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코리아의 두 얼굴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6.29 14: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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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창출기업? 알고 보니 고용중단기업!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올해 1월 고용노동부로부터 고용창출우수 100대기업으로 선정돼 대통령상과 함께 특별근로감독 3년 면제, 세제감면, 세무조사 유예 등의 혜택을 받은 K2코리아가 불과 2달 뒤인 지난 3월8일 국내 신발생산라인 근로자 93명 전원에 대해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K2코리아는 국내 신발생산라인을 없애고 공장을 인도네시아로 이주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K2가 지난해 사무직 직원 74명을 고용한 것도 특별근로감독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K2가 고용우수기업에 선정된 것은 독이 되어 돌아왔다. 지금도 노동계에서는 흔하게 발생하는 정리해고지만 고용창출우수기업이 정리해고를 단행한다는 사실은 언론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난 1월 정영훈 K2코리아 대표는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 수상 소감으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필수 원동력"이라며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고용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2개월 뒤인 3월8일 K2코리아는 국내 신발생산라인 근로자 93명 전원에 대한 정리해고를 통보한다. 그 후로도 3개월 간이나 K2노사는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K2코리아가 폐쇄하려는 성수동 공장은 고(故) 정동남 창업주가 본격적으로 안전화 및 등산화를 생산하기 시작한 공장으로, 사실상 K2코리아의 모태이다. 정 창업주는 '구두수선방'부터 출발해 K2코리아를 최고수준의 안전화 및 등산화를 만드는 전문 아웃도어 기업으로 끌어올린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러나 2002년 불의의 사고로 창업주가 사망하자 아들 정영훈 대표(44)가 K2코리아 경영을 맡았다. 정 대표는 경영을 맡은 이후 유통체계를 대대적으로 정비해 K2코리아를 업계 3위의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냈다.

노동자 인권유린

이번 정리해고사태를 계기로 K2 공장 노동자들의 애달픈 사연도 새삼 화제가 됐다. 한 노동자는 "여름에는 기계에서 나오는 열 때문에 공장 온도가 40도를 넘었다. 일부 노동자는 작업을 하다 더위에 지쳐 쓰러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 사이에선 신발 밑창을 사포로 갈면서 나오는 먼지와 신발에 들어가는 화학약품 때문에 비염이나 갑상선질환도 흔했다. 한 노동자는 공장 측에서 딸의 대학교 졸업식을 못 가게 해 울면서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일하고도 점심식사는 먼지가 수북한 공장 바닥에서 박스를 깔고 먹었다.

K2측은 공장폐쇄에 대해 "현재 등산화 대부분을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으나 그동안 국내 인력의 감원을 피하기 위해 마지막 공정 일부를 국내에서 진행해 온 것"이라며 "그러나 이로 인해 생산성 저하와 품질 경쟁력 약화, 신공정 적용의 어려움 등이 발생해 국내 생산라인 운영을 결국 중단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측의 해고통보에 K2노동자들은 지난 3월 14일 노조를 결성하고 사측에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오히려 명퇴신청기한을 4월 20일에서 3월 30일로 앞당기며 노조측을 압박했다. 명예퇴직을 하면 1년치 임금을 위로금으로 지급하지만 명예퇴직을 거부할 경우엔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고 법적인 절차에 따라 해고하겠다는 협박도 이어졌다.

 상황은 언론의 보도로 급변했다. 고용창출우수기업이 정리해고를 단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들의 비판적인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당황한 사측은 지난 3월23일 부랴부랴 인력재배치안을 내놓고 고용승계를 약속했다.


"고용창출우수기업이 93명 정리해고" 노동부 '난감'
노조 전면파업 돌입에 사측 공장폐쇄 강행 '극한대치'

하지만 사측이 내놓은 인력재배치안에는 황당한 내용이 들어있었다. 인도네시아 공장과 개성공장에 각각 10명과 12명을 배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재배치안이 사실상 명퇴를 종용하는 내용과 다름이 없었다. 비난여론을 잠재우고자 임시방편으로 말도 안되는 제안을 해온 것이다.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사측과 노조측의 극한 대립 속에 결국 폭행시비까지 일어났다. 지난 5월 4일 작업장으로 홍보물을 들고 들어가던 노조원들과 회사 측 용역직원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져 10여명의 노조원들이 부상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지금까지 사측과 노조는 8차례의 교섭을 벌였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두 차례의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합의점을 찾진 못했다.

결국 K2 측은 노조와 협상 중이었던 지난 6월1일 공장을 일방적으로 폐쇄했다.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 71명에 대한 전환배치안도 확정해 공고했다. 본인의사와는 상관없이 배치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회사를 떠나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23명의 직원은 사측의 전환배치를 받아들였지만 나머지 48명의 직원들은 사측의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며 끝까지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정 대표는 지난 2010년부터 2년 동안 배당금으로만 106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K2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이 4000억 원을 돌파했으며 지난 10년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20배가량 늘어났다. 사측이 정리해고의 이유로 제시하는 인건비 부담은 전체적인 기업규모에 비하면 무척 미미한 수준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합법적인 정리해고를 위해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는데 매년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는 K2코리아는 그러한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

출구는 어디에?


한 노동자는 "IMF 때는 회사와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생각으로 보너스도 반납하고 열심히 일했다. 노동환경은 열악했지만 대기업 정규직으로서 회사를 같이 키워냈다는 자부심으로 회사에 헌신해왔다"며 "그렇게 헌신한 노동자들을 이제 와서 회사에 도움이 안된다고 하니까 무작정 정리해고부터 하려드는 모습을 보고 배신감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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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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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