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 ‘길거리유혹 남녀’ 따라갔다 패가망신한 사연

  • 강의지 yeeji83@ilyosisa.co.kr
  • 등록 2012.04.04 17: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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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안 내보내주면 죽어서라도 나가고 싶다”

[일요시사=강의지 기자] 계절에 상관없이 인파로 붐비는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관상이 좋아 보이는데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어요?”, “도(道)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십니까?”라는 말들로 접근해 오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사람이 많이 붐비는 지하철역 부근에서도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학 개강식과 맞물려 대학교 캠퍼스, 학원가 등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왜 자신들이 소속된 종교도 떳떳이 밝히지 못하면서 이런 무차별적인 포교행위를 벌이고 있는 것일까. 혼탁한 세상의 틈을 비집고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사이비종교. 이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피해사례’를 중심으로 집중 취재해봤다.

사이비종교 피해자카페 늘어…피해호소 마지막 절규하는 사람들
최근엔 강제 납치 · 입소 후 세뇌시키기 위해 ‘환청약’ 주는 곳도

A씨는 잠실역에서 운전면허학원 수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낯선 여자 2명과 마주쳤다. 그들은 A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관상이 좋아 보이는데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A씨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2명의 여성은 담고 있던 말들을 쏟아냈다. “복이 참 많아보이시는데 공덕을 드리면 액운이 떨어지고 집안에 복이 많이 옵니다.” “우리와 만난 것은 앞으로 액운을 막을 수 있으니 님에겐 행운입니다.”

시간이 없다는 A씨의 말을 무시한 채 2명의 여성은 자신들이 공부하는 곳으로 잠깐 가서 이야기 좀 나누자며 A씨를 군자역으로 끌고 갔다.

“관상이 좋아 보여”
진화하는 포교행위


도착해보니 가정집 같이 생긴 건물 제일 위층에 이들이 말하는 공부방이 위치해 있었다. 방은 허름했고 각 방마다 자물쇠 장치가 있었다.

이내 한 명의 여성이 A씨를 방으로 안내하더니 “공덕을 드리기 위해선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가진 돈 얼마나 있으세요?”라고 물었다.

A씨가 5만원 밖에 없다고 답하자 이 여성은 “공덕을 드리려면 10만원은 줘야 하는데, 일단은 5만원부터 주세요”라고 말했다. 순간 무언가 잘못 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A씨는 도망치듯 그 건물을 빠져나왔다.

A씨는 “그 곳에서 도망친 후에 그들이 엄청난 사이비종교집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인터넷과 카페들을 찾아보니 이 종교의 피해자들이 엄청 많고, 피해자들의 글을 읽어보니 심지어 세뇌시키기 위해 ‘환청약’을 주는 곳까지 있더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해당 종교에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모임인 D카페는 회원수만 2천여명에 이른다. 이곳에서 또 다른 피해 사례를 엿볼 수 있었다.

B씨는 “지금까지 모두 세 번이나 만났는데 수법이 모두 달랐다”며 끔찍한 기억을 털어놨다.

처음 B씨가 이들과 만난 것은 지난 2009년 겨울. “도를 아십니까”라고 접근해 집 근처까지 따라오고 반복해서 찾아오는 등 끈질기게 굴었다. 그러나 당시 ‘도를 아십니까’라며 접근해 오는 사람들이 논란이 되자 이들은 수법을 바꿨다.


2010년 겨울방학이던 어느 날 B씨는 시내에 나갔다 또 한 번 이들과 마주쳤다. 남자와 여자는 B씨에게 “공부하는 사람들인데 물어 볼 것이 있다”며 접근해왔고, B씨를 자신들의 연락소로 데리고 간 뒤 ‘조상에게 치성을 드려야 한다.’ ‘머리가 무겁고 어깨가 무거워 보이는데 힘들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아라.’ ‘정성을 들여야 하는데 정성껏 돈을 내라’라며 본격적인 속내를 드러냈다.

세 번째는 평소 연락하고 지내지 않던 고등학교 친구의 연락이었다. 갑작스레 전화가 와서 안부를 묻기에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 만남을 제의해왔고, B씨는 별 의심 없이 약속장소에 나갔다.

이야기를 나눈 뒤 친구가 B씨를 데리고 간 곳은 해당 종교의 연락소였다. B씨의 친구는 “조상의 업보와 전생에 네가 지었던 죄를 모두 없애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성을 드려야 한다”며 B씨를 독촉했고, 돈이 없으면 남의 돈을 빌려서라도 내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적게는 몇 만원부터 많게는 몇 억까지 피해를 봤다는 이야기, 해당종교에 빠져 10년간 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의 이야기, 길거리에서 말을 걸어오자 외면했더니 덩치 큰 남성으로부터 납치당할 뻔 했다는 이야기 등이 있었다.  

‘포덕꾼’의 눈물
‘포덕꾼 가족’의 피눈물

또 자신이 과거 포덕행위를 하여 사람들을 입소시킨 장본인이었다고 밝힌 이도 있었다.

당시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고 어려워진 상황에서 해당종교에 발을 들이게 됐다는 C씨. 신도로 활동하던 중 책임자 격인 선감으로부터 포덕을 제의받았다.

포덕은 한마디로 ‘사람 데려오기’를 뜻한다. 해당 종교에서는 이 사람 데려오기를 복을 짓는데 있어 가장 큰 복이라고 칭한다. 포덕을 많이 하면 할수록 조상을 빨리 천도시키고, 나중에 지상천국을 가는데 가장 큰 복이라고 설정해놨기 때문이다.

C씨는 ‘집에서 짐을 챙겨 나와라, 성금도 모셔야 한다, 그래야 집이 편안해 진다’는 선감의 말에 동생에게 없는 말을 지어내 돈을 마련해 성금으로 냈고, 이후 울산으로 내려가서 1년 정도 포덕활동을 했다. 

물질적·정신적 피해뿐만 아니라 폭력, 실종 등 인명 피해까지 낳아
종교 포교활동 자체 대응 “적극 부정, 솔깃한 유혹 현혹되지 말아야”

C씨는 “그곳 생활하면서 예전에는 몰랐던 구타와, 갈취가 팽배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점점 심해졌고 회의가 느껴져 2번 정도 도망을 쳤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길목에는 항상 그들이 버티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7월에는 탈퇴의사를 밝힌 여신도를 집단으로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D씨는 미술대학 재학 중 종교단체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준다는 꾐에 넘어가 집에서 온갖 명목으로 5000만원 가까운 돈을 갖다 바치고, 급기야 가출하여 그들의 연락소에서 생활했다.

그러던 중 해당 종교의 교리와 체계에 회의를 품고 탈퇴하기로 마음먹었다. “포덕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미칠 것 같아서 터질 것 같고, 정말 죽고 싶고 살아서 여길 안 내보내주면 죽어서라도 나가고 싶다”라는 문자를 선감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그 문자가 계기가 되어 그들은 D씨를 며칠간 굶기고 둔기 등으로 때려 숨지게 했다.

D씨의 엄마는 “어린 여학생을 유혹해 가출하게 하고, 거리 포덕을 시키고, 부모를 기망하여 돈을 가져오게 하고, 고액 대출을 받아 치성금을 내게 하더니 탈퇴하겠다고 하니 죽을 때까지 때렸다”며 “이 살인단체를 벌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해당 사이비종교는 길거리 포덕으로 낚시질을 하여 선량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금전 갈취를 하고 그 과정에서 인권유린 행위를 일삼으며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지만, 포덕을 하는 이들도 같은 피해자일 수 있다”라며 “이들은 어처구니없게도 사이비 종교의 기망과 세뇌에 의해 자신의 의지를 조종당해 집을 나가 합숙생활을 하고 사람을 데려오는 등의 일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집에서 내놓은 자식, 아이를 두고 나간 엄마 혹은 아내 그리고 아빠가 생기는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사이비종교 피해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관계기관에서는 별다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이들 종교단체의 포교활동에 대한 자체 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

사이비종교단체의 포교활동에 대한 사전인지를 통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2인 1조로 활동하며 20~30대 젊은 층을 표적으로 삼는다. 피해자들은 포교인의 접근방법에 일정한 유형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취업, 건강, 성적 등 대상자의 고민거리를 지적해 집중하게 만드는 유형, “근처의 건물을 어떻게 가는냐”고 물으면서 접근하는 유형, “기운이 강하다” “복이 많다”며 접근하는 막무가내형, 또는 아파트나 빌라 등 집을 돌아다니며 “수도원에서 왔다. 물 한잔만 달라”는 유형 등이다. 


첫 발 안 들이는 게 중요
유혹에 현혹되지 말아야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사이비종교 포교활동이라고 의심될 경우 적극적인 부정 의사를 표시한 뒤 즉시 그 자리에서 빠져 나올 것을 주문했다.

종교피해고발센터 관계자는 “사이비 종교의 피해는 물질적·정신적 피해뿐만 아니라 폭력, 실종 등 인명 피해가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의심되는 초반에 빠져나오지 못하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 관계자는 “하루에 사이비 종교 피해 관련 문의가 수 십건씩 접수되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 외에 수를 고려해보면 피해자 수는 어마어마할 것이다”라며 “현재로서는 사이비종교 단체의 접근방법, 교리 등을 사전에 인지해 포교인이 접근 시 피하는 게 현실적인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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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