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 주역’ 김찬경-임석 닮은 꼴 인생사

회사 말아먹은 두 회장님 “하나부터 열까지 빼다 박았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저축은행 사태가 연일 지축을 뒤흔들고 있다. 이번에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은 모두 네 곳. 그런데 어쩐 일인지 미래저축은행과 솔로몬저축은행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두 저축은행의 비리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인 탓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있다. 눈에 띄는 건 이웃사촌인 이들 회장이 놀랄 만큼 닮은 꼴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꼭 빼다 박았다는 평가다.

저축은행 사태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의 이름이 연일 신문지면에 오르내리고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비리규모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 회장이 놀랄 만큼 닮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입문 시기

먼저 금융권에 발을 들인 시기가 비슷하다. 김 회장은 1999년 미래저축은행의 전신인 대기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해 금융사 오너가 됐다. 이후 천안과 대전, 강남, 잠실, 목동, 사당, 테헤란로, 압구정, 서대문 등에 지점을 개설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에도 적극 나서는 등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쳐 왔다. 그 끝에 미래저축은행을 자산규모 10위권 내의 대형사로 키워냈다.

임 회장도 1999년 채권 추심업체인 ‘솔로몬신용정보’를 창업해 금융권에 진입했다. 이어 2002년에 파산 직전의 골드저축은행을 인수해 솔로몬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저축은행업계에 들어선데 이어 2005년부터 지방의 부실 저축은행들을 인수해 계열사를 늘렸다. 이후 2005년 부산솔로몬저축은행, 2006년 호남솔로몬저축은행, 2007년 경기솔로몬저축은행을 만들었다.

#학력위조 의혹

두 회장은 모두 학력 위조 의혹을 받고 있다. 중졸인 김 회장은 1980년대 초 가짜 서울 법대생 행세를 하다 들통이 났다. 김 회장은 20대 때부터 서울대 법대 복학생 행세를 하고 다녔다. 미팅이나 학회 활동에도 참가해 과대표까지 지냈고, 김 회장의 결혼식에는 당시 서울대 법대 학장이 주례를 서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회장은 학력 위조 사실이 탄로 난 이후에도 태연히 동문회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퇴출 위기 몰리자 상대 회사 유상증자에 편법 투자
두터운 정관계 인맥·수상한 행적으로 로비의혹 받아

임 회장도 학력 위조 의혹을 받고 있다. 임 회장의 이력엔 미국 퍼시픽웨스턴대학에서 경영학 학사학위를 받았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학교가 미 교육 당국으로부터 정식 학교로 인가받지 못한 곳이라는 점이다. 실제, ‘학위 공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미국 회계감사원은 2004년 이 대학을 ‘학위 남발 기관’으로 발표한 바 있다.

#메가톤급 개인비리

수많은 개인비리를 저지른 점도 빼다 박았다. 김 회장은 충남의 27홀 규모 골프장 건설업체에 1500억원을 불법 대출해주고 골프장을 만들도록 한 뒤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었다. 검찰은 김 회장이 15명 정도의 개인과 법인에 분산 대출하는 방식으로 불법을 감춰온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미래저축은행의 담보로 알려졌던 충남 아산시 송익면 외암민속마을의 1000억원대 건재고택도 김 회장이 이미 차명으로 매입해 개인별장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 유명 관광지에서 카지노 호텔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국내 한 법인에 200억원을 대출해준 뒤 대출금 일부를 챙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 주식 20여만주(270억원 상당)를 몰래 빼내 사채업자에게 넘기고, 190억원을 챙겼다. 당시 그는 주식 가치의 30%가 넘는 80억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사채업자에게 떼 줄 정도로 현금을 만드는 데 필사적이었다.

신용불량자인 김 회장은 급여를 받으면 압류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급여를 한 푼도 받지 않은 걸로 처리했다. 대신 회사 명의의 백화점카드로 매달 수천만원씩을 쓰는 편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서의 가족 계좌로 회삿돈을 입금해 돈세탁을 하는 수법으로 수십억원을 빼돌렸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 명의로 200억원대 부동산을 매입하고, 자신의 부인이 차명으로 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명 외식업체에 100억원 이상을 편법 대출해준 의혹도 제기됐다.

임 회장도 만만치 않다. 먼저 계열사인 솔로몬캐피탈을 고의로 파산시켜 35억원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솔로몬캐피탈은 임 회장이 최대주주(지분 97.5%)인 한맥기업의 100% 자회사이다. 한맥기업은 솔로몬그룹 사옥 등을 관리해왔고 솔로몬캐피탈은 솔로몬저축은행의 대출을 중개해주면서 수수료 수익을 얻어왔다. 또 임 회장은 지난 3월중순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시가 40억원 상당)를 배우자 앞으로 등기이전해 재산을 빼돌리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차명으로 ‘클라로마리타임서비스’라는 선박운용업체를 설립해 직접 운영한 정황도 포착됐다. 솔로몬저축은행과 계열사들은 지난 2010년 사모선박펀드에 약 2600억원을 출자했다. 이 사모펀드 자금의 99%는 솔로몬 측의 돈으로 구성됐다. 이 자금을 투자받아 선박을 운용하는 회사가 바로 클라로마리타임서비스다.


클라로마리타임서비스는 미국 국적의 변호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임 회장이 이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사는 일반기업을 자회사로 거느릴 수 없는 현행법을 피하기 위해 임 회장이 ‘바지사장’을 내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임 회장은 이 과정에서 외국 선적의 선박을 실제보다 비싼 가격에 매입하는 것처럼 꾸며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솔로몬저축은행과 경기ㆍ호남ㆍ부산솔로몬 등 4개 저축은행이 지난해 대출 유치 대가로 대출모집법인들에 지급한 530억원의 수수료 중 약 170억원을 사적으로 되돌려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상호 유상 증자

두 회장은 퇴출 위기에 몰리자 상부상조했다. 자기자본비율을 늘리기 위해 각각 상대 회사의 유상증자에 총 435억 원을 편법으로 투자한 것.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김 회장 동생 명의로 된 서울 서초동 5층짜리 빌딩을 담보로 350억 원을 김 회장 동생에게 대출했다. 금융당국은 이 돈 중 상당액이 미래저축은행 증자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같은 시기 김 회장 부인명의 아파트 등을 담보로 김 회장의 지인이 운영하는 W사에 65억원을 대출해줬다. 이 돈 역시 미래저축은행으로 흘러들어갔다. W사가 미래저축은행 증자에 참여, 대출받은 돈 전액을 투자한 것이다.

1999년 금융권 입문 인수·합병(M&A)으로 몸집 불려
학력 위조·까면 깔수록 쏟아지는 비리도 빼다 박아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2010년 솔로몬저축은행이 증자를 추진할 당시 미래저축은행 자금이 서미갤러리 등을 통해 솔로몬저축은행으로 일부 흘러들어갔다. 금액은 약 30억원대로 미래저축은행이 그림 등을 담보로 서미갤러리에 대출해준 98억원의 일부가 솔로몬저축은행 증자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퇴출을 모면하기 위해 두 회장이 ‘작당모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장의 접점이 많은 이유에서다. 실제 두 사람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같은 동에 살고 있으며 소망교회를 다니는 점도 같다. 또 두 사람은 모두 이 교회 금융인 모임인 ‘소금회’ 멤버다.

#정치권 로비 의혹

이들 회장은 나란히 로비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두 저축은행이 M&A을 통해 몸집을 불린 만큼 ‘뒷배경’에 대한 의문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DJ정부 시절인 2002년 저축은행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공격적인 M&A로 사업을 불렸다. 솔로몬저축은행 출범 3년 만인 2005년 자산기준으로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임 회장은 ‘금융계의 마당발’로 불릴 정도로 정·관계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 회장의 인맥 형성 과정은 1987년 DJ 정치 외곽조직인 민주연합청년회 기획국장을 맡으면서 시작된다. 1998년 6월에는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길에 동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DJ 정부 시절 임 회장 사업이 크게 성장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 회장의 행적도 의혹투성다. 김 회장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MB정권 실세가 개입돼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업체 CNK 인터내셔널 주식 235만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김 회장은 이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CNK 주식 50만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페이퍼컴퍼니 매입분은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올해 초 당국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김 회장은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동일인 대출한도를 어기고 1000억원가량 차명으로 대출해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빼다 박은 모양새. 어찌나 닮았는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현재 두 회장은 나란히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세간의 시선은 닮은 꼴 회장님들이 ‘마지막’까지도 함께 할지에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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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