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명 트로트 가수 A씨 '불법추심' 피소 내막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3.19 11: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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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선 '미소짓는 가수' 뒤에선 '악덕 사채업자?'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유명 트로트 가수 A씨가 피소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돈 문제가 얽히고설킨 고소장엔 충격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조폭이 등장하고, 고위 공무원도 언급된다. '가수가 맞나' 할 정도. 만약 사실이라면 악덕 사채업자가 따로 없다. A씨는 평소 성실한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중생활'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에 유명 트로트 가수 A씨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됐다. A씨가 무등록 대부업자로서 대출이자를 100% 이상 갈취하고 채권추심 과정에서 조직폭력배 및 고위 공무원과의 유착관계를 과시하면서 공갈·협박했다는 내용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대전광역시 소재 ○○사라는 사찰 내의 납골당 사업을 시행 중이던 B씨는 지난 2010년 5월 초께 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A씨를 만났다.

A씨는 이후 현장답사를 위해 C씨가 주지로 있는 ○○사를 방문했고 같은 달 11일에 B씨의 계좌로 4000만원을, 12일에는 2억3000만원을 송금했다. 차용증서상 총 금액은 3억원이었으며 10%에 해당하는 3000만원을 선이자로 제하고 돈을 빌려줬다.

"산으로 끌고가
묻어버리겠다"

이후 B씨가 돈을 갚지 않자 A씨는 감추고 있던 '두 얼굴'을 드러냈다.


B씨는 "A씨가 1개월이 경과한 2010년 6월11일 1차 상환이 이뤄지지 않자 자신을 서울 강동구에 소재한 룸살롱에 불러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채권독촉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A씨가 조직폭력배와 경찰 간부 등 고위층과의 유착관계를 과시하면서 '조직폭력배를 시켜 팔다리를 분질러 버리겠다' '야산으로 끌고 가서 묻어버리겠다' 등의 공갈·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B씨는 A씨에게 납골당 분양 수익의 50%를 양도했다. A씨는 이를 약속하는 자리에서 "일이 잘 풀렸으니 술 한 잔 사라"며 유흥주점 향응을 강요하기도 했다.

B씨는 "A씨가 '여기 룸살롱 영업정지를 내가 몇 번 막아준 적이 있는데 해당 검사에게 인사비를 건네야 한다'며 술값을 요구해 할 수 없이 A씨의 계좌로 술값 200만원을 송금했다"고 토로했다.

사찰 내 납골당 개발사업 둘러싸고 이권 다툼
2억7000만원 빌려주고 5억3000만원 상환 요구

이후 B씨는 공사자금의 부족으로 인해 A씨에게 5000만원을 추가로 빌려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A씨는 "납골당 수익 지분을 추가로 양도하지 않으면 돈을 빌려줄 수 없다"고 거절했고, ○○사 주지 C씨와 합의해 기존 3:7의 지분 비율을 5.5:4.5로 하는 재계약을 체결했다.

B씨는 A씨에게 이 지분의 50%를 추가로 양도하고 5000만원을 추가로 빌리기로 했다. 하지만 A씨는 5000만원짜리 차용증을 작성케 하고 실제로는 4000만원(현금 2000만원, 어음 2000만원)만 지급했다.

B씨는 1000만원씩이나 손해를 보고도 공사비가 워낙 급해 어쩔 수 없었다. B씨는 3개월 뒤 이자 500만원을 더해 총 4500만원을 A씨에게 상환했다.


B씨는 "2010년 10월경부터 A씨가 조직폭력배를 보내거나 자신의 골프연습장에 나를 불러 지속적인 협박을 가했고, 집까지 찾아온 조직폭력배 때문에 한동안 집에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C씨도 "A씨가 심야에 전화를 해 폭언으로 공갈·협박을 했다. '납골당을 경매 신청해 사업을 못 하게 하겠다'며 으름장까지 놓았다"며 "이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려 잠도 잘 못자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 했다"고 고백했다.

B씨가 A씨에게 빌린 원금은 2억7000만원. 그런데 A씨는 원금의 2배에 이르는 5억3000만원을 상환하라고 강요했다.

공갈·협박을 견디지 못한 B씨는 C씨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C씨는 지난해 3월 B씨의 빚을 대리 변제하는 조건으로 A씨와 합의를 했다. 'B씨를 사업에서 배제시키고 새로운 시공사와 공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C씨는 A씨에게 현금 3억3000만원을 계좌로 송금했고, 나머지 2억원에 대해선 같은 해 11월까지 지급하겠다는 약속 어음을 발행해줬다.

B씨와 C씨는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에 지난해 11월 중앙지검에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씨가 2억원을 갚지 않자 A씨는 지난 1월 ○○사에 대해 일방적으로 경매신청을 냈고, 납골당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공사가 중단되자 시행사 ○○개발은 C씨를 대신해 ▲경매 취하 ▲고소 취하 ▲약속어음 무효 ▲3월까지 1억원 지급 등의 조건으로 A씨와 합의를 체결했다.

여기까지가 B씨와 C씨의 하소연이다. 이들의 주장만 보면 A씨는 2억7000만원을 빌려주고 원금의 2배에 이르는 5억3000만원을 요구했고, 요구가 이뤄지지 않자 경매를 신청해 사업을 방해하면서 공갈·협박을 했다.

원금의 2배 강요
경매 등 사업방해

B씨는 "내가 약속기일에 돈을 갚지 못한 것은 책임이 있지만 TV에 출연하는 연예인이 선이자를 제하거나 위세를 과시하며 공갈·협박한 부분은 깨끗하게 밝혀져야 한다"며 "2억7000만원을 빌려주고 5억3000만원을 갚으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 않느냐"고 억울해했다.

A씨는 B씨와 C씨의 주장에 대해 전면 반박했다. 자신은 결코 무고하다는 게 A씨의 항변이다. A씨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A씨는 "고향 후배가 '대전 ○○사에 납골당을 짓는데 여기에 투자를 하면 돈이 될 것'이라고 해 투자하기로 했다"며 "법무사 사무실에 갔는데 후배가 모든 서류를 준비해 놓고 있는 상태였고 나는 도장만 찍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직폭력배·고위층과의 유착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펄쩍 뛰었다.

A씨는 "평생 경찰 한 명 모르고 살았다. 나는 노래하는 가수지 조직폭력배가 아니다"라며 "B씨 집에 찾아갔는데 문을 안 열어줘서 그냥 돌아온 적은 있지만 조직폭력배를 보낸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A씨는 향응 강요에 대해선 "B씨에게 10번이 넘게 술을 샀는데 B씨가 그게 미안해서 술을 사겠다고 했고, B씨의 외상을 내가 대신 값아줘 나에게 그 값을 송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직폭력배 동원해 공갈·협박 혐의
경찰간부 등 고위공무원 친분 과시

A씨는 5000만원짜리 차용증을 쓰고 4000만원만 빌려줬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처음에 5000만원짜리 차용증을 쓴 것은 사실이지만 수중에 돈이 4000만원 밖에 없어 5000만원 차용증은 폐기하고 다시 차용증을 작성했다"며 "4000만원짜리 영수증도 갖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상반된 가운데 A씨는 또 다른 '돈 분쟁'으로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A씨에게 돈을 빌렸다가 부당한 방법으로 손해를 입었다는 D씨가 나타난 것.


D씨에 따르면 D씨는 2010년 5월께 A씨로부터 3000만원을 차용했다. D씨는 당시 분쟁 중이던 모 회사에 대한 분쟁에서 승소하거나 그 회사 인수에 성공하면 3000만원 차용의 대가로 A씨에게 1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회사 인수에 실패했을 경우 원금에 대한 월 5%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D씨는 결국 분쟁에서 패소했고, D씨는 원금 상환일인 2010년 8월 전후로 월 5%의 금리를 적용해 A씨에게 지급하기 시작했다.

D씨는 "원금상환 및 약속이행에 대한 압박이 심해 A씨에게 8월10일 3000만원, 같은달 20일 2500만원, 10월18일 2000만원 등 총 7500만원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승소를 전제조건으로 한 약정금을 총액으로 정해 제3자에게 채권을 양도했다"며 "채권을 양도받은 E씨는 나에게 2억원을 요구하는 등 위압감을 조성해 2500만원에 대한 약속어음을 받아갔다. 이는 명백한 불법 채권추심"이라고 덧붙였다.

D씨는 "최초 채권자인 A씨에게 지급한 7500만원 중 약정에 따른 지불금 3750만원을 제외한 3750만원을 반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D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는 "D씨는 나와 친구사이이고 변호사 비용이 필요하다고 해 돈을 빌려줬다"며 "E씨라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얼굴도 본 적 없다"고 반박했다. 또 "법무사 사무장에게 채권 서류를 건네줬고, 그 이후 내용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집에 조폭 몰려와
돈 갚으라 으름장"

A씨는 "사건이 마무리 되고 내가 무죄라는 것이 밝혀지면 음해한 사람들을 모두 무고죄로 고발하는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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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