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트랜스젠더를 아시나요?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3.29 08: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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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이고 싶은 반쪽 여자, 그녀들은 아름다웠다

[일요시사 = 한종해 기자]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가 최근 방송에 출연해 "자궁이식이 성공했으면 좋겠다. '하리수 임신'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일에는 하리수가 운영하는 트랜스젠더클럽에서 '네오젠더쇼' 콘서트를 열고 트랜스젠더들의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마음고생도 많이 했을 텐데 항상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준다" "아름답다"는 등 호평을 늘어놨다. 트랜스젠더가 우리 사회의 양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 거부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무조건 비난부터 하는 사람들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음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트랜스젠더들이 대다수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사회적인 차별도 받고 있다. <일요시사>가 트랜스젠더들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기자는 먼저 트랜스젠더를 만나기 위해 성적소수자들이 많이 모인다는 한 사이트를 찾았다. 지난달 게이문화 탐방을 위해 가입해 놓은 아이디로 로그인을 하고 이번에는 트랜스젠더 게시판을 클릭했다. 게시판에는 호르몬제를 구한다는 내용의 글과 만남을 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만남을 원하는 글 대부분에는 그들의, 아니 그녀들의 얼굴과 몸매 사진이 함께 게시되어 있었으며, 휴대폰 번호도 서슴없이 공개하고 있었다.

남자가 되고픈 여자
여자가 되고픈 남자

그런데 게시판에는 기자가 알 수 없는 생소한 단어들도 가득했다. '대전 씨디, 쉬멜 찾아요' '전 바이이고 여친있어요. 쉬멜분들과 친해지고 싶어요 등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가 수두룩했다. 이에 기자는 1:1대화 게시판을 통해 한 트랜스젠더에게 대화를 신청해보기로 했다.

대화를 신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화창이 열렸다. 기자는 먼저 이성애자임을 밝히고 취재 중임을 알렸다. 그러자 이 트랜스젠더는 '알고 있다'는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회원정보를 보면 접속지역과 나이 성별, 이성애자, 동성애자 유무를 알 수 있어요. 대화 수락을 한 이유는 일반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고 싶어서예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현재 우리 사회에서 알려진 동성애자들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는 잘못되어 있다는 사실을 금세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트랜스젠더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장을 한 모든 남자' 혹은 '남자인데 여자로 수술을 한 남자'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달랐다.

트랜스젠더는 '남자 혹은 여자의 몸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자신의 신체와 반대되는 성을 정체성으로 갖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는 남자가 여자로 성전환수술을 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여자가 남자로 성전환수술을 한 사람들도 트랜스젠더라고 부른다는 것.

이 여성은 이어 여러 가지 용어에 대해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여기서라도 여자(?)이고 싶어" 허락되지 않은 그들
"예쁘다는 말 가장 좋아해…남자 아닌 여자로 봐달라"

"CD는 Cross Dresser의 줄임말로 이성복장을 함으로 인해 만족감을 얻는 사람을 지칭해요. 비슷한 말로 TV가 있는데요. 이는 이성의 복장을 함으로 인해 성적인 만족감을 얻는 사람을 말해요. CD는 순수한 만족감, TV는 성적인 만족감이죠. 그리고 바이는 Bi-sexual의 줄임말이에요. 말 그대로 이성과 동성 모두에게 성지향성이 있는 사람을 말하죠. 쉽게 말하면 바이는 자신의 성 지향성을 발견하기 전에 거치는 과정이라고 보면 돼요."

기자는 쉬멜에 대해서도 물었다.

"쉬멜(shemale)은 원래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여성이 되기 위해 가슴수술을 해 양성을 가지고 있는 수술이 덜 된 트랜스젠더를 칭하는 말이에요. 추가로 설명하자면 게이는 남자가 남자를, 레즈비언은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트랜스젠더에도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가 있을 수도 있어요."


대화를 나누는 내내 이 여성은 기자를 만나고 싶어 했다. 더 많은 정보를 알리고 싶다는 것. 기자는 그녀와 약속날짜와 시간, 장소를 잡고 대화창을 빠져나왔다. 용어도 알았고 인터뷰도 잡았으니 이제 현장으로 이동해야 했다. 기자는 소수민족들의 놀이터인 이태원을 찾기로 했다.

지난 19일 저녁 10시께 기자는 이태원 유흥문화에 통달한 지인과 함께 외국인과 젊은이들의 거리 이태원을 찾았다. 이태원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트랜스젠더 바가 있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 바는 골목 곳곳에 한글로 '트랜스' 혹은 영어로 'trans'라고 적힌 간판과 함께 퍼져있었다. 바 입구에서는 여자보다 더 여자 같은 트랜스젠더들이 버젓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이태원 트랜스젠더 바 중 가장 잘 놀기로 유명한 A트랜스젠더 바를 찾았다. 30대 초반인 지인은 이곳을 들어가는 기자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처음에는 트랜스젠더들이 야릇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게 이상한 기분이 들 거예요.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자신의 성정체성에 의심을 가질지도 몰라요. 그리고 그녀들은 '예쁘다'라는 말을 가장 좋아해요."

알고 있었지만
어색한 분위기

기자는 지인이 건넨 말 중 '예쁘다'라는 단어만 머릿속에 기억한 채 A트랜스젠더 바의 문을 열었다. 기자는 순간 "일반 바를 찾아 들어온 게 아닐까?" 의심도 했다. 하지만 간판에는 분명 '트랜스'라는 단어가 크게 적혀있었다.

들어가는 순간의 느낌은 일반 룸살롱과 다를 게 없었다. 무대 중앙에는 몇몇 트랜스젠더들이 춤과 무용 등의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이른 시간인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은 그리 많지 않았다.

기자는 지인과 함께 일반적인 바와 같이 둥글고 긴 테이블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지인이 손을 들어 한 접대부를 불렀다. 접대부는 속이 훤히 비치는 짧은 드레스를 입고 테이블로 다가와 주문을 받기 위해 쭈그려 앉았다. 벌어진 치마사이로 여성의 중요부위가 보였다. 

"오빠, 오랜만이네, 뭘 주문하시겠어요?"

조각해 놓은 것 같은 가슴과 긴 머리, 겉모습은 영락없는 여자였지만 목소리에서 묻어나오는 약간의 걸걸함은 남아있었다. 기자가 이 바에 입장하기 전 지인이 건넨 말이 그제야 생각났다. 물론 이들이 성전환수술을 한 여자, 즉 남자였던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이 같은 분위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여자보다 예쁘다는 이유로
어린시절 당한 성폭행

어색해하는 기자를 알아챈 걸까? 테이블 옆의 그녀는 기자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처음 오셨나보네. 그냥 편하게 놀다가요. 분위기가 좀 그러면 룸으로 옮길까요?"

손님들 중 이들과 좀 더 사적인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룸이 제공됐다. 기자도 지인과 눈빛을 주고받은 뒤 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단 주문을 하기 위해 메뉴판을 펼쳤다. 가격은 약간 비싼 편이었다. 35만원짜리 양주 500ml 세트를 시켰고 접대부가 나가자 본격적으로 룸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룸 중앙에는 노래방기기가 설치돼 있었으며 타원형의 테이블 주변으로 푹신한 쇼파가 위치해 있었다. 일반 룸살롱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어느새 의상을 갈아입은 트랜스젠더들이 다가왔다. 자신을 '마담'이라고 소개한 은희(40)는 얼굴과 몸을 모두 성형한 완전한 여성이었다. 또 다른 여성은 아롱(28)이라고 했다. 아주 깡마른 몸매의 아롱 역시 전신성형으로 여성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술과 안주를 들고 들어온 여성은 아주 앳된 모습의 유미(23)였다. 그녀는 아직 수술을 다 마치지 못해 양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우리 팀이 오늘의 첫 룸 개시 손님이었다. 기자가 "트랜스젠더 바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 찾아왔다"고 말하자 마담 은희씨가 화제를 이끌었다.

"오늘 놀아보면 알거에요. 그쪽은 맨 정신으로는 아무것도 못 하니까 술부터 마셔요."

쉬멜, CD, 바이…뭔지 아세요? 트랜스젠더 24시
얼굴·몸매 모두 여자, 숨길 수 없는 걸걸한 목소리


부담감이 생기긴 했지만 곧 술잔이 오고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옆에 앉아 있던 트랜스젠더들이 한 명씩 겉옷을 벗기 시작했다. 노출에 대해서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가슴은 거의 노출돼 유두가 보였고 등과 엉덩이 노출은 기본이었다.

자리가 술자리인 만큼 솔직한 대화도 주고받았다. 유미씨는 2년 전 일본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고아라는 그녀는 연거푸 술을 들이키더니 어려서부터 매우 힘들게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고아원에 갔다가 일본으로 입양됐어요. 어렸을 때부터 '여자보다 예쁘다'는 소리를 들어왔고 저도 제가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제 오빠가 저를 성폭행했고 '부모님께 알리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어요. 그래서 집을 뛰쳐나왔고 부모님을 찾기 위해 한국에 와서 지금 돈을 벌고 있네요. 완전한 여성이 되면 부모님을 찾을 거예요."

하소연을 하며 눈물을 보이자 순간 술자리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기자는 축 처진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그래도 정말 여자보다 더 예쁘다"는 말을 건넸다. 말을 꺼낼 때는 어색했지만 그녀들이 예쁜 것은 사실이었다. 그 말을 들은 아롱씨가 밝은 얼굴로 얘기를 시작했다.

"그래도 저희는 나은 편이에요. 워낙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트랜스젠더들이 많기 때문에 그나마 바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행운이죠. 제가 아는 트랜스젠더들 중 일부는 성매매에 종사하기도 해요. 물론 생계는 어느 정도 해결되겠지만 수치심, 열등감에 매일 밤 몸서리치고 일반 성매매 여성들이 느끼는 자괴감과 거의 동일한 기분을 느껴요."

기자는 슬쩍 "그들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유사성매매 업소에도 있고 프리랜서식 성매매도 있어요. 인터넷 사이트 같은 데서 즉석만남을 하는 식이죠.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은 남산타워 인근이에요. 그런데 대부분 남산타워에 있는 언니들은 나이가 들어서 일선에서 밀려난 경우가 많아요. 그래도 남산 근처에 트랜스젠더가 있다는 소문이 나서 찾아와주는 남성들 덕에 먹고사는 거죠. 그마저도 없다면 그들은 더욱 힘들었을 거예요."

취재 내내 씁쓸
현실과의 괴리

한창 대화를 나누던 중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다. 단골손님인 듯 기자 테이블에서 술을 먹던 은희씨가 달려 나가 그들을 반갑게 맞았다. 어느덧 시간은 자정 무렵. 슬슬 일어나야 했다.

르포 취재를 하면서 이번처럼 씁쓸했던 기분은 처음이었다. 성적 소수자들도 분명 하나의 인간인데 떳떳하게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고 변변한 직업조차 가지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많이 완화됐다곤 하지만 아직도 음지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을 보니 아직 현실과의 괴리가 느껴졌다.


<미니인터뷰> 트랜스젠더 미미 "좋은 남자 만나 행복하게 살고 싶다"

지난 20일 오전 10시, 기자는 전날 성적소수자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만난 트랜스젠더를 만나기 위해 이태원의 한 커피숍을 찾았다. 커피를 한 잔 사들고 질문내용을 정리하는 사이 기자의 휴대폰이 10초 가량 울리다가 끊어졌다. 수신 내역을 확인하는 동안 피곤해 보이는 한 남성이 아니, 여성이 기자의 맞은편에 앉았다.

짙은 화장을 했고 한껏 멋을 냈지만 남성의 모습을 숨길 수 없었다. 지난 19일 저녁 이태원 트랜스젠더 바에서 만났던 여성들과는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가슴은 나와 있었지만 떡 벌어진 어깨와 다리 근육은 굳이 말하자면 여자보다는 남자였다.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그녀는 주민등록증을 보여줬다. 올해 30세의 김모씨였으며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는 2로 시작됐다. 김씨는 자신을 미미라고 불러달라고 말했다. 기자는 미미씨와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많이 피곤해 보인다. 밤새 일 했나?

-새벽 5시까지 남산 소월길에서 일했다. 한때는 트랜스젠더 바에서 일하기 위해 무척 애쓴 적도 있지만 나 같은 얼굴은 받아주지 않았다. 내가 너무 여자답지 않게 생겼기 때문이다. 여성으로 성을 바꾼 트랜스젠더가 트랜스젠더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보통 여자보다 더 여자다워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못생긴 주제에 성전환수술을 했냐고 질타하기도 한다. 컴퓨터를 전공해 관련 자격증만 7개지만 내가 일할만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생계를 꾸리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현재 어디에 살고 있나? 가족들은 없나?

-고시원을 전전하면서 산다. 운이 좋을 때는 손님이 여관방을 밤새 끊어주기도 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가족들과 여행도 다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내가 성전환수술을 하고 그들 앞에 나타났을 때 나는 더 이상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없었다. 가끔 어머니만 내가 있는 고시원을 찾는다.

▲자신이 여자라고 느껴졌을 때가 언제인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했고 집에 얘기조차 할 수 없었다.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결국 10년 전, 일본으로 건너가 성전환수술을 받았고 수술 직후 호적도 여자로 바꾸고 개명 변경도 법적으로 다 마쳤다. 비로소 완전한 여자가 됐다. 

▲트랜스젠더가 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는가?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여자로 살 수 있다는 행복감에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 여자로만 살 수 있다면 힘든 것은 우리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꿈이 무엇인가?

-평범한 여자로서의 삶이다. 좋은 남자 만나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싶다. 정말 좋은 남자 만나 좋은 가정을 꾸린 친구들이 많이 있다. 나도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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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