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200호 특집> 미리 가본 1300호 시대

2년 뒤 대한민국 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일요시사>가 지령 1100호를 낸지 2년 만에 지령 1200호를 맞았다. 2021년이면 또다시 다가올 지령 1300호. 그때의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 타임머신을 타고 미리 살짝 들여다봤다.
 

▲ 구글 자율주행차 웨이모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평양 개최 =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평양서 열렸다. 경북도가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결과다. 2000년 경주서 열린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흥행에 성공했다. 당시 김용순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일행이 다녀가기도 했다. 당시 행사에선 북한 영화도 상영했다. 

끈끈한 남북

이에 발맞춰 남북 화해 분위기가 형성되자 평양 개최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경북도는 북한과 행사 교섭을 추진해 평양엑스포를 개최할 수 있었다. 경북도는 2013년을 시작으로 수십억원을 모아둔 남북교류협력 기금을 이번 평양엑스포에 모두 쏟아부었다. 

▲유니버시아드대회 서울-평양 공동 개최 = 2021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서울-평양 공동 개최가 성사됐다.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서울-평양 공동개최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당초 2021년 대회 개최지로 선정된 투르크메니스탄이 내부 사정으로 개최 포기 의사를 밝힌 이후 연맹이 서울-평양으로 관심을 돌린 덕분이다. 

2019년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주관하는 FISU 에릭 생트롱 사무총장은 당시 스위스 취리히서 유럽 순방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서울시에 2021년 유니버시아드대회를 평양과 공동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대회의 개막식은 서울서, 폐막식은 평양서 하고 일부 경기는 북한서 열렸다.


▲자율주행 시스템 상용화 =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자’로 인정받았다. 또 운전 중 휴대전화 이용이나 줄지어 주행하기 등도 허용된다. 정부는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활성화되자 운전자의 개념에 ‘시스템’을 포함하는 등 예상되는 각종 규제를 기술 진보에 맞춰 단계별로 정비했다. 정부는 도로교통법상 운전자 개념을 재정의하고 각종 의무와 책임 주체를 재설정했다. 

북과 협력행사 늘어
급속도로 과학 발달

자율주행 중 유사 시 운전 제어권을 시스템서 사람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준을 정하고 자율주행차에 맞는 제작·정비·검사 규정, 자율주행 시스템 관리 의무도 신설했다. 자율주행 중 교통사고가 났을 때 형사책임·손해배상 기준과 보험 규정도 마련했다. 이어 운전 중 휴대전화 등 영상기기를 쓸 수 있게 됐고 2대 이상의 자동차가 줄지어 통행하는 ‘군집주행’도 가능하도록 도로교통법이 개정됐다. 
 

▲ ▲나로호 ⓒ현대중공업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우리 기술로 만든 우주발사체를 갖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엔진, 추진제 탱크 등 구성품의 설계, 제작, 조립 기술을 확보했다. 앞서 우리나라는 나로호 발사 당시 국산 액체연료엔진을 쓰고자 했지만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러시아서 수입했다. 

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번 누리호 발사의 성공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우주발사체 개발을 위한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2022년 1차 시험위성을 발사하고 다음 해인 2023년 2차 차세대중형위성(검증위성)을 발사해 실용급 위성 발사능력을 실증하게 된다. 2024년엔 3차 차세대소형위성을 발사한다. 한국형발사체를 기반으로 국내 위성 발사, 달 탐사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5G 스마트폰 1억대 출하 = 5세대 이동통신(5G)가 본격화하며 1억대의 5G 스마트폰이 출하됐다. 이는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의 1%에 불과하지만 2020년 1000만∼1500만대에 이어 2021년에는 1억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향후 5G 채택률은 완만히 증가해 2025년 글로벌 시장서 5G 가입자 수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4%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글로벌 시장서 5G 초기에는 모바일 시장보다 가정용 인터넷 서비스로 더 인기를 얻었다. 2019년 5G 휴대용 핫스팟 기기와 고정형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5G 모뎀은 각각 100만대가량 출하됐다. 
 

▲ 문재인 대통령

▲클라우드 전문기업 집중 육성 = 정부가 2019년 중앙부처 및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제공하는 모든 대국민 서비스에 민간 클라우드를 도입하도록 규제를 풀었다. 또 국내 전문기업을 2200개 육성하고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공공기관은 경영평가 때 가산점을 주는 인센티브 제도도 도입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공공부문의 민간 클라우드 시장규모를 10배로 확대했고 클라우드 전문기업은 2017년 700개서 현재 2200개로 5년 만에 3배로 성장했다. 

정부가 민간 클라우드 육성에 나선 배경은 국가정보화 예산 중 민간 서비스 비중이 0.7%에 그쳤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과 영국, 일본 정부는 정보시스템을 구축할 때 클라우드를 우선 활용하는 ‘클라우드 퍼스트’ 정책을 펼치며 자국 업체들을 활발하게 육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군 함정 방어유도탄 ‘해궁’ 탑재 = 연구개발이 완료됐던 유도탄·항공기 등 다양한 위협으로부터 아군 함정을 방어하는 방어유도탄 ‘해궁’이 해군 함정에 탑재됐다. 해궁은 미국 레이시온 사(社)로부터 도입해 운용 중인 ‘RAM(Rolling Airframe Missiles·단거리 함대공 유도탄)’을 대체하기 위해 2011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을 주도하고 LIG넥스원, 한화디펜스가 개발에 참여했다. 

본격적인 5G 시대
클라우드 기업 육성

해궁은 해군 함정의 최대 위협인 대함유도탄·항공기를 요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요 시 적 함정까지 대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유사 무기체계 대비 방어능력이 향상된 대공유도무기로 평가된다. 특히 수직발사 방식을 채택해 전방위 발사가 가능하며, 사거리는 20㎞ 이내다. 또한 이중 탐색기를 적용해 기상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운용이 가능하며 여러 위협표적에 대응할 수 있게 개발됐다. 

최신식 군대

▲‘직충돌형 소형 드론 시스템’의 전력화 = 직충돌형 소형 드론은 소형 드론 기술 및 수직 이·착륙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군사용 드론으로 국방과학연구소 산하 민군협력진흥원이 개발을 주도했다. 직충돌형 소형 드론은 전 세계적으로 개발 및 도입이 증가하고 있는 무기체계로 성능 면에서 500g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고 40분 정도 비행이 가능하다. 또 핵심 표적에 대한 정밀 타격이 가능하고 탑재 가능한 수준의 군수지원 물품도 수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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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