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태완아.’ 가늘게 떨리는 손끝으로 내 손을 잡으려 한다. 오므리지도 못하는 그 손끝으로. ‘엄마’라는 소리가 그렇게 가슴을 떨리게 하는 소리였는지 예전엔 알지 못했다.”
지난 1999년 황산테러로 투병 끝에 숨진 김태완(당시 6세)군의 어머니 박정숙씨가 태완군을 간호하며 애끊는 심정으로 써온 병상일기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사건이 끝내 미궁으로 빠지면서 세인의 뇌리에서도 잊힌 듯 했지만 최근 발생한 염산테러 사건과 맞물려 박씨가 과거 인터넷상에 올린 글이 새삼 네티즌들을 울리고 있는 것.
박씨는 지난 2000년 ‘황산테러 6살 태완이, 49일간의 아름다운 시간’이란 제목으로 사이버주부대학 게시판에 태완군의 병상일기를 연재했다. 이 글에는 먼저 간 어린 아들에 대한 애끊는 그리움과, 49일간 그 끔찍한 병상의 고통 속에서도 의연했던 태완이의 투병기가 담겨 있다.
“까맣게 부어오른 얼굴이 너무 가여워, 너무 두려워, 움직이지 않는 두눈에 가슴이 너무 아파 (간호사에게)얼굴을 좀 가려달라 했다. 아이 아빠는 고통 가득한 짐승의 소리로 울부짖다가 실신을 했다. 나는 작고 예쁜 태완이를 지켜주지도 못하고 나쁜 아저씨가 누구인지 찾아주지도 못한 바보 같은 엄마.”
네티즌들은 이 연재글을 모아 하나의 파일로 만들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야기’라며 태완군이 마지막 숨을 거둔 순간을 눈물로 회고했다.
글을 게시한 게시자는 “오랜 세월이 지나 사람들 기억에 점점 잊혀져 간다. 우리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태완군을 기억 해주자.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방송인은 잊지 않지만 제일 억울하게 죽고 아직 못 해본 것도 많은 이 아이를 잊는 건 세상을 떠난 아이게 너무 잔인한 일이다”며 “그 아이가 세상에 있을 때 힘들었던 고통들 조금이나마 덜어줘야 한다. 그 고통을 그대로 안고 떠돌지도 모르는 그 아이의 상처와 아픔을 우리도 조금 덜어주자”고 말했다.
한편 태완군은 지난 1999년 7월8일 사건발생 49일만에 “다시는 아이들에게 이런 잔인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깨우침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