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입법부 장악한 '박의 남자' 강창희 국회의장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6.06 11: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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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부 수장이 '박근혜 킹메이커' 노릇 한다고?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제19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에 이변은 없었다. 6선의 강창희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선출 된 것. 비록 친박계 독식논란과 5공 인사라는 비판에 부딪혔지만 국회의장은 다선(多選)과 연장자를 우선으로 한다는 관례를 깨기엔 역부족이었다. 또 강 의장이 새누리당의 취약지역인 충청 출신임을 감안해 대선정국을 앞두고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뼛속까지 친박'이라는 강창희 신임 국회의장이 선출됨으로써 친박계는 명실상부 당권과 입법부까지 완벽하게 장악하게 됐으며, 충청권의 민심도 얻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다.

강창희 새누리당 의원(대전 중구)이 임기 2년의 제19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선출됐다. 대전 중구가 지역구인 강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면서 헌정사 64년 만에 충청권 국회의장이 처음으로 탄생했다. 그동안 20명의 국회의장이 있었지만 충청권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로 분류되는 그는 당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에 이어 국회의장까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친박계 독식논란'에 대해 "국회의장은 당적을 이탈해야 하는데 계파가 무슨 의미가 있냐. 다 초월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충청권 대표 '친박'
5공 출신 '독' 될 수도

하지만 강 의장이 당선된 것에는 친박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전 출신의 강 의장이 입법부의 수장이 됨으로써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대선에서 충청권 표를 얻는데 한층 수월하다는 논리다.

반면 강 의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5공 출신이라는 점은 오히려 박 전 위원장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박 전 위원장 역시 아직까지도 유신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강 의장은 지난 2009년 발간된 자서전 <열정의 시대>에서 "나의 군생활이나 정치에서 전두환 대통령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소위로 동해안에서 소대장을 하던 시절 나를 청와대 경비임무를 하는 수경사 30대대로 전입시킨 이가 전두환 장군이고, 정치를 시작한 것도 전두환 대통령 밑에서였다. 또한 군대시절 하나회 멤버였다"고 적었다.


그가 내린 5공화국에 대한 평가도 논란거리다. 강 의장은 "5공은 물가를 잡고 기초질서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지금도 '그래도 전두환 때가 낫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충청권 최초 국회의장 선출에 기대감
국민이 공감하는 '열린국회'가 최대 목표

강 의장은 1946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충남대학교 총장을 지낸 강진형 박사, 어머니는 대전 보육대 교수와 걸스카우트 충남연맹장을 지낸 문장희 여사다. 어렸을 때부터 큰 정치지도자를 꿈꾸며, 알렉산더나 나폴레옹 등 군인 출신 정치지도자를 동경했다. 대전 토박이인 그는 대전 대흥초, 대전중, 대전고를 졸업한 후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강 의장은 육군사관학교(제25기)를 나와 11, 12, 14, 15, 16대 국회의원과 초대 과학기술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최근엔 새누리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박 전 위원장의 원로자문그룹 '7인회'의 일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7인회는 강 의장을 비롯해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과 김기춘 전 법무장관, 김용갑·현경대 전 의원,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등이 참여하는 친박 원로 그룹이다.

강 의장은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 충청권을 대표하는 친박 인사다. 그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열풍이 거셌던 2004년 17대 총선을 계기로 박 전 위원장과 가까워졌다.

당시 강 의장은 뜻을 같이 하는 몇몇 인사들과 함께 박 전 위원장을 당대표로 내세우자고 제안했다. 박 전 위원장이 정중하게 고사하자 강 의장은 "나라가 어려운데 아버지(고 박정희 전 대통령)라면 어떻게 판단했겠느냐"는 말로 설득했고, 박 전 위원장은 마침내 강 의장의 제안을 수락했다.

30여 년 정치인생
강직한 성품 정평


강 의장은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충청권의 압승을 이끌어냈고, 2007년 17대 대선 경선에서는 '박근혜 후보 경선 선거대책본부 고문'을 맡는 등 정치적 고비마다 팔을 걷어붙이고 박 전 위원장을 도왔다.

강 의장은 본래 박 전 위원장이 아닌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 사람이었다. 1983년 11대 국회에 민정당 전국구(현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한 강 의장은 대전 중구에서 12대(민정당)에 이어 14대 때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1995년 자민련에 입당해 사무총장, 원내총무(현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을 거쳤다.

16대 대선 때 김대중ㆍ김종필(DJP) 연합으로 정권을 잡은 국민의 정부에서는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1년 자민련이 민주당 의원 3명을 임대받아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려는 움직임에 반발하다 당에서 제명되자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국민들은 6선에 빛나는 강 의장에게 노련한 정국 핸들링을 기대하고 있다. 강 의장은 19대 전반기 국회의장의 과제로 △국가 정체성과 헌법정신 수호 △상식과 순리가 통하는 국회상 정립 △국민이 공감하는 열린 국회 만들기를 제시하며 "여당과 소통하고 야당과 대화하는 ‘여소야대’ 의장, 또 여당과 대화하고 야당과 소통하는 ‘여대야소’ 의장이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6선 고지까지
절치부심 '2전3기'

아울러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며 "국민과 한 치도 떨어지지 않는 현장 국회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강 의장의 제19대 총선 승리는 '와신상담'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무려 8년간을 원외에서 머물렀다. 17ㆍ18대에 연거푸 낙선하자 주위에선 '강창희의 정치인생도 끝'이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고 8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다시 국회에 입성, 6선 고지에 오른 것이다.

무엇보다 젊은 시절 정치에 입문한 강 의장은 그동안 '승승장구'하며 주야장천 오르막길만 걸어왔다. 오히려 지난 8년(17·18대)간의 내리막길을 통해 그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낙선 후 "올라갈 땐 보이지 않았던 꽃이 내리막길에선 보이더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밖에서 바라본 국정과 지역 현안은 의원 시절 바라보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는 의미다.

그만큼 지난 8년은 강 의장을 더욱 성장시켰다. 그는 "전국구를 포함한 지난 5번의 의정활동 경험과 오랜 기간 야인생활로 다져진 남다른 각오로 지역을 발전시키고 나라에 큰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5공 인사 비판에 "난 부끄러운 것 없다"
자랑스런 19대 국회만들기 '집중'

충청권에서는 벌써부터 강 의장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충청권의 대표적인 친박 인사인데다 국회수장까지 맡게 된 강 의장이 국회에서 얼마만큼 실력(국비확보 등)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강 의장은 '친박계 독식논란'이 일자 국회의장은 당적이 없다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다가오는 12월19일 18대 대선에서 그가 '박근혜 킹메이커'로서 무언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 이견을 갖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강 의장은 그동안 공공연히 '정권창출의 선봉에 서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해왔다. 심지어 강 의장은 제19대 총선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도 "마지막 기회를 주신다면 1년은 박근혜 집권을 위해 뛰고, 남은 3년은 지역을 위해 바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당시 강 의장을 돕기 위해 개소식을 찾은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 또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인물"이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일각에서는 강 의장이 다가오는 대선에서 박 전 위원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기엔 한계가 있는 국회의장직을 선택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당초 대부분의 정치전문가들은 뼛속까지 친박인 강 의장이 대선을 염두에 두고 국회의장보다는 당권을 선택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했었다. 하지만 평소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말을 되풀이 해온 강 의장이기에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킹메이커' 될까?
친박 독식논란 여전

강 의장의 측근은 "국회의장이나 당대표 모두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박 전 위원장의 대선행보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역할이라도 맡아 일하겠다는 것이 강 의장 뜻"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강 의장은 직책을 떠나 어떤 식으로든 '킹메이커'로서의 길을 걷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수많은 현안이 산적해 있는 19대 국회에서 충청권 최초의 국회의장인 그가 어떠한 성과와 발자취를 남길지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강창희 국회의장 프로필>
▲ 대전고등학교 졸
▲ 육군사관학교 졸
▲ 1983 제11대 민정당 국회의원
▲ 1985 제12대 민정당 국회의원
▲ 1992 제14대 무소속 국회의원
▲ 1996 제15대 자민련 국회의원
▲ 1998 제1대 과학기술부 장관
▲ 2000 제16대 자민련 국회의원
▲ 2001 한나라당 입당
▲ 2012 제19대 새누리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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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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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