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초등생 사이 50만원 호가 '백금샤프' 유행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3.05 11: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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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통 하나 채우려면 50만원으론 어림없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제2의 등골브레이커가 나타났다. 한 자루에 30~50만원을 호가한다는 '백금샤프'가 서울 강남지역 일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더욱이 부모들은 새학기를 맞아 백금샤프에 자녀들의 이름을 새겨 넣어 선물하고 있다. 문제는 비단 샤프뿐만이 아니다. 초고가 지우개, 명품가방, 필통 등이 서민 학부모들의 한숨을 가중시키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백금샤프 논란은 뜨겁다. "내 돈 내고 내 아이 학용품 사준다는데 뭐가 문제냐"는 의견과 "한국사회 명품병이 아이들에게 도지고 있다"며 경계하는 의견이 맞붙고 있다.

찬성, "내 돈 내고 내 아이 학용품 사준다는데 뭐가 문제?"
반대, "명품 쓴다고 애도 명품 되나? 아이들 미래 걱정된다"

새학기가 시작됨에 따라 이제 초등학교 입학하는 자녀들을 가진 부모들이 학용품 구입에 나서고 있다. 필기구부터 실내화 주머니, 책가방에 이르기까지 사야할 것도 많다. 그런데 최근 강남 일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백금샤프'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독일제로 알려진 이 샤프는 한 자루에 30~5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기존의 일반 샤프가 1000~2000원인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비싸다. 하지만 한 자루에 5~6만원 하는 샤프는 이미 초등학생들 사이에 필수 아이템이 된지 오래며 학부모들은 백금샤프에 자녀의 이름까지 새겨 넣어 선물하고 있다.

제2의 등골브레이커

이밖에도 성인들이 쓰는 소형 명품 배낭을 책가방으로 구입하기도 하고 2004년 당시 부각됐던 14만원짜리 구찌 지우개와 30만원대 구찌 필통, 7만원대 에르메스 연필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 그마저도 품절이 되어 따로 주문을 해야 하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학교 주변 문구점도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이런 필기구로 필통을 채우려면 50만원이 우습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백금샤프에는 제2의 등골브레이커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서투른 목수가 연장 탓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중·고생들 사이에서 고가의 노스페이스 점퍼가 유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현상이 초등학생에까지 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이디 doh_m****는 트위터를 통해 "이러한 행태들이 아이들의 자발적인 행동에서 비롯되지는 않았을 것이다"며 "부모들의 환장할 명품에 대한 동경 때문에 우리 아이들의 세상이 파괴되어 가고 있다니 미래가 걱정될 뿐이다"고 말했다.

아이디 py5****는 개인 블로그에서 "사랑하는 자기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것을 해 주고 싶은 부모 마음이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돈보다 더 귀중한 게 있다는 교훈을 심어 주는 게 더 중요한 게 아닐까?"라는 글을 남겼다.

아이디 jk012****도 개인 블로그를 통해 "나중에는 샤프 끝부분을 루비로 치장시켜서 학교를 보내고 그걸 본 다른 아이는 샤프 뚜껑에 사파이어를 달아서 쓸 것이다"며 "제3, 제4의 등골브레이커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다"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누리꾼들은 "명품 샤프 쓰면 공부 1등이라도 하냐" "몽당연필의 소중함을 모르는구나" "명품으로 치장한다고 본인이 명품 되나요? 마음씨가 명품이 되야지" 등의 반응을 보이며 지적했다.

하지만 이에 반박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부분 '내 돈 내가 쓰는데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다.

평범한 대학생이라는 아이디 no1qk****는 트위터를 통해 "자기네가 번 돈 쓴다는데 남들이 왜 관심을 보이는지 모르겠다"며 "그렇게 치면 몽블랑, 이태리나 프랑스의 명품 만년필 쓰는 것도 다 논란이 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내가 하면 괜찮고 남이 하면 안 된다는 그런 심리가 문제다"고 말했다.

아이디 sally****는 블로그를 통해 "남이 백금을 쓰든 다이아를 쓰든 무슨 상관이냐"며 "막말로 내가 신사임당으로 뒤를 닦겠다 해도 외부인은 신경을 꺼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또한 "초등생 백금샤프는 좀 과하긴 한건 사실이지만 비싼 샤프를 쓴다고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집안 경제력도 되니 좋은 것 쓰는데 문제가 될까요?" "깡패짓 하면서 뺏은 것도 아닌데 비난은 옳지 않다" 등의 반응이 뒤를 이었다.


부모의 잘못인가?

한편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른들의 무차별적 명품 소비 행태를 아이들이 생각 없이 따라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일부 어른들의 명품 집착을 모방하는 아이를 주변 친구들이 쉽사리 따라해 붐을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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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