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 <특별인터뷰>

“5대 악법 통과 저지에 사활 걸겠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뿔났다. 정 대표는 야권의 실력저지에도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단독 상정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리더십에 손상이 가면서 정 대표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 공룡여당에 끌려 다닌다는 이미지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번 입법전쟁은 정 대표의 정치 생명에 중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대표는 한나라당이 시도하고 있는 한미 FTA 법안을 비롯해 5대 악법 저지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천명했다. 따라서 연말 정기 국회는 입법전쟁터가 될 전망이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 한미 FTA 비준안이 단독 상정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 민주당은 한미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졸속비준을 반대하는 것이다. 충분히 대책을 세우면서 FTA 비준에 임하자는 게 당의 기본입장이다. △ 소 사육 직불금 등 농 축산업대책 △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감독 강화 △ 중소기업의 사업전환대책 △ 제약분야 보호대책 △ 영화 등 문화산업 전반 지원대책 등을 피해대책의 핵심내용으로 꼽고 정부에 대해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FTA 비준을 위해 질서유지권 발동을 밥먹듯 하고 있다. 국회에 한나라당만 존재하고 야당이 필요없다면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모든 걸 결정하지 왜 국회가 존재하겠나. 미국 행정부가 의회에 내년 후반기에나 비준안을 보낼 예정인데, 미국이 준비될 때까지 국익차원에서 보조를 맞추고 피해대책을 잘 세워야 한다.

- 한나라당은 무조건적인 반대라고 주장하는데.
▲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대화를 하자면 충분히 논의하겠지만 근본적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부분에 대해선 원천봉쇄할 수밖에 없다. 여야 합의를 거쳐 한미 FTA 비준안을 상정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약속을 뒤집었다. 우리가 집권당(열린우리당)이었던 시절에도 지금의 한나라당처럼 야당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짓은 하지 않았다. 거대여당은 대화와 타협 없이 그냥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인데 야당이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면 헌법상 정당 체제의 존재 자체 의미도 없어지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으로서 좀 더 성숙하고 스케일 큰 행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계속 강경 행보를 이어 나갈 경우 일방통행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민주당의 분명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 여당의 일방적인 독주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 5대 쟁점 법안 강력 저지 방침을 밝혔다. 사안별 대책은. 
▲ 법안별로 분석하면 우선 경제 분야의 경우 한나라당은 금산분리 관련 법안인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및 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규제완화 법안을 `무조건 처리’ 법안 목록에 포함시켜 놓고 있다. 민주당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는 대기업 위주 정책이고 금산분리 완화도 은행이 산업에 종속되면 대기업의 사금고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코 용인할 수 없다. 사회 관련 분야에선 무엇보다 집회시위 피해 구제를 위한 이른바 떼법 방지법(불법집단행위 집단소송법) △ 과거사위 통폐합법 △ 집회, 시위에서 복면 착용을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법 개정안 등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발의한 것이다. 절대 용인할 수 없는 법안이다. 재정경제위 소위에서는 폐기된 불법시위단체 보조금 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의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법 개정안의 경우 재발의가 추진중에 있다. 미디어 관련법의 경우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골자로 한 신문법 및 방송법 개정안, 사이버모욕죄 신설을 골자로 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상정이 될 예정이다. 이념 관련법 중에선 국정원 업무범위를 포괄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이 법안으로 상정된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양보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민주당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대북 전단 살포 단체 지원 등 내용을 포함한 북한인권법은 우리 민주당이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법안이다. 복지관련 분야에선 교육세법 폐지를 한나라당이 조속히 처리할 방침이지만 교육재정 안정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고 국민연금법 및 공무원연금법 개정 범위와 관련해 한나라당과의 의견 조율이 아직 안 되고 있는 상태다. 5대 쟁점법안과 관련 우리 민주당은 우리가 옳다고 보는 것,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를 실천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해야 할 때이기 때문에 강력 저지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흩어지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서로 화합해야 한다. 우선 각 상임위부터 원내지도부가 요청하는 사항에 대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임해 악법 통과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소속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 종부세 폐지반대와 부가세인하 여론 조성에 적극 나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종부세 폐지반대와 부가세인하 국민서명에 265만 명이 참여해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265명이라면 1000만 명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이지만 민주당이 추진한 일중에 전례 없는 성과다. 종부세가 부자감세 중 중요한데 그 목표가 6조였다. 우리가 저지한 것이 2조260억이었다. 이는 3분의 1을 성공시킨 것이다. 또 부가세 3%를 돈으로 환산하면 12조인데 부가세율은 만지지 못했지만 서민감세를 달성한 금액이 3조3천5백억이다. 이번 서명운동이 가치가 있었던 것은 당이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직능단체 분들이 같이 했다는 것이다. 정당이 민간단체와 함께 같은 목적을 가지고 상당한 성과를 냈다는 것은 대한민국 정당사에 기록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다.

- 한나라당의 내년도 예산 단독 처리를 막지 못했는데.   
▲ 1997년 시작된 IMF 위기로 실업이 큰 문제였을 당시 당 정조위원장으로 실업대책 만들고 논의할 때 말보다 실제 행동이 어려웠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고 국민 동의를 받는 예산 집행이 되게 하는 것이 야당 입장에서 매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민주당을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 한나라당의 일방처리에 의해 위기극복 예산이 만들어지지 못한 점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사실 예산안 처리를 놓고 약식 의원총회를 할 때 내가 제일 강경했다.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이 통과시키자고 하는데 ‘나는 반대다’라면서 세 번이나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의원들이 찬성한 것이다. 바깥에 계신 분들은 사정을 잘 몰라서 그런 비판을 하는 것 같다. 당 안에서는 그런 것을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의도적으로 그러는지 의구심이 간다. 회의에 적극 참여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굴러가도록 주체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나중에 남의 일을 품평하듯 하면 안 된다. 내년도 예산안에 실업, 비정규직,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예산 반영을 주장했는데 성과가 미약해 지금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 한나라당의 직권 법안 상정 사례가 늘어나면서 육탄전 사례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 직권상정의 내용이 너무 광범위하고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국회사에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것에 대해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에 소홀할 수 없다. 의회 독재가 자행되고 있고, 이런 쿠데타가 다시 시도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민주당은 철저히 끝까지 투쟁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흩어지면 아무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96년말 노동법 날치기의 후예다운 의회독재, 의회쿠데타의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각 상임위 소속의원들이 원내지도부의 요청대로 하는 사항에 대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대응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도 이제 실력 저지 등 몸으로라도 막아 독재적 의회주의를 막는 것을 실천해보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도 몸으로라도 대응할 것이다. 내가 야당도 해보고 여당도 해봤지만 이렇게 편협하고 자기중심적이고 일방통행식의 여당이 과거 대한민국에는 없었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여당일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

- 관련 예산 국회통과에 따라 4대강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 일반 국민은 물론 전문가들까지 대운하로 의심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명박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번 예산안의 가장 큰 문제는 형님은 형님예산 챙기고, 대통령은 대운하 예산을 챙겼다는 점이다. 대운하를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 대통령 답변을 요구할 시점이 됐다. 만약 대통령이 밝히지 않으면 당 차원의 대운하 저지 대책위라도 띄워야 하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질서유지권 발동 ‘밥먹듯 한다’… “국회 필요없다는 얘긴가”
“떼법 방지법·과거사위 통폐합법 등 절대 용인할 수 없는 법안” 강조
 4대강 정비 사업 대운하 의심…“대통령 입장 확고히 밝혀야 한다”
당 효율성 강조 위한 체제·정체성 강화 만전…“당 화합해야 한다”

- 너무 무기력하고 선명성도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다. 당 지지율 10%대는 국민 대표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당 내외에서 그런 식으로 비친 면이 있다면 당 효율성 강화를 위한 체제와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만전을 기할 것이다. 구성원 한 사람이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이거나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이라는 정당이 최소한 1987년 체제 이후 가져온 정체성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선명성이 부족하다는데 대안 없이 반대만 하면 잠시 어필할 수 있겠지만, 수권정당으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우리는 집권 경험이 있는 정당으로, 집권 안 해 본 정당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 회동 한 번 한 이후 청와대 초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 중소기업 지원과 환헤지 파생상품 키코(KIKO) 대책 마련은 지켜졌다. 당시 공안정국을 조성하지 않도록 강력히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긍정적 이야기를 했는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뒤 두 차례 회동하자는 데 응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지금까지 한 방식을 그대로 고집하면 업적을 남기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본인도 성공하기 어렵고 국민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일대 쇄신을 해야 한다. 인적 쇄신을 포함한 국정 쇄신을 해야 한다.


- 한나라당 지도부는 중점 추진 중인 122개 법안을 이번 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임을 밝혔다.
▲ 예산안을 대하는 야당 태도와 이런 법안들을 대하는 야당 태도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반민주 악법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제 1야당의 책무를 다할 것이다. 재벌에 특혜를 주는 입법안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반민주악법은 절대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다.
 
- 경색된 남북문제와 관련 대안이 있다면.
▲ 한반도에서 평화는 곧 경제이며 미래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남북관계의 개선은 절실히 요구된다.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 이행의지 선언 △ 개성공단의 차질 없는 추진 △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 재개 △ 남북 당국간 대화 개재 등 4대 혁신안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언론장악 7대 악법 저지를 위해 언론단체 대표들과 만나 한나라당 언론법 저지에 공동 대응해 나갈 방침을 밝혔다.
▲ 언론장악 7대 악법은 민주질서 수호 차원에서 맞설 수밖에 없다. 지난 12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5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미디어행동 등 언론 단체 대표들과 만났다. 이날 나는 ‘(언론법은) 국가의 문제이고 국민의 문제다. 이것은 당의 이해를 훨씬 뛰어 넘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이명박 정권 출범 1년도 안 돼 20년, 30년 후퇴시키는 상황을 어떻게 우리가 좌시할 수 있나. 확실한 문제 의식이 있고 싸울 것이다. 의석수는 작지만 80석이 넘는 제1야당이다. 공동전선을 통해 언론장악 7대 악법을 저지할 운명적 상황에 같이 처한 상황이고 민주당과 언론인 여러분들 생각이 같으니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앞으로 이들 전국언론노동조합, 미디어행동 등 언론단체 대표들과 만나 한나라당 언론법 저지에 공동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 한나라당의 일방독주와 관련해 의회독재라고 비평했다.  
▲ 오늘 일방적 법안처리 행보와 이를 막기 위한 민주당의 살신성인의 모습에 국민들의 눈이 국회로 쏠려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눈과 귀를 열어 놓고 국회에서 어떻게 선량들이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는가를 지켜볼 것이다. 언론과 정치권 일각에서 의회독재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172석 거대여당의 지도자들이 하는 얘기나 국회를 운영하거나 정치를 해나가는 모양을 보면 의회독재로 흐를 위험이 대단히 많다. 국회의장이 16건에 달하는 여건도 마련되지 않은 법안들에 대해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등 의장의 국회 운영 행태, 그리고 여당이 야당을 대하는 모습 등이 그것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운영되는 것이 의회주의인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의회독재로 흘러가는 전주곡이 나오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다. 우리는 이런 기도를 절대 그냥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의회주의를 지켜내고 여야가 공존하면서 국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공당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진 송원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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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