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20)돌진

고구려 병사를 내어주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내 생각도 그와 다를 바 없소. 지금 시간이 문제지 저들이 공격하면 우리의 결과는 참담하오. 그런 연유로 이쯤에서 우리의 행동을 접고 당나라에 투항하는 방법이 옳다 생각하오.”

“무슨 소리요. 절대로 항복은 아니 되오!”

흑치상지가 말을 이어가자 갑자기 지수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군, 차분히 생각하세요!”

사탁상여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항복?

“오랑캐 놈들을 경험해보고도 그럽니까. 행여나 저 놈들이 약속을 지키리라 생각합니까!”

“전과는 상황이 다르지 않소. 그리고 이게 있지 않소.”

흑치상지가 손에 들려있는 서신을 흔들었다.

“좋소, 저놈들이 약속을 지킨다고 합시다. 그를 떠나 우리가 저놈들에게 항복하자고 뭉쳤소!”

“그건 아니지만 상황이 이렇게 변하지 않았소. 그리고 우리는 항복하고 싶어 이러는 줄 아오.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처했으니 할 수 없이.”

“결국 당신들 잇속 때문 아닙니까!”


“그래서 지수신 장군은 여하한 경우라도 투항하지 않겠다는 겁니까!”

흑치상지가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소장은 여하한 경우라도 당나라에 항복할 수 없소. 그러니 항복하려거든 장군들이 성을 나가시오!” 

지수신이 일갈과 함께 기어코 칼을 빼들었다.

그 모습에 모두가 흠칫 놀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지수신 장군, 전혀 재고 여지가 없습니까?”

사탁상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당연하오. 단 이 부분은 반드시 명심하시오. 지금 이 순간 이후로 장군들은 적이오. 그러니 소장에게 덤벼들 때는 이 칼에 사정 두지 않을 테요!”

말을 마친 지수신이 칼을 거꾸로 들어 힘차게 탁자를 내리 찍었다.

지수신의 마음마냥 칼이 파르르 떨렸다.

뒷걸음치듯 물러난 흑치상지와 사탁상여 등 장수들이 자신들의 수하와 식솔들을 거느리고 성을 벗어나자 지수신은 남아있는 병사들을 점검해보았다.

소수의 나이 든 병사들만 남은 모습을 보고는 나오느니 한숨뿐이었다.


잠시 실의에 빠져 있는 중에 성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급히 성루로 올라가자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성을 빠져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방금 전까지 자신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장수들과 병사들이 당나라군과 함께 시위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 단지 시위가 아닌, 여차하면 침공을 감행할 듯한 모습을 바라보고 애처로운 듯 자신을 바라보는 나이 든 병사들을 살폈다.

그 모습을 살피며 한 사람을 불러 자신이 성을 빠져나가면 성문을 열고 항복하라 지시하고 뒤로 물러섰다.

임존성을 빠져나간 지수신이 남들의 시선을 피해 북으로 방향을 잡았다.


여러 날이 지나 칠중하를 건너고 이어 고구려 영토로 들어서자 곧바로 고구려 진영을 찾았다.

그곳에서 자신을 소개하고 찾아온 사유, 연개소문 대감을 뵙기를 간청하자 고구려 군사들에 의해 평양성으로 이송되었다.

연개소문이 집무실에서 소소한 일을 챙기는 중에 지수신의 방문 사실을 접하고 그와 대면했다.

“막리지 대감, 소장 백제의 장군 지수신입니다.”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지수신이 연개소문 앞에 그대로 엎어졌다. 

“일어나 좌정하세요.”

그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던 연개소문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나 지수신이 일어날 생각은 않고 어깨를 들썩였다.

“장군, 이제 좌정하시오!”

연개소문의 묵직하면서도 은근한 소리가 이어지자 지수신이 힘들게 몸을 일으켜 자리 잡았다.

“면목 없습니다, 막리지 대감.”

수신이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쳐냈다.

결사항전? 백제군 이미 당군과 합심 
지수신 고구려군과 다시 백제로 행해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소?”

“너무나 억울하여 대감께 호소하고자 찾아뵈었습니다.”

“그 사연을 들어볼까요.”

자세를 바로 한 지수신이 그동안의 사정을 차근차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연개소문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경청하고는 이야기가 끝날 무렵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소?”

“소장에게 군사를 내어주십시오.”

“무엇 하시려고!”

“군사를 내어주시면 다시 백제 땅으로 돌아가서 당나라 군사들과 일전을 벌이렵니다.”

연개소문이 찬찬히 지수신의 얼굴을 주시했다.

“장군의 의지는 가상하오, 아니 당연히 그리해야 할 일이오. 그런데 내가 군사를 내어준다면 승산 있겠소?”

“군사를 내어주신다면 부여 풍 왕과 함께 임존성이 아니라 바로 백제의 수도였던 사비성을 공략하겠습니다.”

“부여 풍이라면?”

“선왕이셨던 의자왕의 아들로 일찌감치 왜국에 볼모로 갔다 돌아오셔서 지금 주류성에서 백제의 중흥을 위해 당나라 군사들과 대치 중입니다.”

미처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던 연개소문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는 곁에 있던 병사에게 뇌음신 장군을 불러오라 지시했다.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겠소?”

연개소문의 제안에 지수신이 부여 풍 왕자와 관련하여 알고 있는 일들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고 난 연개소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승리를 장담할 수 없으나 이대로 물러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저들과 사생결단하렵니다.”

“그런데 말이오.”

“말씀 주십시오, 대감.”

“장군의 충정 그리고 부여 풍 임금의 의지는 충분히 알겠는데 진정 백제가 다시 설 수 있겠소?”

지수신이 답하지 못하고 연개소문의 입을 주시했다. 

“이미 적의 영토로 바뀐 그곳에서 진정 백제의 재기를 도모하기는 불가능하다 생각하오.”

“하오면?”

지수신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어둡게 변해갔다.

“그렇다고 장군의 충정과 부여 풍 왕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소.”

지수신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연개소문을 주시하는 순간 명을 받은 뇌음신이 막사로 들어섰다.

뇌음신이 자리하자 잠시 대화를 중단하고 지수신과 서로 상견의 예를 나누도록 배려했다.

“장군이 수고스럽더라도 지수신 장군과 함께 백제 땅을 다녀와야겠네.”

“명령만 주십시오, 대감.”

연개소문이 지수신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러면 소장은?”

기습과 구출

“이른바 기습과 구출이네.”

지수신이 의미를 새기는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고구려가 백제의 고토에서 전쟁을 일으킨다면 전면전으로 가야 하오. 그런 경우 가장 해를 당하는 사람은 바로 백제 백성들이고. 아울러 적진으로 변한 그곳에서의 전쟁은 승리를 점칠 수 없소. 그러니 그런 전투는 바람직하지 않소.”

말을 하다 말고 연개소문이 뇌음신을 주시했다.

그 의미를 살핀 뇌음신이 미소를 보이며 지수신을 주시했다.

“유인 작전입니다.”

유인이라는 소리에 지수신이 뇌음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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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