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 ‘길거리유혹 남녀’ 따라갔다 패가망신한 사연

  • 강의지 yeeji83@ilyosisa.co.kr
  • 등록 2012.04.04 17: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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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안 내보내주면 죽어서라도 나가고 싶다”

[일요시사=강의지 기자] 계절에 상관없이 인파로 붐비는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관상이 좋아 보이는데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어요?”, “도(道)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십니까?”라는 말들로 접근해 오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사람이 많이 붐비는 지하철역 부근에서도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학 개강식과 맞물려 대학교 캠퍼스, 학원가 등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왜 자신들이 소속된 종교도 떳떳이 밝히지 못하면서 이런 무차별적인 포교행위를 벌이고 있는 것일까. 혼탁한 세상의 틈을 비집고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사이비종교. 이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피해사례’를 중심으로 집중 취재해봤다.

사이비종교 피해자카페 늘어…피해호소 마지막 절규하는 사람들
최근엔 강제 납치 · 입소 후 세뇌시키기 위해 ‘환청약’ 주는 곳도

A씨는 잠실역에서 운전면허학원 수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낯선 여자 2명과 마주쳤다. 그들은 A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관상이 좋아 보이는데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A씨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2명의 여성은 담고 있던 말들을 쏟아냈다. “복이 참 많아보이시는데 공덕을 드리면 액운이 떨어지고 집안에 복이 많이 옵니다.” “우리와 만난 것은 앞으로 액운을 막을 수 있으니 님에겐 행운입니다.”

시간이 없다는 A씨의 말을 무시한 채 2명의 여성은 자신들이 공부하는 곳으로 잠깐 가서 이야기 좀 나누자며 A씨를 군자역으로 끌고 갔다.

“관상이 좋아 보여”
진화하는 포교행위


도착해보니 가정집 같이 생긴 건물 제일 위층에 이들이 말하는 공부방이 위치해 있었다. 방은 허름했고 각 방마다 자물쇠 장치가 있었다.

이내 한 명의 여성이 A씨를 방으로 안내하더니 “공덕을 드리기 위해선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가진 돈 얼마나 있으세요?”라고 물었다.

A씨가 5만원 밖에 없다고 답하자 이 여성은 “공덕을 드리려면 10만원은 줘야 하는데, 일단은 5만원부터 주세요”라고 말했다. 순간 무언가 잘못 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A씨는 도망치듯 그 건물을 빠져나왔다.

A씨는 “그 곳에서 도망친 후에 그들이 엄청난 사이비종교집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인터넷과 카페들을 찾아보니 이 종교의 피해자들이 엄청 많고, 피해자들의 글을 읽어보니 심지어 세뇌시키기 위해 ‘환청약’을 주는 곳까지 있더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해당 종교에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모임인 D카페는 회원수만 2천여명에 이른다. 이곳에서 또 다른 피해 사례를 엿볼 수 있었다.

B씨는 “지금까지 모두 세 번이나 만났는데 수법이 모두 달랐다”며 끔찍한 기억을 털어놨다.

처음 B씨가 이들과 만난 것은 지난 2009년 겨울. “도를 아십니까”라고 접근해 집 근처까지 따라오고 반복해서 찾아오는 등 끈질기게 굴었다. 그러나 당시 ‘도를 아십니까’라며 접근해 오는 사람들이 논란이 되자 이들은 수법을 바꿨다.


2010년 겨울방학이던 어느 날 B씨는 시내에 나갔다 또 한 번 이들과 마주쳤다. 남자와 여자는 B씨에게 “공부하는 사람들인데 물어 볼 것이 있다”며 접근해왔고, B씨를 자신들의 연락소로 데리고 간 뒤 ‘조상에게 치성을 드려야 한다.’ ‘머리가 무겁고 어깨가 무거워 보이는데 힘들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아라.’ ‘정성을 들여야 하는데 정성껏 돈을 내라’라며 본격적인 속내를 드러냈다.

세 번째는 평소 연락하고 지내지 않던 고등학교 친구의 연락이었다. 갑작스레 전화가 와서 안부를 묻기에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 만남을 제의해왔고, B씨는 별 의심 없이 약속장소에 나갔다.

이야기를 나눈 뒤 친구가 B씨를 데리고 간 곳은 해당 종교의 연락소였다. B씨의 친구는 “조상의 업보와 전생에 네가 지었던 죄를 모두 없애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성을 드려야 한다”며 B씨를 독촉했고, 돈이 없으면 남의 돈을 빌려서라도 내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적게는 몇 만원부터 많게는 몇 억까지 피해를 봤다는 이야기, 해당종교에 빠져 10년간 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의 이야기, 길거리에서 말을 걸어오자 외면했더니 덩치 큰 남성으로부터 납치당할 뻔 했다는 이야기 등이 있었다.  

‘포덕꾼’의 눈물
‘포덕꾼 가족’의 피눈물

또 자신이 과거 포덕행위를 하여 사람들을 입소시킨 장본인이었다고 밝힌 이도 있었다.

당시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고 어려워진 상황에서 해당종교에 발을 들이게 됐다는 C씨. 신도로 활동하던 중 책임자 격인 선감으로부터 포덕을 제의받았다.

포덕은 한마디로 ‘사람 데려오기’를 뜻한다. 해당 종교에서는 이 사람 데려오기를 복을 짓는데 있어 가장 큰 복이라고 칭한다. 포덕을 많이 하면 할수록 조상을 빨리 천도시키고, 나중에 지상천국을 가는데 가장 큰 복이라고 설정해놨기 때문이다.

C씨는 ‘집에서 짐을 챙겨 나와라, 성금도 모셔야 한다, 그래야 집이 편안해 진다’는 선감의 말에 동생에게 없는 말을 지어내 돈을 마련해 성금으로 냈고, 이후 울산으로 내려가서 1년 정도 포덕활동을 했다. 

물질적·정신적 피해뿐만 아니라 폭력, 실종 등 인명 피해까지 낳아
종교 포교활동 자체 대응 “적극 부정, 솔깃한 유혹 현혹되지 말아야”

C씨는 “그곳 생활하면서 예전에는 몰랐던 구타와, 갈취가 팽배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점점 심해졌고 회의가 느껴져 2번 정도 도망을 쳤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길목에는 항상 그들이 버티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7월에는 탈퇴의사를 밝힌 여신도를 집단으로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D씨는 미술대학 재학 중 종교단체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준다는 꾐에 넘어가 집에서 온갖 명목으로 5000만원 가까운 돈을 갖다 바치고, 급기야 가출하여 그들의 연락소에서 생활했다.

그러던 중 해당 종교의 교리와 체계에 회의를 품고 탈퇴하기로 마음먹었다. “포덕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미칠 것 같아서 터질 것 같고, 정말 죽고 싶고 살아서 여길 안 내보내주면 죽어서라도 나가고 싶다”라는 문자를 선감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그 문자가 계기가 되어 그들은 D씨를 며칠간 굶기고 둔기 등으로 때려 숨지게 했다.

D씨의 엄마는 “어린 여학생을 유혹해 가출하게 하고, 거리 포덕을 시키고, 부모를 기망하여 돈을 가져오게 하고, 고액 대출을 받아 치성금을 내게 하더니 탈퇴하겠다고 하니 죽을 때까지 때렸다”며 “이 살인단체를 벌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해당 사이비종교는 길거리 포덕으로 낚시질을 하여 선량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금전 갈취를 하고 그 과정에서 인권유린 행위를 일삼으며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지만, 포덕을 하는 이들도 같은 피해자일 수 있다”라며 “이들은 어처구니없게도 사이비 종교의 기망과 세뇌에 의해 자신의 의지를 조종당해 집을 나가 합숙생활을 하고 사람을 데려오는 등의 일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집에서 내놓은 자식, 아이를 두고 나간 엄마 혹은 아내 그리고 아빠가 생기는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사이비종교 피해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관계기관에서는 별다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이들 종교단체의 포교활동에 대한 자체 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

사이비종교단체의 포교활동에 대한 사전인지를 통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2인 1조로 활동하며 20~30대 젊은 층을 표적으로 삼는다. 피해자들은 포교인의 접근방법에 일정한 유형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취업, 건강, 성적 등 대상자의 고민거리를 지적해 집중하게 만드는 유형, “근처의 건물을 어떻게 가는냐”고 물으면서 접근하는 유형, “기운이 강하다” “복이 많다”며 접근하는 막무가내형, 또는 아파트나 빌라 등 집을 돌아다니며 “수도원에서 왔다. 물 한잔만 달라”는 유형 등이다. 


첫 발 안 들이는 게 중요
유혹에 현혹되지 말아야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사이비종교 포교활동이라고 의심될 경우 적극적인 부정 의사를 표시한 뒤 즉시 그 자리에서 빠져 나올 것을 주문했다.

종교피해고발센터 관계자는 “사이비 종교의 피해는 물질적·정신적 피해뿐만 아니라 폭력, 실종 등 인명 피해가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의심되는 초반에 빠져나오지 못하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 관계자는 “하루에 사이비 종교 피해 관련 문의가 수 십건씩 접수되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 외에 수를 고려해보면 피해자 수는 어마어마할 것이다”라며 “현재로서는 사이비종교 단체의 접근방법, 교리 등을 사전에 인지해 포교인이 접근 시 피하는 게 현실적인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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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