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풍 몰고 온 4·11 총선]⑤ 여론조사 허와실

  • 이해경 lovehk@ilyosisa.co.kr
  • 등록 2012.04.16 14: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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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주체에 따라 왜곡되고 조장되는 여론조사

[일요시사=이해경 기자] 19대 국회의원 총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막판까지 박빙 지역이 많아 후보자는 물론 각 정당들이 애를 태웠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투표결과와 다른 경우가 많아 다소 싱겁게 끝나버린 지역구가 속출했다. 선거 때마다 이런 결과는 반복됐고 여론조사에 대한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당내 경선 과정 중 여론조사 결과에 불만을 토로한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 취재에 나선 <일요시사>는 현역 여론조사 기관에 근무 중인 실무자의 폭로를 입수했다. 선거철 여론조사 결과의 허와실을 분석해 봤다.

방송3사와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와 판이한 선거결과
판세 뒤집히고 20% 가까이 오차난 지역도 허다

19대 총선은 어느 때 보다 경합지가 많아 유권자들과 후보자들은 여론조사 결과에 집중해 우위를 점치기도 하며 판세의 흐름을 읽어나갔다.

지난 4일까지 진행된 여론조사를 참조한다면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초경합을 보인 곳은 다수로 파악됐다.

하지만 경합지역으로 예상되었던 이곳 중 오히려 싱겁게 끝나버린 지역구도 있었으며 여론조사 결과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곳도 있었다.

초경합 지역
싱겁게 끝나버려


가장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서울 종로를 뽑을 수 있다.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와 민주통합당 정세균 후보가 맞붙은 종로는 선거 전 가장 많은 여론조사가 진행되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0.1%의 격차를 보이며 초박빙 승부를 펼쳤던 곳이다.

판세를 예측할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에 언론과 유권자의 관심은 집중됐지만 실제 투표에선 정 후보가 52.3%로 홍 후보 (45.9%)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오히려 타 지역보다 훨씬 빨리 판세가 확정되어 맥이 빠지기도 했다.

정치 2세들 간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중구 역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정호준 후보가 50.27%를 획득해 46.32% 획득에 그친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를 물리치고 금배지를 달았다.

하지만 지난 2일 실시되었던 방송3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진석 후보 35.6%, 정호준 후보 30.5%로 여론조사 결과와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수도권에서 심하게 나타났다. 새누리당 후보들은 여론조사에서 전반적으로 앞섰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서울 동대문을은 민주당 민병두 후보가 52.88%를 얻어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44.54%)를 제치고 당선됐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는 홍 후보 39.6%, 민 후보 37.2%로 홍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서대문갑도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이성헌 후보가 앞섰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45.8%에 그쳐 민주당 우상호 후보(54.2%)가 당선됐다.

영등포을과 중랑을도 마찬가지다. 영등포을의 새누리당 권영세 후보가 여론조사 결과에서 소폭 앞섰지만 막판에 민주당 신경민 후보에게 추격을 허용해 신 후보가 52.6%를 획득해 47.39%에 그친 권 후보를 5.2% 앞서며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중랑을은 새누리당 강동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4%p 이상 우위를 점했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44.49%를 얻은 민주당 박홍근 후보에게 0.83%차로 졌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후보직 사퇴를 한 관악을은 조금 더 심각했다.

당초 여론조사에서는 탈당해 출마를 강행한 무소속 김희철 후보가 1위, 야권단일후보인 통합진보당의 이상규 후보가 2위, 새누리당의 오신환 후보가 3위를 나타냈지만 결과는 이 후보가 38.24%로 당선됐고 오 후보가 33.28%로 2위, 당초 1위를 예상했던 김 후보는 28.47%로 3위에 머물렀다.

이 후보의 여론조사 차이는 12.1%나 나는 결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경기 광명을에서도 결과가 뒤집어졌다. 그간 발표된 모든 여론조사는 4선에 도전하는 새누리당 전재희 후보의 압승을 예상했다. 지난 2일 발표된 방송3사 여론조사에선 전 후보가 44.5%를 얻어 31.8%에 그친 이언주 후보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 후보는 50.09%를 얻었고 전 후보는 46.15%를 얻어 여론조사 결과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지지율 차이가 컸던 지역도 많았다. 대표적인 선거구는 친이계 좌장인 새누리당 이재오 후보와 통합진보당 천호선 후보가 맞붙은 서울 은평을이다.

선거전이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이 후보와 천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20%가 넘게 나며 이 후보의 낙승을 예상하는 여론조사가 많았지만 개표결과 이 후보 49.51%, 천 후보 48.37%로 끝까지 알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을 보였다.

현대가의 대결로 화제를 모았던 서울 동작을도 비슷하다.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와 민주당 이계안 후보도 방송3사 여론조사에선 정 후보가 22.2%나 앞섰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초박빙이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반복하다 오후 11시30분을 지나며 정 후보가 5%포인트 가량 앞서 나가며 승기를 굳혔으며 최종결과 50.8%·44.04%로 정 후보가 현역 최다선인 7선 고지를 점령했다.

두 지역모두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와 격차가 15%이상 난 것이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가 정확했던 지역도 있다. 서울 강서갑의 민주당 신기남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구상찬 후보에 6% 가량의 우위를 보여 왔고 이는 실제 투표결과로도 이어져 48.7%의 득표율로 구 후보(42.48%)에 6% 가량 앞서며 당선됐다.

조사결과와 실제 득표가 정확하게 맞았던 것이다. 이외 다수 지역에서 비슷한 예측을 보인 여론조사도 있었다.

여론조사 조작
피해자 발생도

결과가 이렇다 보니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도 생기고 있다. 당 경선 이후 익명을 요구한 한 제보자에게 여론조사에 불만을 제보 받았다.

이 제보자는 “여론조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해 판세를 유리하게 끌고 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지도 차이가 그렇게 까지 나지 않았는데 조직력을 앞세워 여론조사 결과를 유리하게 만들어 배포한 뒤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것이다.

이 제보자는 “이미 결과는 나왔고 승복한다”면서도 “우리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제도 마련이 필요 할 것 같아서 제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기자는 여론조사에 대해 취재를 하게 되었으며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근무하는 실무자에게 여론조사 실체에 대한 문제점을 듣게 됐다.

이 실무자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 수위가 1부터 10까지로 가정했을 때 어느 정도 되냐는 질문에는 단호히 “10”이라고도 말했다.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어 “조작의 방법은 많고 다양하다”는 다소 충격적인 발언을 이어 나갔다.

먼저 “의뢰인의 입김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기관도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집단임으로 돈을 지급하는 의뢰 업체의 만족도를 충족시키기 위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는 “결과가 나왔을 때와 결과가 나오기 전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분류 된다”며 “방법은 간단하다. 결과가 나왔을 때 원하지 않는 설문은 짬 시키고(결과에 반영하지 않고) 원하는 결과는 많이 반영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눈을 현혹 시키면 된다. 예를 들어 100점 만점에 70점과 5점 만점에 3.5점은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원치 않는 결과가 나왔을 때는 척도 스케일을 바꿔 눈을 현혹시키는 방법이 주로 이용된다”고 폭로했다.

또한 그는 결과가 나오기 전의 작업(?)도 소상히 밝혔다. “의뢰인과 협상할 때 설문지를 유리하게 만드는 방법이 일반적이다”며 “보통 보기를 줄때 가나다순으로 나열하지만 의뢰인을 유리한 1번으로 주어 상대비교에서 우선순위를 준다”고 밝혔다.

“또 의뢰인에게 유리한 보기를 우선순위에 배치하고 가중치를 높이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기관 직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조작 가능” 폭로
유권자의 판단 결정과 판세 읽어가는 잣대로 자리매김 해야

전화조사도 문제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집 전화 등재가구가 50% 밖에 되지 않는데 조사에 한계가 있다”고 실토했다.

또한 “조사자체가 사람이다 보니 문제가 많다”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10년 지방선거부터 RDD방식을 적용했지만 결번이 많아 응답률이 20%도 안 된다. 또한 응답에 소극적인 표본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종의 말장난(?)도 있음을 인정했다. “원하는 응답을 유도 하는 것인데 대선주자 인지도 조사인 경우 예를 들어 문재인과 김두관 등 비슷한 보기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경우 문재인을 띄워주는 조사인 경우 ‘문재인이요?’ 하면 대부분 ‘네~’라고 대답하는 것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방법이 전화조사 뿐만 아니라 면접조사에서도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제제가 없냐는 질문에는 “조사결과를 3~6개월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감사가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으며 “녹음도 100%하는 것이 아니라 30%만 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선거철만 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더 심해지고 빈번하게 이루어진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그는 “범죄행위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모든 것이 법적 테두리 내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행위는 아직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그는 “법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생각하고 1인 1휴대기기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며 “여론조사 회사들도 패널을 보다 많이 확보하는 자체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법적·제도적
개선방안 시급

이처럼 여론조사는 매 선거 때마다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또 다른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낮아 100% 신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출구조사 때는 모집단의 연령별 분포를 정확히 배분하기가 어렵다”면서 “여론조사 기법을 현실화하고 출구조사 때도 모집단 설정 방식을 과학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유권자의 판단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판세를 읽어가는 중요한 잣대로 자리매김한 이상 더욱더 정확하고 신뢰감 있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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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