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명일 기자] 그동안 책임보험 의무가입 대상자가 아니었던 50cc미만 이륜차도 국토해양부의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오는 7월 1일부터는 각 구청에 차량등록을 해야 하고 책임보험에도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대략 24~27만 대 정도로 추산되는 국내 50cc 미만 이륜차 가운데 보험에 가입한 차량비율은 10%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코앞으로 다가온 7월 1일부터 본격적인 단속이 시작될 경우 무더기 범칙금 부과 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무보험 운행 시에는 범칙금 10만원이, 미사용 신고운행 시에는 과태료가 최고 50만원까지 부과되는데도 스쿠터이용자들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토바이 가게를 운영 하고 있는 김모씨는 정부의 스쿠터 의무사용신고제 발표 직후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걱정이다. 지난주에는 보유하고 있던 중고 스쿠터 수 십대를 헐값에 처분하기도 했다. 국토해양부의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오는 7월 1일부터는 50cc미만 이륜차도 차량등록 및 책임보험에 의무가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스쿠터는 주로 돈이 없는 대학생들이나 서민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 개정이후 스쿠터를 이용하기 위해 매년 큰돈을 내야한다니 당연히 구입을 망설이는 것"이라며 "스쿠터 의무사용신고제는 아예 스쿠터를 타고 다니지 말든지 불법으로 스쿠터를 타라고 강요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갑자기 쏟아져 나온 매물로 인해 스쿠터의 가격이 급락했지만 스쿠터를 구입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보험료=스쿠터 가격
현재 30대 초반 이용자가 책임보험에 처음 가입할 경우 회사별로 20만~40만원대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용자들은 "보험료가 중고 스쿠터 1대 값과 비슷하다"며 불만을 터트린다.
지난 1월 의무보험 도입 공고 이후, 26세 이하 대학생이 통학용으로 이용할 경우 종전보다 할인을 해주는 등 가정용은 평균 25% 가량 보험료를 인하했지만, 여전히 불만이 많은 실정이다. 또 보험료는 가정용, 비유상 배달용(피자, 치킨, 중국음식 배달용), 유상 대여 배달용(퀵서비스, 대여용)으로 분류돼 부과되는데 가정용은 그나마 보험료 수준이 덜 비싼 편이지만, 배달용 오토바이의 책임 보험료는 웬만한 고급 수입자동차 책임 보험료의 2배 수준이나 된다. 모 수입자동차 중급모델의 책임보험료가 대략 40만원 선인데 음식점 업주가 가입해야 하는 배달용 오토바이의 보험료는 1대에 80만원 선이었다.
만약 배달용 오토바이를 4대 가량 운영하고 있다면 업주는 보험료로만 매년 내야 하는 돈이 300만 원을 훌쩍 넘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배달원이 다칠 경우를 고려해 자기차량보험까지 든다면 액수는 더 올라간다.
이미 많은 자영업자들이 경기침체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스쿠터 의무사용신고제가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보험개발원에서는 사고율 등을 계산해 산출한 결과 50cc 미만 이륜차의 1대 당 평균 책임보험료를 가정용은 12만원, 피자나 치킨 배달용은 23만원, 퀵서비스 배달용은 31만원 수준이 적당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들은 "오토바이가 워낙 사고율이 높고 한 번 사고가 나면 엄청난 피해금액이 발생하기 때문에 보험료를 낮게 책정할 수 없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륜차 의무가입으로 '새로운 시장'이 생겨 보험사들이 더 좋은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사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치사율이 높은 이륜차의 보험가입을 많이 받아봤자 남는 것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며 "비싼 보험료 책정으로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처럼 소극적인 보험사들의 태도가 저조한 보험가입률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입대상자 비싼 보험료에 반발…보험 가입률 ‘비상’
보험 가입률 10%미만, 미가입 무더기 적발 우려
게다가 일부 보험사의 경우는 기존에 이미 의무가입 대상이었던 50cc 이상 오토바이의 보험료도 슬쩍 인상한 것으로 드러나 보험사의 횡포가 극에 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물론 보상 대상과 폭이 크게 상향됐다는 설명을 하고 있지만 갑자기 수 십만원이나 오른 보험료에 가입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편 스쿠터의 차량등록절차도 복잡해 많은 스쿠터 이용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한 스쿠터 이용자는 "스쿠터의 경우는 번호판 자체가 없어 매매계약서 등의 서류는 작성하지 않았으며 그냥 일반 물건을 구입하듯이 돈을 주고 산 것인데 이제와서 스쿠터가 내 것임을 증명하기 위해 따로 보증인까지 내세워야 한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스쿠터를 주로 타고 있는 계층 중 농어촌 주민이나 가정주부 등은 어떻게 차량등록을 해야 하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스쿠터 차량등록율과 보험가입률이 미비하자 국토해양부에서는 시민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집중적인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 라디오 등 언론매체 홍보는 물론이고 버스 및 지하철 등에서도 광고를 실시하고 관공서 및 이륜차 대리점 등에 리플릿을 작성해 배포했다. 특히 부산, 광주, 대전 등 각 지역별 홍보도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높은 보험료 부담에 대해서는 "보험료가 다소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지금까지 안전사각지대에 있던 50cc미만 이륜차의 안전관리 강화와 사고 시 피해보상 차원에서 꼭 필요한 조치"라며 "의무가입을 통해 도난 범죄, 폭주족 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 사실상 높은 보험료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음을 인정했다.
보험료 등에 대한 사항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은 각 보험사들의 오토바이 보험료 수준에 대해 전면적인 점검에 나서 적정수준 이상을 부과한 부분이 있다면 시정조치 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또한 보험업계와의 지루한 힘 대결로 번질 가능성이 커 실제로 보험료가 현실화되기까지는 무척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가입절차도 '복잡'
한 스쿠터 이용자는 "정부의 일방통행적인 정책시행에 무척 화가 난다. 당연히 처음 정책을 구상할 때부터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 놓고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최소한 현실적인 보험료 인하대책을 마련하기 전까진 정책의 시행을 유예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스쿠터 이용자들의 불만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국토해양부는 스쿠터 의무사용신고제를 계획대로 시행할 예정이다. 따라서 가입대상자들은 일단 보험사 별 보험료를 비교해 최대한 싼 가격에 가입하는 것만이 현재 유일한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