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교’ 사건으로 본 신흥종교 실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4.25 11: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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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의 노예로 전락한 신도들 “뭐든 시키는 대로 다 한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최근 국내에선 신흥 종교가 핫이슈다.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의 신흥종교가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신흥종교 관련 뉴스가 보도된다. 국내에 존재하는 신흥종교들은 기성의 종교들을 교묘하게 배합하고 추출하여 만들어낸 이른바 ‘비빔밥 종교’가 대부분. 내용을 잘 살펴보면 모순되고 상치하는 이론과 주장, 그리고 급조한 신화들이 엇갈리면서 혼선을 빚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이들은 ‘종말론’, ‘집단 자살’, ‘성추문’ 등 비합리적인 행위로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단시비와 더불어 커지고 있는 신흥종교의 폐단. 최근 빚어진 사건들을 통해 그 실태를 추적해봤다.

비정한 모정(母情)이었다. 사이비종교인 ‘기계교’에 빠진 엄마가 두 딸을 살해하는 반인륜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14일 부안경찰서에 따르면 권모(38)씨는 지인 양모(33)씨의 꼬드김에 넘어가 기계교라는 기괴한 믿음에 빠져들어 빚을 내 생활하다 결국 7세, 10세 두 딸을 살해했다. 자신도 자살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치고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 한 횟집 여자화장실에서 숨어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기괴한 믿음에
빠져들어

권씨는 지난 2010년 학부모 모임에서 양씨를 알게 됐다. 당시 부부관계가 원만치 못했던 권씨는 양씨와 대화를 나누며 위안을 받았고, 급기야 “시스템에 등록하면 부부관계도 좋아지고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양씨의 제안을 받았다.

그 ‘시스템’이란 양씨가 꾸며낸 가상의 사이비종교인 기계교였다. 양씨는 권씨가 세상 물정에 어둡다는 약점을 이용해 “지령하는 대로 잘 따르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기계교의 교리를 주입시켰다. 양씨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기계’의 지령을 권씨에게 전달했다.

양씨는 처음에는 “집 앞에 피자를 사다 놓으라”는 등 사소한 지령을 내리다가 나중에는 “아이들의 잠을 재우지 마라”, “소풍을 보내지 마라”, “목욕을 하지 마라”, “역에서 노숙하라”, “딸들에게 공부를 시키지 마라”는 등 가학적인 지시를 따르라고 요구했다.


지령 내리고 벌금 물리고…사이비 종교 ‘기계교’ 충격
신흥교주 말이라면 ‘돈’ 바치고 여동생까지 ‘살해’

지령을 어기면 벌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양씨는 또 권씨의 큰딸이 공부를 잘해 자신의 딸과 비교된다며 폭행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씨는 처음 기계교 시스템 등록비로 양씨에게 천만원을 건넸고 이후 벌금 등의 명목으로 사채를 내면서까지 2년간 모두 1억4천여만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양씨는 이 돈을 쇼핑 등에 모두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막힌 사건은 이른바 사이비종교에 빠진 비정한 엄마의 무지 때문에 발생했다. 그리고 어린 두 딸은 영문도 모른 채 짧은 생을 마감해야했다.

앞서 13일에는 신도들에게 영제기도를 올린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하고 빼돌린 혐의로 종교인 문모(46·여)씨가 구속됐다. 문씨가 소속된 종교단체는 일본에서 들어온 신흥종교. 

문씨는 지난 2008년 10월 피해자 A씨에게 “아들에게 귀신이 씌었는데 영제기도를 드리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고 속이고 영제기도 명목으로 2500만원을 받아 빼돌리는 등 모두 7명으로부터 총 9억여원을 가로챘다. 또 문씨는 영제기도를 올릴 때 필요한 돈을 주면 기도가 끝난 뒤 2배로 돌려주겠다고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주 지령 받아
기계처럼 움직여

지난 2007년 11월에는 사이비 여교주가 내연관계에 있던 남성 신도와 이 내연남의 어머니와 짜고 자신의 집에서 내연남의 여동생을 살해했다는 사실이 검찰의 재수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사이비 종교교주 김모(53·여)씨 등은 같은해 10월5일께 김씨 자신과 내연관계에 있던 오빠 임모(39)씨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말하는 한편,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 임모(37·여)씨의 어머니 정씨에게 임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게 한 뒤 내연남과 함께 흉기로 마구 때려 숨지게 했다.

당시 김씨가 교주로 있던 사이비종교는 30여명에 이르는 신자를 가진 신흥종교였으며 정교한 교리는 없으나 사월초파일에 절에 가고 크리스마스 때에는 교회나 성당에 가는 특이한 형태를 띠고 있는 종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교주 지시에 따라 오빠와 어머니가 친여동생이자 딸을 무참히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교주를 보호하기 위해 허위진술을 할 정도로 사이비종교가 인간의 정신을 마비시키고 마음을 조정하는 등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같은 해 9월에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며 멀쩡한 남의 집에 쳐들어와 주인을 쫓아내고 성전을 세우겠다고 소동을 피운 신도가 구속됐다.

동작구에 사는 A씨 가족에게 악몽이 시작된 것은 3월 중순경. 난데없이 교회에 다닌다는 이모(36·여)씨가 찾아와 “꿈에서 당신 집이 내가 이사할 집이라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며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집을 팔라는 것도 아니라 ‘비워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는 이씨는 거의 매일 찾아와 ‘이곳에 성전을 세워야 한다’는 해괴한 소리를 늘어놓으며 이사할 것을 거듭 요구했고 A씨 가족은 극심한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이씨는 급기야 신학대학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진 남편도 끌어들였고 5월 중순부터는 아예 이삿짐을 싸 들고 A씨 집으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4월부터 6월 사이 무려 50여 차례나 이어진 이씨 부부의 행패는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에야 막을 내렸다.

2000년 1월에는 시한부 종말론을 앞세워 신도들에게 1500억원을 헌납 받고 그 중 일부를 횡령한 사이비 교주 부부가 체포되기도 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천부(모씨), 천모(박씨)라 칭하며 최고신인 ‘천존’의 지상 대리인으로 행세했는데 종말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성지를 건설한다는 명목으로 신도들에게 맞보증 대출을 조장해 거액의 성금을 모았다. 당시 대부분의 신도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으며 직장, 가정을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사이비 종교 사상 최대의 사기 피해로 기록된 이 사건은 교주 부부가 각각 징역 8년, 5년형을 선고받으면서 일단락된 듯 보였다. 하지만 2005년 출소한 박씨는 옛 신도들을 규합해 또 다른 종교단체를 설립해 교주로 활동하고 있었다.


신흥종교 우후죽순
사회불안 증폭 탓

그렇다면 이러한 신흥종교가 발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기성 종교의 한계가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워낙 기성종교의 입지가 작았고 정통 교리를 확산하는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성황 이유로 시대 변화를 꼽았다. 은행 빚, 자녀 교육비, 고용 불안 등 먹고 살기 힘들어진 ‘불안한’ 현실이 포인트라는 것.

우후죽순 신흥종교의 범람은 사회 구성원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육체와 정신이 건강하다면 신흥종교에 현혹될 확률이 낮다.

한 종교계 관계자는 “일부 문제가 되는 신흥종교는 물질의 어려움이나 불치병 등 인간의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세뇌와 주입식 교리 교육으로 차츰 빠져들게 만든다”며 “또 상대의 약점을 이용한 겁박과 공포심을 심어주고 상대적으로 약한 교인들에게 자신들의 교를 믿으면 모든 게 형통하게 된다는 허망한 희망을 심어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비빔밥 종교의 늪에 빠진 사람들…‘불안 사회’가 원인
“욕심 버리고 처해진 환경과 주어진 것에 감사해야”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신도들은 ‘돈으로라도 고난을 피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현세의 가난하고 억압받은 삶을 다음 생에는 잘 살 수 있다’는 달콤한 교리에 빠지게 되고 이는 신흥종교의 폐단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종교피해고발센터 관계자는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한국의 신흥종교들은 현재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신흥종교에서 제공하는 구제재를 통해 자신의 종교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으며, 삶의 의미와 방향 그리고 방법을 얻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흥종교들은 소수집단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기성종교와 기존 사회체제에 대해 비판적 성향을 나타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편견과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일부 신흥 종교의 피해는 물질적·정신적 피해뿐만 아니라 폭력, 실종 등 인명 피해가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신흥종교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먼저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지금 처해진 환경과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가족을 해하려 하거나 재산을 바쳐야만 구원을 얻으며 교주 본인을 신처럼 추앙 받고자 하는 종교는 모두 사이비종교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이 세상에서 건강한 종교라면 어떠한 경우라도 개인과 가족 그리고 허망한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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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