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17)간계

도침의 죽음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지금은 도침이 참고 지내지만 언제고 반드시 이 성을 손아귀에 넣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하였습니다.”

“뭐라!”

순간 복신이 안았던 수경을 품에서 내려놓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한쪽에 두었던 칼을 뽑아들었다. 그를 살피던 수경이 급하게 복신의 다리를 잡았다.


보검을 바치다

“지금은 아니 되옵니다, 장군.

“놓아라, 내 이놈을 당장에 죽이겠다!”

“저쪽에서도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을 터이니 함부로 접근하시면 아니되옵니다.”

복신이 물끄러미 자신의 다리를 잡고 있는 수경의 얼굴을 주시하다가는 이내 자세를 낮추어 칼을 옆에 놓고 다시 으스러져라 껴안았다. 

“장군, 반드시 이 원수를 갚아주셔야 하옵니다.”

“내 반드시 이놈을 죽여 자네의 분을 풀어주고 말리라.”


복신이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워 수건을 들고 수경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주며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전하, 긴히 아뢸 말씀이 있습니다.”

밤이 깊은 시각 복신이 비단 보자기에 싼 보검을 들고 풍의 거처를 찾았다.

“그건 무엇이오?”

“이 검은 백제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던 보검입니다.”

“보검이라. 그런데 그 보검이 왜 장군 손에 있소?”

“전하, 소장이 누굽니까?”

“그야, 사사로이는 당숙이고 선왕의 종제되시죠.”

“그런 연유로 제가 이 보검을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왜국에 머물러 있던 부여 풍으로서는 가능한 이야기처럼 들린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보검을 가져온 사유는 뭐요?”

“당연히 주인께, 전하께 돌려드리려 합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보검을 풍에게 건넸다.

풍이 건네받은 보검의 비단을 풀자 금으로 만든 손잡이가 불빛에 반짝였다. 그를 바라보며 가볍게 탄식을 내뿜은 풍이 칼을 뽑아들었다.

휘황찬란한 빛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과연 보검이로고, 보검!”

풍이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전하!”


복신이 은근하게 입을 열었다.

“말씀하세요.”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입니까?”

“그게 무슨 소립니까, 당연히 짐의 나라지요.”

“하온데.”

“주저 말고 말씀하세요.”

복신이 여운을 주자 풍이 목소리를 높였다.

“왜국에 계실 때 도침에게 무슨 말씀을 들었었는지요?”

“그 당시에…… 그저 백제를 다시 세워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짐을 보위에 오르게 하겠다는 말 외에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복신이 뜸을 들이자 풍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도침이 전하와 소장을 제거하고 새로운 왕국을 세우려 음모를 꾸미고 있다 합니다.”

“뭐라!”

“이미 망한 백제왕국으로는 한계에 부딪치니 새롭게 나라를 세우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죽일 놈이 있나!”

보검을 들고 있는 풍의 손이 떨렸다.

“하여 소장이 전하를 모시고 도침을 제거하려 하옵니다.”

“확실한 정보입니까?”

풍도 저간의 사정, 복신과 도침의 알력 싸움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터였다.

“그런 연유로 소장이 사사건건 도침의 일에 제동 걸고는 했었습니다. 전하의 나라, 우리 집안의 나라를 위해서.”

복신이 우리 집안이라는 말에 힘을 주었다. 풍이 복신의 말을 새기며 보검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제거하려 하오?”

“사사로이는 우리 집안의 일이니 전하를 중심으로, 또 그래야 전하의 권위가 널리 알려지니 만큼 반드시 전하께서 앞장서셔야 합니다.”  

“이놈이 그래서 번번이 제동 걸고 나서고는 했군.”

풍이 이를 갈며 칼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부여 풍이 최근 발생한 하인들의 일로 복신과 도침의 관계가 소원해진 점을 들어 화해를 위한 주선의 자리를 마련하고 도침에게 통보했다.

그를 전달받은 도침이 의혹의 시선을 보내며 참석을 망설이다 결국 호위병을 대동하고 대전으로 이동했다.

대전에 이르자 복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부여 풍 혼자 기다리고 있었다.

“상잠 장군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복신과 부여 풍 도침 제거 결심
보검에 눈멀어 제 발로 사지에…

도침이 주위를 둘러보며 거들먹거리자 풍이 가볍게 혀를 차며 난색을 지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이전 일로 단단히 화가 난 모양입니다.”

“명색이 장군이 그런 일로, 허허.”

도침이 말을 하다 말고 헛기침했다.

“그러게 말이오, 장군.”

“그래서 오지 않겠답니까?”

도침이 고개를 돌려 자신을 호위했던 군사들을 바라보며 다시 헛기침했다.

“그래서 말인데. 장군께서 나서 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제가 말입니까?”

도침이 어깨까지 들썩였다.

“장군께서 직접 가시기 곤란하면 수하 병사들이라도 보내보심이 좋을 듯합니다.”

도침이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전과 별다른 동향은 감지되지 않았다. 그를 살피며 자신의 병사들에게 복신을 정중히 모셔오라 호기롭게 지시했다.

“고맙소, 장군.”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역시 장군이십니다.”

“허허 참, 계집도 아니고 그런 일로.”

도침이 말을 멈추고 풍의 눈치를 살폈다.

풍이 그저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차며 반응했다. 

“장군, 이제 자리합시다.”

“그러시지요. 부하들에게 정중하게 모셔오라 했으니 반드시 올 겝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저 기다리고 있지요.”

두 사람만이 자리하게 되자 풍이 가만히 도침의 얼굴을 주시했다. 비록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만난 이후 지금까지 전하란 소리 한 번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행동거지를 보면 누가 왕이고 누가 신하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상잠 장군이 오기 전에 장군께 고마움을 표해야겠소.”

“고마움이라니요?”

“우리 백제의 대장군임을 알리는 증표로 가문 대대로 내려온 보검을 드리려 합니다.”

대장군이라는 칭호도 그렇지만 보검이라는 소리에 도침의 입이 벌어졌다.

그 모습을 살피며 풍이 병풍 옆에 있는 괘로 도침을 이끌었다. 풍이 괘의 문을 열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순간 머리에 쓴 왕관이 앞으로 쏠렸고 급히 양손으로 왕관을 잡았다.

“수고스럽지만, 장군께서 꺼내주시겠소.”

함정에 빠진 도침

도침이 풍의 모습을 살피며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아니 자신의 손에 들려질 보검을 자신의 손으로 꺼내겠다는 듯이 자연스레 몸을 숙여 손을 괘로 집어넣었다.

바로 그 순간 병풍이 스르르 젖히면서 복신이 도침의 목 뒤에 칼을 힘차게 밀어 넣었다. 

누구의 손에 죽는지도 알지 못하며 고통스런 신음을 내지르며 도침의 머리가 괘 속으로 밀려들어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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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