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패스미스] '회춘모드' 피를로의 미친 존재감

 

[일요시사=심재희 칼럼니스트]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하지만 전혀 녹슬지 않았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축구계 명언을 다시금 느끼게 하고 있다. 바로 이탈리아 대표팀의 미드필더 안드레아 피를로를 두고 하는 말이다.

피를로는 이번 유로 2012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2006독일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모습 이상이다.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결정적인 패스와 슛으로 아주리군단을 이끌고 있다. '중원의 에이스'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다.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도 피를로는 이름값을 해냈다. 특히 승부차기 상황에서 진가가 드러났다. 이탈리아가 먼저 실패한 가운데 3번째 승부차기 키커로 나선 피를로. 백전노장이지만 떨릴 수밖에 없는 절체정명의 순간에서 11미터 지점에 섰다. 만약 피를로가 승부차기를 놓치게 되면 2골차로 벌어지면서 이탈리아는 탈락의 그림자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위기의 순간에 피를로는 절묘한 칩샷으로 동점을 만들어냈다. '킥의 달인'답게 묘기와 같은 장면을 연출하면서 잉글랜드 골키퍼 조 하트를 농락했다.

피를로의 승부차기 성공은 결국 반전의 효과를 낳았다. 피를로의 여유있는 플레이에 이탈리아 동료들은 마음의 안정감을 되찾았고, 역으로 잉글랜드 선수들의 부담감은 가중됐다. 이후 잉글랜드 선수들이 잇따른 실수를 저지른 것이 피를로의 환상적인 칩슛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피를로는 일명 '회춘모드'를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유벤투스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번 대회에 들어서도 필살의 킬러 패스와 전매특허인 프리킥, 그리고 효율적인 플레이메이킹으로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과의 대결에서도 피를로는 군계일학의 활약으로 이탈리아의 중원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피를로가 바라보고 있는 다음 상대는 '전차군단' 독일이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고 있는 강적이다. 한데, 되돌아보니 피를로에게 독일은 기분 좋은 상대다. 2006독일월드컵 준결승전에서 기가 막힌 패스로 독일을 무너뜨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피를로는 혼전 상황에서 컴퓨터 같은 '노룩 패스'로 파비오 그로소의 결승골을 도왔다. 다시금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피를로다.

피를로를 바라보고 있으면 기본기와 타이밍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피를로는 빠르지 않다. 하지만 정확한 킥과 군더더기 없는 드리블을 갖추고 있고, 전체적인 강약조절로 경기의 분위기를 자신 쪽으로 끌어올 줄 안다. 한마디로 '경기를 지배할 줄 아는 선수'가 바로 피를로다.

피를로의 미친 존재감이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도 발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OBS 축구해설위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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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석열 흔적’ 지우는 아크로비스타

[단독] ‘윤석열 흔적’ 지우는 아크로비스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사저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입주민들이 ‘윤석열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아크로비스타 커뮤니티센터에 걸려 있는 사진은 그대로지만 ‘대통령님 어린이날 행사’라는 문구는 사라졌다. 일부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퇴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잘’ 지내고 있다. 경호원들을 대동하면서 자신의 사저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지하 1층 커뮤니티센터를 자유롭게 활보 중이다. 연일 부정선거 음모론을 옹호하는가 하면 관련 영화까지 챙겨 봤다. 반대로 일부 아크로비스타 입주민들은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는 모양이다. 사라진 팻말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는 아직 윤 전 대통령의 흔적이 남아있다. 지난달 9일 <일요시사> 취재진이 확인한 아크로비스타 커뮤니티센터에는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걸려 있었다. 지난 2022년 5월5일 어린이날을 맞아 아크로비스타에 거주하는 이웃 어린이들과 촬영했던 사진이다. 행사는 같은 날 오전 11시부터 50분간 입주자대표회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당시 입주자대표회의는 같은 해 4월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입주민 가운데 만 3세 이상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기준 이 사진의 팻말인 ‘대통령님 어린이날 행사 (2022.5.5)’는 지워져 있었다. 아크로비스타 입주민 A씨는 “관리소에 철거를 요청했었는데 안건으로만 상정됐지, 아직 구체적으로 언제 철거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철거될 예정이기에 팻말을 떼놓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코바나컨텐츠 앞 한 갤러리를 사실상 집무실로 사용 중이다. 이 갤러리는 윤 전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를 떠나 아크로비스타로 오기 전까지만 해도 사무실 안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바뀐 건 지난달부터다. 윤 전 대통령과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이 드나들면서 정문을 잠그고 내부가 아예 보이지 않도록 방음벽 등을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입주민 “철거 요청” 이행될진 미지수 바로 앞 갤러리 사실상 윤 집무실 과거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에 경호 CP(Command Post·경호작전지휘소)를 두고 엘리베이터 한 대를 전용으로 사용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실제 이 갤러리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거주하는 동과 가장 가까운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 위치한다. 엘리베이터 근처에는 대통령경호처 직원이 항시 대기하고 있다. 같은 달에는 심우정 검찰총장이 이 갤러리를 방문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경호처 직원들도 지난달과는 다르게 사복 차림으로 윤 전 대통령을 경호 중이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입주민들의 불만이 쌓이면서 ‘분위기 파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입주민 A씨는 “대다수의 입주민들은 언론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윤 전 대통령 부부가 활보하는 것에 대해 대놓고 불편을 표현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파트 인근서 늦은 새벽까지 라이브 방송을 하며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이 문제”라며 “소란을 벌이는 일부 극우 유튜버들로 인해 밤잠을 설치거나 도보 산책을 무서워하는 입주민들이 적지 않다. 112에 여러 번 신고해도 경찰이 소란을 벌이는 사람들에게 주의만 주고 떠나는 등 대응이 미비한 게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윤 전 대통령이 아크로비스타를 떠나지 않으면 현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됐으나 최대 10년 동안 대통령 경호처 경호를 받을 수 있다. 대통령경호법에 따르면 자진 사퇴와 파면으로 임기 만료 전 퇴임한 전직 대통령도 경호·경비와 관련된 예우는 그대로 유지된다. 최고 수준의 국가 기밀을 다뤘던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경호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상 전직 대통령 경호에는 20∼30명의 인원이 투입된다. 내부 공간 안 보이게 방음벽 설치 직원들 사복 차림 입주민 눈치 보기? 검찰이 아크비스타를 압수수색했던 건 이달 초다. 김씨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하겠다는 초강수를 뒀지만 김씨가 불응하면서 대선 이후에야 수사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씨에게 곧바로 추가 출석요구서를 보내지 않고, 조사 시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사건 관계인들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김씨 휴대전화와 메모 등 관련 자료들도 확보해 분석한 만큼 김씨 대면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수사팀은 지난 2월부터 김씨 측에 구두로 소환 조사 필요성을 전달하다가 지난 14일 검찰청으로 와 조사를 받으라는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다만 김씨 측이 건강 상태가 악화됐다는 사실을 증빙할 진단서와 함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조사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김씨 측은 해당 사건이 공천 개입에 관한 내용인 만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사유서에 담았다. 선거 기간에는 정치적 수사를 중단해 온 관행을 고려해 조사 시점을 6·3 대선 후로 조정해 달라는 의견도 전달했다. 검 신중 모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의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지검장은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불기소 처분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됐다가 지난 3월13일 직무에 복귀했다. 그는 탄핵소추로 인해 직무가 정지돼있던 기간 건강이 급격하게 안 좋아졌고, 복귀 직후부터 사의 표명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기 수사 중인 서울고검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서울남부지검도 대선 전 김씨를 직접 불러 조사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