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 <특별인터뷰>

“5대 악법 통과 저지에 사활 걸겠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뿔났다. 정 대표는 야권의 실력저지에도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단독 상정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리더십에 손상이 가면서 정 대표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 공룡여당에 끌려 다닌다는 이미지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번 입법전쟁은 정 대표의 정치 생명에 중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대표는 한나라당이 시도하고 있는 한미 FTA 법안을 비롯해 5대 악법 저지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천명했다. 따라서 연말 정기 국회는 입법전쟁터가 될 전망이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 한미 FTA 비준안이 단독 상정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 민주당은 한미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졸속비준을 반대하는 것이다. 충분히 대책을 세우면서 FTA 비준에 임하자는 게 당의 기본입장이다. △ 소 사육 직불금 등 농 축산업대책 △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감독 강화 △ 중소기업의 사업전환대책 △ 제약분야 보호대책 △ 영화 등 문화산업 전반 지원대책 등을 피해대책의 핵심내용으로 꼽고 정부에 대해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FTA 비준을 위해 질서유지권 발동을 밥먹듯 하고 있다. 국회에 한나라당만 존재하고 야당이 필요없다면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모든 걸 결정하지 왜 국회가 존재하겠나. 미국 행정부가 의회에 내년 후반기에나 비준안을 보낼 예정인데, 미국이 준비될 때까지 국익차원에서 보조를 맞추고 피해대책을 잘 세워야 한다.

- 한나라당은 무조건적인 반대라고 주장하는데.
▲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대화를 하자면 충분히 논의하겠지만 근본적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부분에 대해선 원천봉쇄할 수밖에 없다. 여야 합의를 거쳐 한미 FTA 비준안을 상정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약속을 뒤집었다. 우리가 집권당(열린우리당)이었던 시절에도 지금의 한나라당처럼 야당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짓은 하지 않았다. 거대여당은 대화와 타협 없이 그냥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인데 야당이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면 헌법상 정당 체제의 존재 자체 의미도 없어지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으로서 좀 더 성숙하고 스케일 큰 행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계속 강경 행보를 이어 나갈 경우 일방통행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민주당의 분명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 여당의 일방적인 독주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 5대 쟁점 법안 강력 저지 방침을 밝혔다. 사안별 대책은. 
▲ 법안별로 분석하면 우선 경제 분야의 경우 한나라당은 금산분리 관련 법안인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및 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규제완화 법안을 `무조건 처리’ 법안 목록에 포함시켜 놓고 있다. 민주당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는 대기업 위주 정책이고 금산분리 완화도 은행이 산업에 종속되면 대기업의 사금고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코 용인할 수 없다. 사회 관련 분야에선 무엇보다 집회시위 피해 구제를 위한 이른바 떼법 방지법(불법집단행위 집단소송법) △ 과거사위 통폐합법 △ 집회, 시위에서 복면 착용을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법 개정안 등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발의한 것이다. 절대 용인할 수 없는 법안이다. 재정경제위 소위에서는 폐기된 불법시위단체 보조금 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의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법 개정안의 경우 재발의가 추진중에 있다. 미디어 관련법의 경우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골자로 한 신문법 및 방송법 개정안, 사이버모욕죄 신설을 골자로 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상정이 될 예정이다. 이념 관련법 중에선 국정원 업무범위를 포괄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이 법안으로 상정된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양보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민주당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대북 전단 살포 단체 지원 등 내용을 포함한 북한인권법은 우리 민주당이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법안이다. 복지관련 분야에선 교육세법 폐지를 한나라당이 조속히 처리할 방침이지만 교육재정 안정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고 국민연금법 및 공무원연금법 개정 범위와 관련해 한나라당과의 의견 조율이 아직 안 되고 있는 상태다. 5대 쟁점법안과 관련 우리 민주당은 우리가 옳다고 보는 것,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를 실천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해야 할 때이기 때문에 강력 저지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흩어지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서로 화합해야 한다. 우선 각 상임위부터 원내지도부가 요청하는 사항에 대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임해 악법 통과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소속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 종부세 폐지반대와 부가세인하 여론 조성에 적극 나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종부세 폐지반대와 부가세인하 국민서명에 265만 명이 참여해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265명이라면 1000만 명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이지만 민주당이 추진한 일중에 전례 없는 성과다. 종부세가 부자감세 중 중요한데 그 목표가 6조였다. 우리가 저지한 것이 2조260억이었다. 이는 3분의 1을 성공시킨 것이다. 또 부가세 3%를 돈으로 환산하면 12조인데 부가세율은 만지지 못했지만 서민감세를 달성한 금액이 3조3천5백억이다. 이번 서명운동이 가치가 있었던 것은 당이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직능단체 분들이 같이 했다는 것이다. 정당이 민간단체와 함께 같은 목적을 가지고 상당한 성과를 냈다는 것은 대한민국 정당사에 기록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다.

- 한나라당의 내년도 예산 단독 처리를 막지 못했는데.   
▲ 1997년 시작된 IMF 위기로 실업이 큰 문제였을 당시 당 정조위원장으로 실업대책 만들고 논의할 때 말보다 실제 행동이 어려웠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고 국민 동의를 받는 예산 집행이 되게 하는 것이 야당 입장에서 매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민주당을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 한나라당의 일방처리에 의해 위기극복 예산이 만들어지지 못한 점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사실 예산안 처리를 놓고 약식 의원총회를 할 때 내가 제일 강경했다.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이 통과시키자고 하는데 ‘나는 반대다’라면서 세 번이나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의원들이 찬성한 것이다. 바깥에 계신 분들은 사정을 잘 몰라서 그런 비판을 하는 것 같다. 당 안에서는 그런 것을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의도적으로 그러는지 의구심이 간다. 회의에 적극 참여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굴러가도록 주체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나중에 남의 일을 품평하듯 하면 안 된다. 내년도 예산안에 실업, 비정규직,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예산 반영을 주장했는데 성과가 미약해 지금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 한나라당의 직권 법안 상정 사례가 늘어나면서 육탄전 사례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 직권상정의 내용이 너무 광범위하고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국회사에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것에 대해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에 소홀할 수 없다. 의회 독재가 자행되고 있고, 이런 쿠데타가 다시 시도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민주당은 철저히 끝까지 투쟁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흩어지면 아무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96년말 노동법 날치기의 후예다운 의회독재, 의회쿠데타의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각 상임위 소속의원들이 원내지도부의 요청대로 하는 사항에 대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대응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도 이제 실력 저지 등 몸으로라도 막아 독재적 의회주의를 막는 것을 실천해보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도 몸으로라도 대응할 것이다. 내가 야당도 해보고 여당도 해봤지만 이렇게 편협하고 자기중심적이고 일방통행식의 여당이 과거 대한민국에는 없었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여당일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

- 관련 예산 국회통과에 따라 4대강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 일반 국민은 물론 전문가들까지 대운하로 의심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명박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번 예산안의 가장 큰 문제는 형님은 형님예산 챙기고, 대통령은 대운하 예산을 챙겼다는 점이다. 대운하를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 대통령 답변을 요구할 시점이 됐다. 만약 대통령이 밝히지 않으면 당 차원의 대운하 저지 대책위라도 띄워야 하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질서유지권 발동 ‘밥먹듯 한다’… “국회 필요없다는 얘긴가”
“떼법 방지법·과거사위 통폐합법 등 절대 용인할 수 없는 법안” 강조
 4대강 정비 사업 대운하 의심…“대통령 입장 확고히 밝혀야 한다”
당 효율성 강조 위한 체제·정체성 강화 만전…“당 화합해야 한다”

- 너무 무기력하고 선명성도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다. 당 지지율 10%대는 국민 대표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당 내외에서 그런 식으로 비친 면이 있다면 당 효율성 강화를 위한 체제와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만전을 기할 것이다. 구성원 한 사람이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이거나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이라는 정당이 최소한 1987년 체제 이후 가져온 정체성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선명성이 부족하다는데 대안 없이 반대만 하면 잠시 어필할 수 있겠지만, 수권정당으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우리는 집권 경험이 있는 정당으로, 집권 안 해 본 정당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 회동 한 번 한 이후 청와대 초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 중소기업 지원과 환헤지 파생상품 키코(KIKO) 대책 마련은 지켜졌다. 당시 공안정국을 조성하지 않도록 강력히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긍정적 이야기를 했는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뒤 두 차례 회동하자는 데 응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지금까지 한 방식을 그대로 고집하면 업적을 남기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본인도 성공하기 어렵고 국민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일대 쇄신을 해야 한다. 인적 쇄신을 포함한 국정 쇄신을 해야 한다.

- 한나라당 지도부는 중점 추진 중인 122개 법안을 이번 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임을 밝혔다.
▲ 예산안을 대하는 야당 태도와 이런 법안들을 대하는 야당 태도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반민주 악법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제 1야당의 책무를 다할 것이다. 재벌에 특혜를 주는 입법안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반민주악법은 절대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다.
 
- 경색된 남북문제와 관련 대안이 있다면.
▲ 한반도에서 평화는 곧 경제이며 미래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남북관계의 개선은 절실히 요구된다.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 이행의지 선언 △ 개성공단의 차질 없는 추진 △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 재개 △ 남북 당국간 대화 개재 등 4대 혁신안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언론장악 7대 악법 저지를 위해 언론단체 대표들과 만나 한나라당 언론법 저지에 공동 대응해 나갈 방침을 밝혔다.
▲ 언론장악 7대 악법은 민주질서 수호 차원에서 맞설 수밖에 없다. 지난 12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5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미디어행동 등 언론 단체 대표들과 만났다. 이날 나는 ‘(언론법은) 국가의 문제이고 국민의 문제다. 이것은 당의 이해를 훨씬 뛰어 넘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이명박 정권 출범 1년도 안 돼 20년, 30년 후퇴시키는 상황을 어떻게 우리가 좌시할 수 있나. 확실한 문제 의식이 있고 싸울 것이다. 의석수는 작지만 80석이 넘는 제1야당이다. 공동전선을 통해 언론장악 7대 악법을 저지할 운명적 상황에 같이 처한 상황이고 민주당과 언론인 여러분들 생각이 같으니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앞으로 이들 전국언론노동조합, 미디어행동 등 언론단체 대표들과 만나 한나라당 언론법 저지에 공동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 한나라당의 일방독주와 관련해 의회독재라고 비평했다.  
▲ 오늘 일방적 법안처리 행보와 이를 막기 위한 민주당의 살신성인의 모습에 국민들의 눈이 국회로 쏠려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눈과 귀를 열어 놓고 국회에서 어떻게 선량들이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는가를 지켜볼 것이다. 언론과 정치권 일각에서 의회독재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172석 거대여당의 지도자들이 하는 얘기나 국회를 운영하거나 정치를 해나가는 모양을 보면 의회독재로 흐를 위험이 대단히 많다. 국회의장이 16건에 달하는 여건도 마련되지 않은 법안들에 대해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등 의장의 국회 운영 행태, 그리고 여당이 야당을 대하는 모습 등이 그것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운영되는 것이 의회주의인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의회독재로 흘러가는 전주곡이 나오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다. 우리는 이런 기도를 절대 그냥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의회주의를 지켜내고 여야가 공존하면서 국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공당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진 송원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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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