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특집>기쁨보다 더 진한 슬픔 ‘영혼결혼식’ 이모저모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6.29 14: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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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영혼 없어 200여 총각영혼 장가 못 간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 죽었거나 미혼인 채로 죽은 처녀, 총각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행해지는 영혼결혼식. 이는 일반인들에게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교통사고나 자살 등으로 꽃다운 나이에 사망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영혼결혼식을 원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약 500여 쌍의 영혼결혼식을 성사시킨 ‘설산스님’을 서울 서대문구 홍은3동에 위치한 백련사에서 직접 만나 얽히고설킨 애절한 사연들을 들어봤다. 

“동생의 사진을 안은 형과 신부가 마주보고 섰다. 동생의 사진을 안고 있는 형의 두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신랑 신부 맞절.’ 두 사람은 서로 허리를 깊이 숙여 맞절을 했다. 그 순간, 어디선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영혼결혼식’
질긴 인연의 끈

산 사람의 결혼식이 아닌 ‘영혼결혼식’의 한 장면인 이 문구는 설산스님이 펴낸 <알몸>이란 책 내용의 일부분이다.

1981년부터 결혼식을 못 올리고 사는 동거부부들을 위해 무료 합동결혼식을 주관한 설산스님은 1년 뒤 이승에서 못 다한 인연을 맺어주는 영혼결혼식을 시작해 지금까지 1000여 쌍의 합동결혼식과 500여 쌍의 영혼결혼식을 성사시켰다. 스님이 가난한 이들과 죽은 이들의 결혼식을 고집해 온 이유는 무엇일까.

“81년 어느 신도가 남의 결혼식사진에 자기 부부 얼굴을 오려붙인 결혼사진을 보고 그들을 위한 무료결혼식을 마련해주겠다고 결심했지요. 영혼결혼식의 경우 이승에서 못 다한 인연을 맺어주는 일이니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KAL기 추락사건, 산사태로 죽은 젊은 군인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기타의 수해사건 등으로 아깝게 목숨을 잃은 선남선녀들의 영혼을 맺어서 죽어서나마 부부의 인연을 맺게 해주는 일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인지 모릅니다.”

설산 스님의 말에 따르면 원래 우리나라에서 영혼결혼식이란 문화는 없었다고 한다. 다만 결혼 못하고 요절한 이들의 영혼끼리 맺어주는 관습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백련사 설산 스님, 500여 쌍의 무료 영혼결혼식 성사
사돈될 집안의 가정환경…신체적 조건도 맘에 들어야

총각, 처녀가 죽으면 저승에 가지 못하고 구천에 떠돈다는 속설이 있었는데 옛날에는 총각, 처녀가 죽으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에 몰래 십자로 암매장을 했다고 한다. 그 자리를 많은 사람들이 밟고 다니면 이승에 맺힌 한을 떨군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 풍습이 언젠가부터 무속인들에 의해 볏짚으로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 고운 한복을 입혀 영혼결혼식을 올리고 첫날밤을 치르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후 몇몇 절에서 스님들이 영혼결혼식을 치러주면서 영혼결혼식이 자주 행해지게 됐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비용 때문에 엄두를 못 내는 이들을 위해 설산스님이 무료 영혼결혼식을 해주기 시작하면서 백련사가 영혼결혼식 장소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요즘은 신부가 없어서 영혼결혼식 성사가 힘들다고 설산스님이 다시 입을 뗀다. 20년 전쯤만 해도 총각 영혼이 부족해서 처녀영혼이 결혼을 못했는데, 현재는 처녀영혼이 없어 200여명의 총각영혼이 장가를 못 가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까다로운
신랑·신부 맞선

영혼결혼식을 올리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결혼을 하지 못한 채 죽은 처녀, 총각들을 맺어주는 일이 가장 많고 두 번째는 경제적 형편 등의 이유로 혼례를 올리지 못하고 살다가 한 쪽이 먼저 세상을 등진 경우이다. 이 외에 혼인 날짜를 잡았으나 불의의 사고를 당해 한쪽이 죽어 식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가장 많은 경우인 죽은 처녀 총각들의 영혼결혼식은 서로 모르는 남녀가 저승의 객이 되어 올리는 것이지만 배우자를 선택하는 조건은 꽤 까다롭다.

사주와 궁합, 나이, 집안은 물론, 외모, 성격, 신체적 조건, 학력까지 꼼꼼하게 맞선을 본다. 서로 사주와 궁합이 잘 맞는 상대방을 구해서 짝까지 맺어주니, 스님은 ‘중매’ 역할까지 하는 셈이다.

“죽은 이유도 중요하죠. 자살해서 죽은 사람은 꺼리는 터라 보통 자살은 자살한 사람끼리 결혼식이 치러지죠. 교통사고는 교통사고, 병사는 병사끼리 맞추는 등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도 중요한 조건 중에 하나에요.”

“오히려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 맺어주기가 더 힘들다”는 게 스님의 말이다. 살아있을 때 성격이 괴팍하거나, 대인관계가 좋지 않으면 성사가 어렵다. 양가의 가족들이 참여해 처음 선을 보는 날 스님의 신상파악 정보를 듣고 서로 궁금한 점을 묻고 사진을 교환한 뒤에 합의가 안 된 경우도 있다. 사돈끼리 성격이 맞지 않아서다.

맞선을 전후로 거의 대부분 영혼들이 부모나 형제·자매의 꿈에 나타난다고 한다. 원하는 짝이면 ‘고맙다’고 인사를 하거나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하고, 원하지 않는 짝이면 대성통곡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20년 전 연탄가스로 죽은 이화여대생이 있었어요. 좋은 신랑감이 있으면 연을 맺어달라는 부모의 부탁을 받고 상대를 찾아봤으나 한 달이 넘도록 적합한 대상을 찾지 못한 상태였죠.  기다리다 지친 부모들이 급하게 짝을 구해서 맺어줬는데 그날 밤 부모의 꿈에 나타나 ‘속았다’며 대성통곡을 하더라는 거예요. 자초지종을 듣고 다시 다른 총각의 영혼과 인연을 맺어줬더니 그날 밤에 딸이 나타나 ‘고맙다’며 큰절을 올리더라는 거예요.”

조건이 맞으면 결혼식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좋은 날을 잡아 절에서 병풍을 치고 처녀, 총각을 깨끗이 목욕재계(실제로 목욕을 시킬 수 없으나 부처님의 법력으로)시킨 후, 병풍 안에 위패(지방)를 모셔놓고 첫날밤을 치르도록 한다.

이후에는 극락왕생을 비는 천도제가 진행된다. 양가는 이러한 인연을 시작으로 매년 두 사람의 결혼기념일엔 한 자리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등 대부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장례식장으로
변한 ‘결혼식’

기쁜 결혼식이 아닌 만큼 가슴 아픈 기억도 많다. 20년 전 설산스님은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급하게 와달라는 연락을 받고 갔는데 분위기가 너무 어두웠다. 붐비는 하객들의 표정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었고 신랑의 모친으로 보이는 사라은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알고 보니 결혼식을 3일 앞두고 신랑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으면서 행복할 결혼식 날이 장례식 날이 된 것이었다. 스님은 장례식장에서 죽은 신랑과 산 신부의 결혼식을 치러주었다. 주례사를 하는 도중 신부가 울기 시작했고 스님도 코끝이 찡하고 가슴이 메어와 말문이 터지지가 않았다고 회고한다.

우연히 맞은 장례 날짜가 맺어준 영혼결혼식도 있었다. 화물차 운전사였던 신랑은 짐을 가득 싣고 바를 매느라고 당기고 있는데 지나가는 차에 치이면서 유명을 달리했다.

병원에서 장례를 치르려다 보니, 한날한시에 같이 장례를 치르는 처녀가 있었던 것이다. 처녀는 연탄중독으로 고인이 됐다. 이를 안 병원 관리사무소에서 중매에 나섰고, 영혼결혼식 전문가인 스님을 부르면서 결혼식을 치르게 된 것이다.

영혼결혼식에 얽힌 애절하고 슬픈 사연들 ‘가슴 먹먹’
“애틋하고 눈물겨운 고인에 대한 마지막 애도의식”

가장 최근에 영혼결혼식을 올린 사례도 스님의 기억에 생생하다고 한다. 33살, 동갑내기 부부가 결혼식을 못 올린 채 사랑하며 살아가다 부인이 그만 병으로 세상을 등지고 만 것이다.

부탁을 받고 인천에 영혼결혼식을 올리러 간 스님에게 남편은 ‘다음 생에 태어나도 당신과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설산스님은 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주례사에 넣어서 들려준다. 대부분 젊은 나이에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죽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든 집착과 원결을 풀어버리고 미련과 한도 다 버리고 이 세상에서 못다 받은 명과 복을 극락세계에서 듬뿍 받으라고 일러준다.

스님은 또 많은 죽음들을 지켜보면서 깨달은 이치를 산 사람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우리가 생각해야 될 것은 우리가 마지막 가는 길에 정말 무엇을 가지고 갈 것인지 새롭게 인식하는 일이죠. 육체며, 명예며, 재물 등은 한낱 티끌에 지나지 않아요. 세상을 마치고 마지막 떠나는 길 위에서 그것은 더욱 분명해지죠. 내게 남는 거라곤 오직 알몸 뿐, 돌아갈 때 벌거벗은 알몸으로 업만 두르고 떠나는 길, 남아있는 인생이라도 남을 생각하며 좋은 인연을 많이 만들면 좋겠어요.”

알몸으로 왔다
알몸으로 가는

물론 영혼결혼식이 좋은 의도에서 시작됐다 하더라도 맹목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영혼결혼식은 자식을 잃은 부모님이 가슴에 맺힌 평생의 한을 푸는, 애틋하고 눈물겨운 고인에 대한 마지막 애도의식의 하나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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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