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멋지게 살다간 신성일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1.12 09:45:41
  • 호수 11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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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대스타의 파란만장 인생사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뉴 스타 넘버원(New Star Number One)’이 하늘의 별이 됐다. 대한민국 영화계 거장 신성일이 별세했다. 최고의 배우로서 국회에 입성해 뇌물로 징역까지. 그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 고인이 된 배우 신성일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지난 4일 새벽 향년 81세로 타계한 신성일은 한국 영화 역사와 발자취를 함께한 스타였다. 빼어난 외모와 지적이고 반항적이면서 성적 매력이 넘치는 이미지는 1950∼1960년대 기존 배우들과 차별화하며 그를 당대 최고 청춘스타로 만들었다. 

시대 풍운아 
영면에 들다

1937년 서울서 출생, 생후 3일 만에 대구로 이주한 신성일은 어린 시절부터 공부와 운동 등 여러 방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1956년 경북고를 졸업한 그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자 무작정 상경해 서울대 상대에 지원했으나 낙방했다. 

그러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한국배우전문학원에 들어갔다. 무려 3000 대 1의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당시 고 신상옥 감독이 세운 신필름 전속 연기자가 됐다. 데뷔 당시 신필름의 뉴 스타 넘버원이라는 뜻으로 신상옥 감독이 지어준 신성일(申星一)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신 감독 영화 <로맨스 빠빠>(1960년)로 데뷔한 이후 신필름을 나와 유현목 감독의 <아낌없이 주련다>(1962)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작품은 김기덕 감독의 <맨발의 청춘>(1964)이었다. 


당시 고인은 170㎝가 넘는 큰 키와 수려한 용모.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반항적인 이미지로 당대 최고 스타가 됐다. 청춘영화 대명사가 된 이 작품은 당시 서울에서만 약 36만명을 동원할 정도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를 계기로 신성일과 엄앵란이 주연한 청춘 영화들이 쏟아졌다.

신성일은 인기 최절정기인 그해 11월, 서울 워커힐호텔서 엄앵란과 결혼했다. 하객과 팬 4000명의 인파가 몰린 이 결혼식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신성일은 나중에 외도와 사업 실패 등으로 오랫동안 별거 상태로 지냈지만, 힘든 시기에는 서로 곁을 지키며 기둥이 돼줬다.

신성일의 전성기는 결혼 이후에도 계속됐다. <떠날 때는 말 없이>(1964), <위험한 청춘>(1966), <불타는 청춘>(1966)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남자 배우로서는 독보적이었다. 100여명 이상의 여배우가 신성일의 상대역을 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0∼1960년대 신성일 인기는 미국의 제임스 딘, 프랑스의 알랭드롱과 비견될 정도였다.

부산영화제와 한국영상자료원이 지난해 ‘신성일 회고전’을 맞아 펴낸 책 <배우의 신화, 영원한 스타>에 따르면 1967년 한해에만 신성일이 주연한 영화 51편이 극장에 걸릴 정도였다. 1964년부터 1971년까지 8년간 한국영화 개봉작 1194편 중 324편에 그가 등장했다.

잘생긴 외모·반항적 이미지
1950∼1960년대 청춘스타 등극

박찬욱 감독은 이 책에서 “이토록 한 사람에게 영화산업과 예술이 전적으로 의존한 나라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없었다. 신성일을 이해하지 않고는 한국영화사는 물론 한국 현대 문화사 자체를 파악할 수 없다”고 평했다.

신성일은 무력과 좌절에 빠진 지식인을 연기한 <별들의 고향>(1974)을 비롯해 <겨울여자>(1977), <장남>(1984), <길소뜸>(1985) 등 1970∼1980년대에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했다. 2005년에는 <태풍>에 특별 출연했고, 2013년에는 <망각 속의 정사>(1993) 이후 20년 만에 영화 <야관문: 욕망의 꽃> 주연을 맡으며 연기 열정을 불태우기도 했다.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만 해도 총 500편이 넘는다.
 

▲ 배우 신성일씨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화려한 수상 경력도 그의 이력 중 하나다. 그는 ▲제7·9회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 ▲제7회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 ▲제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인기상 ▲제8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신인감독상 ▲제14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연기상 ▲제25회 아시아영화제 최우수 남우조연상 ▲제25회 대종상영화제 남우조연상 ▲제2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연기상 ▲제28회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 ▲제15회 황금촬영상 최우수 인기남우상 ▲제32회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 등을 받았다. 

이후에도 제41회 대종상영화제 발전공로상, 제28회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상 특별공로예술가상, 제17회 부일영화상 영화발전공로상, 제8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공로상, 한국 영화를 빛낸 스타상 공로상 등을 받았다. 한국영화배우협회장, 춘사 나운규 기념사업회장,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 대구뮤지컬페스티벌 이사장, 계명대학교 연극예술과 특임교수 등 영화 관련 활동에도 발벗고 나섰다.

그가 배우 외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정치활동에 의지가 있었고, 1978년 박경원 전 장관의 특별보좌역으로 발탁돼 정계에 진출했다. 그는 1981년 11대 총선 서울 용산·마포구에 한국국민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2위로 낙선했다. 1996년 15대 총선서 신한국당 후보로 대구 동구 갑에 출마했다가 낙선, 2000년 16대 총선서 한나라당 후보로  67.2%의 표를 얻어 대구 동구서 당선돼 의정활동을 했다. 

그는 정계서 활동하던 중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16대 국회의원이던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옥외광고물 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05년 징역 5년에 추징금 1억8700만원을 선고받아 의정부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후 2007년 2월12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 4주년 기념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에 포함되면서 출소했다.  

주연만 500여편
‘영원한 스타’

영화계는 500편 넘는 작품에 출연하는 등 고인이 한국영화에 남긴 업적을 기려 훈장 추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서도 적극 화답하고 나섰다. 신성일 장례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영화계가 뜻을 모아 정부에 훈장 추서를 건의하기로 했다”며 “장례가 끝난 후 문화체육관광부 측과 구체적인 협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화계는 지상학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 김국현 한국배우협회 이사장, 이해룡 한국영화인원로회 이사장 등이 주축이 돼 서울아산병원 빈소를 방문한 나종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게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 장례추진위 관계자는 “유족 측도 영화계와 뜻을 같이하고 있으며, 정부가 고인을 예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신성일씨 빈소(사진=사진공동취재단)

나종민 차관은 “국민에게 큰 기쁨을 주신 분이 돌아가셔서 정부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면서 영화계와 협의해 이분을 예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나 차관은 “영화계와 유족 측에서 훈장 추서를 말씀했다”며 “잘 협의해서 좋은 방향으로 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훈장 추서를 결정하는데 두세 달 정도 걸리고, 결정되더라도 영화계에 좋은 계기나 행사가 있을 때 드려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8 정부포상 업무지침’에 따르면 공적이 현저히 탁월하고 그 공적에 비해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이 경미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행정안전부 장관과 협의를 거쳐 추천이 가능하다. 또 본인의 고의·중과실 여부에 대한 규명이 필요한 경우 규명이 완료된 후 포상을 추천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정계 활동 당시 뇌물수수 혐의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계가 신성일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훈장 추서를 추진 중이다.


당대 최고 스타답게 스캔들도 끊이지 않았다. 많은 여자와 불륜 관계를 맺었으며, 그 과거사를 자서전으로 써낸 적이 있었다. 2011년 발표된 이 자서전서 자신의 엄청난 과거사를 여과 없이, 그것도 상대 여성의 신상을 숨기지 않고 공개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2011년에 펴낸 자서전 <청춘은 맨발이다>서 연극배우와 아나운서로 활동한 고 김영애씨를 1970년대에 만나 사랑한 이야기를 공개, 파장을 일으켰다. 신성일은 출간 기념 간담회서 “아내 엄앵란도 몰랐던 이야기”라며 “(김영애는)내가 생애 최고로 사랑했던 여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여성계를 중심으로 소위 ‘반 신성일 흐름’을 형성하기도 했다.

아내 엄앵란
굴곡진 사랑

신성일의 아내 엄앵란과의 굴곡진 사랑도 조명되고 있다. 여러 작품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자연스레 연인으로 발전해 결혼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그다지 순탄치 못했다. 확연히 다른 생활 습관 탓에 1975년부터 별거했음이 한 방송을 통해 밝혀졌다. 신성일은 2011년 발간한 자서전을 통해 동아방송 아나운서였던 고 김영애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털어놨다. 

엄앵란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이혼만큼은 하지 않았다.

2011년 SBS <좋은아침>에 출연해 “(사람들이)심심하면 이혼했다고 한다. 신문에 언급한 대로라면 50번은 했을 것이다. 이렇게 사는 것도 있고 저렇게 사는 것도 있지 어떻게 교과서적으로 사느냐”며 “악착같이 죽을 때까지 (신성일과)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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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채널A <명랑해결단>에서는 “과거 역술인들이 우리 두 사람의 궁합에 대해 제게는 최악이지만 남편에게는 최고라고 했다. 부모님도 결혼을 반대했는데 당시에 신성일에게 푹 빠져 있었기에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다”고 말했다. 

고난은 이어졌다. 2016년 엄앵란이 갑작스럽게 유방암에 걸려 부분 절제 수술을 받는 등 투병하게 된 것. 20여년 넘게 집을 나간 신성일이 이를 계기로 돌아와 엄앵란을 간호했다. 이후 신성일도 폐암으로 투병했다. 두 사람은 비로소 서로의 희로애락이 담긴 삶의 과정을 모두 지켜본 ‘동지’가 됐다. 

올해 3월 방송된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는 신성일을 향한 엄앵란의 진심이 전해졌다. 엄앵란은 “신성일은 내가 책임져야 할 큰아들”이라고 표현했다. 엄앵란은 “내가 먹여 살려야 하고, 죽을 때까지 VVIP 특실서 대우받고 돌아가셔야 한다. 작은 방에 병원비도 없어서 돌아가시는 것을 나는 못 본다. 내 남편이니까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스캔들과 상관없이 신성일은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도 컸다. 그는 연기를 넘어 1971년엔 <연애교실>로 감독에 입문했고, 1989년에는 성일시네마트를 설립해 제작자로도 활동했다. 70대에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며 건강에 신경 쓴 그는 지난해 6월 폐암 3기 판정을 받았다.

당시 그는 “그깟 암세포 모두 다 떨쳐내겠다. 이겨낼 자신 있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학창시절 육상과 평행봉, 유도 등 다양한 운동을 한 그는 병마에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해 부산영화제 회고전을 비롯해 올해 10월 열린 부산영화제에도 참석해 레드 카펫을 밟으며 손하트를 날리기도 했다.

국회의원 지내다 구속 복역도 
2008년부터 영천 한옥서 지내

그는 지난해 부산서 취재진과 만나 “나는 ‘딴따라’ 소리가 제일 싫다. 딴따라 소리 들으려고 영화계에 뛰어든 것이 아니다. 영화를 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종합예술 속의 한가운데 있는 영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투병 이후 인생 2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었다. 그는 “막장드라마 대신 따뜻하고 애정 넘치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 영화 <행복>이라는 작품을 기획 중이며, 김홍신 소설 <바람으로 그린 그림>도 영화로 옮길 계획”이라고 했다. 경북 영천에 한옥을 지어 살던 고인은 그곳에서 일년에 한 번씩 소규모 음악회를 여는 등 사람들의 쉼터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힌 바 있다. 
 

▲ 배우 신성일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고인은 마지막 바람들을 끝내 다 이루지 못하고 세상과 이별했다. 지난 4일 오전 2시30분 경 전라남도 화순에 있는 전남대학교병원서 81세 일기로 별세했다. 지난해 6월 폐암말기 진단을 받고 서울과 화순에 있는 요양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다. 증세가 악화되자 전남대학교병원으로 옮겼으나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영면했다. 

지난 7일 경북 영천시 괴연동 배우 신성일의 한옥 자택 성일가서 추도식이 열렸다. 엄앵란은 영정 앞에 국화 한 송이를 올리며 “남편이 너무 바빠서 같이 베개를 베고 자기도 힘들었는데, (나도 죽고 나면)아주 싫증나게 남편 옆에 붙어서 영면하겠다”고 언급했다. 

추도식에는 유가족과 친지, 주민, 팬 등 5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애도했다. 사회는 배우 안재욱이 맡았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추도사를 통해 “영천에 오니 별빛밖에 안 보이던데 고인이 여기서 별이 되려고 오셨나 보다”라며 “이제 고인은 떠났지만 이곳 별들의 고향, 영천 하늘서 언제나 찬란한 별이 되어 빛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추도식에서는 생전에 예술을 사랑했던 고인을 위한 추모 공연이 이어졌다. 경북도립교향악단이 고인이 평소 좋아했던 베토벤의 가곡 ‘그대를 사랑해(Ich liebe dich)’를 연주했다. 이어 가수 김명상씨가 기타 연주와 함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노래하자 엄영란은 눈시울을 붉히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추도식은 평소 고인과 가까웠던 지인을 중심으로 각계각층의 저명인사로 구성된 추도위원회 주최로 거행했다. 추도식의 각종 실무는 고인이 2대 이사장과 명예조직위원장을 맡았던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 사무국이 맡았다. 

“딴따라 소리
제일 싫었다”

고인의 자택 옆 공터에는 신성일 기념관 건립이 추진된다. 공동추도위원장을 맡은 최기문 영천시장은 “고인이 영천서 제3의 인생을 시작하면서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며 “유족이 동의한다면 고인을 기리는 기념관 건립을 추진해 모두가 즐겨 찾는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성일은 지인의 추천으로 2008년부터 영천에 한옥을 짓고 살며 마을 주민들과 정을 나눴다. 영천은 맑은 날이 연간 150일 이상인 만큼 별을 관측하기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한국 영화의 별 신성일은 그가 사랑했던 별의 도시 영천서 영면에 들어갔다. 자택 정원에 묻힌 그의 묘지 비석에는 ‘배우의 신화 신성일 여기 잠들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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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