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 ‘길거리유혹 남녀’ 따라갔다 패가망신한 사연

  • 강의지 yeeji83@ilyosisa.co.kr
  • 등록 2012.04.04 17: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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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안 내보내주면 죽어서라도 나가고 싶다”

[일요시사=강의지 기자] 계절에 상관없이 인파로 붐비는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관상이 좋아 보이는데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어요?”, “도(道)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십니까?”라는 말들로 접근해 오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사람이 많이 붐비는 지하철역 부근에서도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학 개강식과 맞물려 대학교 캠퍼스, 학원가 등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왜 자신들이 소속된 종교도 떳떳이 밝히지 못하면서 이런 무차별적인 포교행위를 벌이고 있는 것일까. 혼탁한 세상의 틈을 비집고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사이비종교. 이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피해사례’를 중심으로 집중 취재해봤다.

사이비종교 피해자카페 늘어…피해호소 마지막 절규하는 사람들
최근엔 강제 납치 · 입소 후 세뇌시키기 위해 ‘환청약’ 주는 곳도

A씨는 잠실역에서 운전면허학원 수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낯선 여자 2명과 마주쳤다. 그들은 A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관상이 좋아 보이는데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A씨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2명의 여성은 담고 있던 말들을 쏟아냈다. “복이 참 많아보이시는데 공덕을 드리면 액운이 떨어지고 집안에 복이 많이 옵니다.” “우리와 만난 것은 앞으로 액운을 막을 수 있으니 님에겐 행운입니다.”

시간이 없다는 A씨의 말을 무시한 채 2명의 여성은 자신들이 공부하는 곳으로 잠깐 가서 이야기 좀 나누자며 A씨를 군자역으로 끌고 갔다.

“관상이 좋아 보여”
진화하는 포교행위


도착해보니 가정집 같이 생긴 건물 제일 위층에 이들이 말하는 공부방이 위치해 있었다. 방은 허름했고 각 방마다 자물쇠 장치가 있었다.

이내 한 명의 여성이 A씨를 방으로 안내하더니 “공덕을 드리기 위해선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가진 돈 얼마나 있으세요?”라고 물었다.

A씨가 5만원 밖에 없다고 답하자 이 여성은 “공덕을 드리려면 10만원은 줘야 하는데, 일단은 5만원부터 주세요”라고 말했다. 순간 무언가 잘못 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A씨는 도망치듯 그 건물을 빠져나왔다.

A씨는 “그 곳에서 도망친 후에 그들이 엄청난 사이비종교집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인터넷과 카페들을 찾아보니 이 종교의 피해자들이 엄청 많고, 피해자들의 글을 읽어보니 심지어 세뇌시키기 위해 ‘환청약’을 주는 곳까지 있더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해당 종교에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모임인 D카페는 회원수만 2천여명에 이른다. 이곳에서 또 다른 피해 사례를 엿볼 수 있었다.

B씨는 “지금까지 모두 세 번이나 만났는데 수법이 모두 달랐다”며 끔찍한 기억을 털어놨다.

처음 B씨가 이들과 만난 것은 지난 2009년 겨울. “도를 아십니까”라고 접근해 집 근처까지 따라오고 반복해서 찾아오는 등 끈질기게 굴었다. 그러나 당시 ‘도를 아십니까’라며 접근해 오는 사람들이 논란이 되자 이들은 수법을 바꿨다.


2010년 겨울방학이던 어느 날 B씨는 시내에 나갔다 또 한 번 이들과 마주쳤다. 남자와 여자는 B씨에게 “공부하는 사람들인데 물어 볼 것이 있다”며 접근해왔고, B씨를 자신들의 연락소로 데리고 간 뒤 ‘조상에게 치성을 드려야 한다.’ ‘머리가 무겁고 어깨가 무거워 보이는데 힘들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아라.’ ‘정성을 들여야 하는데 정성껏 돈을 내라’라며 본격적인 속내를 드러냈다.

세 번째는 평소 연락하고 지내지 않던 고등학교 친구의 연락이었다. 갑작스레 전화가 와서 안부를 묻기에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 만남을 제의해왔고, B씨는 별 의심 없이 약속장소에 나갔다.

이야기를 나눈 뒤 친구가 B씨를 데리고 간 곳은 해당 종교의 연락소였다. B씨의 친구는 “조상의 업보와 전생에 네가 지었던 죄를 모두 없애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성을 드려야 한다”며 B씨를 독촉했고, 돈이 없으면 남의 돈을 빌려서라도 내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적게는 몇 만원부터 많게는 몇 억까지 피해를 봤다는 이야기, 해당종교에 빠져 10년간 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의 이야기, 길거리에서 말을 걸어오자 외면했더니 덩치 큰 남성으로부터 납치당할 뻔 했다는 이야기 등이 있었다.  

‘포덕꾼’의 눈물
‘포덕꾼 가족’의 피눈물

또 자신이 과거 포덕행위를 하여 사람들을 입소시킨 장본인이었다고 밝힌 이도 있었다.

당시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고 어려워진 상황에서 해당종교에 발을 들이게 됐다는 C씨. 신도로 활동하던 중 책임자 격인 선감으로부터 포덕을 제의받았다.

포덕은 한마디로 ‘사람 데려오기’를 뜻한다. 해당 종교에서는 이 사람 데려오기를 복을 짓는데 있어 가장 큰 복이라고 칭한다. 포덕을 많이 하면 할수록 조상을 빨리 천도시키고, 나중에 지상천국을 가는데 가장 큰 복이라고 설정해놨기 때문이다.

C씨는 ‘집에서 짐을 챙겨 나와라, 성금도 모셔야 한다, 그래야 집이 편안해 진다’는 선감의 말에 동생에게 없는 말을 지어내 돈을 마련해 성금으로 냈고, 이후 울산으로 내려가서 1년 정도 포덕활동을 했다. 

물질적·정신적 피해뿐만 아니라 폭력, 실종 등 인명 피해까지 낳아
종교 포교활동 자체 대응 “적극 부정, 솔깃한 유혹 현혹되지 말아야”

C씨는 “그곳 생활하면서 예전에는 몰랐던 구타와, 갈취가 팽배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점점 심해졌고 회의가 느껴져 2번 정도 도망을 쳤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길목에는 항상 그들이 버티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7월에는 탈퇴의사를 밝힌 여신도를 집단으로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D씨는 미술대학 재학 중 종교단체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준다는 꾐에 넘어가 집에서 온갖 명목으로 5000만원 가까운 돈을 갖다 바치고, 급기야 가출하여 그들의 연락소에서 생활했다.

그러던 중 해당 종교의 교리와 체계에 회의를 품고 탈퇴하기로 마음먹었다. “포덕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미칠 것 같아서 터질 것 같고, 정말 죽고 싶고 살아서 여길 안 내보내주면 죽어서라도 나가고 싶다”라는 문자를 선감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그 문자가 계기가 되어 그들은 D씨를 며칠간 굶기고 둔기 등으로 때려 숨지게 했다.

D씨의 엄마는 “어린 여학생을 유혹해 가출하게 하고, 거리 포덕을 시키고, 부모를 기망하여 돈을 가져오게 하고, 고액 대출을 받아 치성금을 내게 하더니 탈퇴하겠다고 하니 죽을 때까지 때렸다”며 “이 살인단체를 벌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해당 사이비종교는 길거리 포덕으로 낚시질을 하여 선량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금전 갈취를 하고 그 과정에서 인권유린 행위를 일삼으며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지만, 포덕을 하는 이들도 같은 피해자일 수 있다”라며 “이들은 어처구니없게도 사이비 종교의 기망과 세뇌에 의해 자신의 의지를 조종당해 집을 나가 합숙생활을 하고 사람을 데려오는 등의 일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집에서 내놓은 자식, 아이를 두고 나간 엄마 혹은 아내 그리고 아빠가 생기는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사이비종교 피해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관계기관에서는 별다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이들 종교단체의 포교활동에 대한 자체 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

사이비종교단체의 포교활동에 대한 사전인지를 통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2인 1조로 활동하며 20~30대 젊은 층을 표적으로 삼는다. 피해자들은 포교인의 접근방법에 일정한 유형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취업, 건강, 성적 등 대상자의 고민거리를 지적해 집중하게 만드는 유형, “근처의 건물을 어떻게 가는냐”고 물으면서 접근하는 유형, “기운이 강하다” “복이 많다”며 접근하는 막무가내형, 또는 아파트나 빌라 등 집을 돌아다니며 “수도원에서 왔다. 물 한잔만 달라”는 유형 등이다. 


첫 발 안 들이는 게 중요
유혹에 현혹되지 말아야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사이비종교 포교활동이라고 의심될 경우 적극적인 부정 의사를 표시한 뒤 즉시 그 자리에서 빠져 나올 것을 주문했다.

종교피해고발센터 관계자는 “사이비 종교의 피해는 물질적·정신적 피해뿐만 아니라 폭력, 실종 등 인명 피해가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의심되는 초반에 빠져나오지 못하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 관계자는 “하루에 사이비 종교 피해 관련 문의가 수 십건씩 접수되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 외에 수를 고려해보면 피해자 수는 어마어마할 것이다”라며 “현재로서는 사이비종교 단체의 접근방법, 교리 등을 사전에 인지해 포교인이 접근 시 피하는 게 현실적인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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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