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1년전 '산사태 났던' 우면산 가보니…

향촌마을 사람들은 빗소리가 두렵다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작년 여름, 강남에 실로 엄청난 집중호우가 퍼부었다.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거센 폭우는 강남 일대를 강타했고 이 일대 으리으리한 집과 비싼 자동차 등이 허무하게 쓸려나가고 잠겼다. 우면산이 힘없이 무너지면서 무고한 목숨도 여럿 잃었다. 당시 '천재지변이다' '인재다' 여러 말들이 많았지만 정확한 원인규명을 못하고 주춤거리다 겨우 복원공사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1년 후, 또다시 장마의 계절이 오고 올해는 특히 여름이 한 달 빨리 오면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우면산 일대는 어떻게 됐을까. 그 현장으로 가봤다.

따가운 햇볕과 빗방울이 번갈아가며 내리던 5월 말,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인지 우면산 공사현장의 일용직 노동자들의 표정에 불만이 가득차보였다. 우면산 앞 방배동 주택가는 누가 봐도 사고현장 모습을 띄고 있었다.
아직 포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 울퉁불퉁한 흙으로 뒤덮여 있는 길은 사람들이 주의를 하지 않고 걸으면 다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였다. 게다가 나란히 연결된 주택 대문 앞에는 수많은 돌덩이와 공사 중에 생기는 불순물 등이 여기저기 불규칙하게 쌓여있었다.

울퉁불퉁 흙으로 덮인
주택가, 안전성 결여

또한 아무리 손을 내저어도 피부를 덮는 헤아릴 수 없는 먼지세례는 그 곳을 지나치기 싫을 정도로 혐오감을 줬다. 주민들은 이미 이런 일에 적응이 된 탓인지 귀를 따갑게 하는 소음과 어수선한 동네 분위기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 할 일에 몰두했다.

우면산 공사로 인한 불편한 점에 대해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쉽사리 인터뷰에 응해주지 않았다. "바쁘다"라는 짧은 한 마디만 남긴 채 걸음을 재촉했다. 우면산 현장을 본격적으로 탐색하기 이전에 정자 근처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 부부에게 다가갔다.

방배동으로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모씨는 "밤낮으로 지속되는 공사 때문에 매일 밤잠을 설친다"며 "동네를 뒤덮는 먼지와 소음은 임신부인 아내에게 치명적인 불편을 끼친다"고 걱정했다.

향촌마을의 한 빌라단지를 책임지는 경비원을 만나 더 자세한 현장 분위기에 대해 물었다. 그는 "시청과 구청의 늦장 대책으로 4월 말께 끝났어야 했던 공사가 아직까지 그 구도를 잡지 못하고 여기저기 난장판을 만들어 놨다"며 "단지내부는 쓰레기 더미로 가득 차서 손을 쓸 수 없을뿐더러 새벽에도 계속되는 공사로 소음이 말도 못하다"고 주민들을 대신해 불만을 토로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정모씨는 "공사 끝나려면 아직 멀었는데 벌써 장마철이 올까봐 걱정된다. 요즘은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만 들려도 불안해서 집에 있기가 무섭다"며 복원공사 진행속도에 혀를 찼다. 


공사 소음으로 잠 못자
빗소리 들리면 불안해져

반면 쉼 없이 속개되는 침수방지공사에 안심을 하는 주민도 있었다. 최모씨는 "주중주말 가릴 것 없이 성실히 일하는 공사 관계자들이 정말 대단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 더 안심이 간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또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산사태와 침수 원인을 발견하지 못한 정부의 태도를 꼬집어 말했다.

조금 더 가까이서 우면산을 바라보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우면산 가운데 표면은 마치 바리깡(?)으로 밀어놓은 것처럼 민둥산의 느낌이었고 이곳저곳 정리가 되지 않은 듯 한 모습을 띄고 있었다. 이것이 주민들과 전문가들이 언급했던 "자연경관을 무자비하게 훼손했다"는 의미였나 싶었다.

그 위 이층으로 세워져 있는 컨테이너 박스 안에 이번 복원공사의 책임자 중 한명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기자는 그에게 명함을 건네며 복원공사에 대해 "어디까지 진행 됐냐" "산사태를 막기 위한 배수공사는 어떻게 해왔냐" 등을 물었다.

장마철만 다가오면 떠오르는 악몽 재현되나
주민들 불안 가중…공무원들 탁상행정 논란

그러나 그는 마치 자신이 듣지 않아야 될 말을 들은 것처럼 "내가 얘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정확한 대답을 회피했다. 대신 그는 "나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고 연락처를 가르쳐줄테니 이 쪽에 전화해보라"며 해당 관공서의 부서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줬다.

연락처를 받아 적은 후 우면산 윗자락을 둘러보려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 역시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자연 경관을 인공적으로 꾸며놓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기자는 공사현장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문득 '과연 이 작업이 정부가 약속했던 6월 말까지는 완공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올 여름은 이상 기후로 인해 작년보다 한 달 빨리 찾아와 장마도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많았기 때문에 우면산 복원공사 담당자에게 설명을 들었다.


담당자에게 '우면산' 이 한마디를 꺼내자마자 그의 목소리 톤은 확 가라앉았다. 마치 '올 것이 왔구나'라는 톤으로 말하는듯 한 느낌을 줬다.   

기자가 그에게 "복원공사는 어디까지 진행 됐냐"고 묻자 그는 "주요 구조물은 거의 마무리 된 상태고 뒷정리가 조금 남아서 5월 말까지 끝내야만 했던 공사가 한 달 정도 미뤄졌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뒷정리란 주택단지의 하수처리를 위한 배수로 공사를 지칭하는 것이다.

복원은 거의 마무리단계
뒷정리로 한 달 미뤄져

더불어 아직 파악되지 않은 산사태 원인규명에 대해 물었다. 조금 민감한 질문이라서 그런지 "자세한 것은 모른다. 말씀 드릴 수 없다" "미팅이 있어서 가봐야 한다"며 급히 전화를 끊었다. 어떻게 공사가 진행됐는지, 산사태의 주요 원인은 무엇인지 등 수많은 궁금증만 남기고 다음날 바로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타 직원의 "팀장님은 이틀 연속출장으로 자리에 없다"는 대답을 끝으로 그와는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다.

우면산사태가 일어난 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물론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사고 후 2-3개월 동안 어물쩡(?)댈 것이 아니라 '제2의 우면산사태'를 막기 위한 원인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다.

그러나 공무원의 게으름으로 비롯된 탁상행정 때문에 아직도 확실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전전긍긍 했으며 되려 졸속공사로 인해 시민들의 마음만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시민들 사이에서 "자연 경관까지 훼손시키면서 허술하게 작업 한다"는 말이 나돌면서 시청과 구청에 대한 불신감만 가중시켰다.

한 전문가는 이 사태를 보고 "16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지는 공무원 한명 없이 일부 공무원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그대로 누리며 공사를 밀어붙인다"며 현 공무원들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확실한 원인규명 안하는 서울시에 불만표출
“내 소관 아니다”며 여기저기에 책임 미뤄

한편 지난해 7월 부산 역시 시간 당 최고 100mm의 폭우가 쏟아져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었다. 도심 13곳 이상이 물에 잠기는 대형침수가 일어나 부산 주요일대의 통행이 한 때 중단되기도 했었다. 또한 강원도 춘천지역도 다량의 폭우로 인해 10명이 사망하고 20명 이상이 경상을 입는 등 인명피해가 컸다.

매년 여름 전국적으로 집중호우가 불어 닥치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년 같은 피해를 반복해서 입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급격히 변한 사회 환경으로 인해 도심 곳곳에 깔려진 아스팔트 도로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물이 빠지는 배수로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폭우가 쏟아지면 그대로 물이 채워져 침수사태가 일어나게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청계천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옛날 모습을 되찾겠다며 도로 중간에 인위적으로 물길을 냈지만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배수통로를 설치하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 청계천은 빗물로 가득 차 원래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매해 반복되는 집중호우에 맞서 우면산 산사태와 침수 등 이 같은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확실한 방침을 세워야 한다. 복원을 할 때에는 원인을 먼저 찾아 재발가능성을 배척하고 공사작업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새롭게 도로를 포장하거나 건축물을 세울 때는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는 안전성을 고려한 설계 작업을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대책도 마련해야만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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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