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검은 욕망의 ‘신생아밀매’ 실태

단돈 몇 백만 원에 우리 아기들이 팔려간다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지난 9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한 '신생아거래'가 전국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며 한동안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신생아거래는 말 그대로 갓난아기를 사고파는 비윤리적행위로서 오래 전부터 알게 모르게 진행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뱃속의 아기까지 거래하려는 여성들이 나타나면서 국민에게 더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런데 거래의 뒤에는 다른 사람이 개입돼 있었다. '독수리오형제'라는 닉네임을 사용해 중간에서 신생아거래를 돕는 일명 신생아브로커가 바로 그. 너도나도 인권존중을 외치는 글로벌 사회 속에는 또 다른 이면이 숨어있었다. 그곳엔 아무 죄의식 없이 생명을 사고파는 행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던 것이다. <일요시사>가 파렴치한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의 실태를 조명했다.

 

지난 4월 스페인에서 충격적인 뉴스가 보도돼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생명의 존엄성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가톨릭 수녀들이 신생아를 무자비로 매매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일명 '신생아매매스캔들'로 불리며 세계인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수녀들 뻔뻔하게
아기 훔쳐 돈 받아

사실 스페인에서는 수십년간 갓난아기들이 돈을 받고 팔려간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스페인의 많은 미혼모들은 출산 후 자신의 아이를 볼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아기가 사망했다'는 병원 측의 통보 때문이었다. 그들이 아기의 사체를 확인하려고 하면 '이미 매장했다'는 짧은 답변만 돌아왔을 뿐이었다. 그때 병원에서 출산을 도왔던 간호사 대부분이 수녀였고 그들이 병원에서 몰래 신생아를 훔쳐 매매를 한다는 의혹이 지금까지 제기돼왔다. 그런데 최근 87세의 한 노수녀가 신생아를 매매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설이 아닌 사실로 드러나 세계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같은 행위는 국내에서도 여과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IT산업이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편리하게 물건을 구매한다. 그런데 이 편리한 인터넷을 악용해 살아 있는 신생아까지 거래하는 사람들이 들끓고 있어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도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한 20대 여성이 개인적으로 입양한 생후 3개월 된 여아를 수차례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내막은 이렇다. 그녀는 이별통보를 한 남자친구를 붙잡으려 인터넷을 통해 일정한 금액을 주고 아기를 입양했다. 두 사람 사이에 자식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남성은 막중한 책임감에 결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여성이 입양한 아기가 친자식인줄로만 알았던 남편은 입양아를 자신의 친자식보다 더 아꼈다. 이에 그녀는 "남편 닮았다"라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진짜 남편의 자식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고 입양아를 수차례 구타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인터넷과 언론매체를 통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생명을 사고파는 비윤리적행위를 한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비난세례가 쏟아졌다. 그러나 지금도 아기를 팔려는 여성들은 인터넷상에서 각양각색의 이유를 들어가며 활개를 치고 있었고 연령대도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했다. 

인터넷서 500~1000만원으로 손쉽게 거래 가능
10대 미혼모, 누구 자식인지 몰라 불법매매 시도

술 먹고 홧김에 일 저질러 아기의 아빠가 누군지도 모른다는 한 10대 여학생은 "미혼모라는 낙인이 싫어 아기를 팔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그녀는 "입양기록 자체를 남기고 싶지 않다. 이왕에 다른 사람에게 (아기를) 넘길 거면 조금이라도 더 주는 사람을 찾는다"며 물건을 거래하듯 말했다. 동거남과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그녀에게 아기에 대한 걱정은 사치였다. 당장 아이를 입양 보내서 그 대가로 될 수 있으면 많은 돈을 거머쥐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남편과 17살의 고등학생 자식을 둔 한 40대 주부도 거액을 제시하며 신생아거래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과 성격 등의 차이로 오랜 시간동안 별거 중이었는데 그때 만난 남자친구의 아이를 갖게 돼 입양거래를 원하고 있었다. 그 여성은 "원래 동거남이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말을 바꿨고 저 또한 아기를 키울 자신이 없어서 거래까지 생각하게 됐다. 솔직히 아이는 아무 죄도 없다. 그냥 좋은 부모 만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라고 말하면서도 "1000만원은 받아야 한다. 그 이하의 금액으로는 입양시킬 의향이 없다"며 확고하게 말했다. 

한편 낯선 사람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예기치 못한 임신을 하게 된 10대 여성도 있었다. 그녀는 가출한 상태로 가족과의 인연이 끊긴 상태였고 만삭인 그녀를 돌봐줄 보호자 한 명 없었다.

"비록 내가 원해서 갖게 된 아이는 아니지만 내 속에서 나온 아이기 때문에 입양결심을 했을 땐 너무 가슴이 아팠다. 만약 신생아거래가 확정 된다면 내가 받게 될 돈으로 차라리 아기용품 하나 더 사줬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사실 그녀는 아이를 한 번 입양시켰던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입양을 한 여성은 담배를 피우고 욕을 자주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가정 속에 아이를 맡기기 싫었던 그녀는 급기야 다시 아이를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법 아직 없어


방송에 따르면 신생아매매는 보통 500만원에서 1000만원선 안에서 거래되고 있었는데 이는 병원비와 산후조리비를 모두 포함한 가격이었다. 게다가 국내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신생아거래는 정식 입양이 아니고 개인입양, 즉 인터넷을 통해 불법으로 거래하는 입양시스템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신생아를 전문으로 거래하는 불법 브로커도 존재하고 있었다. 이 날 방송에서는 인터넷 카페 등지에서 닉네임 '독수리오형제'를 사용하며 신생아매매를 종용하는 한 남성의 거래형태를 낱낱이 공개했다.

그는 인터넷에 아기를 입양하고 싶다는 여성들의 글을 확인한 후 은밀하게 쪽지를 보내 "아기도 입양하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또한 그는 게시판에 자기도 입양한 아이가 셋이나 있다고 소개하면서 개인입양에 대한 신뢰를 증폭시켰다.

그러나 이 남성에게 이상한 점이 발견 됐다. 그가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이들로부터 신생아를 입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토록 많은 아이를 어떻게 그가 책임지고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었다. 분명 그는 신생아거래응 원하는 이들에게 "입양아는 자신이 직접 키우겠다"고 말했지만 진짜 그가 키우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남성은 "나는 브로커가 아니다. 한 번에 목돈을 주거나 하는 사람들은 100% 브로커인데 나는 산모와 병원에 직접 가서 출산비와 산후조리비 모두를 결제하고 매달 얼마씩 생활비를 주는 식으로 한다"며 자신을 포장했다. 또한 동시에 많은 이들과 거래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나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고 아무나 입양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딱 잘라 말했다. 이어 "한 번의 목돈은 현행법상 불법으로 처리되겠지만 매달 5만원, 10만원 주는 것은 아무도 뭐라 그러지 못할 것이다. 그것까지 제재 한다면 할 말이 없다. 만약 이것이 불법행위이고 처벌을 받는 행위라면 달게 받을 자신 있다"며 다시 한 번 본인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이 상황을 경찰에게 제보한 취재진은 전에도 '그런 사례로 내사를 벌인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하지만 경찰 측은 인터넷상에서 이뤄진 신생아거래는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입양자와 브로커 사이에 오간 돈에 대한 증거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처벌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오는 8월부터 새 입양특례법이 시행된다. 기존의 법은 친생부모의 동의가 없어도 입양이 가능했고 무조건 시·군청에 신고를 해야 했다. 반면 개정된 법은 굳이 입양신고를 하지 않고 가정법원의 승낙이 있으면 입양이 가능하다. 윤리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아기의 인권을 보장한다는 면에서는 굉장히 합리적인 법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입양, 불법과 무법이 난무하는 신생아매매 상에서는 이는 별로 효력이 없는 법이 될 것이다.

한 전문가는 "인터넷상의 신생아매매에 관한 완벽한 규제법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신생아거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본다"며 심히 우려를 표했다.

남편 둔 40대 여성, 애인 아기 가져 밀매 결심
성범죄?밤문화는 1위 성교육은 세계적으로 하위

이를 본 많은 누리꾼들은 각자 자신의 블로그나 SNS를 통해 신생아거래에 대한 비난과 우려의 글을 게시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에 방송된 캡처사진을 첨부하며 "얼마 전 수원 20대 여성 토막 살인마 오원춘이 '인육을 판매하려고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수많은 신생아가 인터넷상에서 단 몇 명의 브로커를 통해 대규모로 거래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중국으로부터 밀입된 인육캡슐이 최근 루트가 막혀 들여오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먼저 떠올랐다. 입양이라는 탈을 쓰고 불법으로 거래되고 있는 우리의 아기들이 그런 용도에 쓰이는 것은 아닐지 의구심이 든다"며 불쾌함을 나타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국내 성관련 문제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대안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성매매·강간 등 성범죄나 밤문화는 세계 1위 자리가 아깝지 않지만 실제 성문제 및 성교육을 대하는 사회의 시각과 태도가 구시대적이라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라며 성문제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사회풍토에 일침을 놓았다.

유교정신이 강한 우리나라는 예부터 성을 주제로 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다그치고 숨기기에 급급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들처럼 어릴 때부터 성교육을 받게 해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책임감을 심어줘야 했다. 그랬다면 앞에서 거론했던 10대 소녀와 40대 주부처럼 앞뒤 상황 고려하지 않고 덜컥 임신을 하고 게다가 그 아이를 돈을 받고 팔려는 무책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며 사람보다 돈이 더 중요한 시대가 왔다. 여느 드라마에서 나오듯이 돈만 있다면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게 지금 사회다.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 심어줘야


또한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먹고살기가 점점 힘들어지면서 자신의 아기를 파는 행위 또는 10대, 20대의 어린 여성들이 대리임신을 직업으로 삼으며 돈을 받고 아기를 주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 희한한 일들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존귀한 생명을 물건처럼 사고파는 비윤리적행위를 막으려면 사전에 성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아기의 인권에 대해 경시하는 행동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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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