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르는 ‘MB씨’들의 대몰락 막전막후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14 10:35:52
  • 댓글 0개

끈 닿은 인연 챙기기 급급하더니 결국 말로에는....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이명박 정부의 개국공신인 ‘영포라인’이 몰락하고 있다. 취임 초부터 친인척 측근비리로 시달려 왔던 MB정권의 근간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한 말은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말로 바뀌어 MB정권을 조롱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하지만 몰락하는 것은 ‘영포라인’ 뿐만이 아니다. 5000억원에 이르는 불법 대출과 횡령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영업정지를 받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도 이명박 대통령과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 말기 MB맨들의 몰락은 어디까지일지 예측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파이시티 게이트’가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MB정권의 서열 3위로 분류되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4위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구속수감 됨으로써 결국 임기 말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되고 말았다.

이에 앞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 등 현 정권 들어 실세로 불린 이들이 SLS그룹사건, 저축은행 사건 등으로 줄줄이 구속됐다.

또한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과 진경락 전 총리실 기획총괄과장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마치 굴비 엮듯 구치소로 향했다.

지위고하 막론
줄줄이 구속

박영준 전 차관은 민간인 불법사찰의 배후로 알려진 데다 CNK 주가조작 사건에서도 이름이 거명됐다. 또한 SLS그룹 이국철 회장의 로비사건으로도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매번 이리저리 잘 빠져 나갔다.

하지만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의혹을 조사한 검찰의 네 번째 칼날은 피하지 못했다. ‘


영포라인’의 핵심이었던 이상득 의원은 이미 보좌관 비리로 정계를 은퇴했고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도 비리 혐의로 수감된 상황이라 박 전 차관의 추락은 영포라인의 몰락을 확인하는 마침표인 셈이었다.

이들에게 닥친 더 큰 난관은 검찰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사 강도를 한층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불법 대선자금 등 MB정권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측근들의 잇따른 구속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지난 2월 취임 4주년 특별기자회견에서 “주변에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있다고 할 때마다, 또 그것이 생길 때마다 가슴이 꽉 막힌다. 화가 날 때도 있다. 국민 여러분께 할 말이 없다”고 입장을 표명한 것이 다였다. 앞으로도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그만큼 심기가 복잡하다는 얘기다.

정권 실세 3(방통대군)-4(왕차관)위 줄줄이 구속 
2군이 5000억인데 정권 실세 1군은 어느 정도?

측근들이 몰락하고 있는 가운데 터진 저축은행 사태도 이 대통령의 심경을 더욱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5000여억 원을 횡령해 해외로 도피하려다 잡힌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5년 전에 이 대통령과 고려대 박물관 문화예술최고위과정(APCA)을 함께 다닌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APCA 출신들은 이 대통령 집권 후 각계각층에서 주요 보직에 중용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는 지난 2007년 5월 APCA 1기에 등록했고 당시 김 회장과 부인 하모씨도 같은 과정에 등록해 수업을 받으며 돈독한 인맥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APCA 과정은 부부가 함께 듣는 과정으로 16주 프로그램 진행에 수강료는 700만원 가량이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고려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개설한 APCA는 현재도 진행 중이며, 주중에는 목요일에 한 번 수업을 하고 주말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김 회장이 APCA 과정을 수강할 때는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있던 시점으로 인맥관리 차원으로 등록한 것이 아니었나는 추측도 있다.

특히 APCA에는 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다수 수강했던 것으로 알려져 김 회장은 이 대통령의 측근들과도 인연을 맺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닿는 인맥마다
모두 의혹투성이

APCA에 대해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2008년 9월5일(당시 민주당 의원) 논평을 통해 “APCA 수강생들이 이명박 정부 들어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중용되고 있는 인맥”이라며 “고려대 박물관 APCA는 처음부터 정치인맥을 맺기 위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 지사에 따르면 APCA 출신 중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주요 직책을 맡은 인사들이 수두룩하다. 임충빈 육군참모총장, 김종천 국방부 차관, 조청원 과학기술인공제회 이사장, 노영혜 인쇄산업진흥위원 등이 대표적인 APCA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임충빈 육참총장은 APCA 1기 수강생으로, 전해에는 중장에 해당하는 육군사관학교 교장이었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대장 진급과 동시에 육군참모총장에 올랐다.

APCA 강좌를 개설할 당시 고려대 박물관장이었던 최광식씨는 그해 3월 차관급에 해당되는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임명됐다.

최 지사는 당시 “최 관장의 임명은 1945년 해방과 함께 출발한 국립박물관 역사에 ‘역사학 전공자로서는 첫 수장’이란 기록을 세울 만큼 이례적인 인사로 받아들여졌다”며 “유물학자가 아닌 문헌사학자인 데다 규모면에서 대학 박물관과 비교가 안 되는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직행했기 때문”이라고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밖에 APCA 1기 가운데 주요 재계 인사로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고려대 교우회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비롯해 박용만 두산 부회장, 박정원 두산건설 부회장 등이 있다. 또한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과 송필호 중앙일보 사장 등 언론계 인사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서는 지난해 미래저축은행이 수천억 적자로 퇴출위기에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김찬경 회장이 동아일보 종편인 <채널A>에 무려 46억원이란 거액을 출자한 배경이 김 회장과 김재호 사장이 APCA를 통해 맺은 인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던지고 있다.

APCA 외에 이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이 다니는 소망교회의 금융인 모임인 ‘소금회’도 떠오르고 있다. 소금회는 홍인기 전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96년 창립한 뒤 이명박 정권 내내 경제정책을 쥐락펴락해온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이 중심축이다.

이밖에 장병구 전 수협은행장, 이우철 전 생명보험협회장,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장관 등 쟁쟁한 멤버들로 구성돼 있어 현 정권 내 금융계의 최대 ‘숨은 파워’로 군림해온 모임이다.


소금회에는 솔로몬저축은행의 임석 회장과 김 회장도 소속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임 회장은 지난 198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외곽조직인 민주연합청년회 기획국장을 지냈고, 1994년에는 청년 YMCA 회장을 맡았지만 현 정권에서도 버티자 호남 출신 정치인들이 뒤를 봐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터졌을 때도 버텨내자 현 정부의 핵심 관료가 그의 뒤를 봐주며 퇴출을 막고 있다는 소문과, 이상득 의원에게 로비자금을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그를 따라다니기도 했다.

소금회가 의혹을 받고 있는 이유이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5년 전 MB와 고려대 APCA 동기생
MB정권 금융계 최대 ‘숨은 파워’, 소망교회 금융인 모임 ‘소금회’ 

두 회장은 개인 대주주가 맨손으로 저축은행을 설립, 잇단 인수·합병으로 사세를 넓힌 만큼 이 과정에서 폭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한 로비가 벌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따라서 임 회장과 김 회장의 정·관계 인맥 및 수사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또한 최 전 위원장의 대선자금 지출 발언은 자칫 정계는 물론 재계까지 한바탕 뒤집어 놓을만한 뇌관으로 여겨져 검찰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장 등 관련자의 계좌추적 범위와 수사결과에 따라 파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정권 실세 두 명의 구속과 저축은행 영업정지 파문이 끝이 아니라는 말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측근 중 2군으로 분류되는 이들이(김찬경·임석 회장) 5000억인데 실세인 1군들은 어느 정도 겠느냐?”면서 “캐다 보면 끝도 없이 나올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꼬리 자르기’ 의혹도
강도 높은 수사 요구

일각에서는 저축은행 사태와 파이시티 게이트가 일종의 꼬리 자르기라는 시각도 있다. ‘털고 갈 것은 털고 가자’는 청와대와 여당의 방침아래 계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이다.

그래야만 대선 정국에서 야권이 강력하게 주장할 것으로 보이는 정권 심판론에 물타기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두 정권 실세를 구속하며 국민들에게 비리척결을 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김대중 정부 때 성장했던 임 회장을 옥죄며 지난 정권에 대한 심판까지 했다는 효과를 노린다는 시나리오다.

따라서 이런 의혹들을 말끔히 해소하기 위해 강도 높은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있으며, 정권실세 서열 1위 이상득 의원에 대한 수사요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임기 말 권력형 게이트로 인한 측근들의 연이은 구속으로 국정동력을 잃어가는 이 대통령은 이제 퇴임 후 자신의 안위도 낙관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고 말았다.

결국 모든 책임은 측근들의 부패와 월권을 잡지 못한 이 대통령에 있다는 시각 또한 지배적이다. 가시밭길 앞에 선 이 대통령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펼쳐질까? 벌써부터 그것이 궁금해진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