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 주역’ 김찬경-임석 닮은 꼴 인생사

회사 말아먹은 두 회장님 “하나부터 열까지 빼다 박았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저축은행 사태가 연일 지축을 뒤흔들고 있다. 이번에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은 모두 네 곳. 그런데 어쩐 일인지 미래저축은행과 솔로몬저축은행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두 저축은행의 비리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인 탓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있다. 눈에 띄는 건 이웃사촌인 이들 회장이 놀랄 만큼 닮은 꼴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꼭 빼다 박았다는 평가다.

저축은행 사태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의 이름이 연일 신문지면에 오르내리고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비리규모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 회장이 놀랄 만큼 닮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입문 시기

먼저 금융권에 발을 들인 시기가 비슷하다. 김 회장은 1999년 미래저축은행의 전신인 대기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해 금융사 오너가 됐다. 이후 천안과 대전, 강남, 잠실, 목동, 사당, 테헤란로, 압구정, 서대문 등에 지점을 개설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에도 적극 나서는 등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쳐 왔다. 그 끝에 미래저축은행을 자산규모 10위권 내의 대형사로 키워냈다.

임 회장도 1999년 채권 추심업체인 ‘솔로몬신용정보’를 창업해 금융권에 진입했다. 이어 2002년에 파산 직전의 골드저축은행을 인수해 솔로몬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저축은행업계에 들어선데 이어 2005년부터 지방의 부실 저축은행들을 인수해 계열사를 늘렸다. 이후 2005년 부산솔로몬저축은행, 2006년 호남솔로몬저축은행, 2007년 경기솔로몬저축은행을 만들었다.

#학력위조 의혹

두 회장은 모두 학력 위조 의혹을 받고 있다. 중졸인 김 회장은 1980년대 초 가짜 서울 법대생 행세를 하다 들통이 났다. 김 회장은 20대 때부터 서울대 법대 복학생 행세를 하고 다녔다. 미팅이나 학회 활동에도 참가해 과대표까지 지냈고, 김 회장의 결혼식에는 당시 서울대 법대 학장이 주례를 서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회장은 학력 위조 사실이 탄로 난 이후에도 태연히 동문회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퇴출 위기 몰리자 상대 회사 유상증자에 편법 투자
두터운 정관계 인맥·수상한 행적으로 로비의혹 받아

임 회장도 학력 위조 의혹을 받고 있다. 임 회장의 이력엔 미국 퍼시픽웨스턴대학에서 경영학 학사학위를 받았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학교가 미 교육 당국으로부터 정식 학교로 인가받지 못한 곳이라는 점이다. 실제, ‘학위 공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미국 회계감사원은 2004년 이 대학을 ‘학위 남발 기관’으로 발표한 바 있다.

#메가톤급 개인비리

수많은 개인비리를 저지른 점도 빼다 박았다. 김 회장은 충남의 27홀 규모 골프장 건설업체에 1500억원을 불법 대출해주고 골프장을 만들도록 한 뒤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었다. 검찰은 김 회장이 15명 정도의 개인과 법인에 분산 대출하는 방식으로 불법을 감춰온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미래저축은행의 담보로 알려졌던 충남 아산시 송익면 외암민속마을의 1000억원대 건재고택도 김 회장이 이미 차명으로 매입해 개인별장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 유명 관광지에서 카지노 호텔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국내 한 법인에 200억원을 대출해준 뒤 대출금 일부를 챙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 주식 20여만주(270억원 상당)를 몰래 빼내 사채업자에게 넘기고, 190억원을 챙겼다. 당시 그는 주식 가치의 30%가 넘는 80억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사채업자에게 떼 줄 정도로 현금을 만드는 데 필사적이었다.

신용불량자인 김 회장은 급여를 받으면 압류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급여를 한 푼도 받지 않은 걸로 처리했다. 대신 회사 명의의 백화점카드로 매달 수천만원씩을 쓰는 편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서의 가족 계좌로 회삿돈을 입금해 돈세탁을 하는 수법으로 수십억원을 빼돌렸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 명의로 200억원대 부동산을 매입하고, 자신의 부인이 차명으로 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명 외식업체에 100억원 이상을 편법 대출해준 의혹도 제기됐다.

임 회장도 만만치 않다. 먼저 계열사인 솔로몬캐피탈을 고의로 파산시켜 35억원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솔로몬캐피탈은 임 회장이 최대주주(지분 97.5%)인 한맥기업의 100% 자회사이다. 한맥기업은 솔로몬그룹 사옥 등을 관리해왔고 솔로몬캐피탈은 솔로몬저축은행의 대출을 중개해주면서 수수료 수익을 얻어왔다. 또 임 회장은 지난 3월중순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시가 40억원 상당)를 배우자 앞으로 등기이전해 재산을 빼돌리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차명으로 ‘클라로마리타임서비스’라는 선박운용업체를 설립해 직접 운영한 정황도 포착됐다. 솔로몬저축은행과 계열사들은 지난 2010년 사모선박펀드에 약 2600억원을 출자했다. 이 사모펀드 자금의 99%는 솔로몬 측의 돈으로 구성됐다. 이 자금을 투자받아 선박을 운용하는 회사가 바로 클라로마리타임서비스다.


클라로마리타임서비스는 미국 국적의 변호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임 회장이 이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사는 일반기업을 자회사로 거느릴 수 없는 현행법을 피하기 위해 임 회장이 ‘바지사장’을 내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임 회장은 이 과정에서 외국 선적의 선박을 실제보다 비싼 가격에 매입하는 것처럼 꾸며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솔로몬저축은행과 경기ㆍ호남ㆍ부산솔로몬 등 4개 저축은행이 지난해 대출 유치 대가로 대출모집법인들에 지급한 530억원의 수수료 중 약 170억원을 사적으로 되돌려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상호 유상 증자

두 회장은 퇴출 위기에 몰리자 상부상조했다. 자기자본비율을 늘리기 위해 각각 상대 회사의 유상증자에 총 435억 원을 편법으로 투자한 것.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김 회장 동생 명의로 된 서울 서초동 5층짜리 빌딩을 담보로 350억 원을 김 회장 동생에게 대출했다. 금융당국은 이 돈 중 상당액이 미래저축은행 증자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같은 시기 김 회장 부인명의 아파트 등을 담보로 김 회장의 지인이 운영하는 W사에 65억원을 대출해줬다. 이 돈 역시 미래저축은행으로 흘러들어갔다. W사가 미래저축은행 증자에 참여, 대출받은 돈 전액을 투자한 것이다.

1999년 금융권 입문 인수·합병(M&A)으로 몸집 불려
학력 위조·까면 깔수록 쏟아지는 비리도 빼다 박아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2010년 솔로몬저축은행이 증자를 추진할 당시 미래저축은행 자금이 서미갤러리 등을 통해 솔로몬저축은행으로 일부 흘러들어갔다. 금액은 약 30억원대로 미래저축은행이 그림 등을 담보로 서미갤러리에 대출해준 98억원의 일부가 솔로몬저축은행 증자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퇴출을 모면하기 위해 두 회장이 ‘작당모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장의 접점이 많은 이유에서다. 실제 두 사람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같은 동에 살고 있으며 소망교회를 다니는 점도 같다. 또 두 사람은 모두 이 교회 금융인 모임인 ‘소금회’ 멤버다.

#정치권 로비 의혹

이들 회장은 나란히 로비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두 저축은행이 M&A을 통해 몸집을 불린 만큼 ‘뒷배경’에 대한 의문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DJ정부 시절인 2002년 저축은행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공격적인 M&A로 사업을 불렸다. 솔로몬저축은행 출범 3년 만인 2005년 자산기준으로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임 회장은 ‘금융계의 마당발’로 불릴 정도로 정·관계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 회장의 인맥 형성 과정은 1987년 DJ 정치 외곽조직인 민주연합청년회 기획국장을 맡으면서 시작된다. 1998년 6월에는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길에 동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DJ 정부 시절 임 회장 사업이 크게 성장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 회장의 행적도 의혹투성다. 김 회장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MB정권 실세가 개입돼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업체 CNK 인터내셔널 주식 235만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김 회장은 이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CNK 주식 50만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페이퍼컴퍼니 매입분은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올해 초 당국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김 회장은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동일인 대출한도를 어기고 1000억원가량 차명으로 대출해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빼다 박은 모양새. 어찌나 닮았는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현재 두 회장은 나란히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세간의 시선은 닮은 꼴 회장님들이 ‘마지막’까지도 함께 할지에 모이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