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기자도 솔깃했던 신종 '불법 다단계' 유혹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3.22 08: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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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억8000만원, 당신도 이룰 수 있습니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거마대학생' 사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허황된 꿈을 꾸는 대학생들이 그 덫에 걸려들고 있다. 불법 다단계업체가 신학기를 맞아 서울 송파구 거여동과 마천동 일대에서 또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 합숙이 문제되자 이젠 감시자를 붙여 찜질방으로 숙소를 옮기는 수법을 썼다. 미인계까지 등장했다. 고수익과 취업을 미끼로 학생을 유인해 강제로 물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하고 사이비종교에 버금가는 세뇌교육을 시키고 있는 한 불법 다단계업체를 <일요시사>가 잠입 취재했다.

봄철 신학기 맞아 다시 고개 드는 불법 다단계 유혹
취재 내내 달라붙었던 여 매니저, 기자 모텔로 유인

지난 13일 오후 2시 취재기자는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한 다단계업체의 실장이라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서울 송파구 거여역 인근의 한 커피숍을 찾았다. 가게 안은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은 남녀 2명을 제외하고는 손님이 아예 없었다. 기자는 그들에게 다가가 "혹시…"라고 말을 꺼냈다. 그들은 환한 얼굴로 기자를 맞더니 이내 자리에 앉을 것을 권유했다. 함께 있던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가더니 커피 한 잔을 들고 와 기자에게 건넸다. 남성이 소개를 시작했다.

늘씬한 여성 매니저
화려한 언변에 솔깃

"저는 ○○○○에서 영업총괄을 맡고 있는 김정환(가명)이라고 합니다. 옆은 영업사원 모집을 담당하는 신고은(가명) 매니저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취업준비생 000씨 맞으시죠?"

이들은 기자를 지방 모 사립대를 갓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와 일자리를 찾고 있는 취업준비생으로 알고 있었다. 어수룩한 표정으로 "맞다"고 하자 이들은 기자에게 부모님께 전화할 것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연신 기자가 "괜찮다. 알고 계신다"고 말을 해도 요지부동이었다.


"그래도 지방에 계시는 부모님은 걱정하실 겁니다. '잘 도착했다. 회사 쪽 사람 만났다'고 전화 한번 하세요."

'지방에서 온 걸로 알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하고 기자는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아니 전화를 거는 척하고 통화도 혼자 했다고 하는 게 맞겠다.

통화(?)를 끝내자 이들은 이상한 질문을 해대기 시작했다. 회사 홍보와는 전혀 상관없는 질문들이었다.

"서울에 아는 사람은 없어요? 요즘 결혼식도 많은데 예정되어 있는 지인 결혼식은 없나요? 집에는 별일 없죠?"

왜 이런 것을 물어보나 싶어 곰곰이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전에 혹시라도 신분을 의심할까 싶어 성실하게 대답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불법적 회사가 아니다'고 안심시키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실장 옆에 앉아있던 매니저 신씨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기자 옆자리로 옮겨 앉았다.

불법 다단계업체에서 미인계도 쓴다고 하는 말이 헛소문은 아니었다. 신씨는 한눈에 보기에도 호감이 가는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였다. 게다가 앉아 있을 때는 몰랐지만 아주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왜 이쪽으로 옮겨 앉느냐"고 묻는 것도 이상할 정도로 행동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신씨는 기자에게 찰싹 달라붙더니 회사 홍보를 하기 시작했다.

"00씨가 마트에서 1만원짜리 수박을 샀다고 가정할게요. 그런데 그 수박의 생산지 원가가 1000원이라면 9000원이라는 차액은 어디서 생겼을까요? 바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유통과정에서 생긴 비용이겠죠. 예를 들자면 운송·창고보관·광고 등 중간유통과정에서 비용이 늘어나는 거죠. 저희 회사에서는 이런 유통과정을 개개인이 담당해요. 회사 직원이 소비자 겸 판매자가 되는 거죠. 00씨가 회사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그 물건을 제3자에게 팔면 제3자는 제4자에게, 제4자는 제5자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식이에요. 그럼 당신은 중간 판매원이 되고 최종 판매원 여럿을 거느린 셈이죠."

종이에 이것저것 쓰고 그려가면서 설명을 하는데 미리 불법 다단계업체라는 사실을 알고 오지 않았다면 '혹'할 수도 있는 설명이었다. 신씨의 말은 너무도 그럴듯했다.

30여 분 동안 정신 차릴 새 없는 설명이 끝나고 이들은 기자를 사무실로 이끌었다. 사무실까지 이동하는 동안에도 신씨는 기자와 팔짱을 끼면서 회사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 거여역 인근 골목길을 따라 5분여를 걸었을까? 이들은 기자를 지상 5층짜리 건물로 안내했다. 응당 있어야만 하는 회사 간판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갔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10여 명의 직원들이 기자를 둘러싸더니 여기저기서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반가워요. ○○○씨(지인)친구분이죠? 말씀 많이 들었어요. 강의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요. 가방이랑 겉옷, 그리고 휴대폰은 제가 맡아 드릴게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기자는 20평 정도 되는 강의실에 앉아있었다. 가방과 겉옷은 누가 가져갔는지 알 수도 없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애써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20여 명의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뭔가를 작성하고 있었다. 김씨가 기자에게 한 장의 종이를 건넸다. A4용지 3장으로 이뤄진 종이는 나이, 군필 여부, 주소,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작성하는 부분부터 부모님의 직업, 월평균 소득, 주거형태, 보유자동차의 종류 등 초등학생 시절 작성했던 가정환경실태조사서를 연상케 했다.

다단계 아니라고?
속지마세요!

사실대로 적었다가는 당장 쫓겨나도 할 말이 없었기 때문에 이름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허위로 작성하고 제출했다. 주변 연수생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몸에 딱 붙는 투피스 정장을 입은 여성 강사가 들어왔다. 이 강사는 자신의 가방에서 소지품을 모두 책상위에 늘어놓더니 열띤 강의를 시작했다.

"기 있는 모든 물건들 가격을 합하면 1000만원이 넘을 겁니다. 저는 현재 32살 다이아몬드급 이사입니다. 일을 시작한지는 4년째, 초기 투자금 300만원, 현재 월수입 1500만원 이상입니다. 여기 모인 여러분들은 저보다 높은 곳에 오를 수 있습니다. 300만원이 너무 부담된다면 사측에서 저리로 자금을 융통해드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자금이 준비되면 여러분들에게 사측에서 판매하는 물건을 제공하고 여러분들은 그 물건을 팔아 또 다른 하위판매원을 모집하면 됩니다."

급 1500만원이면 단순계산으로도 연봉이 1억8000만원이다. 1억8000만원은 월 4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숨만 쉬고 3년9개월을 모아야 하는 금액. 금액만 보면 로또도 이런 로또가 없었다.

전화·문자 이용제한
회사 내부규정?

기자는 "증거를 보여 달라"고 말했다. 몇몇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믿을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자 강사는 자신의 통장거래내역을 공개했다. 정말 매달 10일에 1500만원 내외가 입금되고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이러다가 여기에 빠져드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것 때문에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당하는 것 같았다.


이들이 판매하는 물품은 대부분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도 불투명한 중소기업이 만든 기능성 속옷이나 화장품, 의료보조기기, 건강보조식품 등이었다. 하지만 실제 물품들은 돈이 마련되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한참 열변을 토하던 강사가 화이트보드에 표를 그리기 시작했다. 회사의 조직도였다. 사장이 화이트보드의 왼쪽 중앙에 위치했고 두 갈래로 줄이 나눠지고 양쪽으로 다이아몬드가 위치했다. 다이아몬드는 각각 5갈래로 나눠졌고 그 끝에는 골드가 적혔다. 골드 역시 5갈래로 나눠져 레드로 이어졌고 레드 역시 5갈래로 나눠져 블루로 이어졌다. 고개를 왼편으로 꺾어 화이트보드를 바라봤다. 영락없는 피라미드였다. 

2시간여 동안 정신없지만 그만큼 충격적이었던 강의가 모두 끝났다. 고개를 돌려 연수생들을 둘러보니 대부분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강사의 언변에 모두 빠져든 것처럼 보였다. 세뇌교육의 무서움이었다.

강의 2시간 만에 빠져드는 연수생들, 참기 힘든 '고수익' 유혹
알아도 걸려드는 무서운 다단계 '덫'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기자는 중간보고를 위해 처음 만났던 실장을 찾아 가방과 겉옷 그리고 휴대폰을 돌려받았다. 사무실 번호를 누르고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대는 순간 실장이 기자의 휴대폰을 낚아챘다. 화가 났지만 꾹 참고 이유를 물었다. 대답이 가관이었다.

"강의가 끝나 휴대폰은 돌려드렸지만 아직 연수는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전화 통화나 문자는 할 수 없어요. 회사 내부규정이라 어쩔 수가 없네요. 죄송합니다."


그래도 취재 중간보고는 해야 했다. 머리를 굴렸다. 화장실을 가기로 했다. 그런데 실장이 따라왔고 "급하다"고 말을 하고 뛰어 들어가 화장실 문을 닫았다. 밖에서 실장이 소변을 보고 손을 닦으며 연신 기자에게 말을 걸었다. 통화는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대신 볼륨을 무음으로 낮추고 문자를 보냈다.

10분 정도가 흐르고 실장이 문을 두드리며 기자를 재촉했다. 실장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연수생들이 먼저 가 있다는 호프집으로 향했다. 실장은 자신이 골드등급이라며 월 500만원 이상을 번다고 했다. 호프집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서니 20여 명의 연수생들이 여기저기 나눠 앉아 있는 테이블에는 이미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테이블당 한명 꼴로 실장이나 매니저가 배치되어 있었으며 화장실 등의 이용을 위해 자리를 뜨는 연수생들에게 여지없이 맨투맨으로 따라붙었다.

기자도 신씨와 함께 자리를 잡았고 얘기를 나누면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기자를 데려온 실장은 연수생들의 주의를 끌더니 숙소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원래 사측에서 마련한 숙소가 있는데 오늘 유난히 연수생들이 많이 몰렸어요. 회사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일이지만 숙소가 비좁을 듯해요. 그래서 여성 연수생들은 사측이 마련한 숙소로 가고 남성 연수생들은 찜질방을 이용하도록 할게요. 물론 찜질방 비용은 사측에서 부담합니다."

설명이 끝나자 실장과 매니저들은 게임을 주도하면서 연수생들에게 술을 먹이기 시작했고 기자의 술잔도 비워지기 무섭게 채워졌다. 이런 저런 핑계로 술을 거절한지 2시간쯤 지났을까? 매니저로 보이는 여성들이 남성 연수생들과 짝을 맞춰 한 커플씩 호프집을 나가기 시작했다. 어깨동무를 하거나 팔짱을 끼는 등 오래된 연인사이를 연상케 했다.

그때 기자 옆에서 연신 술을 마시던 신씨가 노골적으로 기자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아니 유혹을 하는 듯했다. 가뜩이나 짧은 치마는 스타킹 끝 부분이 보일 정도로 올라가 있었으며 기자에게 몸을 기대왔다. 기자가 별 반응(?)이 없자 기자의 손을 이끌었고 못 이기는 척 신씨를 따라나섰다. 5분여를 걸었을까? 신씨가 한 모텔로 들어갔다. '이건 아니다' 싶어 신씨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기자가 "찜질방으로 가겠다"고 하자 기분 나빠할 줄 알았던 신씨가 안내를 해주겠다며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찜질방에 도착해 신씨가 매표소에 "○○에서 왔어요"라고 하자 직원이 표 2장을 건넸다. 신씨와 헤어지고 대충 몸을 씻고 찜질방으로 들어서니 그곳에서도 역시 '네트워크 마케팅' 찬양 일색이었다. 여자 연수생은 보이지 않았지만 여성 매니저 여럿과 남자 실장들이 보였고 찜질방으로 들어서는 기자를 발견한 실장 한 명이 기자에게 다가와 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보관함 열쇠를 가져갔다.

"내일 아침에 다 같이 이동해야 되는데 한 분이라도 열쇠를 잊어버리면 늦어지니까 통합 보관 할게요."

구석진 곳으로 가 자리를 잡고 누웠다. 헤어졌던 신씨가 찜질방으로 들어서더니 기자를 발견하고 다가왔고 남자 실장 한명도 기자 옆에 누웠다. 무슨 '포로수용소'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덧 12시30분. 이제 슬슬 '수용소'를 탈출할 준비를 해야 했다. 기자가 자는 것이 확인돼야 이 둘도 잠에 들것 같았다. 일단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사람들의 말소리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이내 고요해졌다.

모두들 자는 듯 했다.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일어섰다.

"00씨 어디가세요?"

아직 잠이 들지 않은 것인지 뒤척임에 깼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찌됐든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용변을 보러간다 말하고 일단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은 문을 열면 신씨와 실장이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잠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자리로 와 누웠다.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한참이 지났을까? 찜질방 내부 누군가의 휴대폰에서 새벽 3시를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찜질방을 빠져나오는 동안 다행히 아무도 기자의 움직임을 눈치 채지 못했다.

카운터로 가 옷장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말한 뒤 1만원을 지불하고 예비열쇠로 옷장을 열어 짐을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노력해도 깊게 빠져드는
마약 같은 '검은 유혹'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기자의 휴대폰이 무섭게 울어댔다. 총 3개의 번호를 수신 거부하니 더 이상 전화는 울지 않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리고 노력한 만큼 얻는 것이 세상사다. 하지만 종종 들려오는 불법 다단계 피해사례를 보면 빠져나오려고 노력하면 할 수록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자가 겪은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다단계 체험은 잠시 기자라는 신분을 망각하고 빠져들 만큼 솔깃하게 사람을 세뇌시켰다. 지금이라도 불법 다단계의 늪에 빠져있는 사람이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일단 빠져나와 관계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고, 다시는 불법 다단계의 검은 유혹에 빠져들지 말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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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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