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생태계 망치는 ‘대리게임’ 실태

게임계 ‘적폐’ 뿌리 뽑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게임 생태계 파괴의 주범 ‘대리게임’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대리게임이란 타인의 계정으로 게임을 하면서 이득을 취하는 부정행위를 말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많은 게이머들과 개발사들이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지난해 ‘대리게임 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이 같은 영업활동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최근 영리를 목적으로 타인의 아이디를 이용해 대신 게임을 해주는 대리게임 업자들이 등장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공정한 게임을 방해해 게임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게임사들 환영

대리게이머는 게임 유저들에게 흔히 ‘헬퍼(helper)’ ‘대리’ 등으로 불린다. 레벨이 높은 유저가 레벨이 낮은 상대와 파티(목적 달성을 위한 게임 내 모임)를 이뤄 경험치 등을 쉽게 얻게 해주는 일명 ‘쩔(게임 몬스터를 대신 잡아주는 행위)’과는 다르다.

대리게임의 가장 큰 문제는 게임 유저 간의 매칭(Matching)이 왜곡된다는 점이다. 유저 등급에 따라 매칭이 성립되는 게임서 실력이 좋은 대리게이머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유저가 만나 불공평한 게임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 게임 유저는 “대리게임은 유저 사이서 ‘암세포’로 불린다. 게임은 재미로 해야 되는데 왜 이렇게 등급에 대해 병적으로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며 “등급에 집착하는 행위 때문에 대리게임은 물론이고 불법 핵 프로그램까지 성행한 것이다. 대리게임은 게임 밸런스와 운영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 유저는 “대리게임으로 얻은 등급을 보며 만족하는 유저들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자신의 실력으로 얻은 등급도 아닌데 왜 좋아하느냐”라며 “실력은 결국 수면 위로 드러나게 돼있다. 이제는 대리게임을 없앨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특별히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 수단이 없어 사업자등록까지 마친 대리게임 업자들이 활발하게 온라인 광고를 했다. 수만원서 수십만원의 비용을 받고 버젓이 영업활동을 해왔던 것.

그런데 이러한 영업활동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리게임 처벌법(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리게임 처벌법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나 시행된다. 

통과된 개정안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먼저 대리게임을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승인하지 않은 방법으로 게임물의 점수·성과 등을 대신 획득해주는 용역의 알선, 또는 제공을 업으로 함으로써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그동안 대리게임을 적발해도 처벌할 규정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게임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게임사들은 이용 약관을 통해 계정 정지 등의 수단으로 제한적인 제재만 가능했다. 그러나 법적인 제재 근거 수단이 없어 대리게임업자들이 활발하게 영업활동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대리게임 처벌법’ 통과로 업계 숨통
원로 김병관 의원 반대표 던져…왜?

한 PC방 관계자는 “그동안 대리게임이 건전한 게임 이용문화와 공정한 시장 질서를 저해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 “처벌에 대한 실질적인 법적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일반인 이용자들이 좀 더 안심하고 공정한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게임시장 전반의 성장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본회의 표결서 재석 176인에 찬성 167인, 반대 1인, 기권 8인으로 가결됐다. 당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공교롭게도 게임회사 CEO(최고경영자) 출신으로 정치권 내 대표적인 게임산업 전문가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어서 관심이 쏠렸다. 

게임업계 전반적으로는 ‘득’이 예상될 만한 법안이었지만 유독 김 의원만이 반대표를 던졌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 의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승인하지 않은 방법’이라는 조문이 가진 맹점을 지적했다. 그는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려면 사업자의 의도를 물어봐야 하는데 그 의도에 따라 유·무죄가 달라진다면 그것은 올바른 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게임은 만들 때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이용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사업자의 의도도 중요하지만 유저(이용자)가 그 게임을 어떻게 이용할지는 유저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는 개발할 때의 생각과 서비스할 때의 생각이 같을 수 없고,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며 “이렇게 자의적인 해석이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은 형벌로 다스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게임을 해킹하거나 어뷰징(게임의 시스템을 이용해 불법적인 이익을 취하는 행위)을 통해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것과 다르게 단순히 대리게임을 통해서는 운영을 방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게임마다 대리게임을 통해 나타나는 문제점은 천차만별일 텐데 그것을 일괄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있으니 어떻게 해결하자고 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모 자식이나 친구, 연인끼리 대리게임을 하는 것은 괜찮고 대리사업자는 안 된다는 논리는 솔직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대리게임 문제점은 게임사업자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지켜봐야…

이동섭 의원은 “대부분의 인기 게임들이 전문 대리게임 업자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리게임은 일반 사용자는 물론 게임사에게 많은 피해를 입히고 나아가 e스포츠 생태계까지 망치는 암적인 존재였지만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건강한 e스포츠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인해 게임계의 ‘적폐’로 불리는 대리게임이 뿌리 뽑힐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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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