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네버엔딩 비자금’ 까발린 속내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6.18 10:3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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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도 ‘내 돈’, 내 돈도 ‘내 돈’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이 17년여 만에 은닉 비자금을 추가로 털어놔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에게 맡긴 400억원대의 비자금이 더 있다고 밝힌 것.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40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17년, 추징금 2628억원이 확정된 이후 물어야할 추징금이 231억원이 남아 있는 상태다. 언뜻 봐서는 뇌물로 받았을 비자금을 왜 스스로 실토하고 나선 것인지 의아하기만 하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실토 속사정과 과거 비자금 사건을 들여다봤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을 수사해달라며 대검찰청에 진정서를 냈다. 대통령 재임 때 서울 소공동 서울센터빌딩 매입과 강남 동남타워 신축 비용으로 신 전 회장에게 비자금 654억 원을 맡겼는데, 이 돈으로 불린 재산을 자신의 동의 없이 처분했다는 것이다.

사돈에 맡긴
비자금 폭로?

이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 1995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당시 비자금 가운데 230억 원이 신 전 회장에게 건네진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진정서 내용대로라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비자금 424억 원이 더 있다는 것을 노 전 대통령 스스로 밝힌 셈이다.

그 사이 신동방그룹 계열사인 정한개발이 빌딩을 계속 소유하면서, 2007년 이후 건물을 담보로 2개 저축은행에서 회사 명의로 150억 원 가량의 대출이 이뤄진 상황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소공동 빌딩을 담보로 저축은행에서 150억 원을 대출해 개인 빚을 갚은 것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동남타워는 지난 1999년 한국통신에 매각됐다. 대검찰청으로부터 이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상황이 이러자 노 전 대통령이 17년 넘게 숨겨온 거액의 비자금 존재를 공개하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뒷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은 미납 추징금을 납부하기 위한 순수한 의도라고 밝히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에 추징금 2628억 원을 선고 받았다. 같은 해 12월 사면·복권됐으나 추징금은 여기에서 제외됐다. 지금까지 총 2397억 원(91.2%)을 납부해 231억 원이 미납돼 있는 상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천2백5억 원의 추징금 중 5백30억 원만 낸 것과 대조적이다.

노태우 “사돈이 맘대로 쓴 비자금 424억 수사해 달라”
이혼 소송중인 외아들 재산정리·현충원 안장 ‘이중포석’

일각에서는 건강이 좋지 않은 노 전 대통령이 사후 국립현충원 안장을 위해 추징금 미납이라는 걸림돌 제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희귀병인 ‘소뇌위축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뇌의 크기가 점점 축소되는 이 질환은 똑바로 걸을 수 없거나 어지럼증을 느끼게 되며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당초 노 전 대통령과 가족들은 병명을 밝히기 꺼려했으나 2008년 4월 국군서울지구병원에 입원하면서 언론에 공개됐다.

노 전 대통령의 외아들 재헌씨가 신 전 회장의 딸과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재산 정리에 나섰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두 사람은 1990년 결혼했다 최근 홍콩과 한국 법원에서 이혼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두 사람의 소송이 본격화 되자 법조계 일각에서는 “노씨 부부의 이혼소송을 통해 양가에 얽혀 있는 재산 관계가 정리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내역이 추가로 공개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앞으로 돈을 돌려받기 위한 민사소송을 대비한 사전준비 작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노 전 대통령과 신 전 회장이 사돈 간이긴 하지만 자녀들의 이혼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노 전 대통령이 소송을 통해 나머지 비자금을 회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잘~나가는 SK와
거리두기?

노 전 대통령의 사위가 회장으로 있는 SK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신동방그룹이 밉보이자 미련 없이 버리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권력이 있는 집안과 돈이 있는 집안이 결합해 공동의 목표를 향해서 열심히 협력하였지만 권력이 사라지고 난 지금, SK는 그 권력을 이용해서 거대 공룡기업이 됐고 신동방그룹은 권력을 십분 활용하지 못했다. 결국 두 기업의 ‘덩치’차이가 지금처럼 ‘돈’을 두고 싸움을 벌이는 상황까지 만들었다는 것. 실제 노 전 대통령의 딸 소영씨와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그 많았던 스캔들과 각종 사건 사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혼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트위터에는 “도대체 얼마를 해드신 거야?”, “이혼하기 전에 돈 내놔라 이거군”, “검찰이 찾아주면 추징금 내고도 남는 장사” 등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꼬리가 처음 밟힌 것은 지난 1993년 동화은행장 비자금사건 때였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함승희 검사(전 민주당 국회의원)는 안영모 동화은행장의 비자금 계좌를 추적하던 중, 노태우 정권 시절 청와대 경호실장이던 이현우가 안 행장으로부터 2억1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시작으로 더 캐 들어가다 보니, 이 실장이 안 행장으로부터 3000만원씩 7차례에 걸쳐 받은 돈은 은행장 연임을 위한 청탁의 대가가 아니라, 바로 노태우 비자금 1000억원을 1991년 3월 동화은행에 예치해준 데 대한 대가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즉 노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주변 측근· 재벌· 금융권 등이 유착하여 대규모의 정치자금을 형성한 ‘노태우 비자금’은 이미 1993년 4월에 1000억원 이상이 발견됐던 셈이다.

군부정권의
부끄러운 자화상

이후 1995년 10월, 박계동 전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노 전 대통령의 숨겨놓은 비자금을 폭로했다. 박 전 의원이 신한은행 서소문 지점에서 (주)우일양행 명의로 예치된 110억원의 예금계좌 조회표를 제시, 노태우 비자금 4000억 원이 여러 시중 은행에 차명계좌로 분산 예치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백일하에 들어났다.

급기야 노 전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을 통해 “기업체로부터 5천억 원 가량을 받아 1700억원 가량이 남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수사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은 “기업체로부터 3500억 원을 받았고, 1987년 대통령 선거를 위해 조성한 자금 중 사용하고 남은 돈과 당선 축하금 1100억 원을 합해 조성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진술을 통해 이 자금의 사용처를 밝혀냈으나, 900여 억 원에 대하여는 사용처가 불명하며,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1992년 대선 자금 지원에 관한 부분도 진술을 거부하여 밝혀지지 않았다.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5천여억 원 규모에 이르는 노태우의 비자금은 이후 그 내막이 거의 속속들이 드러났다.

지난 5월에는 동생과 조카 등을 상대로 비자금 120억 원으로 설립한 (주)오로라씨에스의 주주지위확인 청구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후대를 위한 기업체를 만들라”며 “1998년, 1991년 두 차례에 걸쳐 120억 원을 친동생 재우씨에게 맡겼고, 재우씨는 이 돈으로 냉동 창고업체 오로라씨에스(옛 ㈜미락냉장)를 설립해 아들 호준씨에게 회사 대표이사직을 넘겨줬다”고 진술했다.

1993년 첫 비자금 꼬리 밟힌 후 계속되는 비자금과의 전쟁
“뇌물로 받아 챙긴 돈, 차액 수금된다면 국가에 헌납해라”

노 전 대통령이 법원으로부터 “국가에 120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자 호준씨는 추징을 피하기 위해 2004년 이 회사의 부동산을 시티유통에 헐값에 매각한 뒤 2009년 2월 오로라씨에스와 시티유통을 인수 합병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오로라씨에스의 실질 주주는 자신이고, 실 주주가 빠진 주주총회 결의는 무효라며 조카 호준씨를 상대로 합병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수원지법 민사9부(함종식 부장판사)는 노 전 대통령이 낸 소송에 대해 “원고 부적격자가 제기한 소는 부적합하다”며 각하했다.

거액의 부정축재로 세상을 놀라게 한 노 전 대통령. 그의 계속되는 비자금 전쟁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대부분이 “국가재산을 자신의 재산으로 취급하고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다니 뻔뻔하다”는 반응이다. 뇌물로 받아 챙긴 돈인 만큼 차액이 수금된다면 국가에 헌납하든지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번 검찰 수사에서 노 전 대통령 주장대로 654억6500만원이 자신이 맡긴 돈으로 드러날 경우 미납 추징금 231억여 원이 국가에 귀속되는 것과는 별개로 남은 차액이 과연 누구의 것이냐는 문제가 생긴다.

비자금 진실
자세히 밝혀야

검찰내부나 법률가들 사이에서는 추징금을 제외한 남은 돈은 법적으로 노 전 대통령 소유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뇌물로 받은 부정한 돈이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이 미납 추징금도 납부하고 뇌물로 받아 챙긴 남은 돈도 끝까지 되찾으려는 ‘꼼수’를 부린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그 배경이야 어찌됐든 반란과 뇌물수수로 단죄를 받은 전직 대통령의 처량한 말로를 국민들은 다시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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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