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 ‘길거리유혹 남녀’ 따라갔다 패가망신한 사연

  • 강의지 yeeji83@ilyosisa.co.kr
  • 등록 2012.04.04 17: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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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안 내보내주면 죽어서라도 나가고 싶다”

[일요시사=강의지 기자] 계절에 상관없이 인파로 붐비는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관상이 좋아 보이는데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어요?”, “도(道)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십니까?”라는 말들로 접근해 오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사람이 많이 붐비는 지하철역 부근에서도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학 개강식과 맞물려 대학교 캠퍼스, 학원가 등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왜 자신들이 소속된 종교도 떳떳이 밝히지 못하면서 이런 무차별적인 포교행위를 벌이고 있는 것일까. 혼탁한 세상의 틈을 비집고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사이비종교. 이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피해사례’를 중심으로 집중 취재해봤다.

사이비종교 피해자카페 늘어…피해호소 마지막 절규하는 사람들
최근엔 강제 납치 · 입소 후 세뇌시키기 위해 ‘환청약’ 주는 곳도

A씨는 잠실역에서 운전면허학원 수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낯선 여자 2명과 마주쳤다. 그들은 A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관상이 좋아 보이는데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A씨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2명의 여성은 담고 있던 말들을 쏟아냈다. “복이 참 많아보이시는데 공덕을 드리면 액운이 떨어지고 집안에 복이 많이 옵니다.” “우리와 만난 것은 앞으로 액운을 막을 수 있으니 님에겐 행운입니다.”

시간이 없다는 A씨의 말을 무시한 채 2명의 여성은 자신들이 공부하는 곳으로 잠깐 가서 이야기 좀 나누자며 A씨를 군자역으로 끌고 갔다.

“관상이 좋아 보여”
진화하는 포교행위

도착해보니 가정집 같이 생긴 건물 제일 위층에 이들이 말하는 공부방이 위치해 있었다. 방은 허름했고 각 방마다 자물쇠 장치가 있었다.

이내 한 명의 여성이 A씨를 방으로 안내하더니 “공덕을 드리기 위해선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가진 돈 얼마나 있으세요?”라고 물었다.

A씨가 5만원 밖에 없다고 답하자 이 여성은 “공덕을 드리려면 10만원은 줘야 하는데, 일단은 5만원부터 주세요”라고 말했다. 순간 무언가 잘못 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A씨는 도망치듯 그 건물을 빠져나왔다.

A씨는 “그 곳에서 도망친 후에 그들이 엄청난 사이비종교집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인터넷과 카페들을 찾아보니 이 종교의 피해자들이 엄청 많고, 피해자들의 글을 읽어보니 심지어 세뇌시키기 위해 ‘환청약’을 주는 곳까지 있더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해당 종교에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모임인 D카페는 회원수만 2천여명에 이른다. 이곳에서 또 다른 피해 사례를 엿볼 수 있었다.

B씨는 “지금까지 모두 세 번이나 만났는데 수법이 모두 달랐다”며 끔찍한 기억을 털어놨다.

처음 B씨가 이들과 만난 것은 지난 2009년 겨울. “도를 아십니까”라고 접근해 집 근처까지 따라오고 반복해서 찾아오는 등 끈질기게 굴었다. 그러나 당시 ‘도를 아십니까’라며 접근해 오는 사람들이 논란이 되자 이들은 수법을 바꿨다.

2010년 겨울방학이던 어느 날 B씨는 시내에 나갔다 또 한 번 이들과 마주쳤다. 남자와 여자는 B씨에게 “공부하는 사람들인데 물어 볼 것이 있다”며 접근해왔고, B씨를 자신들의 연락소로 데리고 간 뒤 ‘조상에게 치성을 드려야 한다.’ ‘머리가 무겁고 어깨가 무거워 보이는데 힘들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아라.’ ‘정성을 들여야 하는데 정성껏 돈을 내라’라며 본격적인 속내를 드러냈다.

세 번째는 평소 연락하고 지내지 않던 고등학교 친구의 연락이었다. 갑작스레 전화가 와서 안부를 묻기에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 만남을 제의해왔고, B씨는 별 의심 없이 약속장소에 나갔다.

이야기를 나눈 뒤 친구가 B씨를 데리고 간 곳은 해당 종교의 연락소였다. B씨의 친구는 “조상의 업보와 전생에 네가 지었던 죄를 모두 없애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성을 드려야 한다”며 B씨를 독촉했고, 돈이 없으면 남의 돈을 빌려서라도 내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적게는 몇 만원부터 많게는 몇 억까지 피해를 봤다는 이야기, 해당종교에 빠져 10년간 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의 이야기, 길거리에서 말을 걸어오자 외면했더니 덩치 큰 남성으로부터 납치당할 뻔 했다는 이야기 등이 있었다.  

‘포덕꾼’의 눈물
‘포덕꾼 가족’의 피눈물

또 자신이 과거 포덕행위를 하여 사람들을 입소시킨 장본인이었다고 밝힌 이도 있었다.

당시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고 어려워진 상황에서 해당종교에 발을 들이게 됐다는 C씨. 신도로 활동하던 중 책임자 격인 선감으로부터 포덕을 제의받았다.

포덕은 한마디로 ‘사람 데려오기’를 뜻한다. 해당 종교에서는 이 사람 데려오기를 복을 짓는데 있어 가장 큰 복이라고 칭한다. 포덕을 많이 하면 할수록 조상을 빨리 천도시키고, 나중에 지상천국을 가는데 가장 큰 복이라고 설정해놨기 때문이다.

C씨는 ‘집에서 짐을 챙겨 나와라, 성금도 모셔야 한다, 그래야 집이 편안해 진다’는 선감의 말에 동생에게 없는 말을 지어내 돈을 마련해 성금으로 냈고, 이후 울산으로 내려가서 1년 정도 포덕활동을 했다. 

물질적·정신적 피해뿐만 아니라 폭력, 실종 등 인명 피해까지 낳아
종교 포교활동 자체 대응 “적극 부정, 솔깃한 유혹 현혹되지 말아야”

C씨는 “그곳 생활하면서 예전에는 몰랐던 구타와, 갈취가 팽배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점점 심해졌고 회의가 느껴져 2번 정도 도망을 쳤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길목에는 항상 그들이 버티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7월에는 탈퇴의사를 밝힌 여신도를 집단으로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D씨는 미술대학 재학 중 종교단체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준다는 꾐에 넘어가 집에서 온갖 명목으로 5000만원 가까운 돈을 갖다 바치고, 급기야 가출하여 그들의 연락소에서 생활했다.

그러던 중 해당 종교의 교리와 체계에 회의를 품고 탈퇴하기로 마음먹었다. “포덕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미칠 것 같아서 터질 것 같고, 정말 죽고 싶고 살아서 여길 안 내보내주면 죽어서라도 나가고 싶다”라는 문자를 선감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그 문자가 계기가 되어 그들은 D씨를 며칠간 굶기고 둔기 등으로 때려 숨지게 했다.

D씨의 엄마는 “어린 여학생을 유혹해 가출하게 하고, 거리 포덕을 시키고, 부모를 기망하여 돈을 가져오게 하고, 고액 대출을 받아 치성금을 내게 하더니 탈퇴하겠다고 하니 죽을 때까지 때렸다”며 “이 살인단체를 벌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해당 사이비종교는 길거리 포덕으로 낚시질을 하여 선량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금전 갈취를 하고 그 과정에서 인권유린 행위를 일삼으며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지만, 포덕을 하는 이들도 같은 피해자일 수 있다”라며 “이들은 어처구니없게도 사이비 종교의 기망과 세뇌에 의해 자신의 의지를 조종당해 집을 나가 합숙생활을 하고 사람을 데려오는 등의 일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집에서 내놓은 자식, 아이를 두고 나간 엄마 혹은 아내 그리고 아빠가 생기는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사이비종교 피해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관계기관에서는 별다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이들 종교단체의 포교활동에 대한 자체 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

사이비종교단체의 포교활동에 대한 사전인지를 통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2인 1조로 활동하며 20~30대 젊은 층을 표적으로 삼는다. 피해자들은 포교인의 접근방법에 일정한 유형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취업, 건강, 성적 등 대상자의 고민거리를 지적해 집중하게 만드는 유형, “근처의 건물을 어떻게 가는냐”고 물으면서 접근하는 유형, “기운이 강하다” “복이 많다”며 접근하는 막무가내형, 또는 아파트나 빌라 등 집을 돌아다니며 “수도원에서 왔다. 물 한잔만 달라”는 유형 등이다. 

첫 발 안 들이는 게 중요
유혹에 현혹되지 말아야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사이비종교 포교활동이라고 의심될 경우 적극적인 부정 의사를 표시한 뒤 즉시 그 자리에서 빠져 나올 것을 주문했다.

종교피해고발센터 관계자는 “사이비 종교의 피해는 물질적·정신적 피해뿐만 아니라 폭력, 실종 등 인명 피해가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의심되는 초반에 빠져나오지 못하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 관계자는 “하루에 사이비 종교 피해 관련 문의가 수 십건씩 접수되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 외에 수를 고려해보면 피해자 수는 어마어마할 것이다”라며 “현재로서는 사이비종교 단체의 접근방법, 교리 등을 사전에 인지해 포교인이 접근 시 피하는 게 현실적인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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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