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풍 몰고 온 4·11 총선]⑤ 여론조사 허와실

  • 이해경 lovehk@ilyosisa.co.kr
  • 등록 2012.04.16 14: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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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주체에 따라 왜곡되고 조장되는 여론조사

[일요시사=이해경 기자] 19대 국회의원 총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막판까지 박빙 지역이 많아 후보자는 물론 각 정당들이 애를 태웠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투표결과와 다른 경우가 많아 다소 싱겁게 끝나버린 지역구가 속출했다. 선거 때마다 이런 결과는 반복됐고 여론조사에 대한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당내 경선 과정 중 여론조사 결과에 불만을 토로한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 취재에 나선 <일요시사>는 현역 여론조사 기관에 근무 중인 실무자의 폭로를 입수했다. 선거철 여론조사 결과의 허와실을 분석해 봤다.

방송3사와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와 판이한 선거결과
판세 뒤집히고 20% 가까이 오차난 지역도 허다

19대 총선은 어느 때 보다 경합지가 많아 유권자들과 후보자들은 여론조사 결과에 집중해 우위를 점치기도 하며 판세의 흐름을 읽어나갔다.

지난 4일까지 진행된 여론조사를 참조한다면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초경합을 보인 곳은 다수로 파악됐다.

하지만 경합지역으로 예상되었던 이곳 중 오히려 싱겁게 끝나버린 지역구도 있었으며 여론조사 결과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곳도 있었다.

초경합 지역
싱겁게 끝나버려


가장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서울 종로를 뽑을 수 있다.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와 민주통합당 정세균 후보가 맞붙은 종로는 선거 전 가장 많은 여론조사가 진행되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0.1%의 격차를 보이며 초박빙 승부를 펼쳤던 곳이다.

판세를 예측할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에 언론과 유권자의 관심은 집중됐지만 실제 투표에선 정 후보가 52.3%로 홍 후보 (45.9%)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오히려 타 지역보다 훨씬 빨리 판세가 확정되어 맥이 빠지기도 했다.

정치 2세들 간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중구 역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정호준 후보가 50.27%를 획득해 46.32% 획득에 그친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를 물리치고 금배지를 달았다.

하지만 지난 2일 실시되었던 방송3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진석 후보 35.6%, 정호준 후보 30.5%로 여론조사 결과와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수도권에서 심하게 나타났다. 새누리당 후보들은 여론조사에서 전반적으로 앞섰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서울 동대문을은 민주당 민병두 후보가 52.88%를 얻어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44.54%)를 제치고 당선됐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는 홍 후보 39.6%, 민 후보 37.2%로 홍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서대문갑도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이성헌 후보가 앞섰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45.8%에 그쳐 민주당 우상호 후보(54.2%)가 당선됐다.

영등포을과 중랑을도 마찬가지다. 영등포을의 새누리당 권영세 후보가 여론조사 결과에서 소폭 앞섰지만 막판에 민주당 신경민 후보에게 추격을 허용해 신 후보가 52.6%를 획득해 47.39%에 그친 권 후보를 5.2% 앞서며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중랑을은 새누리당 강동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4%p 이상 우위를 점했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44.49%를 얻은 민주당 박홍근 후보에게 0.83%차로 졌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후보직 사퇴를 한 관악을은 조금 더 심각했다.

당초 여론조사에서는 탈당해 출마를 강행한 무소속 김희철 후보가 1위, 야권단일후보인 통합진보당의 이상규 후보가 2위, 새누리당의 오신환 후보가 3위를 나타냈지만 결과는 이 후보가 38.24%로 당선됐고 오 후보가 33.28%로 2위, 당초 1위를 예상했던 김 후보는 28.47%로 3위에 머물렀다.

이 후보의 여론조사 차이는 12.1%나 나는 결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경기 광명을에서도 결과가 뒤집어졌다. 그간 발표된 모든 여론조사는 4선에 도전하는 새누리당 전재희 후보의 압승을 예상했다. 지난 2일 발표된 방송3사 여론조사에선 전 후보가 44.5%를 얻어 31.8%에 그친 이언주 후보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 후보는 50.09%를 얻었고 전 후보는 46.15%를 얻어 여론조사 결과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지지율 차이가 컸던 지역도 많았다. 대표적인 선거구는 친이계 좌장인 새누리당 이재오 후보와 통합진보당 천호선 후보가 맞붙은 서울 은평을이다.

선거전이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이 후보와 천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20%가 넘게 나며 이 후보의 낙승을 예상하는 여론조사가 많았지만 개표결과 이 후보 49.51%, 천 후보 48.37%로 끝까지 알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을 보였다.

현대가의 대결로 화제를 모았던 서울 동작을도 비슷하다.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와 민주당 이계안 후보도 방송3사 여론조사에선 정 후보가 22.2%나 앞섰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초박빙이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반복하다 오후 11시30분을 지나며 정 후보가 5%포인트 가량 앞서 나가며 승기를 굳혔으며 최종결과 50.8%·44.04%로 정 후보가 현역 최다선인 7선 고지를 점령했다.

두 지역모두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와 격차가 15%이상 난 것이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가 정확했던 지역도 있다. 서울 강서갑의 민주당 신기남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구상찬 후보에 6% 가량의 우위를 보여 왔고 이는 실제 투표결과로도 이어져 48.7%의 득표율로 구 후보(42.48%)에 6% 가량 앞서며 당선됐다.

조사결과와 실제 득표가 정확하게 맞았던 것이다. 이외 다수 지역에서 비슷한 예측을 보인 여론조사도 있었다.

여론조사 조작
피해자 발생도

결과가 이렇다 보니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도 생기고 있다. 당 경선 이후 익명을 요구한 한 제보자에게 여론조사에 불만을 제보 받았다.

이 제보자는 “여론조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해 판세를 유리하게 끌고 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지도 차이가 그렇게 까지 나지 않았는데 조직력을 앞세워 여론조사 결과를 유리하게 만들어 배포한 뒤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것이다.

이 제보자는 “이미 결과는 나왔고 승복한다”면서도 “우리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제도 마련이 필요 할 것 같아서 제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기자는 여론조사에 대해 취재를 하게 되었으며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근무하는 실무자에게 여론조사 실체에 대한 문제점을 듣게 됐다.

이 실무자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 수위가 1부터 10까지로 가정했을 때 어느 정도 되냐는 질문에는 단호히 “10”이라고도 말했다.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어 “조작의 방법은 많고 다양하다”는 다소 충격적인 발언을 이어 나갔다.

먼저 “의뢰인의 입김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기관도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집단임으로 돈을 지급하는 의뢰 업체의 만족도를 충족시키기 위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는 “결과가 나왔을 때와 결과가 나오기 전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분류 된다”며 “방법은 간단하다. 결과가 나왔을 때 원하지 않는 설문은 짬 시키고(결과에 반영하지 않고) 원하는 결과는 많이 반영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눈을 현혹 시키면 된다. 예를 들어 100점 만점에 70점과 5점 만점에 3.5점은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원치 않는 결과가 나왔을 때는 척도 스케일을 바꿔 눈을 현혹시키는 방법이 주로 이용된다”고 폭로했다.

또한 그는 결과가 나오기 전의 작업(?)도 소상히 밝혔다. “의뢰인과 협상할 때 설문지를 유리하게 만드는 방법이 일반적이다”며 “보통 보기를 줄때 가나다순으로 나열하지만 의뢰인을 유리한 1번으로 주어 상대비교에서 우선순위를 준다”고 밝혔다.

“또 의뢰인에게 유리한 보기를 우선순위에 배치하고 가중치를 높이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기관 직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조작 가능” 폭로
유권자의 판단 결정과 판세 읽어가는 잣대로 자리매김 해야

전화조사도 문제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집 전화 등재가구가 50% 밖에 되지 않는데 조사에 한계가 있다”고 실토했다.

또한 “조사자체가 사람이다 보니 문제가 많다”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10년 지방선거부터 RDD방식을 적용했지만 결번이 많아 응답률이 20%도 안 된다. 또한 응답에 소극적인 표본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종의 말장난(?)도 있음을 인정했다. “원하는 응답을 유도 하는 것인데 대선주자 인지도 조사인 경우 예를 들어 문재인과 김두관 등 비슷한 보기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경우 문재인을 띄워주는 조사인 경우 ‘문재인이요?’ 하면 대부분 ‘네~’라고 대답하는 것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방법이 전화조사 뿐만 아니라 면접조사에서도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제제가 없냐는 질문에는 “조사결과를 3~6개월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감사가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으며 “녹음도 100%하는 것이 아니라 30%만 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선거철만 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더 심해지고 빈번하게 이루어진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그는 “범죄행위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모든 것이 법적 테두리 내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행위는 아직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그는 “법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생각하고 1인 1휴대기기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며 “여론조사 회사들도 패널을 보다 많이 확보하는 자체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법적·제도적
개선방안 시급

이처럼 여론조사는 매 선거 때마다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또 다른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낮아 100% 신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출구조사 때는 모집단의 연령별 분포를 정확히 배분하기가 어렵다”면서 “여론조사 기법을 현실화하고 출구조사 때도 모집단 설정 방식을 과학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유권자의 판단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판세를 읽어가는 중요한 잣대로 자리매김한 이상 더욱더 정확하고 신뢰감 있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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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