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 주역’ 김찬경-임석 닮은 꼴 인생사

회사 말아먹은 두 회장님 “하나부터 열까지 빼다 박았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저축은행 사태가 연일 지축을 뒤흔들고 있다. 이번에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은 모두 네 곳. 그런데 어쩐 일인지 미래저축은행과 솔로몬저축은행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두 저축은행의 비리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인 탓이다. 그리고 그 중심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있다. 눈에 띄는 건 이웃사촌인 이들 회장이 놀랄 만큼 닮은 꼴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꼭 빼다 박았다는 평가다.

저축은행 사태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의 이름이 연일 신문지면에 오르내리고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비리규모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 회장이 놀랄 만큼 닮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입문 시기

먼저 금융권에 발을 들인 시기가 비슷하다. 김 회장은 1999년 미래저축은행의 전신인 대기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해 금융사 오너가 됐다. 이후 천안과 대전, 강남, 잠실, 목동, 사당, 테헤란로, 압구정, 서대문 등에 지점을 개설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에도 적극 나서는 등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쳐 왔다. 그 끝에 미래저축은행을 자산규모 10위권 내의 대형사로 키워냈다.

임 회장도 1999년 채권 추심업체인 ‘솔로몬신용정보’를 창업해 금융권에 진입했다. 이어 2002년에 파산 직전의 골드저축은행을 인수해 솔로몬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저축은행업계에 들어선데 이어 2005년부터 지방의 부실 저축은행들을 인수해 계열사를 늘렸다. 이후 2005년 부산솔로몬저축은행, 2006년 호남솔로몬저축은행, 2007년 경기솔로몬저축은행을 만들었다.

#학력위조 의혹

두 회장은 모두 학력 위조 의혹을 받고 있다. 중졸인 김 회장은 1980년대 초 가짜 서울 법대생 행세를 하다 들통이 났다. 김 회장은 20대 때부터 서울대 법대 복학생 행세를 하고 다녔다. 미팅이나 학회 활동에도 참가해 과대표까지 지냈고, 김 회장의 결혼식에는 당시 서울대 법대 학장이 주례를 서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회장은 학력 위조 사실이 탄로 난 이후에도 태연히 동문회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퇴출 위기 몰리자 상대 회사 유상증자에 편법 투자
두터운 정관계 인맥·수상한 행적으로 로비의혹 받아

임 회장도 학력 위조 의혹을 받고 있다. 임 회장의 이력엔 미국 퍼시픽웨스턴대학에서 경영학 학사학위를 받았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학교가 미 교육 당국으로부터 정식 학교로 인가받지 못한 곳이라는 점이다. 실제, ‘학위 공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미국 회계감사원은 2004년 이 대학을 ‘학위 남발 기관’으로 발표한 바 있다.

#메가톤급 개인비리

수많은 개인비리를 저지른 점도 빼다 박았다. 김 회장은 충남의 27홀 규모 골프장 건설업체에 1500억원을 불법 대출해주고 골프장을 만들도록 한 뒤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었다. 검찰은 김 회장이 15명 정도의 개인과 법인에 분산 대출하는 방식으로 불법을 감춰온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미래저축은행의 담보로 알려졌던 충남 아산시 송익면 외암민속마을의 1000억원대 건재고택도 김 회장이 이미 차명으로 매입해 개인별장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 유명 관광지에서 카지노 호텔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국내 한 법인에 200억원을 대출해준 뒤 대출금 일부를 챙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 주식 20여만주(270억원 상당)를 몰래 빼내 사채업자에게 넘기고, 190억원을 챙겼다. 당시 그는 주식 가치의 30%가 넘는 80억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사채업자에게 떼 줄 정도로 현금을 만드는 데 필사적이었다.

신용불량자인 김 회장은 급여를 받으면 압류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급여를 한 푼도 받지 않은 걸로 처리했다. 대신 회사 명의의 백화점카드로 매달 수천만원씩을 쓰는 편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서의 가족 계좌로 회삿돈을 입금해 돈세탁을 하는 수법으로 수십억원을 빼돌렸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 명의로 200억원대 부동산을 매입하고, 자신의 부인이 차명으로 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명 외식업체에 100억원 이상을 편법 대출해준 의혹도 제기됐다.

임 회장도 만만치 않다. 먼저 계열사인 솔로몬캐피탈을 고의로 파산시켜 35억원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솔로몬캐피탈은 임 회장이 최대주주(지분 97.5%)인 한맥기업의 100% 자회사이다. 한맥기업은 솔로몬그룹 사옥 등을 관리해왔고 솔로몬캐피탈은 솔로몬저축은행의 대출을 중개해주면서 수수료 수익을 얻어왔다. 또 임 회장은 지난 3월중순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시가 40억원 상당)를 배우자 앞으로 등기이전해 재산을 빼돌리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차명으로 ‘클라로마리타임서비스’라는 선박운용업체를 설립해 직접 운영한 정황도 포착됐다. 솔로몬저축은행과 계열사들은 지난 2010년 사모선박펀드에 약 2600억원을 출자했다. 이 사모펀드 자금의 99%는 솔로몬 측의 돈으로 구성됐다. 이 자금을 투자받아 선박을 운용하는 회사가 바로 클라로마리타임서비스다.


클라로마리타임서비스는 미국 국적의 변호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임 회장이 이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사는 일반기업을 자회사로 거느릴 수 없는 현행법을 피하기 위해 임 회장이 ‘바지사장’을 내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임 회장은 이 과정에서 외국 선적의 선박을 실제보다 비싼 가격에 매입하는 것처럼 꾸며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솔로몬저축은행과 경기ㆍ호남ㆍ부산솔로몬 등 4개 저축은행이 지난해 대출 유치 대가로 대출모집법인들에 지급한 530억원의 수수료 중 약 170억원을 사적으로 되돌려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상호 유상 증자

두 회장은 퇴출 위기에 몰리자 상부상조했다. 자기자본비율을 늘리기 위해 각각 상대 회사의 유상증자에 총 435억 원을 편법으로 투자한 것.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김 회장 동생 명의로 된 서울 서초동 5층짜리 빌딩을 담보로 350억 원을 김 회장 동생에게 대출했다. 금융당국은 이 돈 중 상당액이 미래저축은행 증자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같은 시기 김 회장 부인명의 아파트 등을 담보로 김 회장의 지인이 운영하는 W사에 65억원을 대출해줬다. 이 돈 역시 미래저축은행으로 흘러들어갔다. W사가 미래저축은행 증자에 참여, 대출받은 돈 전액을 투자한 것이다.

1999년 금융권 입문 인수·합병(M&A)으로 몸집 불려
학력 위조·까면 깔수록 쏟아지는 비리도 빼다 박아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2010년 솔로몬저축은행이 증자를 추진할 당시 미래저축은행 자금이 서미갤러리 등을 통해 솔로몬저축은행으로 일부 흘러들어갔다. 금액은 약 30억원대로 미래저축은행이 그림 등을 담보로 서미갤러리에 대출해준 98억원의 일부가 솔로몬저축은행 증자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퇴출을 모면하기 위해 두 회장이 ‘작당모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장의 접점이 많은 이유에서다. 실제 두 사람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같은 동에 살고 있으며 소망교회를 다니는 점도 같다. 또 두 사람은 모두 이 교회 금융인 모임인 ‘소금회’ 멤버다.

#정치권 로비 의혹

이들 회장은 나란히 로비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두 저축은행이 M&A을 통해 몸집을 불린 만큼 ‘뒷배경’에 대한 의문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DJ정부 시절인 2002년 저축은행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공격적인 M&A로 사업을 불렸다. 솔로몬저축은행 출범 3년 만인 2005년 자산기준으로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임 회장은 ‘금융계의 마당발’로 불릴 정도로 정·관계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 회장의 인맥 형성 과정은 1987년 DJ 정치 외곽조직인 민주연합청년회 기획국장을 맡으면서 시작된다. 1998년 6월에는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길에 동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DJ 정부 시절 임 회장 사업이 크게 성장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 회장의 행적도 의혹투성다. 김 회장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MB정권 실세가 개입돼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업체 CNK 인터내셔널 주식 235만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김 회장은 이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CNK 주식 50만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페이퍼컴퍼니 매입분은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올해 초 당국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김 회장은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동일인 대출한도를 어기고 1000억원가량 차명으로 대출해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빼다 박은 모양새. 어찌나 닮았는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현재 두 회장은 나란히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세간의 시선은 닮은 꼴 회장님들이 ‘마지막’까지도 함께 할지에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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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