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술 따르는 스튜어디스(?) '콘셉트 바' 성행

  • 김지선 loxloxloxl@hotmail.com
  • 등록 2012.06.02 14:39:14
  • 댓글 1개

"감히 술집에서 우리 유니폼을? 참을 수 없어!"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특정 의상 콘셉트를 맞춘 일명 '콘셉트 바(concept bar)'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비키니 바, 섹시 바, 세일러교복 바 등등 의상을 손님의 취향에 맞춰 차려입고 술시중을 드는 테마인데, 최근엔 ‘스튜어디스 바’가 유행이다. 딱 봐도 국내 항공사 유니폼과 흡사한 옷을 입고 술집에서 서빙을 하고 술시중을 든다. 현직 스튜어디스와 스튜어디스 지망생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이지만 이곳은 입소문을 타고 계속해서 고객수가 증가하고 있다. 비행기도 아닌데 뜨고, 승무원으로 꽉차있다는 이곳은 대체 어떤 곳일까. 왜 하필 스튜어디스 복장인 걸까. <일요시사>가 그 세태를 들여다봤다.

강남역 근처 테헤란로 부근. 스튜어디스 복장의 늘씬한 여성들이 명함 크기의 유흥업소 전단지를 돌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얼핏 봐도 머리에 꽂는 장식과 목에 맨 스카프까지 항공사 스튜어디스와 똑같아 보인다. 실제 스튜어디스 복장과 차이가 있다면 치마가 항공사 공식 유니폼보다 20㎝ 넘게 짧다는 것이다.

스튜어디스의 상징

직장인 노모씨는 "처음엔 여승무원인줄 알고 깜짝 놀라 다시 봤을 정도로 사람들의 시선끌기는 성공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해당항공사 승무원들이 봤다면 상당히 불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도 강남역에 위치한 모 항공사 승무원 복장을 한 여종업원들을 보고 "진짜 승무원이 '투잡'하는 줄 알았다"며 "처음엔 대접받는 것 같아 기분이 우쭐했지만 나중에는 '코스프레 여성들' 같은 생각이 들어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고 전했다.

이들이 홍보하는 가게는 스튜어디스 복장의 여성들만 나오는 콘셉트 바의 일종으로 '스튜어디스 바'라고 불리며 직장인들로 밀집한 강남역, 여의도, 무교동 등지에서 성업 중이다. 


특히 기내 서비스를 연상시키는 메뉴와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이곳의 메뉴는 비행기 객실 등급 이름에서 따왔다. 이코노미 코스(14만9000원)가 가장 저렴하고 비즈니스 클래스(21만원)와 퍼스트 클래스(26만9000원) 등이 있다. 이들 코스메뉴는 ‘양주+안주+스튜어디스까지 제공’이다.

하지만 스튜어디스 제공이라고 명시된 이 말 자체가 스튜어디스의 본래 단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실추시킨다. 게다가 이 가게가 더욱 유명세를 타서 사람들에게 인식될 경우 실제 스튜어디스가 받는 이미지 손상은 막대할 것이란 지적이다.

결국 스튜어디스 바에 대해 현직 스튜어디스와 스튜어디스 지망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항공사 스튜어디스 4년차인 양모씨는 "성형외과, 피부과 등 병원에서 우리와 유사한 유니폼을 입는 게 유행이란 얘기는 들었지만, 술집에서 입는 건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스튜어디스 최모씨는 "우리 유니폼을 입고 전단지를 돌리는 걸 보고 회사 동기인 줄 알고 놀랐다"며 "다른 곳에선 못 입게 회사에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발끈했다.

또한 스튜어디스 지망생인 홍모씨는 "스튜어디스 지망생들에게는 선망의 옷인데 이를 '업소용 의상'으로 입고 다니는 것을 보니 매우 불쾌하다"고 언급했으며 그 외에도 직장인 유모씨는 "동생이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이 모습을 보고 정말 기분 나빴다"며 분을 참지 못했다.

비키니바, 섹시바, 세일러교복바 등 일명 ‘콘셉트 바’ 유행
코스 메뉴, 양주+안주+고객 맞춤별 스튜어디스 도우미

논란이 된 항공사 유니폼은 2005년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지안 프랑코 페레(Gian Franco Ferre)가 직접 디자인해서 유명해졌다. 하늘색 실크 블라우스와 비녀를 연상시키는 헤어핀, 스카프가 특징이다. 스튜어디스 바 직원들은 항공사 유니폼과 똑같은 옷을 입고 손님들을 접대한다. 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스튜어디스 바 외에도 여군 복장의 여직원이 등장하는 콘셉트 바도 여의도에서 유행이다.

이미 해당항공사는 한 업소의 승무원 유니폼을 사진을 통해 실상을 확인했다. 관계자는 "색깔과 디자인 등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공식적인 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말을 전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을 통해 이 사건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급기야 이 항공사 오너의 자제가 직접 "조치하겠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항공사 관계자는 즉각 해당업소들에 내용증명을 보내 경고한 후 업소들의 복장교체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항공사 측이 업소들에 보낸 내용증명에는 "디자인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시정하지 않을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굳이 승무원 복장을 선택한 것일까? 의문에 대한 답은 쉬웠다. 이 현상은 우리 사회가 소위 말하는 '여성의 직업'을 어떤 방식으로 보는가에 대한 답을 담기 때문이다.

비단 승무원 뿐만은 아니다. 간호사, 여경 등 특정 직업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남성의 성적판타지와 교묘하게 맞물려 그의 상상을 자극하는데 끝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야동 사이트만 봐도 낚시성 제목의 대부분이 간호사, 승무원, 과외 누나 등 특정 직업군(?)에 몰려있다. 하다못해 '여대생'이라는 글자 하나만 들어가도 기사의 클릭수가 올라간다는 말이 있다.

업주들이 승무원, 간호사, 여경 등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인물을 성적 대상으로 치환해 도구화하는 것은 어찌 보면 그들로서는 합리적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인의 이익만 바라보고 행하는 일 하나가 다른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면 그것은 엄연히 비난 받아 마땅하다.

성적판타지 자극

최근 경기 침체와 각박해진 사회풍토로 인해 현대인들은 더 신선하고 자극적인 것을 찾는다. 저렴한 비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런 콘셉트 바에 관심을 갖고 자주 찾는다. 스트레스를 자주 받는 이들이 평소에 풀지 못한 욕구를 "센세이션을 일으킬만한 새로운 경험을 통해 대리만족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스튜어디스 바 논란은 해당항공사의 경고와 업소들의 발 빠른 대처로 인해 일단락 됐다. 하지만 다른 어딘가에서 이보다 더  선정적이고 더 자극적인 방법으로 손님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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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