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오토바이 보험료의 비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6.13 09: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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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다다~’ 오토바이 보험료가 수입차 두 배?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그동안 책임보험 의무가입 대상자가 아니었던 50cc미만 이륜차도 국토해양부의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오는 7월 1일부터는 각 구청에 차량등록을 해야 하고 책임보험에도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대략 24~27만 대 정도로 추산되는 국내 50cc 미만 이륜차 가운데 보험에 가입한 차량비율은 10%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코앞으로 다가온 7월 1일부터 본격적인 단속이 시작될 경우 무더기 범칙금 부과 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무보험 운행 시에는 범칙금 10만원이, 미사용 신고운행 시에는 과태료가 최고 50만원까지 부과되는데도 스쿠터이용자들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토바이 가게를 운영 하고 있는 김모씨는 정부의 스쿠터 의무사용신고제 발표 직후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걱정이다. 지난주에는 보유하고 있던 중고 스쿠터 수 십대를 헐값에 처분하기도 했다. 국토해양부의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오는 7월 1일부터는 50cc미만 이륜차도 차량등록 및 책임보험에 의무가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스쿠터는 주로 돈이 없는 대학생들이나 서민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 개정이후 스쿠터를 이용하기 위해 매년 큰돈을 내야한다니 당연히 구입을 망설이는 것"이라며 "스쿠터 의무사용신고제는 아예 스쿠터를 타고 다니지 말든지 불법으로 스쿠터를 타라고 강요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갑자기 쏟아져 나온 매물로 인해 스쿠터의 가격이 급락했지만 스쿠터를 구입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보험료=스쿠터 가격

현재 30대 초반 이용자가 책임보험에 처음 가입할 경우 회사별로 20만~40만원대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용자들은 "보험료가 중고 스쿠터 1대 값과 비슷하다"며 불만을 터트린다.

지난 1월 의무보험 도입 공고 이후, 26세 이하 대학생이 통학용으로 이용할 경우 종전보다 할인을 해주는 등 가정용은 평균 25% 가량 보험료를 인하했지만, 여전히 불만이 많은 실정이다. 또 보험료는 가정용, 비유상 배달용(피자, 치킨, 중국음식 배달용), 유상 대여 배달용(퀵서비스, 대여용)으로 분류돼 부과되는데 가정용은 그나마 보험료 수준이 덜 비싼 편이지만, 배달용 오토바이의 책임 보험료는 웬만한 고급 수입자동차 책임 보험료의 2배 수준이나 된다. 모 수입자동차 중급모델의 책임보험료가 대략 40만원 선인데 음식점 업주가 가입해야 하는 배달용 오토바이의 보험료는 1대에 80만원 선이었다.

만약 배달용 오토바이를 4대 가량 운영하고 있다면 업주는 보험료로만 매년 내야 하는 돈이 300만 원을 훌쩍 넘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배달원이 다칠 경우를 고려해 자기차량보험까지 든다면 액수는 더 올라간다.


이미 많은 자영업자들이 경기침체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스쿠터 의무사용신고제가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보험개발원에서는 사고율 등을 계산해 산출한 결과 50cc 미만 이륜차의 1대 당 평균 책임보험료를 가정용은 12만원, 피자나 치킨 배달용은 23만원, 퀵서비스 배달용은 31만원 수준이 적당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들은 "오토바이가 워낙 사고율이 높고 한 번 사고가 나면 엄청난 피해금액이 발생하기 때문에 보험료를 낮게 책정할 수 없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륜차 의무가입으로 '새로운 시장'이 생겨 보험사들이 더 좋은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사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치사율이 높은 이륜차의 보험가입을 많이 받아봤자 남는 것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며 "비싼 보험료 책정으로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처럼 소극적인 보험사들의 태도가 저조한 보험가입률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입대상자 비싼 보험료에 반발…보험 가입률 ‘비상’
보험 가입률 10%미만, 미가입 무더기 적발 우려

게다가 일부 보험사의 경우는 기존에 이미 의무가입 대상이었던 50cc 이상 오토바이의 보험료도 슬쩍 인상한 것으로 드러나 보험사의 횡포가 극에 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물론 보상 대상과 폭이 크게 상향됐다는 설명을 하고 있지만 갑자기 수 십만원이나 오른 보험료에 가입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편 스쿠터의 차량등록절차도 복잡해 많은 스쿠터 이용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한 스쿠터 이용자는 "스쿠터의 경우는 번호판 자체가 없어 매매계약서 등의 서류는 작성하지 않았으며 그냥 일반 물건을 구입하듯이 돈을 주고 산 것인데 이제와서 스쿠터가 내 것임을 증명하기 위해 따로 보증인까지 내세워야 한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스쿠터를 주로 타고 있는 계층 중 농어촌 주민이나 가정주부 등은 어떻게 차량등록을 해야 하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스쿠터 차량등록율과 보험가입률이 미비하자 국토해양부에서는 시민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집중적인 홍보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 라디오 등 언론매체 홍보는 물론이고 버스 및 지하철 등에서도 광고를 실시하고 관공서 및 이륜차 대리점 등에 리플릿을 작성해 배포했다. 특히 부산, 광주, 대전 등 각 지역별 홍보도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높은 보험료 부담에 대해서는 "보험료가 다소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지금까지 안전사각지대에 있던 50cc미만 이륜차의 안전관리 강화와 사고 시 피해보상 차원에서 꼭 필요한 조치"라며 "의무가입을 통해 도난 범죄, 폭주족 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 사실상 높은 보험료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음을 인정했다.


보험료 등에 대한 사항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은 각 보험사들의 오토바이 보험료 수준에 대해 전면적인 점검에 나서 적정수준 이상을 부과한 부분이 있다면 시정조치 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또한 보험업계와의 지루한 힘 대결로 번질 가능성이 커 실제로 보험료가 현실화되기까지는 무척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가입절차도 '복잡'

한 스쿠터 이용자는 "정부의 일방통행적인 정책시행에 무척 화가 난다. 당연히 처음 정책을 구상할 때부터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 놓고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최소한 현실적인 보험료 인하대책을 마련하기 전까진 정책의 시행을 유예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스쿠터 이용자들의 불만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국토해양부는 스쿠터 의무사용신고제를 계획대로 시행할 예정이다. 따라서 가입대상자들은 일단 보험사 별 보험료를 비교해 최대한 싼 가격에 가입하는 것만이 현재 유일한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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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