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미성년자 앞세운 '영계노래방' 잠입취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5.18 13: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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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같은 '영계도우미' 만지고 벗기고 "이게 뭡니까!"

[일요시사=특별취재팀]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불러 퇴폐영업을 하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유사성행위를 제공하고 성매매를 부추겨 2차를 나가기도 하는 상황이다. 최근 인천지역에서는 미성년자를 여성도우미로 소개하고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유흥업소 업주를 폭행한 조직폭력배 32명이 검거된 사태가 발생했다. 이들은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14~16세의 가출청소년 200여 명을 모집해 원룸 등에 합숙시키는 등 기업형으로 운영하면서 이중 2명의 미성년자를 성폭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일요시사>에 한 가지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서울 모처에서도 미성년자가 도우미로 들어오는 노래방이 있다"는 것이었다. 남자만 타고 있는 차에 호객꾼이 접근하는 방식으로 손님들을 끌어 모은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먼저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차를 몰고 서울 강북의 모처로 향했다.

마침 어버이날이던 지난 8일 오후 6시, 기자는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고 미성년자 도우미가 출몰한다는 서울 강북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신호대기 중인 차에 호객꾼이 접근한다"는 제보자의 말을 따라 해당 블록을 무한정으로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자의 차가 5~6바퀴를 돌았음에도 불구하고 호객꾼은커녕 잡상인 한 명 접근하지 않았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생각한 기자는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제보지역이 잘 보이는 한 커피숍에서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접근한 호객꾼
"영계도 있어요"

어느덧 밤 10시, 기자의 눈에 신호대기 중인 검정색 승용차에 접근하는 한 남성이 들어왔다. 조수석 창문을 통해 운전자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던 호객꾼이 신호가 바뀌자 뒤로 물러났고 승용차는 자리를 떴다. 이와 유사한 상황이 몇 차례 더 발생했고 기자도 다시 차를 타고 해당 지역을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커피숍에서 봤던 호객꾼이 기자의 차로 다가와 창문을 두드렸다.

"노래방 한번 안 가실래요? 가격 흥정 가능하고 오늘 물도 좋은데…. 영계도 있어요. 원하는 스타일 말씀하시면 딱 맞게 불러드릴게요."

고민하고 말고 할 시간도 없었다. 주변 차들이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신호가 바뀔 때가 다 된 것 같았다. 이때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묻자 호객꾼이 곧장 조수석에 올라탔다.


"제가 알려드릴게요. 조금 직진하시다가 우측 골목으로 들어가시면 돼요."

호객꾼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차를 이동시켰다. 5분 정도 지났을까? 차는 어느 주택가로 들어섰다. 그동안 호객꾼은 끼고 있던 이어폰으로 누군가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 근처 공간에 차를 주차하고 호객꾼을 따라 한 빌라의 지하로 들어섰다. 1층은 상가, 2~4층은 주거용으로 보였다. 간판은 없었고 지하로 통하는 계단은 조명이 없어 칠흑같이 어두웠다. 천장에 보이는 붉은 불빛이 CCTV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양말에 운동화 신은 도우미 여성, 알고 보니 16살
미성년자 노래방, 주택가 한 가운데 버젓이 영업

안에서 열어줬던 철문은 기자가 들어서자 다시 굳게 잠겼다. 내부는 평범한 노래방이었다. 눈에 잘 보이는 데에 부착돼있어야 하는 사업자등록증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여느 노래방과 다르지 않았다.

시각은 11시30분께. 손님은 기자 한 사람뿐이었다. 카운터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 남성을 따라 작은 방으로 들어섰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개시 손님이시니 조금 저렴하게 해드릴게요."

제보자의 조언대로 "영계가 있느냐?"고 물었다. 남성이 채 대답하기 전에 머쓱해진 기자는 맥주 5병을 시키고 시간은 1시간 단위로 해서 10분 남았을 때 별말 없으면 알아서 1시간씩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알고 오신 것 같은데 어떤 스타일로 불러드릴까요?"

"가장 어린 친구로 불러 달라"고 답했다. 중학생도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자의 대답을 들은 남성이 고개를 숙이고 방을 빠져나갔다. 그제야 기자는 테이블에 있던 메뉴판을 살펴봤다. 기자가 시킨 맥주 5병은 4만원, 노래방 비용은 시간당 1만5000원이었고 도우미비용은 시간당 2만5000원이었다. 합이 8만원. 일반 노래방 비용보다 저렴했다. 노래방 영업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5분여가 지났을까? 주문을 받은 남성이 술과 간단한 안주를 들고 들어왔다.

"1시간 넣어드렸고 아가씨는 5분 정도 후에 도착할 겁니다."

문 열고 들어온 도우미
"열여섯 살 혜미예요"

노래방 화면을 보니 60분이 찍혀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겉보기에도 앳된 모습의 한 소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성인 도우미들처럼 야한 옷차림은 아니었지만 운동화에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고 화장도 진하지 않았다. 일부러 어린 모습을 강조한 것처럼 보였다.

"안녕하세요. 혜미예요. 나이는 열여섯 살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열여섯 살이라면 중학교 3학년이라는 말. "최대한 어린 친구를 불러 달라"고 했다는 업주의 말을 듣고 더 나이를 어리게 말했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기자의 앞에 서있는 도우미는 열여섯 살임을 충분히 짐작케 했다.

인사를 마친 혜미는 기자의 옆에 찰싹 붙어 앉아 맥주를 따르기 시작했다. 삼촌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기자를 자연스럽게 "오빠"라고 불렀다. 술잔을 들고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이끌어 가는 그녀의 모습은 이번일이 처음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10대 가출소녀 200명
합숙시켜 도우미 공급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시간이 추가되고 맥주 3병이 들어오자 혜미가 '대딸'과 같은 유사성행위 서비스를 해줄 수 있다고 했다.


"손으로? 입으로? 말씀만 하세요. 2차도 가능하기는 한데 밖으로 나가지는 않아요. 여기서는 가능한데…. 대딸은 3만원이고 그거(?)는 그때그때 달라요."

최대한 태연한 척 말하려는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런 일을 해도 학생은 학생이었다. 술기운에 얼굴이 붉어진 것일지도 모르지만 기자의 눈에는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안타까웠다. 최고로 어린나이가 16세라면 17, 18, 19세 고등학생도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이런 일을 알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나이였다.

사정이 궁금했다. "언제 일이 끝나느냐"고 물었다.

"딱히 정해진 시간은 없어요. 출근 시간도 없고 퇴근 시간도 없어요. 집에 있거나 친구들과 있다가 전화가 오면 출근하면 돼요. 방금 전에도 친구들이랑 있었어요."

인천지역에서 검거된 기업형 영업은 아닌 듯했다.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 아니면 안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강제 합숙이나 폭력도 없다고 했다.


화면을 보니 15분 가량 시간이 남아있었다. 혜미를 내보내며 "이제 나갈 것이다. 나중에 밥 한번 사주고 싶은데 전화번호를 알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혜미는 기자가 내민 휴대폰에 흔쾌히 자신의 번호를 남겼다. 술값은 모두 10만원이 나왔다.

계산을 하는 기자의 등 뒤로 여러 노랫소리가 뒤엉켜 흐르고 있었다. 세팀 정도 손님이 와 있는 듯 했다. 현금을 내밀며 "고등학생도 있느냐? 어디에서 저런 어린 친구들을 구하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지들이 찾아 와요. 일 하고 싶다고. 그게 손님들을 통해 알려지죠. 오는 애들 막지 않고 가는 애들도 잡지 않아요. 그래도 일하겠다는 애들이 더 많아요. 거의 이 근방에 사는데 저희는 연락처만 받아놓고 손님이 원하면 불러주죠."

"다른 곳이 또 있나. 다음번에 또 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고 물었다.

대기 중인 차에 접근한 호객꾼 "노래방 안 가세요?"
"대딸도 가능해요…손으로? 입으로? 말씀만 하세요"

"있죠. 제가 알기로는 이 근방에만 세군데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워낙 쉬쉬해서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손님 휴대폰 번호를 남겨주시면 영업하지 않는 날은 미리 문자를 드려요. 영업시간은 저녁 10시부터고 오시면 확인하고 문 열어 드릴게요."

이 업주의 말에 따르면 도우미로 일하는 어린소녀들은 대부분 가출청소년이다. 이들은 잘 곳을 마련해 주는 등 약간의 편의만 제공해주면 말을 잘 들을 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신고를 안 한다고 한다. 또한 이런 '영계'들을 찾는 손님들이 물어물어 찾아오면서 일반 성인 접대부를 쓰는 업소에 비해 수입이 더 좋다고 한다. 수익 배분은 도우미비용 2만5000원 중 5000원만 업소가 가져가고 나머지는 모두 도우미 차지라는 것.

"우리는 장소만 제공해주는 거죠. 애들이 그 안에서 무엇을 하던 상관하지 않아요. 대딸을 하든 섹스를 하든 그에 대한 수입은 절대 터치하지 않아요. 우린 전혀 상관없어요."

어린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하는 업주를 뒤로 하고 그곳을 빠져 나왔다. 앞에도 주택, 뒤에도 주택, 옆에도 주택이었다. 주택가에서 버젓이 불법영업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미성년자 도우미 문제는 비단 기자가 방문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일 인천 주안역 일대 유흥가를 장악하고 10대 가출여성 200여 명을 유흥업소 도우미로 고용해 봉사료 착취는 물론 성폭행 등의 범죄를 저질러 오다 경찰에 적발된 조직폭력배와 보도방업자들은 사회의 큰 충격으로 다가온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인천의 모 폭력조직 추종세력인 A씨는 10대 도우미 공급 독점을 위해 지난해 5월 주안동 2030거리와 카페골목에서 활동하는 보도방 업주와 조직폭력배를 규합해 '주안보도연합파'를 결성,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쪽지를 무작위로 보내 미성년자 200여 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업주 1명이 승합차에 미성년자 10여 명씩을 데리고 다니며 1일 평균 30만~40만원씩 월 1000여만원의 불법수익을 올렸으며, 미성년자들이 도우미로 일하면서 받은 수입의 40%를 소개비 명목으로 뜯어냈다.

또 이들은 업소를 돌며 상습적으로 무전취식을 일삼고 미성년 여자도우미 2명을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선 지난해 9월에는 미성년자를 익산시내 노래방과 단란주점 등에 알선해준 혐의로 폭력조직 '배차장파'와 '중앙동파' '구시장파' 행동대원 6명 가운데 4명이 구속되고 2명이 불구속 입건된 사건도 발생했다.

업주와 도우미
"누가 더 나쁠까?"

또 노래방과 단란주점, 유흥주점 업주 20여 명은 폭력배들이 보내준 여성들이 미성년자인 것을 알면서도 업소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접객행위를 하도록 강요했다.

하지만 이런 미성년자 도우미 문제는 어른들의 문제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강요와 협박에 못 이겨 도우미에 종사하는 어린 소녀들도 있겠지만 기자가 만났던 그날의 혜미양은 본인 스스로가 원해서 하는 듯 보였다. 또 해당 업주의 "일하겠다고 찾아오는 애들이 많다"는 말은 미성년자도우미들이 본질을 보지 못하고 돈에 눈이 멀어 헤매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기자가 미성년자도우미 업소를 방문한 날은 어버이날이었다.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격하는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범국민적 기념일에 기자는 물질만능주의에 찌든 사회의 병폐를 직접 목격해야 했다. 일부 이익만을 ?는 불법노래방업자와 돈 만을 바라보고 잘못된 성의식을 가지며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미성년자도우미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끝없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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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