선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유희하면서도 그 안에서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조형언어를 관찰할 수 있다. 상판이 삼각형으로 중첩되는 작품 ‘Triad&Beyond’는 박선기의 모빌조각과 협업해 색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과 크랜브룩 아카데미를 졸업한 한정현은 광주비엔날레,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London Designers Block, Salon de Meuble de Paris 등 국내외 전시와 가구박람회에 참여했다. 세계적인 디자인 매체 <Wallpaper*>를 비롯해 국내외 주요 언론에 소개됐다. 2007년부터는 디자인 스튜디오인 Chairs on the Hill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메모리 폼·나무·레고블록
위트 있고 자유로운 표현


박진희는 레고블록을 작품에 사용한다. 보통 액자틀은 나무 등의 재료로만 구성되는데 박진희는 레고블록을 사용, 반복적으로 층위를 만들어 작품의 일부분으로 기능하게 한다. 동시에 물감이 묻은 캔버스가 있어야 할 자리에 레이스와 직물 등으로 뜨개질해 단단한 액자틀과는 대조적인 텍스처를 선보인다.

상반된 질감의 재료를 통해 오브제와 회화 간의 경계를 환기시키려는 시도다. 또 박진희는 대비되는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내면에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고자 했다. 촘촘히 짜인 직물 속에 보일 듯 말 듯 새겨진 텍스트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내면의 파편을 관람객에게 암시해주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박진희는 단국대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국민대 대학원에서는 회화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밟았다. 서울미술관, 문화역서울284, DDP, 청주국제비엔날레, 리각미술관 등에서 열린 전시에 참여했다. Context Art Miami, CIGE, Art Silicon Valley San Francisco, 키아프, 아트부산 등 국내외 아트페어서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 Kim Sang Hoon, Ottoman, 2018, flexible foam, detail1

이번 전시는 낯설지만 익숙해서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촉각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세 작가의 작품을 한 데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관람객들은 일반적인 관점서 가구 혹은 평면 오브제로 단순히 분류될 수 있지만 그런 전형성을 탈피하려는 다양한 시도와 장르 구분을 극복해내는 결과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균형을 조율

소피스 갤러리 관계자는 낯섦과 익숙함 사이서 균형을 조율해나가는 흥미로운 지점을 조명하고, 디자인과 예술의 차이점과 경계에 대한 거대 담론서의 접근보다는 재료와 형태서 나오는 위트있고 자유로운 표현을 만끽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3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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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