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저주’의 주인공 ‘맥쿼리& MB’ 실체 <추적>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4.25 1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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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고 과도한 민영화 추진 “이유 있었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는 민간업체인 ‘서울시 메트로 9호선’(이하 9호선)이 일방적으로 요금을 500원 올리겠다고 공지해 논란이 뜨겁다. 이러한 가운데 9호선 사업자 선정과 대주주 변경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그 일가가 연루된 의혹이 제기되며 감사원에 특별감사가 청구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이하 맥쿼리한국)가 있다. 맥쿼리IMM자산운영 대표가 이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아들 지형씨라는 사실과 9호선 대주주 변경 과정이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당시 취임을 전후로 불투명 하게 진행된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며 논란은 더욱더 증폭되고 있다. 맥쿼리한국에 대한 특혜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의 ‘민영화’에 대한 욕심과 ‘맥쿼리한국’의 실체를 파헤쳐 봤다.

맥쿼리그룹은 1969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은행·자문·투자·펀드운용·M&A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국적 금융그룹으로 탄생했다. 전 세계 28개국에 70여 개 지사를 두고 한화 380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에는 2000년에 진출했고 10여년 만에 증권, 자산운용, 금융자문, 선물, 부동산 등 13개 분야의 사업을 운영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맥쿼리그룹은 특히 ‘인프라 투자’의 귀재로 미국 다음으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으로 알려졌다.

맥쿼리한국은 맥쿼리그룹의 아시아 지역 총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9호선 이외 전국 주요지역 14개 교통망에 약 2조원 가량의 투자약정을 맺고 있다.

맥쿼리한국 측이 공개한 손익 계산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에만 411억원의 운영수익을 냈으며 289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380조 규모의
다국적 금융그룹


맥쿼리한국의 이윤창출은 주로 지분참여 방식의 간접투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고 있는 9호선처럼 고율의 이자를 챙기거나 지분 투자분에 대한 배당금 등을 챙겨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고자 도입한 최소운영수입보장제가 맥쿼리한국의 장기적·안정적 수익을 보장했다.

민간자본은 수십년 동안 운영권을 보장받고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예상했던 만큼 통행량이 많지 않으면, 정부가 예상 통행료 운영수입의 70~90%까지 지원해준다.

따라서 통행료가 비싸게 책정될수록 정부의 보장금액이 많아져 민간 업자는 통행료를 높이 책정하고 차가 많이 다니지 않을수록 관리비는 적게 들어 천문학적 수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광주 제2순환고속도로(1구간)의 경우, 광주시가 2001년 개통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맥쿼리한국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광주순환도로투자㈜에 지급한 보전금 총액이 1008억원에 이른다. 특히 통행량 예측이 틀린 탓에 보전금은 2001년 62억원에서 지난해 222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요금논란 9호선 사업자 선정과 대주주 변경 과정, MB일가 연루 의혹
MB 시장 때, 우면산 터널도 맥쿼리에 ‘퍼주기 계약’ 이자비용만 123억

하지만 맥쿼리한국은 2010년 288억, 2009년 265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이러한 현상은 맥쿼리한국이 투자한 다른 13곳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보전금이 높아 졌음에도 불구하고 통행료와 사용료는 전 세계적으로도 비싸기로 유명하고 보전금으로 세금은 낭비되고 있어 맥쿼리한국의 배만 불리고 있는 것이다.


보전금 외에 맥쿼리한국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대부분 이자수익이다. 광주순환도로투자㈜ 사례를 보면 주식을 맥쿼리한국에 넘긴 뒤 시공 당시 국민은행에서 빌렸던 원금을 갚으려고 맥쿼리에서 다시 대출을 받았다.

국민은행의 이자율은 7.5%였지만 맥쿼리는 10~20%나 되며 해마다 발생하는 운영수입은 결국 맥쿼리에 들어가게 된다. 맥쿼리가 공개한 손익계산서를 보면 지난 한 해 동안 이자수익만 모두 1618억원이나 된다.

이렇게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맥쿼리한국인데 적자 누적을 이유로 ‘지하철 요금 50% 인상’을 일방적으로 공표하자 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9호선은 서울시로부터 운임수입 보조금으로 326억원을 받고도 466억원의 손실을 발생시켰다. 하지만 9호선의 운영 적자 대부분은 맥쿼리와 신한은행 등 금융권이 챙겨가는 고율의 이자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순손실 총 466억원 중 영업손실 26억, 이자비용 461억원으로 대부분이 이자 비용이었던 것이다. ‘이자비용이 없었다면?’이라는 의문증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감시단(이하 경실련)은 9호선 요금 책정과 관련해 “총 공사비의 3분의2를 세금으로 지출하고도, 총공사비의 3분의 1만 지출한 민자사업자에게 다른 노선과 동일한 운임을 승인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9호선 건설은 시설 부문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선로건설 등 지하철 공사의 근간이 되는 토목공사는 서울시가 세금으로 건설했고, 나머지를 민간컨소시엄이 맡아 시행했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9호선의 총공사비는 3조4768억원으로 이 가운데 민간사업자가 투입한 비용은 1조2000억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경실련은 “상식을 벗어난 요금 인상은 민간투자 사업으로 진행한 9호선 건설 과정부터 예견된 일”이라며 “대기업과 외국자본에 온갖 특혜를 제공해주면서 진행된 9호선 민자사업에 대해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급 보증을 해주는 대신 이자율을 4.3%까지 낮추자고 협상에서 제안했지만 민자사업자 쪽은 먼저 운임을 인상한 뒤에야 이자율 변경을 고려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주주들이 고율의 이자 수입을 계속 챙기려고 이자율 변경에 반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자 수입만
1618여억 원


경실련은 9호선 사업자 선정 과정과 대주주 변경과정에 이 대통령과 그 일가가 연루된 의혹도 제기했다. 9호선 사업자 선정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명박 서울시장 취임을 전후로 사업자가 변경된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조5000억원에 달하는 국가기간 사업을 시행하면서 사업자가 바뀌는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경실련은 또 2008년 9호선 주식회사의 대주주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특혜 논란도 지적했다. “당시 9호선 대주주가 변경되면서 맥쿼리한국이 2대 대주주로 등극했다. 맥쿼리IMM자산운영 대표가 이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아들 지형씨라는 사실 때문에 특혜 논란이 일었다”고 밝힌 것이다.

김진애 민주통합당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서 “이상득 의원 아들이 포함된 ‘탐욕의 이너서클(핵심 권력집단)’의 정경유착 탓”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대통령과의 인척관계를 이 대통령 임기 중에 이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 의원의 아들 지영씨가 자산운용사 맥쿼리 계열사 대표로, 정치권의 특혜와 연결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것도 있고, 또 하나의 대주주인 현대로템과 현대건설에 대해서도 어떤 특혜를 주려고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엄청난 특혜와 커넥션이 존재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맥쿼리 전국에 14개 교통망 투자, 높은 이자율에 이자수익만 1618억원
‘돈 놓고 돈 먹는’ 황금알 사업? 대한민국 민자사업 허점 여실히 드러나


서울시가 이 대통령이 시장 재직시절인 2005년 5월 실시협약을 맺을 때 9호선에 운임 자율징수권을 보장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당시 9호선은 투자한 자본과 운영비 회수, 매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민간사업자에게 운임 자율징수권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9호선은 이를 근거로 요금을 묶어두려면 손실을 보전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으며 서울시가 끝까지 요금 인상을 막으면 법정으로 가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강경한 태도다. 끝까지 인상안을 고집할 경우 이 대통령이 시장 시절에 체결해 특혜 의혹을 낳고 있는 협상회의록 등을 전면 공개하겠다며 강력 대응하고 있다.

서울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공개사과 요구와 1000만원의 과태료 부과와 함께 9호선 사장 해임·사업면허 취소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하며 9호선 측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9호선 측도 “공개 사과 요구와 과태료 부과에 수긍하기 어렵다”며 “6월16일 요금 변경일 전까지 협상의 여지를 두겠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예정대로 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러자 서울시는 더 나아가 도시철도 사업면허·사업 지정자 취소도 검토하고 있다며 유사시 9호선 매수 방침도 분명히 했다. 9호선 매수에는 6천억원 정도의 거금이 필요하나 민자의 일방적 횡포를 용인할 수 없다는 게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력한 의지로 알려지고 있다. 

9호선 vs 서울시
양보 없는 신경전

이처럼 이명박 정권의 민영화 추진의 욕심은 강력하다. 2008년 ‘공기업 민영화’ 명단에 포함되어 현재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인천공항은 당시 이 대통령과 맥쿼리 간 유착설까지 돌아 ‘정부가 인천공항 지분을 맥쿼리에게 팔려는 게 아니냐’라는 의혹까지 일었다.

이밖에 서울시의 또 다른 민간자본 투자사업인 우면산터널도 지하철 9호선과 마찬가지로 대주주한테서 차입한 자금에 치르는 고율의 이자 때문에 적자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고 최대주주는 맥쿼리로 알려져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가 적자를 보전해줘야 하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를 적용한 곳은 맥쿼리가 관련되어 있는 우면산터널과 지하철 9호선 두 곳뿐으로 나타나 특혜 의혹을 더욱더 증폭시키고 있다.

하루 평균 2만7000여대가 이용하는 우면산터널은 지난해 123억의 수입을 냈지만 이자비용으로 고스란히 123억의 지출이 있어 보조금 37억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라는 고금리만 없었다면 이윤창출의 효과도 기대 해볼 수 있었던 대목이다.

대한민국 민자사업의 허점을 꿰뚫은 최초의 금융상품이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규제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논란의 중심인 9호선이 맥쿼리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이 4.2%밖에 안 된다는 것은 국민의 세금이 얼마나 낭비되고 있고 민자사업의 허점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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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