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패스미스] 독일과 네덜란드의 2% 차이

 

[일요시사=심재희 칼럼니스트] 아주 작은 차이가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축구다. 골의 희소성이 조그만 차이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작은 차이를 좁히고 늘리기 위한 싸움이 바로 축구라는 종목의 매력이기도 하다.

유로 2012 죽음의 B조에서 독일과 네덜란드의 희비가 엇갈렸다.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던 두 팀은 너무나도 다른 조별예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독일은 3전 전승으로 8강행 열차에 기분 좋게 탑승했고, 네덜란드는 3전 전패의 수모를 겪으면서 귀국길 보따리를 싸게 됐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조별예선 3경기에서 모두 1골차 승부를 펼쳤다. 독일은 1-0, 2-1, 2-1 승리를 챙겼고, 네덜란드는 0-1, 1-2, 1-2 패배를 당했다. 거짓말처럼 1차전부터 3차전까지의 결과가 정반대였던 두 팀이다. 이런 결과는 앞서 언급했던 2% 차이에서 기인한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독일과 네덜란드의 경기력 차이는 준비 자세에서 비롯됐다. 독일은 상대에 경기력의 중심을 맞췄고, 네덜란드는 자신들에게 그 중심을 뒀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축구에서도 정확하게 들어맞는 말이다. 독일은 자세를 낮추고 상대를 철저히 분석한 다음 자신들의 장점을 잘 살렸고, 네덜란드는 자신들의 힘만 믿다가 상대에게 덜미를 잡혔다. 상대를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았다.

두 팀은 최근 메이저대회에서 나란히 준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독일은 유로 2008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네덜란드는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다. 독일과 네덜란드가 모두 스페인에 무릎을 꿇었다. 한데, 대회가 끝난 후 대처 자세에 좀 차이가 있었다. 독일은 '스페인 배우기'에 나서면서 자신의 스타일의 변화를 줬고, 네덜란드는 '아쉬운 준우승'이라고 자위하면서 자신들의 색깔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 결과가 이번 대회의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결정적인 2% 차이가 벌어진 이유다.

축구에서 전술을 논할 때, 개인전술 부분전술 팀전술이 언급한다. 물론 3가지 전술이 모두 중요하다. 개인전술이 가장 기본이 되어 부분전술을 완성하고 그리고 팀전술로서 한 팀의 경기력이 결정된다. 때문에 개인보다는 부분, 부분보다는 팀전술이 만들기 어렵고 더 중요하다고 평가받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개인전술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팀들 가운데 톱 클래스였다. 하지만 부분 전술은 중하위권, 팀 전술은 하위권이었다.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도 패배의 쓴 잔을 들고, 선수들과 감독이 설전을 벌이면서 분위기를 망치는 모습. 네덜란드의 조별예선 탈락의 이유는 바로 그들 내부에 있었다.

독일의 3연승 이유는 반대로 분석하면 된다. 개인보다는 부분, 부분보다는 팀 전체를 생각한 전술의 판을 들고 나왔기에 독일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이다.

2%의 결정적인 차이로 인해 죽음의 B조에서 운명이 엇갈린 독일과 네덜란드. 슈퍼스타 11명도 잘 짜여진 팀보다 위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게 한다.

OBS 축구해설위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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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석열 흔적’ 지우는 아크로비스타

[단독] ‘윤석열 흔적’ 지우는 아크로비스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사저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입주민들이 ‘윤석열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아크로비스타 커뮤니티센터에 걸려 있는 사진은 그대로지만 ‘대통령님 어린이날 행사’라는 문구는 사라졌다. 일부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퇴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잘’ 지내고 있다. 경호원들을 대동하면서 자신의 사저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지하 1층 커뮤니티센터를 자유롭게 활보 중이다. 연일 부정선거 음모론을 옹호하는가 하면 관련 영화까지 챙겨 봤다. 반대로 일부 아크로비스타 입주민들은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는 모양이다. 사라진 팻말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는 아직 윤 전 대통령의 흔적이 남아있다. 지난달 9일 <일요시사> 취재진이 확인한 아크로비스타 커뮤니티센터에는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걸려 있었다. 지난 2022년 5월5일 어린이날을 맞아 아크로비스타에 거주하는 이웃 어린이들과 촬영했던 사진이다. 행사는 같은 날 오전 11시부터 50분간 입주자대표회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당시 입주자대표회의는 같은 해 4월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입주민 가운데 만 3세 이상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기준 이 사진의 팻말인 ‘대통령님 어린이날 행사 (2022.5.5)’는 지워져 있었다. 아크로비스타 입주민 A씨는 “관리소에 철거를 요청했었는데 안건으로만 상정됐지, 아직 구체적으로 언제 철거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철거될 예정이기에 팻말을 떼놓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코바나컨텐츠 앞 한 갤러리를 사실상 집무실로 사용 중이다. 이 갤러리는 윤 전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를 떠나 아크로비스타로 오기 전까지만 해도 사무실 안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바뀐 건 지난달부터다. 윤 전 대통령과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이 드나들면서 정문을 잠그고 내부가 아예 보이지 않도록 방음벽 등을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입주민 “철거 요청” 이행될진 미지수 바로 앞 갤러리 사실상 윤 집무실 과거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에 경호 CP(Command Post·경호작전지휘소)를 두고 엘리베이터 한 대를 전용으로 사용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실제 이 갤러리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거주하는 동과 가장 가까운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 위치한다. 엘리베이터 근처에는 대통령경호처 직원이 항시 대기하고 있다. 같은 달에는 심우정 검찰총장이 이 갤러리를 방문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경호처 직원들도 지난달과는 다르게 사복 차림으로 윤 전 대통령을 경호 중이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입주민들의 불만이 쌓이면서 ‘분위기 파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입주민 A씨는 “대다수의 입주민들은 언론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윤 전 대통령 부부가 활보하는 것에 대해 대놓고 불편을 표현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파트 인근서 늦은 새벽까지 라이브 방송을 하며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이 문제”라며 “소란을 벌이는 일부 극우 유튜버들로 인해 밤잠을 설치거나 도보 산책을 무서워하는 입주민들이 적지 않다. 112에 여러 번 신고해도 경찰이 소란을 벌이는 사람들에게 주의만 주고 떠나는 등 대응이 미비한 게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윤 전 대통령이 아크로비스타를 떠나지 않으면 현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됐으나 최대 10년 동안 대통령 경호처 경호를 받을 수 있다. 대통령경호법에 따르면 자진 사퇴와 파면으로 임기 만료 전 퇴임한 전직 대통령도 경호·경비와 관련된 예우는 그대로 유지된다. 최고 수준의 국가 기밀을 다뤘던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경호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상 전직 대통령 경호에는 20∼30명의 인원이 투입된다. 내부 공간 안 보이게 방음벽 설치 직원들 사복 차림 입주민 눈치 보기? 검찰이 아크비스타를 압수수색했던 건 이달 초다. 김씨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하겠다는 초강수를 뒀지만 김씨가 불응하면서 대선 이후에야 수사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씨에게 곧바로 추가 출석요구서를 보내지 않고, 조사 시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사건 관계인들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김씨 휴대전화와 메모 등 관련 자료들도 확보해 분석한 만큼 김씨 대면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수사팀은 지난 2월부터 김씨 측에 구두로 소환 조사 필요성을 전달하다가 지난 14일 검찰청으로 와 조사를 받으라는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다만 김씨 측이 건강 상태가 악화됐다는 사실을 증빙할 진단서와 함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조사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김씨 측은 해당 사건이 공천 개입에 관한 내용인 만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사유서에 담았다. 선거 기간에는 정치적 수사를 중단해 온 관행을 고려해 조사 시점을 6·3 대선 후로 조정해 달라는 의견도 전달했다. 검 신중 모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의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지검장은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불기소 처분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됐다가 지난 3월13일 직무에 복귀했다. 그는 탄핵소추로 인해 직무가 정지돼있던 기간 건강이 급격하게 안 좋아졌고, 복귀 직후부터 사의 표명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기 수사 중인 서울고검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서울남부지검도 대선 전 김씨를 직접 불러 조사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