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넥타이를 매지 않고 재킷을 벗는 등 간편한 옷차림으로 근무하는 ‘쿨비즈(Cool-Biz)’가 뜨는 요즘. 옷만 봐서는 누가 누군지 구분도 안 되는 천편일률적인 정장차림을 요구하는 회사는 이제 추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캐주얼에 가까운 ‘세미캐주얼’이 직장인들 사이에 공식 출근복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고, 직장인들은 개성이 드러나면서 편한 옷차림으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본격 무더위가 시작된 최근, 직장인들은 상대 동료의 어떤 옷차림을 선호하고 또 기피하고 있을까.
직장은 남·녀가 함께 좋은 동료관계를 유지하며 회사를 키워나가는 곳이다. 그러나 이런 직장생활 내에서 같은 직장동료를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나도 모르게 할 수 있다. 그 첫 번째가 근무복장이다. 아무리 직장 내 복장이 자유로워졌다고 해도 여전히 거슬리는 의상은 구설에 오르기 마련이기 때문.
첫 인상 ‘중요’
특히 여성이 보기에도 너무 짧은 옷이나 가슴이 깊게 팬 옷을 입은 여성 동료는 ‘비호감’이다. 남녀 직장인들에겐 맨발의 슬리퍼 차림의 남성 동료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국내외 기업에 재직 중인 남녀 직장인 463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출근복장’에 관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재직 중인 회사의 출근복장 규정을 묻는 질문에 59.6%가 ‘요일과 성별에 관계없이 자율복장이 허용된다’고 답했고, 여성은 자유로운 편이지만 남성은 비교적 정장만 허용이 19.0%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남녀 모두 정장만 허용 14.3%, 금요일만 자율복장 허용 5.4% 순이었다.
직장인 고모(28·여)씨는 “많은 부분에서 직장인들의 복장 규제가 완화되었다고 하지만 아직 몇몇 보수기업에서는 직장인들의 옷차림을 중요시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때는 자신의 유니크함과 개성도 좋지만 사내분위기를 어느 정도 맞춰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어떠한 차림의 근무복장이 업무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질문결과 캐주얼 차림을 꼽은 응답자가 31.1%로, 정장차림 7.3% 또는 단정한 세미 정장 차림(28.9%)을 꼽은 사람보다 많았다.
반면 업무에 도움이 되는 복장이란 없다고 답한 응답자도 32.6%로 직장인 3명 중 1명은 복장과 업무능력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직장인 홍모(29·여)씨는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 옷차림에 신경 쓰는 것은 단순히 멋을 부린다는 차원이 아니라 품위를 갖춘다는 뜻”이라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은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업종에 맞는 옷차림은 의사표현의 하나이고 이미지가 곧 그 사람을 나타내주기에 놓쳐선 안 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여-가슴 노출, 짧은 치마, 몸에 꽉 달라붙는 옷
남-맨발에 슬리퍼, 민소매 셔츠, 덥수룩한 머리
남녀 직장인이 바라본 꼴불견 사무실 복장도 조사돼 눈길을 끌었다. 남성들은 여성 직장인들의 꼴불견 근무 복장(*복수응답)으로 ‘너무 짧은 치마 또는 반바지(37.1%)’와 ‘맨발에 슬리퍼(35.6%)’를 꼽았다.
같은 여성이 보기에도 꼴불견인 여성 직장인 근무 복장 1위는 ‘가슴이 깊게 파인 상의(57.5%)’였고, 다음으로 ‘너무 짧은 치마 또는 바지(38.3%)’와 ‘너무 얇아 속이 비치는 의상(28.7%) 등을 꼽았다.
직장인 기모(31·남)씨는 “여자 직장동료의 치장과 관련하여 일부 남직원들 사이에서 하는 말들이 있는데 ‘우리에게는 고맙지 뭐’이다”라며 “말은 그렇게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하루 종일 마주치며 근무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여직원들의 짧은 치마나 몸매가 너무나 드러나 보이는 옷들을 보면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업무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직장인 명모(29·여)씨도 “여자 직장동료가 지나치게 야한 옷(짧은 치마, 가슴이 움푹 파인 옷, 딱 달라붙은 옷 등)을 입고 왔을 때 도대체 여기가 회사인지 클럽인지 구분이 안 간다”며 “직장인 여성답게 센스를 발휘하여 아름답지만 야하지 않는 그리고 업무 수행하기에도 적절한 복장이 본인 스스로도 편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꼴불견 남성 근무 복장에는 ‘맨발에 슬리퍼’와 ‘민소매 셔츠’가 각 1위와 2위에 올랐다. 다음으로 남성 직장인들은 ‘반바지 차림(26.2%)’이, 여성들은 ‘몸에 너무 꼭 맞는 의상(33.3%)이 꼴 보기 싫은 남성들의 근무 복장이라고 답했다.
비호감이야~
직장인 김모(33·여)씨는 “옷차림도 중요하지만 덥수룩한 머리, 옷깃을 덮고 귀를 가릴 정도의 장발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특히 이상한 모양으로 퍼머나 염색을 하거나 제대로 빗질도 안한 머리모양도 직장인의 몸차림으로는 적당하지 않다. 또 때가 낀 손톱과 비듬 등, 다른 동료들이 보고 불쾌해하지 않도록 세세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남성과 다른 여성의 특성으로 인한 부분들은 남성들의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회사라는 공동체 안에서 다른 직장동료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과하게 드러난다면 그러한 과한 특성들이 존중 될 수는 없다”며 “공동생활에서 남성과 여성이라는 특성이 강하게 표출되기 보다는 직장동료들의 수긍이 갈 수 있는 범위에서 적절히 드러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