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나꼼수> 아지트 ‘벙커1’에 가봤더니…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5.02 1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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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벙커 있는 너만 잘났냐? 대학로에 벙커 있는 나도 잘났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대한민국에 새로운 트렌드 바람이 일고 있다.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가 이 땅의 젊은이들을 사로잡으면서 미디어의 영향력과 함께 빠른 템포로 번지고 있는 것.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는 <나꼼수>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고자 서울 한복판에 들어선 <나꼼수>의 오프라인 카페 벙커1(BUNKER1)을 찾았다. 커피숍인 동시에 <딴지일보>의 본거지이자 <나꼼수> 멤버들의 작업장인 이곳은 새로운 문화 경험에 목마른 사람들을 제 앞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나꼼수>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미 입소문이 난 알권리의 성지, 벙커1의 모든 것을 살펴봤다.

“한동안 <나꼼수> 듣는 낙에 살았는데 요즘은 정기적으로 업데이트가 안 되다보니 살짝 시들해졌죠. 그러나 늘 우발적인 이벤트가 많은 분들이라 항상 기대됩니다. 그리고 그런 기대에 저버리지 않고 역시나 일을 내셨군요. <나꼼수> 카페가 곧 생긴다는 말은 많았는데 이렇게 정말 생길 줄은! 너무 늦으면 ‘벙커1’에서 커피 10억 잔 매출이 일어나 종편(종합편성채널)을 인수한 후가 될까봐 서둘러 방문했습니다.” (<나꼼수>의 열혈 팬인 회사원 이정규씨)

벙커1 ‘성지순례’
깨알 같은 재미 가득

따스한 봄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 4월 24일, 벙커1 방문을 위해 청춘의 거리 대학로로 향했다. 마로니에 공원과 방송통신대학교 사잇길을 지나 첫 골목인 동숭길을 10분정도 걸었을까, 멀리 정미소 간판이 보인다.

<나꼼수> 멤버(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시사In> 기자, 김용민 <나꼼수> PD, 정봉주 전 의원)들이 오프라인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인 카페 벙커1은 이 건물 1층과 지하에 위치해 있다. 4·11 총선 당일 공식 오픈행사를 열어 그 시작을 알렸고 4월19일 부터는 정상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처음 발을 들여놓고 맞이한 벙커1의 1층은 일반 커피숍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큰 테이블과 작은 테이블이 몇 개 놓여있고, 점원들은 커피와 케이크 등을 판다. 하지만 주문하기 위해 카운터에 서자 보이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메뉴’에 웃음이 나왔다.

일부 메뉴는 그동안 <나꼼수> 멤버들이 방송에서 다뤘던 시사적인 이슈들을 패러디했다. 아메리카노는 에리카 김을 풍자해 아‘에리카’노로 카페모카는 ‘가카’모카, 녹차라떼는 ‘녹색성장라떼’, 우유는 ‘주진우’유, 치즈케이크는 ‘비비’케익이라는 이름으로 내걸려 있다. 이는 방문객들에게 깨알 같은 재미를 느끼게 했다.

소통의 메카 ‘벙커1’, 오프라인 독자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
도덕적으로 완벽한 메뉴…아에리카노·비비케? 절찬리 판매


기자는 카페 관계자의 “비비케익과 아에리카노 세트메뉴가 가장 반응이 좋다”는 말에 <나꼼수> 멤버들의 얼굴 캐릭터가 담겨있는 비비케익과 아에리카노 세트를 주문했다.

케이크 한 조각 당 멤버 한 명의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데 원하는 멤버의 캐릭터 케이크을 직접 고를 수 있다.

고민 끝에 교도소에서 힘든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이 생각나 일명 봉 도사 케이크를 주문했다.

판매량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카페 관계자는 “지난주엔 주말까지 총 500개의 비비케익을 들여놨는데 빨리 매진이 되는 바람에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해 벙커1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커피숍과 소통의
유쾌한 어울림

주문한 메뉴를 들고 지하로 내려갔다. 이곳도 벙커1의 공간이다. 계단을 돌아 내려가면 가운데로 테이블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고 한편에선 공사가 한창이었다.

새누리당의 로고를 패러디한 화장실 안내 표시 옆으로 “4대강 파내듯 졸라 공사 중”이라고 써 붙여진 문구가 실소를 자아냈다. 반대편 검은 천으로 둘러싸인 곳에선 목수들이 인테리어 작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 바쁜 손을 움직이고 있다.

화장실을 지나 오른쪽엔 <딴지일보> 직원들의 작업실이 있다. 현재 남산동에 있는 <딴지일보> 사무실이 이곳으로 이사 올 예정이라고 한다.


그 옆에는 방송 녹음 스튜디오가 마련되어 있다. 시민들이 오프라인에서 <나꼼수>가 추구하는 풍자를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녹음장비와 컴퓨터, 마이크 등이 마련돼 있는 이곳에선 조만간 <나꼼수> 녹음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녹음실 스튜디오 앞엔 모래포대가 층층이 쌓여있어 이곳이 진정 벙커임을 짐작케 한다. 또한 <나꼼수> 멤버들이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죽을 각오’로 임하고 있다는 비장함도 엿보였다. 녹음실 옆으론 <나꼼수> 작전상황실이 있고, 앞에선 공연장을 만들기 위한 무대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렇듯 벙커1은 아직 미완성인 카페지만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혼자서 책을 펴고 공부를 하는가 하면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떠는 20대도 있다.

특히 친구와 함께 벙커1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은 지인들에게 사진을 보내고 SNS에 올리며 벙커1의 방문을 자랑스러워 했다.

새 나무의 냄새부터 니스 냄새, 공사현장의 소음까지 있었지만 모두들 전혀 개의치 않고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벙커1의 손님인 이선아(28·간호사)씨는 “그동안 <나꼼수>가 무형의 존재였다면 벙커1은 <나꼼수>에 목말라 하는 많은 팬들에게 유형으로 다가와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아지트로서 분명 꼭 필요한 장소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벙커1이 옛날 프랑스의 카페였던 살롱처럼 일반시민들이 정치적, 시사적 토론을 할 수 있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4대강 파내듯 한창 공사 중’인데도 평일 하루 방문객 250여 명
“일반 시민과 대화 및 토론 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정착되길”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라는 류정완(32·회사원)씨는 “총선당일 오픈행사 때 투표 인증샷을 지참하고 방문했으나, 느지막이 오는 바람에 입장하지 못한 게 아쉬워 또 들르게 됐다”며 “향후 벙커1에 정치적 유력인사들이 편하게 찾아와 일반시민들과 대화 토론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정착되어 바로 이곳이 정치여론의 발상지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벙커1을 찾은 손님의 상당수는 20~30대였지만 간혹 40대 주부나 50대 중년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들은 사는 곳도 다양했다.

서울 강서구, 서초구, 구로구 및 경기도 분당, 수원에 이어 심지어 뉴질랜드, 독일에서 비행기를 타고 건너온 한국 사람들도 있었다. 벙커1 개장을 맞아 일부러 찾아온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카페 관계자는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멤버들의 팬 카페 회원들이기도 하고 호기심에 들러본 사람 등 다양한 것 같다”며 “오픈시간인 11시부터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 편인데, 평일엔 대략 200~300잔 정도의 커피가 팔리고 주말엔 그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덕분에 살맛 나
F4 “졸라 땡큐”

손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주진우 기자가 양손에 무언가를 잔뜩 들고 들어왔다. 손님들이 “안녕하세요”라며 반갑게 인사를 했지만 ‘수줍고 철없는 주 기자’라는 별명을 증명이나 하듯 종종 걸음으로 작전상황실로 들어갔다.

잠시 뒤엔 김어준 총수가 나타났다. 김 총수는 주 기자에 반해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친근한 사람들을 맞이하듯 인사를 남기며 작전상황실로 들어갔다.

얼마 후에는 김용민 PD가 모습을 나타냈다. 김 PD는 한결 수척해진 모습이었지만 “사진을 찍어 달라”는 손님들의 요구에 일일이 웃으며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었다.


한 쪽에서 다른 손님들은 <나꼼수> 물품구경이 한창이다. 가까이 가보니 멤버들의 캐릭터가 담겨있는 양말 4종, 반팔티, 오렌지색과 노란색의 후드티, 스마트폰 케이스 등을 팔고 있다.

이렇듯 벙커1은 조금만 둘러봐도 곳곳에서 <나꼼수>의 자취가 묻어났다. 그렇기에 “막상 와보니 별것 없다”는 쓴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저 커피숍이라는 공간과 소통의 만남이 유쾌할 뿐이다.

바깥으로 나와도 <나꼼수>의 영향은 계속 이어진다. 카페 안 팎에서 소소한 난장들을 둘러봤던 장면들, 벙커1을 찾은 손님들의 다양한 생각을 읽은 시간들, 주변을 거닐며 잠시 쉬고 대학로 곳곳의 숨은 문화를 느꼈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그렇게 마음을 가득 채우고 대학로를 벗어나니 어느새 밤이 깊어가고 있다. 문득 벙커1에서 만났던 한 40대 여성의 말이 떠오른다.

“<나꼼수>덕에 분명 세상은 밝아지고 있어! F4(나꼼수 4인방을 이르는 별명), 졸라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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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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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