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19)하룻밤의 꿈

사라지는 백제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복신이 도침을 죽이고 나자 당나라의 침공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부여 풍의 관할에 있던 성들을 함락시키며 주류성으로 돌진하는 한편 본국에 지원군을 요청하여 다방면으로 거세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전하!”

늦은 밤이었다. 복신이 연인인 수경과 함께 잠자리에 들려 할 즈음에 수경이 복신의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은근한 미소를 보였다.

왕위의 꿈


“전하라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

“이제 장군께서 백제의 임금이 되셔야지요.”

재차에 걸친 수경의 말에 복신이 미소를 머금었다.

“자네가 생각해도 그게 온당한고?”

“당연하옵니다. 비록 풍 왕자가 보위에 올랐지만 온당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백제의 운명과 함께한 장군께서 진정 이 나라의 주인이 되셔야 합니다.”

“하기야, 내 경우도 왕족의 피를 가지고 있으니 안 될 것도 없지. 그런데.”

“말씀 주십시오, 전하.”


“지금 당나라 군사들이 신라를 앞세우고 침공을 지속하고 있지 않으냐. 그런 경우 나를 따르는 무리만으로 저들을 상대할 수 있겠느냐?”

“풍만 제거하면 다른 병사들은 자연스레 전하께 몰려들 것입니다. 그게 힘의 논리지요.”

“하기야 제 놈들이 언제 충성했다고.”

“그리고.”

“말해보거라.”

“전하께서 보위에 오른 후라면 당나라와 협상이 가능할 것이옵니다.”

복신이 협상을 되뇌었다.

“당나라 입장에서 굳이 우리를 멸할 이유가 없습니다.”

복신이 일전에 유인궤가 보냈던 사자를 상기했다. 지금 수경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일전에 당의 최고 책임자인 유인궤가 사자를 보낸 적이 있었지. 그때 도침의 꾐에 빠져 그냥 돌려보냈지만 굳이 우리를 멸하고자 했다면 사자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야.”

“옳습니다, 전하.”

“그러면 자네와 내가 영원토록 사랑을 나누고 말이야.”


수경이 대답 대신 양팔을 뻗어 복신의 목을 감쌌다.

“전하, 항상 이렇게 사랑해주셔야 해요.”

“물론이지, 여부가 있는가.”

말을 마침과 동시 복신의 입이 수경의 입에 포개졌다. 

당나라의 유인궤와 접촉한 복신이 부여 풍을 제거하기 위해 굴 속 방에 누워 마치 위급한 병에 걸려 시일을 다투는 듯 위장하고는 수하 병사들을 시켜 자신의 신상에 대한 소문을 내도록 했다.  

소문이 어느 정도 퍼졌다고 판단한 시점에 자신의 부장을 부여 풍에게 보내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 친히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전갈을 받은 부여 풍이 잠시 생각에 잠겨들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도 혈기왕성했던 그의 갑작스러운 칭병, 또 생명이 위독할 정도라는 데 절로 의구심이 솟구쳤다.

그 이면에는 도침을 죽인 그의 계략 또한 작용하고 있었다.

그를 염두에 둔 풍이 방문에 앞서 복신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가장 가까이서 수발드는 수경을 불렀다.

물론 복신과의 관계를 알고 그를 선택했다.

“상잠 장군이 위중하다고 하는데 병명이 뭐라 하더냐?”

“풍병(風病)이라 하옵니다, 전하.”

풍의 은근한 말에 수경이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풍병을 언급했다.

“어쩌다가 그 몹쓸 병에!”

“너무 과로하여 그런 듯하옵니다.”

풍이 혀를 차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수경의 얼굴이며 목덜미 그리고 손 등 노출된 부분을 상세하게 살펴보았다.

수경은 그를 알지 못하고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풍병에는 호랑이 뼈가 그만이라 하는데. 내 그를 구해서 내일 오전 중에 문병 갈 터이니 고생이 되더라도 조금만 견뎌내시라 여쭈어라.”

“내일 오전 중이라 전하올까요?”

복신 왕위 꿈꾸다…간파당한 계략
연인과 처참한 죽음…풍 전권 장악

“반드시 내일 오전에 들릴 터이니 그리 전하거라.”

수경이 물러나자 곧바로 심복들을 소집했다.

그들에게 호랑이 뼈를 구하라는 지시와 함께 그 사실이 반드시 복신의 귀에 들어가도록 하라는 엄명을 주었다. 

그 일은 저녁이 되자 복신의 귀에도 들어갔고 복신은 그를 철석같이 믿고 내일을 기약하며 수경과 함께 은밀한 시간에 빠져들었다. 

그를 확인한 풍이 깊은 시각에 심복들을 거느리고 발소리를 죽여 가며 복신이 머물러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곳에 도착하자 복신이 수경과 한창 이상한 행위에 몰두하고 있었다.

가벼이 혀를 차며 급습했다.

엎어진 수경의 등 위에서 하반신을 급히 움직이던 복신이 갑작스런 풍 일행의 출현에 기겁하고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여의치 않은 모양인지 어색한 상태서 하반신을 움찔거렸다.  

놀란 사람은 복신만이 아니었다.

엎어져 있던 수경이 복신에 앞서 일행의 출현을 감지했고 그로 인해 괄약근이 자동적으로 조여져 복신의 몸의 일부분이 빠져나갈 수 없게 됐다.

“버러지만도 못한 놈 같으니!”

그 상태를 감지한 풍이 일갈과 함께 복신의 등에 발을 올려 강하게 누르고는 복신으로부터 받은 보검을 뽑아 들었다. 

“잠시…… 잠깐…….”

복신이 안간힘을 쓰며 수경으로부터 몸을 떼려하자 곁에 있던 풍의 심복이 발로 복신의 엉덩이를 강하게 짓눌렀다.

복신과 수경으로부터 희열의 소리인지 고통의 신음인지 분간 못 할 소리가 흘러나왔다.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거라. 너희 버러지만도 못한 두 년, 아니 놈들 함께 저승으로 보내줄 터이니.”

말을 마침과 동시에 곁에 있는 다른 심복에게 둘의 목을 누르라 지시하자 다시 거친 가격과 함께 복신의 목에 발이 올려졌다. 

복신과 수경의 몸이 일자를 그리며 완벽하게 고정되었다. 

“이런 미친놈을 한때 당숙이라고 생각했다니. 부디 저 세상에 가서는 괜찮은 여인 만나 제대로 사랑해라!”

말을 마침과 동시에 풍이 칼 끝을 복신의 등에 고정시키고 힘차게 들이밀었다.  

주류성에서 부여 풍이 복신을 죽이고 전권을 장악하며 일시적으로 당나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체제를 정비할 즈음 임존성에서도 전의가 고조되고 있었다. 

전권 장악

유인궤의 군사와 당의 본토에서 증원된 좌위위장군(左尉衛將軍) 손인사의 군사 7000명이 임존성을 공략하기 위해 다가오고 있던 터였다.

임존성 가까이 진을 세운 당군이 공격에 앞서 사자를 성으로 보냈다.

그를 접한 임존성의 수뇌부가 모여 대책을 숙의하기 시작했다.

“장군들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흑치상지가 다시 사자가 전한 글을 살피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우리가 희망을 걸었던 주류성의 내분이 그치지 않고 있으니 가능성이 없다 보아도 무방합니다. 아울러 당나라의 제안을 심도 있게 생각해볼 일입니다.”

사탁상여가 조심스럽게 말을 받았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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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