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베트남 영웅’ 박항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2.21 17:41:44
  • 호수 11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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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세오 신드롬에 두 나라 ‘들썩’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경질 위기부터 스즈키컵 우승까지. 베트남의 영웅으로 등극한 ‘바캉서’ 박항서 감독. 그의 여정이 베트남 현지서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 언론은 박 감독을 올해 ‘최고의 인물’로 선정했다. 그야말로 박항서 신드롬이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밤 9시30분(한국시각)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미딘 국립경기장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동남아시아 국가 대항전) 결승 2차전 경기서 1-0으로 승리했다.

A매치 무패행진
가장 긴 기록

이로써 베트남은 1, 2차전 합계서 3-2로 앞서며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스즈키컵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베트남은 결승 2차전 승리로 A매치 무패행진을 16경기(9승7무)로 늘렸다. 이는 현재 A매치 무패행진을 이어가는 국가 가운데 가장 긴 기록이다.

베트남의 우승이 확정되자 홈 관중 4만여명의 함성으로 경기장은 열광에 빠졌다. 현장서 경기를 관람하던 베트남 권력서열 2위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서열 3위인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도 자리서 벌떡 일어나 주변에 있던 사람들과 악수하며 기뻐했다. 이어진 시상식서 푹 총리는 박 감독을 한참이나 안은 뒤 양쪽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웠다. 

베트남 주요 도심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 금성홍기(베트남 국기)를 흔들거나 부부젤라를 불며 축제를 즐겼고, 곳곳서 ‘박항세오(박항서의 베트남식 발음)’를 외쳤다.


박 감독은 지난 15일 베트남 ‘탄니엔’을 통해 “굉장히 기쁘다.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베트남 국민들도 엄청난 응원을 보내주셨다. 베트남 팬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 영광스럽다. 이 우승컵을 베트남 국민 모두에게 바치고 싶다”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어 그는 “팀으로 이뤄낸 성과다. 내가 감독으로서 하는 역할은 많지 않다. 23명의 선수 모두가 노력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베트남 대표팀을 맡아 아주 행복하다. 베트남과 한국의 연결고리가 된 것도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흡족해했다.

베트남은 ‘박항서 매직’에 흠뻑 취했다. 베트남 국영방송 VTV1은 축구대표팀을 동남아시아 최정상에 올려놓은 박항서 감독을 올해 최고의 인물로 선정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VTV1은 해마다 그해 가장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인물을 뽑는데, 이번에는 극히 이례적으로 외국인인 박 감독이 선정됐다. VTV1은 조만간 박 감독을 초청해 내년 1월1일 방영할 신년 기획 프로그램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즈키컵 10년 만에 우승 ‘승승장구’
현지 언론들 2018 최고의 인물로 선정

국내서도 박항서 신드롬이 불었다. 토요일 밤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2018 결승 2차전 베트남-말레이시아 시청률이 18%를 넘은 것으로 나왔다. 지난 16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8분부터 11시21분까지 SBS가 생중계한 베트남-말레이시아전 시청률은 전국 18.1%, 수도권 19.0%로 집계됐다. 

SBS는 그동안 SBS스포츠를 통해 베트남의 스즈키컵 경기를 중계했다. SBS는 베트남-말레이시아 결승 1차전 경기를 SBS스포츠로 중계한 뒤 2차전 생중계를 결정했다. SBS에 따르면 1차전 시청률은 4.7%를 기록했고, 경기 후반에는 무려 7%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시청률은 한국프로야구 중계(KBO)를 포함한 2018년 한 해 케이블 채널서 방송된 스포츠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차지한 것이다.  


1차전 시청률은 2010년 이후 케이블 채널서 방송된 모든 스포츠 콘텐츠 중에서도 최고를 기록한 수치다. 심지어 결승 1차전 경기는 당일 동 시간대 방송된 일부 지상파 드라마까지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2차전을 지상파로 중계한 SBS는 우승 세리머니까지 중계했다.
 

박항서 신드롬의 요체는 ‘탈권위’에 있다. 박 감독은 천진난만하게 선수들과 베트남 국민에게 다가섰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은 박 감독을 '파파 리더십'이라고 부르며 마음을 훔치는 영적 지도라라고 호평했다.

축구 전술을 넘어 선수와 인간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전력 이상의 성과를 얻는 데 특화된 지도자라는 평이다. 축구뿐 아니라 베트남 사회 고유의 결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칭찬했다. 말이 안 통해 스킨십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간 박 감독의 능력은 빼어난 실적에 힘입어 더욱 높이 평가받고 있다. 

탈권위 행보
특화된 지도자

선수들은 박 감독을 ‘짜’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베트남서 짜는 아버지를 의미한다. 인간적인 면이 부각된 덕분이다. 부상 선수가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비즈니스석을 양보하고, 쌓인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발을 마사지해줬다. 선수들이 먼저 입국 절차를 마칠 수 있도록 입국심사 대기줄의 맨 끝에 선 모습 등은 베트남 언론서 스포트라이트와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박 감독은 또 실수하더라도 꾸짖기보다 “다음엔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하고 용기를 불어넣는다. 그의 ‘수평적 리더십’에 베트남은 열광하고 있다. 이런 리더십에 기반한 탁월한 지도력은 축구변방으로 분류됐던 베트남을 단기간에 동남아 최강, 아시아의 다크호스로 조련했다. 

박 감독은 우승 축하금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와 메달도 기부했다. 지난 16일,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의 초청으로 꽝남 경제특구 15주년 기념행사장을 방문했을 때 받은 것이다. 이 자리서 베트남 자동차 업체 타코 그룹은 우승 축하금으로 베트남 대표팀에 20억동(약 9700만원), 박 감독에게 10만달러를 쾌척했다.

박 감독은 이 축하금을 받자마자 “베트남 축구 발전과 빈곤층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 의사를 밝혔다. 또 기념촬영 중 푹 베트남 총리로부터 받은 우승 메달을 쩐 꾸옥 투안 베트남축구협회(VFF) 부회장의 목에 걸어줬다. 우승 축하금에 이어 우승 메달까지 양보한 것이다. 푹 총리는 이 자리서 박 감독과 베트남 대표팀에 대해 “그들의 영웅 정신, 용기, 의지 덕분에 스즈키컵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극찬했다.

베트남에 부는 박항서 신드롬 덕분에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박 감독의 선전이 한국 기업들에도 후광효과를 낳은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베트남 시장서 지난달까지 2017년(2만6881대)보다 2배가량 증가한 5만548대의 차를 팔았다. 현대차는 베트남 기업인 탄콩과 세운 합작법인 HTMV를 통해 차를 생산 및 판매한다. 기아자동차도 지난 10월 지난해 전체 판매량인 2만2136대를 넘어섰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의 품질 및 판매 증대 노력과 함께 박항서 매직이 판매량 신장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 브랜드 광고모델로 활동 중인 박 감독의 선전을 누구보다도 반기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등 주력 계열사를 통해 현지인 13만여명을 고용 중인 삼성그룹은 베트남서 상상을 초월하는 인기를 끌고 있는 박 감독이 회사와 제품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현지서 베트남 수출의 20∼30%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 만큼 삼성그룹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 9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 특별수행단으로 북한을 방문했을 때 베트남은 발칵 뒤집혔다. 삼성이 베트남에 있는 생산기지를 북한으로 옮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이 부회장이 지난 10월 베트남을 방문한 데는 베트남의 불안감을 가라앉히는 데도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 외에도 LG, SK, 포스코, 효성도 후광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SK의 경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응웬 쑤언 푹 총리와 만나 베트남 국영기업 민영화 참여, 환경문제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눠 주목을 모았다. 이 자리서 응웬 총리는 “이렇게 매년 만나는 해외기업의 총수는 최태원 회장뿐일 정도로 SK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며 SK에 대한 친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진출 기업들
박 특수 만끽

박 감독을 모델로 기용한 국내 기업들이 크게 선전하고 있다. 동아ST서 생산하고 있는 자양강장제인 박카스가 베트남서 대박을 쳤다. 박항서가 박카스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다. 박카스는 지난 5월 박 감독을 모델로 내세워 베트남시장에 진출한지 4개월 만에 280만개 판매량을 돌파했다.

지난 18일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스즈키컵 준결승전 직후인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 현지 GS25 점포 24곳의 점당 평균 매출이 전월 대비 1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에 진출한 은행도 박항서 특수를 만끽하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박 감독과 베트남 축구선수 쯔엉을 홍보모델로 기용하면서 고객수가 10% 이상 늘었다. 
 

더불어 박 감독의 브랜드가 갖는 가치는 상상 이상이다. 한국과 베트남의 외교관계서 그 어떤 정치인이나 외교관도 이루지 못한 성과를 박 감독이 이룬 것이다. 박 감독은 우승 인터뷰서 “베트남 국민들이 나를 사랑해주는 것처럼 한국도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며 “조국 대한민국서 23세 이하(U-23) 아시아 챔피언십, 아시안게임, 스즈키컵까지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스즈키컵 우승 이후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박항서에게 훈장을 지급하라’거나 ‘베트남 명예대사로 임명하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누구도 하기 힘든 일을 해내고 한국을 빛내주셨다. 살면서 한국이 이렇게 자랑스러운 적은 처음”이라고 적었다.


전문가들은 박 감독에게 열광하는 분위기가 얼어붙은 경제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박 감독이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해냈다’는 동질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며 “경제가 어렵고 개개인의 현실이 불안정하다 보니 특정 인물의 성공신화에 더 열광한다”고 말했다.

서민적인 말·행동 ‘파파 리더십’
실력·리더십으로 자신 가치 입증

국내 축구팬, 스포츠팬들에게도 박 감독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축구계서 사실상 퇴출당한 뒤 늦은 나이에 베트남으로 건너가 능력으로 인정받았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더불어 박 감독은 ‘흙수저’에 비유할 수 있다. 선수와 지도자로 주목받은 적이 없다. 스타덤과는 인연이 없었고 지명도서 밀려 ‘찬밥’ 신세였다. 하지만 베트남대표팀을 맡은 뒤 오직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경남 산청이 고향인 박 감독은 키(170㎝)는 작았지만 힘과 기동력이 좋은 선수였다. 경신고와 한양대서 미드필더로 뛰었던 그는 신체적인 불리함을 부지런함과 악바리 근성으로 버텨냈다. 

하지만 선수로서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대한축구협회 기록에 따르면 국가대표팀에는 총 2번 소집됐고, A매치 출전은 단 한 번이다. 그는 1981년 실업축구 제일은행에 입단해 1988년 럭키 금성 황소서 은퇴했다. 1985년 리그 ‘베스트 11’에 뽑힌 적도 있지만 ‘선수 박항서’는 ‘스타’와 거리가 멀었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선 김호 감독의 국가대표팀서 트레이너로 활동했고, 1997년 수원 삼성으로 옮겨 코치생활을 하다가 2000년에 수석코치로 발탁됐다. 이때가 박 감독에게 인생의 전환점. 2002년 한일월드컵을 위해 부임한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일할 기회를 얻게 되면서부터다. 

4강 신화 덕에 박 감독 앞에 탄탄대로가 펼쳐질 법도 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2002년 8월6일 대한축구협회는 박 감독을 부산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지만, 성적 부진을 이유로 선임 70여일 만에 박 감독을 경질했다. 애초 약속한 임기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까지였다. 

탄탄대로?
비주류의 성공

당시 박 감독과 협회 간 빚어진 갈등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이후 그는 K리그 여러 구단을 전전했지만 2002년의 영광을 재현하지는 못했다. 운도 환경도 따르지 않았을 터. 그러다 한국 지도자들에게 불모지나 다름없는 베트남에 정착해 비로소 다시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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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