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저주’의 주인공 ‘맥쿼리& MB’ 실체 <추적>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4.25 1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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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고 과도한 민영화 추진 “이유 있었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는 민간업체인 ‘서울시 메트로 9호선’(이하 9호선)이 일방적으로 요금을 500원 올리겠다고 공지해 논란이 뜨겁다. 이러한 가운데 9호선 사업자 선정과 대주주 변경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그 일가가 연루된 의혹이 제기되며 감사원에 특별감사가 청구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이하 맥쿼리한국)가 있다. 맥쿼리IMM자산운영 대표가 이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아들 지형씨라는 사실과 9호선 대주주 변경 과정이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당시 취임을 전후로 불투명 하게 진행된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며 논란은 더욱더 증폭되고 있다. 맥쿼리한국에 대한 특혜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의 ‘민영화’에 대한 욕심과 ‘맥쿼리한국’의 실체를 파헤쳐 봤다.

맥쿼리그룹은 1969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은행·자문·투자·펀드운용·M&A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국적 금융그룹으로 탄생했다. 전 세계 28개국에 70여 개 지사를 두고 한화 380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에는 2000년에 진출했고 10여년 만에 증권, 자산운용, 금융자문, 선물, 부동산 등 13개 분야의 사업을 운영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맥쿼리그룹은 특히 ‘인프라 투자’의 귀재로 미국 다음으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으로 알려졌다.

맥쿼리한국은 맥쿼리그룹의 아시아 지역 총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9호선 이외 전국 주요지역 14개 교통망에 약 2조원 가량의 투자약정을 맺고 있다.

맥쿼리한국 측이 공개한 손익 계산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에만 411억원의 운영수익을 냈으며 289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380조 규모의
다국적 금융그룹


맥쿼리한국의 이윤창출은 주로 지분참여 방식의 간접투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고 있는 9호선처럼 고율의 이자를 챙기거나 지분 투자분에 대한 배당금 등을 챙겨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고자 도입한 최소운영수입보장제가 맥쿼리한국의 장기적·안정적 수익을 보장했다.

민간자본은 수십년 동안 운영권을 보장받고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예상했던 만큼 통행량이 많지 않으면, 정부가 예상 통행료 운영수입의 70~90%까지 지원해준다.

따라서 통행료가 비싸게 책정될수록 정부의 보장금액이 많아져 민간 업자는 통행료를 높이 책정하고 차가 많이 다니지 않을수록 관리비는 적게 들어 천문학적 수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광주 제2순환고속도로(1구간)의 경우, 광주시가 2001년 개통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맥쿼리한국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광주순환도로투자㈜에 지급한 보전금 총액이 1008억원에 이른다. 특히 통행량 예측이 틀린 탓에 보전금은 2001년 62억원에서 지난해 222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요금논란 9호선 사업자 선정과 대주주 변경 과정, MB일가 연루 의혹
MB 시장 때, 우면산 터널도 맥쿼리에 ‘퍼주기 계약’ 이자비용만 123억

하지만 맥쿼리한국은 2010년 288억, 2009년 265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이러한 현상은 맥쿼리한국이 투자한 다른 13곳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보전금이 높아 졌음에도 불구하고 통행료와 사용료는 전 세계적으로도 비싸기로 유명하고 보전금으로 세금은 낭비되고 있어 맥쿼리한국의 배만 불리고 있는 것이다.


보전금 외에 맥쿼리한국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대부분 이자수익이다. 광주순환도로투자㈜ 사례를 보면 주식을 맥쿼리한국에 넘긴 뒤 시공 당시 국민은행에서 빌렸던 원금을 갚으려고 맥쿼리에서 다시 대출을 받았다.

국민은행의 이자율은 7.5%였지만 맥쿼리는 10~20%나 되며 해마다 발생하는 운영수입은 결국 맥쿼리에 들어가게 된다. 맥쿼리가 공개한 손익계산서를 보면 지난 한 해 동안 이자수익만 모두 1618억원이나 된다.

이렇게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맥쿼리한국인데 적자 누적을 이유로 ‘지하철 요금 50% 인상’을 일방적으로 공표하자 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9호선은 서울시로부터 운임수입 보조금으로 326억원을 받고도 466억원의 손실을 발생시켰다. 하지만 9호선의 운영 적자 대부분은 맥쿼리와 신한은행 등 금융권이 챙겨가는 고율의 이자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순손실 총 466억원 중 영업손실 26억, 이자비용 461억원으로 대부분이 이자 비용이었던 것이다. ‘이자비용이 없었다면?’이라는 의문증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감시단(이하 경실련)은 9호선 요금 책정과 관련해 “총 공사비의 3분의2를 세금으로 지출하고도, 총공사비의 3분의 1만 지출한 민자사업자에게 다른 노선과 동일한 운임을 승인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9호선 건설은 시설 부문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선로건설 등 지하철 공사의 근간이 되는 토목공사는 서울시가 세금으로 건설했고, 나머지를 민간컨소시엄이 맡아 시행했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9호선의 총공사비는 3조4768억원으로 이 가운데 민간사업자가 투입한 비용은 1조2000억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경실련은 “상식을 벗어난 요금 인상은 민간투자 사업으로 진행한 9호선 건설 과정부터 예견된 일”이라며 “대기업과 외국자본에 온갖 특혜를 제공해주면서 진행된 9호선 민자사업에 대해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급 보증을 해주는 대신 이자율을 4.3%까지 낮추자고 협상에서 제안했지만 민자사업자 쪽은 먼저 운임을 인상한 뒤에야 이자율 변경을 고려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주주들이 고율의 이자 수입을 계속 챙기려고 이자율 변경에 반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자 수입만
1618여억 원


경실련은 9호선 사업자 선정 과정과 대주주 변경과정에 이 대통령과 그 일가가 연루된 의혹도 제기했다. 9호선 사업자 선정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명박 서울시장 취임을 전후로 사업자가 변경된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조5000억원에 달하는 국가기간 사업을 시행하면서 사업자가 바뀌는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경실련은 또 2008년 9호선 주식회사의 대주주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특혜 논란도 지적했다. “당시 9호선 대주주가 변경되면서 맥쿼리한국이 2대 대주주로 등극했다. 맥쿼리IMM자산운영 대표가 이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아들 지형씨라는 사실 때문에 특혜 논란이 일었다”고 밝힌 것이다.

김진애 민주통합당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서 “이상득 의원 아들이 포함된 ‘탐욕의 이너서클(핵심 권력집단)’의 정경유착 탓”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대통령과의 인척관계를 이 대통령 임기 중에 이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 의원의 아들 지영씨가 자산운용사 맥쿼리 계열사 대표로, 정치권의 특혜와 연결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것도 있고, 또 하나의 대주주인 현대로템과 현대건설에 대해서도 어떤 특혜를 주려고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엄청난 특혜와 커넥션이 존재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맥쿼리 전국에 14개 교통망 투자, 높은 이자율에 이자수익만 1618억원
‘돈 놓고 돈 먹는’ 황금알 사업? 대한민국 민자사업 허점 여실히 드러나


서울시가 이 대통령이 시장 재직시절인 2005년 5월 실시협약을 맺을 때 9호선에 운임 자율징수권을 보장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당시 9호선은 투자한 자본과 운영비 회수, 매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민간사업자에게 운임 자율징수권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9호선은 이를 근거로 요금을 묶어두려면 손실을 보전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으며 서울시가 끝까지 요금 인상을 막으면 법정으로 가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강경한 태도다. 끝까지 인상안을 고집할 경우 이 대통령이 시장 시절에 체결해 특혜 의혹을 낳고 있는 협상회의록 등을 전면 공개하겠다며 강력 대응하고 있다.

서울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공개사과 요구와 1000만원의 과태료 부과와 함께 9호선 사장 해임·사업면허 취소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하며 9호선 측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9호선 측도 “공개 사과 요구와 과태료 부과에 수긍하기 어렵다”며 “6월16일 요금 변경일 전까지 협상의 여지를 두겠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예정대로 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러자 서울시는 더 나아가 도시철도 사업면허·사업 지정자 취소도 검토하고 있다며 유사시 9호선 매수 방침도 분명히 했다. 9호선 매수에는 6천억원 정도의 거금이 필요하나 민자의 일방적 횡포를 용인할 수 없다는 게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력한 의지로 알려지고 있다. 

9호선 vs 서울시
양보 없는 신경전

이처럼 이명박 정권의 민영화 추진의 욕심은 강력하다. 2008년 ‘공기업 민영화’ 명단에 포함되어 현재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인천공항은 당시 이 대통령과 맥쿼리 간 유착설까지 돌아 ‘정부가 인천공항 지분을 맥쿼리에게 팔려는 게 아니냐’라는 의혹까지 일었다.

이밖에 서울시의 또 다른 민간자본 투자사업인 우면산터널도 지하철 9호선과 마찬가지로 대주주한테서 차입한 자금에 치르는 고율의 이자 때문에 적자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고 최대주주는 맥쿼리로 알려져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가 적자를 보전해줘야 하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를 적용한 곳은 맥쿼리가 관련되어 있는 우면산터널과 지하철 9호선 두 곳뿐으로 나타나 특혜 의혹을 더욱더 증폭시키고 있다.

하루 평균 2만7000여대가 이용하는 우면산터널은 지난해 123억의 수입을 냈지만 이자비용으로 고스란히 123억의 지출이 있어 보조금 37억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라는 고금리만 없었다면 이윤창출의 효과도 기대 해볼 수 있었던 대목이다.

대한민국 민자사업의 허점을 꿰뚫은 최초의 금융상품이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규제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논란의 중심인 9호선이 맥쿼리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이 4.2%밖에 안 된다는 것은 국민의 세금이 얼마나 낭비되고 있고 민자사업의 허점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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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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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