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병 ‘오청성의 행적’ 재구성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1.26 16:37:52
  • 호수 1194호
  • 댓글 0개

기껏 살려놨더니 나가서 딴소리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북한군인 오청성씨가 귀순한지 어느덧 1년이 됐다. 귀순 과정 북한군 총탄에 사상을 입었던 그는 사경을 헤맸었다. 다행히 이국종 아주대학교 교수의 집도로 목숨을 건졌다. 그 이후 오씨는 대중들의 관심 속에서 멀어졌다. 오씨는 최근 일본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서 그의 근황을 밝혀 또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 인터뷰 갖는 오청성씨 &lt;사진=TV조선&gt;

지난해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오청성씨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서 “북한 내부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정치와 지도자에 대한 무관심이 확산하고 있으며, 충성심도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일본 도쿄서 오씨는 일본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서 이같이 말하며 “(김정은)체제가 인민들을 먹여 살린다면 손뼉을 치겠지만, 무엇 하나 (혜택을)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폭로했다. 

위험했지만… 
기사회생

그는 또 지난해 북미 관계가 악화했을 당시는 “정말로 미국과 전쟁을 할 것이라고 느꼈다”며 “(이런)긴장감은 위에서 내려온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오씨는 부친이 북한군 소장으로 북한서 의식주나 군대 경력 등에서 혜택을 받은 편이었다며 “북한서 배급이나 급식 등은 국가의 생활보장은 완전히 파탄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생활은(배급이나 급식 등을 통해서가 아닌) 주민 각자가 해결하고 있다”며 “단속 기관 등 권력자들은 시민의 위법을 못 본 척 넘겨주며 용돈을 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귀순 경위를 묻는 질문에 오씨는 “근무지 밖에서 친구와 문제가 생겨 술을 마신 뒤 검문소를 돌파해버렸다”며 “돌아가면 처형당할 우려가 있어서 국경을 넘었다”고 답했다.
 

▲ ▲오청성씨의 집도의였던 이국종 아주대 교수

이는 국가정보원이 파악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지난 1월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오씨가 북한서 술을 마신 뒤 음주운전을 해 사고를 냈고, 처벌이 두려워 우발적으로 귀순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귀순 당시에도 취중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 맞고 사경 헤매다 겨우 살아나
지난 1년간 어디서 어떻게 살았나

하지만 오씨의 인터뷰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뷰서 “한국군은 군대 같지 않은 군대”라고 밝히자 국방부가 “강한 군대”라며 반박까지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오씨는 <산케이신문>이 자신과 인터뷰한 내용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 <산케이신문>으로부터 사과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오씨는 <산케이신문> 측에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보도된 데 대해 항의했다며 “통역을 통해 <산케이신문>으로부터 사과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오씨는 자신이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서 한국군에 대해 ‘군대 같지 않은 군대’라고 말한 적이 없으며 “단지 북한과 남한의 군 복무 기간을 비교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군은 10년 복무하고 한국군은 2년 복무하니까 아무래도 (전체적인)훈련(양)이 적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했는데 일본 신문서 이상하게 기사를 내버렸다”고 주장했다. 

오씨는 애초에 일본에 간 것도 언론 인터뷰가 목적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벌써 다 적응?
험난한 정착기

일본에 있는 지인들의 초청으로 방문했는데, 그곳의 지인들이 <산케이신문> 기자를 소개해 인터뷰가 성사됐다. 오씨는 “나는 <산케이신문>이 어떤 성향의 언론인지도 몰랐고, 지인들이 소개해준 터라 별 부담 없이 인터뷰에 응했는데, 일이 이상하게 커져 버렸다”고 말했다.


<산케이신문>은 인터뷰 장면 일부를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유튜브 동영상에 따르면 오씨는 서울말을 쓰고 있었다. 어투나 어조를 들으면 북한 출신인지 분별이 가지 않을 정도다. ‘…든요’ ‘…죠’ 등 수년간 남측 생활을 거쳐 남측 언어생활에 익숙해진 북한 동포들이 아니고는 듣기 힘든 서울말이었다. 단어도 ‘레벨’ ‘시스템’과 같은 영어 단어도 익숙하게 썼다.
 

총상을 입은 오씨를 살린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는 지난달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오씨 근황과 관련해 “지금 차도 사서 운전해 다니고, 일도 하고 있다”며 “(병원)코디네이터가 전화를 몇 번 받았는데 말투가 완전히 서울말로 다 바뀌어 놀라워 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오씨의 집도의다. 지난해 11월 귀순하다가 북측 초소로부터 총격을 받아 골반(엉덩이쪽), 오른쪽 무릎, 왼쪽 겨드랑이, 오른쪽 팔 등에 총상을 입었다. 당시 이 교수는 “총상으로 손상된 장기서 흘러나온 분변으로 복강과 다른 장기들이 크게 오염돼 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다”고 발표했다. 다행히 이 교수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수술에 임해 오씨를 살려냈다.

북 체제 비판 
한국군 비하도

이후 상태가 호전된 오씨는 아주대병원서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겼다. 당시 오씨는 이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에게 자필 메모로 감사를 전했다. 

오씨는 지난 2월 퇴원하고 하나원에 입소했다. 하나원은 북한이탈주민들의 사회정착 지원을 위해 설치한 통일부 소속기관이다. 이 곳서 3개월간 사회적응교육을 받은 뒤 정부로부터 정착금과 주거비, 보상금 등을 지원받고 사회서 생활했다. 오씨는 지난 6월 하나원을 나온 뒤 새 이름으로 살며 평범한 탈북자처럼 별도의 경호 없이 일선 경찰서 보안과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오씨의 신변보호관은 오씨가 일본으로 출국할 것이란 소식을 전해 듣고 “위험할 수 있다”며 만류했다고 한다. 오씨는 경찰이 강하게 만류하자 아예 한동안 경찰 연락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씨는 <산케이신문>으로부터 항공권과 숙박비 등 체재비 일체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안 당국에 따르면 오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월 50만원가량을 받는다고 한다. 하나원서 나온 이후 시민단체서 간간이 일용직으로 일하거나 북한 관련 단체서 안보강연을 한 것 외엔 별다른 수입이 없었다고 한다. 대학에도 다니지 않는다. 

지인 초청으로 일본 갔다가
첫 인터뷰 어떤 내용이기에…

오씨는 국가서 지급되는 정착보조금과 각계 단체들로부터 받은 후원금 대부분을 이미 써버렸다고 한다. 하나원서 나온 뒤 차량을 2대 구입하는 등 돈 관리를 제대로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씨 지인이 “돈을 그렇게 낭비하면 한국서 제대로 적응할 수 없다”고 타일렀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오씨는 최근 생활고가 심해져 차량을 판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 당국은 당초 부모가 북한에 있어 언론 노출을 극구 꺼렸던 오씨가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하자 긴장하고 있다. 오씨는 한국 국민이라 정부가 해외 출국을 막을 수 없고 출국 기록을 일일이 통보받지도 않는다. 탈북자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 소지가 있어 행적을 자세히 캐묻기도 어렵다. 

논란 불거지자
왜곡 보도 주장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9일, 정례 브리핑서 오씨의 소재에 대해 “오씨는 지난 6월 (탈북자 교육기관)하나원 교육을 수료했으며 지금은 ‘국내 정착 탈북민’으로 일반 국민과 마찬가지로 해외 출국 여부 등에 대해서는 통일부가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