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박물관 여행 ④보성 한국차박물관

향에 취하고 맛에 반하고

▲ 한국차박물관에서 다례를 배우는 벌교여중 학생

추운 겨울에는 박물관이 좋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는 박물관이라면 금상첨화다. 전남 보성에 있는 한국차박물관은 차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와 차 음식 만들기, 녹차 천연 화장품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2010년 9월에 문을 연 한국차박물관은 차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 차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보여주는 ‘차 문화실’

박물관은 1~3층 전시실과 5층 전망대로 구성된다. 1층 ‘차 문화실’만 둘러봐도 차 관련 책을 한 권 읽은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차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보여준다. 
 

▲ 고대부터 현대까지 차 유물과 다기 등을 전시하는 ‘차 역사실’

‘녹차 수도’ 보성

보성에서 차가 본격적으로 재배된 시기는 일제강점기이다. 일본 차 전문가들은 전국에서 차를 가꾸기 좋은 지역을 찾다가 보성에 녹차 씨앗을 심었다. 해방 후 방치된 차밭을 1957년 장영섭 대표가 인수해 대한다업주식회사를 설립, 보성의 차밭 역사가 이어졌다.
 

▲ ‘차 생활실’에서 다례 시범을 보여주는 선생님

‘녹차 수도’라고 불리는 보성은 전국 단일 시군에서 차 생산 규모가 가장 크다. 주변 지역보다 표고가 높아 일교차가 큰 데다, 해양성기후 영향으로 차나무가 잘 자라는 환경을 갖췄다. 안개가 끼는 날이 많아 습도가 높으니 차나무는 충분한 수분을 공급받을 수 있다. 이런 강점을 갖춘 보성 차는 ‘우주에서 마실 수 있는 음료’로 선정됐다. 1층 차 문화실을 둘러보면 보성녹차군수품질인증제와 지리적표시제, 국제유기인증 등 보성 녹차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차 재배에서 수확까지의 생산과정을 디오라마로 만들어서 어린이들도 이해하기 쉽다.
 

▲ ‘차만들어보는곳’에서 차 만들기 체험을 하는 외국인들 <사진제공:보성군청>

2층 ‘차 역사실’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차 유물과 다기 등을 전시한다. 보성 덤벙분청사기가 눈길을 끄는데, 덤벙 기법으로 만든 다완도 볼 수 있다. 덤벙분청사기는 철분을 함유해 차의 쓴맛을 내는 타닌을 중화한다고 알려졌다.
 

▲ 차만들어보는곳 뒤쪽 전망대에서 본 몽중산다원

1층과 2층이 눈으로 공부하는 공간이라면, 3층 ‘차 생활실’은 몸으로 배우는 공간이다. 차 마시는 예절을 배우고 차향에 빠져볼 수 있다. 장난꾸러기 학생도 이곳에 오면 점잖아져 다관에 물을 따르는 동작부터 다르다. 차에 쓴맛과 단맛, 신맛, 매운맛, 떫은맛이 있다는 선생님 말씀에 차를 머금고 진지하게 음미한다. 차를 마시고 다식까지 맛보면 다례 수업이 끝난다. 다례 체험을 하고 싶다면 주말에 방문해야 한다.
 

▲ 찻잎 모양으로 만든 복합 문화 공간 ‘봇재’의 외관

차 만들기 체험에 참여해도 좋다. 한국차박물관 옆에 ‘차만들어보는곳’이 있다. 이곳에서 차 만들기, 차 음식 만들기, 녹차 천연 화장품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차 음식은 녹차떡케이크나 홍차스콘을 만들 수 있고 천연 화장품은 스킨&로션, 스킨&미스트, 보습크림, 오일&향수 중 선택해서 만들 수 있다. 재료 준비를 위해 예약이 필수며 15명 이상 신청 가능하다.
한국차박물관 주변에는 둘러볼 곳이 많다. 박물관 뒤에는 실내정원이 있고, 차만들어보는곳 뒤에는 차밭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몽중산다원에 속한 밭으로 초록빛 차밭의 유려한 곡선이 아름답다. 한국차박물관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다(월요일·1월1일·명절 당일 휴관). 관람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이다. 
 

▲ 녹차해수탕을 즐길 수 있는 율포해수녹차센터

차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 마련

한국차박물관을 포함한 한국차문화공원 일대는 겨울에 더 반짝반짝 빛난다. 보성차밭빛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12월14일부터 내년 1월13일까지 찬란한 빛으로 보성 차밭을 물들인다. 은하수터널과 빛산책로, 디지털차나무, 차밭파사드 등 화려한 빛 조형물이 특별한 추억을 안겨줄 예정이다.
한국차박물관을 돌아본 뒤에는 봇재로 향한다. ‘무거운 봇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 가다’라는 뜻이 있는 봇재는 보성읍과 회천면을 넘나드는 고개 이름이자, 보성군이 2015년 11월에 개관한 복합문화공간이다. 1층에는 보성역사문화관이 자리해 보성의 역사와 명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2층에는 뽕잎도라지그린티, 레몬그라스그린티 등 보성 차를 바탕으로 만든 차를 선보이는 카페와 마켓이 있으며, 3층에는 보성의 자연을 테마로 한 에코파빌리언이 마련되어 있다.
 

▲ 태백산맥문학관 2층에 독자들이 <태백산맥>을 필사한 노트를 모아놓은 공간

보성 녹차를 즐긴 다음 향할 곳은 율포해수녹차센터다. 국도18호선을 따라 내려가면 율포해수욕장 앞에 새로 문을 연 율포해수녹차센터가 보인다. 지하 120 m 암반층에서 끌어올린 바닷물과 보성 녹차 우린 물을 이용한 녹차해수탕이다. 20년 가까이 사랑받아온 보성해수녹차탕보다 2배 이상 큰 규모로 2018년 가을에 문을 열었다.
 

▲ 벌교 꼬막으로 만든 음식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꼬막정식

보성에서 빠뜨릴 수 없는 여행지가 벌교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으로 우리나라 문학 기행 1번지이기도 하다.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는 조정래 작가의 문학 정신을 기리는 태백산맥문학관이 벌교 여행의 시작이다. 문학관에는 작가의 육필 원고 1만6500여장을 비롯해 각종 아이디어 스케치와 메모 등을 전시한다. 2층에는 독자 필사본을 모아놓은 공간이 눈길을 끈다. ‘필사는 정독 중의 정독이다’라고 쓰인 벽 아래 독자들이 <태백산맥>을 필사한 노트가 있다. 문학관 옆에는 소설에 등장하는 현부자네집과 소화의집을 조성했다. 태백산맥문학관에서 출발해 김범우의집, 홍교, 채동선생가로 문학 기행을 이어가도 좋다.
한 가지 더 빼놓을 수 없는 코스가 있다. 겨울철 벌교에서 꼬막을 먹지 않으면 섭섭하다. 가을부터 봄까지 제철이기 때문이다. 벌교 꼬막은 삶기만 해도 맛있다. 다양하게 맛보고 싶다면 무침과 탕수, 전에 탕까지 나오는 꼬막정식을 추천한다.
 

▲ ‘한국 안의 작은 티벳’이라 불리는 대원사티벳박물관

한국의 작은 티벳 ‘대원사’


문덕면 천봉산 자락에 있는 대원사도 들러보자. 산속에 폭 안긴 대원사 입구에는 ‘한국 안의 작은 티벳’이라 불리는 대원사티벳박물관이 있다. 대원사 현장 스님이 1987년부터 꾸준히 수집해온 티벳 불교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불교 경전에 담긴 죽음과 환생을 주제로 한 특별전 ‘신과 함께 저승 여행’이 2019년 4월까지 열린다. 중국, 일본, 티벳의 사후 세계관이 엿보이는 불교 회화와 사후 세계에 대한 염원이 담긴 시왕도(十王圖)를 볼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문학 기행: 한국차박물관→봇재→율포해수녹차센터→태백산맥문학관→홍교
사찰 기행: 한국차박물관→봇재→율포해수녹차센터→대원사→대원사티벳박물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한국차박물관→봇재→율포해수녹차센터 
둘째 날: 태백산맥문학관→홍교→대원사→대원사티벳박물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보성문화관광 http://tour.boseong.go.kr
- 한국차박물관 http://tour.boseong.go.kr/tea
- 봇재 http://tour.boseong.go.kr/botjae
- 태백산맥문학관 http://tour.boseong.go.kr/tbsm
- 대원사티벳박물관 www.tibetan-museum.org  

문의 전화
- 보성군청 문화관광과 061)850-5215
- 한국차박물관 061)852-0918
- 봇재 061)850-5955
- 태백산맥문학관 061)850-8653
- 대원사티벳박물관 061)852-3038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보성,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2회(08:10, 15:10) 운행, 약 4시간40분 소요. 광주-보성,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2회(06:30~20:45) 운행, 약 1시간 소요. 보성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군학행 버스 하루 4회(11:15~ 20:20) 운행, 대한다원 정류장 하차, 약 26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광주종합버스터미널 062)360-8114 보성시외버스터미널 070-7431-2879 버스타고 www.bustago.or.kr
기차: 용산역-보성역, 무궁화호 하루 1회(09:10) 운행, 약 5시간50분 소요. 광주송정역-보성역, 무궁화호 하루 3회(06:13, 10:33, 19:18) 운행, 약 1시간20분 소요. 보성역 앞 우산리 정류장에서 군학행 버스 이용, 대한다원 정류장 하차, 약 23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회덕 JC→호남고속도로 동광주 IC→광주제2순환도로 화순 방면→국도29호선→보성읍→국도18호선→한국차박물관

숙박 정보  
- 보성여관: 벌교읍 태백산맥길, 061)858-7528, www.boseonginn.org
- 보성다비치콘도: 회천면 충의로, 061)850-1100, www.dabeach.co.kr
- 제암산자연휴양림: 웅치면 대산길, 061)852-4434, www.jeamsan.go.kr
- 보성녹차리조트: 보성읍 녹차로, 061)852-2600, www.nokcharesort.com

식당 정보
- 보성녹차떡갈비(한우떡갈비): 보성읍 녹차로, 061)853-0300, http://보성떡갈비원조.crw.kr
- 특미관(녹차삼겹살): 보성읍 봉화로, 061)852-4545, http://061-852-4545.mbiz114.com
- 수복식당(한정식): 보성읍 중앙로, 061)853-3032, www.수복식당.kr
- 갯마을횟집(활어회·매운탕): 회천면 우암길, 061)852-8103
- 국일식당(꼬막정식): 벌교읍 태백산맥길, 061)857-0588

축제·행사 정보
보성차밭빛축제: 12월14일~1월13일, 한국차문화공원 일원, 061)850-5211(보성군청 문화관광과), www.boseong.go.kr/tour 

주변 볼거리
보성천문과학관, 득량역, 주암호, 서재필기념공원·서재필기념관, 보성군립백민미술관, 강골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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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악명 높은 보이스피싱 총책 탈옥한 ‘김미영 팀장’ 포착

[단독] 악명 높은 보이스피싱 총책 탈옥한 ‘김미영 팀장’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정훈씨의 최근 행적이 확인됐다. 지난해 탈옥에 성공한 이후 1년여 만이다. 박씨와 함께 탈옥에 성공했던 인물은 총 3명이다. 이들은 올해 초까지 말레이시아로 여러 차례 밀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박씨는 최근 필리핀 카비테 부근 한 시골 마을로 주거지를 옮겼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초부터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정훈씨의 탈옥 가능성을 제기했다. 외교·수사당국은 현지 담당자가 철저하게 관리 중이라며 ‘소극 행정’으로 대처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꼴이다. 1년이 지난 현재, 박씨는 필리핀 서부 지역 한 시골 마을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못 잡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는 필리핀 카마린스 수르 교도소에서 탈옥한 이후 올해 초까지 총 세 차례 이상 말레이시아 사바주로 밀항을 시도했다. 이들이 밀항을 시도한 곳은 필리핀 남서부 잠비앙가와 민다나오 다바오 시티다. 잠비앙가의 경우 여행경보 4단계인 흑색 경보(여행금지) 발령 지역이다. 외교부의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없이 흑색 경보 지역을 방문·체류하는 경우, 여권법 제26조 등 관련 규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잠비앙가는 우리나라 국민이 여행할 수 없는 곳인 셈이다. 박씨와 송모씨 등 ‘탈옥 멤버’들은 다바오 시티에서 두 차례 밀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잠비앙가로 이동했다. 잠비앙가에서 술루 제도를 통해 말레이시아로 이동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술루 제도로 이동하던 박씨 일당들은 필리핀 반군에 억류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씨가 밀항을 시도한 잠비앙가를 비롯해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는 이슬람 반군들이 주둔해 있다. 지난해 10월 말에도 무력 충돌이 발생해 최소 14명이 사망했다. 당시 민다나오 마긴다나오델수르주의 파갈룽간시에서 필리핀 최대 반군단체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의 두 지휘관과 수하 병력이 총기와 흉기로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1970년대부터 분리주의 무장투쟁을 벌여온 MILF는 2014년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었다. 이를 통해 정부가 민다나오섬에 설치한 이슬람 임시 자치정부인 ‘방사모로 과도당국(BTA)’과 ‘방사모로 무슬림 민다나오 자치지역(BARMM)’ 구성에 참여했다. 잠비앙가·민다나오서 ‘뒷돈 도주’ 시도 이슬람 반군에 억류 후 풀려나 마닐라로 MILF는 2019년 9월부터 평화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무기 반납을 시작했지만, 무장 해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여전히 총기를 보유한 MILF 병력은 수천 명 이상이다. 박씨는 반군들에게 마약 및 보이스피싱으로 벌어들인 돈 수천만원을 뇌물로 전달한 이후 풀려났다. 지난 5월 초 박씨는 송씨와 헤어진 후 필리핀 루손섬 카비테주 카비테 시티로 이동했다. 지난달 말에는 카비테 시티 외곽 한 시골 마을에 자신의 현지 부인인 A씨까지 불러 정착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그간 마닐라 타기그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에 거주했다. 현지인들은 보니파시오를 BGC 또는 글로벌 시티로 부른다. 필리핀의 청담동으로 불릴 만큼 고층 빌딩, 고급 주거지, 쇼핑 거리 등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보니파시오의 경우 냉장고와 에어컨 정도만 구비돼있는 콘도 한 유닛의 월세가 필리핀 돈으로 13만~15만페소(약 304만~351만원)에 달한다. 필리핀은 주차장도 주인이 따로 있기 때문에 주차장을 포함하면 월세도 10만원에서 15만원 정도 더 늘어나게 된다. 같은 도시에 위치한 원룸 형식의 콘도 월세도 5만5000페소(약 128만원)에 달한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경찰도 관련 첩보를 파악해 현지 수사당국과 공조 중이다. 아직 정확한 집 주소나 확실한 거주지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이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 넘게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 왔다. 수억 비트코인에 차명 주택 부동산 소유 현지 부인이 조력해 “지속적 현금 조달” 특히,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 그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게 “박씨가 마닐라에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하고 있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했다. 국내 정보기관은 박씨 일당의 움직임이 수상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2023년 12월과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 교정당국에 박씨의 탈옥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박씨가 탈옥한 것을 두고 필리핀 교정당국은 해당 교도소에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탈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일부 훼손된 철조망을 찾아냈다고 한국 정부에 설명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외교부와 경찰, 법무부 국제형사과 등이 일부 파견을 가 현지에서 한국 범죄자들을 관리하는데, 공문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범죄자와 면담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저 공문만 보내는 것으로는 범죄자들의 탈옥을 막을 수 없다. 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 잡나 박씨는 A씨의 도움을 받아 오래된 교도소의 취약점을 파악해 탈옥을 계획했다. 사전에 철저히 ‘탈옥 계획’을 구상하고 보안이 허술한 교도소에 잡혔단 뜻이다. 말레이시아로의 밀항 준비도 A씨가 현금 조달을 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A씨는 박씨가 교도소에서부터 환전한 수억원 이상의 비트코인을 관리해 왔다. 박씨와 같은 교도소에 있었던 한 제보자는 “환전한 비트코인 외에도 A씨가 박씨의 차명 소유 자택 부동산 등 수십억원 상당의 재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