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급부상하는 까닭

  • 정혜경 jhk@ilyosisa.co.kr
  • 등록 2012.03.28 09:23:26
  • 댓글 0개

‘글로벌 로드’ 위 무서운 질주 “세계를 유혹하다!”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최근 몇 년 새 ‘글로벌 로드’를 달리는 현대·기아차의 질주가 무섭다. 기술력은 이미 해외 유명 업체들과 어깨를 견줄만한 정도. 세계 유수의 자동차 전문기관들도 현대·기아차의 상품성에 갈채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TOP 자동차 기업이 되기에는 아직까지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현대·기아차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 효과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세계 정상급 인사들에게 의전차량 제공해 주목
골프·테니스·축구·스키 등 스포츠 행사 공식후원

광고효과가 초당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미식축구 결승전인 2012 슈퍼볼 경기에서 현대·기아차는 이색적인 광고를 선보이며 세계인들의 주목을 끌었다. 특히 기아차의 K5(현지명 옵티마) 광고는 미국 자동차 전문 사이트 ‘카스닷컴’에서 발표한 2012 슈퍼볼 자동차 광고 순위에서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한 크라이슬러의 기업광고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이후 기아차 홈페이지를 비롯한 각종 사이트에서 K5에 대한 검색이 폭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는 곧바로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2월에만 1만1558대를 판매하며 전월대비 31.1% 증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49.7% 증가했다. 전 세계 1억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방송된 광고를 통해 판매량이 증가한 것은 물론, 그 보다 더욱 큰 소득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인지도를 제고했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수년간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과 자동차 전문 단체로부터 우수한 상품성을 인정받아 오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는 벤츠나 BMW, 폭스바겐 등에 비해 뒤쳐지는 게 사실이었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지난 2~3년간 다양한 국제적 행사와 대형 스포츠 대회 등을 통해서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현대·기아차는 이제 과거 세계 시장에서 ‘값싼 브랜드’로 인식되던 ‘낙인’을 떨쳐내고 글로벌 메이커들과 겨룰 수 있는 ‘거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탑클래스’에 걸맞은
‘탑클래스 차’ 제공해


현대·기아차는 지난 3월5일 코엑스(서울 강남구 삼성도 소재)에서 조희용 핵안보정상회의준비기획단 부단장 및 김충호 현대차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핵안보정상회의 차량전달식을 가졌다.

현대·기아차는 이날 전달식을 통해서 세계 각국의 정상들의 의전 및 경호를 위한 차량으로 현대차의 플래그십 차량인 에쿠스 리무진을 비롯하여 에쿠스 세단, 스타렉스, 모하비 등 총 262대의 차량을 지원하고, 이에 더하여 전문 정비인력 70여 명으로 구성된 ‘정비지원단’을 운영할 것을 약속했다.

‘핵 안보 정상회의’는 전세계 50여 국가의 정상들과 국제기구 대표들이 모여 ‘핵 없는 세상’이라는 세계평화를 위한 핵심 과제 달성을 위한 해법을 논의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정상회의로, 2010년 미국에서 개최된 이래 두 번째로 개최되는 국가의 중요한 행사인 만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위상을 확인시켜 줄 수 있는 자리인 동시에 각국 정상들을 통해 전 세계에 현대·기아차의 우수한 상품성을 알릴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조희용 부단장은 “국내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현대·기아차에서 58명의 정상이 참석하는 국제안보 분야의 최대 정상회의인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차량을 협찬해 준 것은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행사에 대한민국 브랜드인 현대·기아차의 차량이 이용된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충호 현대차 사장 역시 “이번 핵안보정상회의 차량 협찬을 통해 각국 정상들에게 현대·기아차의 높은 품질과 제품력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 산업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이번 챠량지원에 대해서 큰 의미를 부여했다.

국가 정상에 대한 현대·기아차의 차량 제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G20 정상회의’ 및 2011년 ‘G20 국회의장회의’에서도 의전 및 경호용 차량으로 에쿠스 리무진 등 각각 172대와 30대를 협찬한 바 있다. 지난 2010년에도 10월에는 북미 3개 지역(시애틀 공관, 애틀랜타 공관, 샌프란시스코 공관) 해외공관장에게 업무용 차량으로 에쿠스를 공급했다. 앞서 6월에는 ‘한-중미 통합체제 정상회담’에서 중미 10개국 정상들에게 제네시스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대·기아차는 최근 3년간 개최되는 대한민국 최고의 국제 행사에 차량을 지원함으로써 전 세계를 대상으로 현대·기아차의 상품성을 입증하고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국제 문화행사·스포츠 대회
후원해 세계인 이목 집중


현대·기아차는 각종 국제적인 행사에도 차량지원을 통해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있다. 최근 세련되고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다양한 문화행사와 스포츠 대회에서 모습을 드러내 세계적인 셀러브리티들에게도 그 매력을 호소하고 있다.

2010년 2월에는 ‘디자인 기아’가 ‘세계 디자인 수도’임을 자부하는 서울시와 MOU를 체결하고 ‘세계 디자인 도시 서미트(sumit)’에 차량을 지원하여, 행사에 참석하는 세계 17개국 31개 도시의 시장들과 디자인 전문가들에게 기아차의 대형세단 K7과 오피러스를 제공하여 기아차만의 디자인 매력을 뽐냈다.

현대차도 2010년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미술 축제인 ‘2010 한국 국제 아트 페어’를 공식 후원해 전 세계 16개국 193개 갤러리의 주요 문화예술계 VIP들의 편의를 위해서 에쿠스와 제네시스, 베라크루즈를 의전 차량으로 운영하여 현대차의 문화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제고했다.

또한 현대차는 2010년 볼쇼이, 마린스키 극장과 더불어 러시아 3대 극장으로 손꼽히는 노보시비르스크 국립오페라단이 러시아 최고의 오페라로 인정받은 <프린스 이고르> 내한 공연시 의전차량으로 제네시스를 제공하여 세계적인 극단의 품격에 어울리는 현대차의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의 우수한 상품성과 품격을 알릴 수 있었다.

문화·예술인에 차량 지원해 문화기업 프리미엄     
각종 친환경 행사에 하이브리드 차 지원 눈길

기아차 역시 2011년 ‘시네마 천국’의 작곡가로 유명한 세계적인 영화음악 작곡가인 엔니오 모리꼬네의 ‘데뷔 50주년 기념 내한공연’에 의전차량으로 K7을 제공하여 뛰어난 성능과 디자인을 체험할 수 있게 했으며, 러시아 상트 페테부르크 아이스발레단·소프라노 조수미 등 세계최정상급의 문화?예술인사들에게 의전차량을 지원해 문화기업으로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높여왔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스포츠 행사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유러피언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미 PGA 개막전·2010년 호주 마스터즈 골프대회 등 다양한 국제 골프대회를 지속적으로 후원하여 고급적인 이미지를 호소하고 있으며, 기아차는 세계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를 2002년부터 공식 후원함으로써 기아차만의 역동적인(Dynamic)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세계의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 중 하나인 축구대회에도 다양한 스폰서십으로 참여하여 전 세계에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2011년에는 기아차가 ‘2011 코파아메리카’ 및 ‘유럽청소년 축구대회’를 후원했으며, 현대차는 ‘2011 독일여자월드컵’에 후원사로 참여하여 의전용 차량 등을 제공하는 등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다시 한 번 현대·기아차의 브랜드를 알렸으며, 2014년부터·2022년 월드컵까지 3회의 월드컵 대회를 포함해 국제축구연맹(FIFA)의 최상위 후원사로서 FIFA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 자동차 부문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2011년 국제스키연맹이 주관하는 스키점프대회에 현대차가 후원사로 참여했으며, 201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유니버스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현대·기아차의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친환경 차량 지원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

현대·기아차는 최근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에 대한 글로벌 이슈가 강조됨에 따라 친환경차량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우수한 기술력을 자랑하고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아차는 올해 6월 브라질에서 개최되는 ‘2012 세계 환경의 날’ 행사에 차량을 지원하는 협약을 2월에 체결하고, K5 하이브리드를 비롯한 5대의 차량을 기부하기로 했다. 특히, K5 하이브리드와 프라이드는 고연비를 통한 경제성은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량최소화로 환경부로부터 탄소성적표지 인증을 획득해 친환경성까지 갖춘 기아차의 대표 친환경 모델로서 이번 행사의 취지와 특히 잘 부합해 전달 차량으로 선정됐다.

현대차 역시 친환경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서 2010년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환경회의인 ‘환경을 위한 글로벌기업 정상회의(B4E)’에 친환경 차량을 지원하여 현대차의 친환경 기술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널리고 친환경 선도기업 이미지도 제고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2011년에는 덴마크 등 북유럽 4개국에서 수소연료전지차 시범운행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현대·기아차는 오지 진료가 가능한 현지 맞춤형 차량을 개발해 작년 7월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5개국에 10대의 모바일 클리닉 진료 차량을 제공했다. 이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009년부터 저개발국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으로서, 세계 각지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며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제 현대·기아차는 대한민국만의 브랜드가 아니라, 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세계 최고의 자동차 메이커가 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이고 현대·기아차만의 프리미엄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적인 활동을 지원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서비스를 통해서 고객감동을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